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우울의 말들 - 그리고 기록들
에바 메이어르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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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울증에 대한 기록이면서, 우리가 우울증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점들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많은 범죄자들의 심리소견에 첨부된 “우울증의 삽화가 있고”가 잘못된 진단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우울증은 인간으로 생존하게 하는 대부분의 욕구를 저하시킨다. 욕구가 없는데 살인을 할 수 있을 수가! 당연히 없다. 복수와 파괴의 감정따위... 우울증의 회색, 때로는 완전히 탈색된 회색의 감정에는 그런 행동력이 따를 수 없다. 이건 우리가 우울증을 다른 질병들과 구분할 수 없어 오해했다는 증거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울증을 치료해야 되는 ‘정신병’이라는 소견을 DSMV(정신적질병을판단하는기준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울증은 말 그대로 증상이다. 열이 난다고 모두 감기가 아닌 것처럼 우울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모두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은 우연한 확률로 발생한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중 누군가 우연히 우울증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짧은 책을 보면서 수십 개의 탭을 붙이고 서야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는 자살의 원인이 되었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진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의 발언들과 그들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들이 끌어안고 살아간 우울증의 색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는 그들의 작품을 보고 자살하고, 정작 그들은 살아남은 이유 말이다. 다양한 작품들을 언급하고 있어 찾아보느라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굉장한 포만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에세이이면서 실용서이며 현대문학에 자리 잡은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소설에 가깝다.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이고 영혼을 건드리면서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나는 우울이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먹고 자고 직업을 유지’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울은 피부에 생긴 기미나 반점과 같아서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없애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라는 특별한 직업은 이 우울을 직업적 양분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우울증을 사춘기의 중2병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울증은 시간이 지나면 한 인간의 인격의 한 부분이 된다. 분리할 수 없고, 분리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따른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많았지만 그 중, 일반인이 꼭 알아야 할 두 부분을 발췌한다. 이 책을 사람들에게 한권씩 사서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부분이다.

62쪽

여기에는 우울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야 하는 사람을 위한 교훈도 있다. 당신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더 나아지게 만들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자리에 있는 것뿐이다. 집안일과 같은 현실적인 일들을 돕고, 필요할 때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함께 산책을 나가줄 수도 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거나, 당신의 개입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때로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화를 내거나 실망하는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

138쪽

지금 나는 반려견 두 마리와 살고 있다. 그 전에는 고양이 한 마리와 다른 개 한 마리와 함께 살았다. 그 동물들이 없었다면 나는 우울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많은 다른 이들에게도 적용되는데, 우울증과 다른 심리적 장애물에 반려동물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견디기 어려울 때, 그 동물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가 줄 수 없는 무엇인가를 바라거나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그들은 나를 보는 것을 늘 행복해했고, 그렇게 인정을 받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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