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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투스
주선미 지음 / 그늘 / 2025년 10월
평점 :
그늘의 새로운 중편시리즈, 참담한 첫 번째 이야기“시스투스”/도서제공 그늘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정상사회, 하지만 남녀차별은 물론 돌봄이 여성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의무로 지워진 한국 사회는 비정상입니다. 이 잘못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에게 인내를, 남편이 던진 물건에 맞아 생긴 상처를 자신의 트로피로 여기게 가스라이팅하죠.
마트의 일 포인트를 제대로 받기 위해 계산대에서서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을 욕하는 것도, 자신의 아이를 빨리 태우려고 남의 아이를 손가락질 하고 결국 다치게 하는 것도 ‘남성’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살인자의 이야기가 아닌 잘못된 사회에 대한 공포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죽어야 할 자를 죽이고 자신도 죽습니다. 어쩌면 주인공은 잘못된 사회에서 해방되기 위해 스스로를 죽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비정상’인가요. 아이를 고아원에 버리고 혼자서 잘 사는 쪽이 ‘비정상’인가요. 계단에서 친구를 미는 양친 멀쩡한 아이가 ‘정상’인가요? 아이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어른이 ‘정상’인가요. 아이를 때리는 어른이 ‘정상’인가요.
이 소설에서는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비정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주인공이 사망한 후 변호사가 놀이공원에서 겪는 것들도 그러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블러핑 조차 비정상이죠.
‘그럼 내가 화내고 짜증 내고 감정대로 마음대로 행동할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게 당신이 진짜로 바라는 거예요?
당신의 그 인내심이 날 미치게 한다고.
인내심? 아뇨, 체념한 거예요. 이웃 중 몇몇은 내가 혼자 사는 여자인 줄 알더군요. 아이들 클 때까지 더 이상 내 손길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그때까지만 참고 견딜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참견도 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하는대로 내버려 둬요. 나도 미쳐 버릴 것 같으니까.‘
정상가정일 것 같았던 변호사가정도 이렇습니다. 우리사회 자체가 호러인 셈이죠. 여성에게 인내심을 강요하는 사회. 이 책은 비정상사회가 결국 소멸하게 될 것임을 상징하는 소설입니다. ‘시스투스, 자살하는 꽃’이라는 제목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