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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 - 융 심리학으로 읽는 자기 발견의 여정
모린 머독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 2022년 9월
평점 :
#내안의여신을찾아서
어디를 펼쳐도 좋은 이 책에 감상을 어떻게 적으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 부분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생각들로 가득 찬 충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의미친여자 #타오르는질문들 을 읽었다면 이 책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사는 우리에게 선택이라는 길을 찾도록 생각을 열어주는 책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입니다.
최근 #2022여성리더스포럼 에 다녀왔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만나는 자리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웅주의 신화에서 비롯된 가정과 일의 양립과 관련된 딜레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행사의 요점이 제가 생각한 이 책의 핵심과 관련이 있어 소개하면, 한국계 입양아 출신 여성프랑스 장관으로 경영자로 레지옹도뇌르상을 수상한 #플뢰르펠르랭 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직업과 여성의 자기계발, 그리고 육아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내가 공무원(장관)이었을 때, 내 아이는 일곱 살이었지만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지지해주었다. (중략)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삶의 밸런스다. 무엇을 우선 할 것인지는 내가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네, 출산과 육아가 우선이라는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인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는 다릅니다. 물론 모든 여성이 정치가나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만, 여성이 일하면서 육아를 양립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제는 깨야 할 유리벽입니다.
타로카드에서 여황제는 다산이 기본개념인 풍요의 상징이며,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자식을 없애버리는 제우스에 맞서 싸운 헤라는, 질투와 복수의 화신으로 그려집니다. 제우스가 부인을 두고 그렇게나 많은 바람을 피웠음에도 여성이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신화 속에서 얕고 부족한 질투라는 단어로 치부됩니다. 신화와 역사의 기술자가 남성이며, 이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본다면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 [재산권과 출산]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328쪽
여성과 남성의 분리는 재산권과 출산의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분리는 대부분의 종교와 정치제도를 통해 강화되고 확장되어 왔다.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다.”라는 <창세기>3장 16절의 말은 신의 명령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선동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복수의 역할모델을 하나로 생각하는 혼돈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일을 잘하는 한 사람’의 몫을 원하는 사람으로 성장했고 여성의 포지션과 함께 남성의 포지션도 당연히 해야 하는 혼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이 책에서는 강한 여성의 딜레마 라고 표현합니다.
138쪽
여성 영웅은 일을 잘 해내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어떤 불편한 느낌이 들면 곧장 새로운 학위, 좀 더 권위 있는 자리, 이사, 외도, 출산 따위 목표를 향해 다음 장애물로 달려든다. 좀 더 영웅적이고 높은 단계의 성취를 이루는 것으로 자신의 자아를 위로하며 공허감을 달랜다. -여성 영웅은 목표를 이룬 후의 허탈감을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바로 다음 목표로 향하기 때문이다. 늘 바쁘고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이 강박적 욕구 때문에 여성 영웅은 커져 가는 상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상실감은 대체 무엇일까? 분명 여성 영웅은 자신이 시작한 일들을 모두 성취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영혼의 희생을 치렀으며, 자신의 내면세계와 멀어졌다.
141쪽
여성은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내면화된 아버지를 만족시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배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아버지상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바람에서 그 여성은 내면의 남성과 관계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내면의 남성이 언제나 그녀를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내면의 남성은 여성의 필요와 욕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비판적으로 자기 주장만 해대는 몰이꾼인지도 모른다.
우리식으로는 “엄마친구딸”이라는 허상의 인물을 이기기 위해 애쓰는 모든 행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성인이 되어도 이 허상의 인물은 우리를 지배합니다. 어려서는 욕구를 드러내지 않고 어른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딸, 커서는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슈퍼맘. 이 책은 우리의 허상이 심리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간단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간입니다.
143쪽
이 내면의 폭군을 침묵시키고 여성 영웅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종이를 세로로 삼 등분 해서 접어라. 첫 번째 칸에는 오늘 한 일을 적어라. 예컨대‘정원관리’라고 적었다면, 다음 칸에는 ‘만족스러움’이라고 적고, 마지막 칸에는 ‘이걸로 충분해!’라고 적어라. 무척 간단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연습을 한 달 정도 하고 나면 지금까지 한 번도‘충분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잊을 것이다.
무언가 더(!) 하려고 달려드는 영웅적인 나를 제어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 책에서는 ‘용을 무찔러도 공허한 여자들’이라고 표현하는 상실과 박탈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무찔러야 하는 용이 무엇이든 해내려고 하는 생각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죄책감을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하루를 살아도 해내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며 괴로워합니다. 그것 또한 여성영웅이 가진 허상이 아닐까요?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사람은 없다는 깨달음과 자유. 지금 이시대의 우리가 내 안의 여신을 찾는 이유입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