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랍니다 - 12명의 북한이탈주민 이야기
프로젝트 지음 지음 / 박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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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랍니다』라는 제목만을 보아서는 그냥 모든 사람들의 바램같다.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고 싶은 바램. 모두 있지 않을까? 이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주체가 탈북민들이라면?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한국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외국인들보다 더 특별하게 받아들여지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평범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더욱 절실하게 들려온다.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랍니다』는 12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쓴 그들의 이야기다. 소셜벤쳐대학동아리 인액터스연세의 프로젝트 그룹 지음은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젝트이다. 이들이 한국에정착 후 한 '개인'으로 어떻게 살아오고 있는지를 담은 에세이다.

12명의 저자들이 펼쳐내는 북한의 추억은 우리가 아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고 경제난이 심각한 사회. 공부를 잘 해 일류학교에 들어갔지만 계급의 차이로 끝내 일반학교로 전학하게 되는 이야기 등 저자들이 전해주는 그들의 고향은 아픔으로 때로는 친구들과의 추억으로 그려져있다. 이들이 왜 탈북하게 되었는지는 자세하게 밝히지 않는다. 아마 이들 대부분이 북한에 남겨진 가족이 있기 때문에 가족에게 미칠 후폭풍을 우려해서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놀랐던 건 남한에 있는 가족과 통화하고 남한에 무사히 정착한 후에도 북한에 있는 아버지와 통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남한과 북한간에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앞서 말했듯, 간단하게 표현된 이들의 이야기는 더 알고 싶은 목마름으로 다가온다.

죽음을 각오하고 탈북에 성공하여 한국에 정착한 후, 그들은 자신들의 고민과 생활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영어공부, 주변의 시선, 북한 말투로 인해 받는 사람들의 시선 등.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동화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관문이었다. 때로는 북한 이탈 주민이라는 이유로 일자리에서 제외되는 차별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이 택한 삶의 방식은 자신들의 고향을 인정하고 자신의 현실을 당당하게 마주하는 것이었다.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 북한에서의 경험을 유튜버로 펼쳐내기도 하는 저자도 있고 새로 연기를 배우게 되우며 제2의 삶을 도약하는 저자도 있다. 이 사회의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되 자신의 인생을 특별하게 살아내겠다는 그들의 다짐이 이 책 속에서 빛이 난다.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랍니다』는 이제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다.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대하며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떄 100명이 넘는 목소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한국인으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우리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나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순수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에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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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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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작가는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통해 처음 알았다. 낙태죄를 소재로 펼친 그의 첫 작품은 내게도 관심이 있던 소재였기에 나의 관심 작가로 떠올랐다. 그의 수상작인 『다른 세계에서도』를 포함하여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된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먼저 그의 소설은 쉽지 않았다. 이 소설집의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첫 번째 단편인 <그들은 정원에 남겨두었다>는 동성애와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다른 세계에서도>는 앞에서도 밝혔듯 낙태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부태복>은 국립의료원의 현실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를 이야기한다. 모두 이 사회에서 아직도 쟁점 한 가운데 있는 현실의 모습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현석의 작품은 냉정하지만 그 냉정함 속에서도 치열한 흔적이 돋보인다. 8편의 단편 중 <다른 세계에서도>가 특히 그렇다. 낙태죄가 폐지되기까지 하지만 아직도 논쟁 중인 이 건에 대해 저자는 임신한 주인공의 동생 해수와 낙태죄 폐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고 투쟁 중인 희진 언니를 대비시킨다. 그리고 과연 무엇이 옳느냐로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단지 임신한 여자의 경우였다면, 또는 낙태죄 반대를 위한 입장이였다면 이 소설은 한 쪽으로 치우쳤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는다.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며 그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낙태죄 반대를 위한 칼럼 합평 자리에서 은빛 씨라는 인물에게 또 다른 논쟁을 제기하며 끝없는 대화의 장으로 인도한다.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닌 이 현안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저자의 글을 통하며 제목 그대로 다른 세계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이해할 것을 다짐하는 듯하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부대복이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한 단편 또한 흥미롭다. 먼저 이 소설의 배경인 K시 시립의료원의 현실은 폐쇄된 진주의료원을 떠올리게 한다. 열약한 환경, 폐쇄 직전인 K시 시립의료원에서 비웃음의 대상인 부대복의 존재는 의료원의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무능력한 부대복의 실수가 이어지던 중 전염병 환자라고 주장하는 그의 주장을 사람들은 가볍게 묵살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할 때 가장 큰 공포를 선사해준다.

나는 이 소설 속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한 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단편이 코로나 바이러스 훨씬 전인 2018년 말에 발표한 소설로 우연아닌 우연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우연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출판사는 이 소설집에 대해 "가장 동시대적인 윤리를 서성이며 구축하는 질문들"이라고 평했다. 그 평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의 시대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마주하며 이야기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는 진지함 속에 서로를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깊은 의지가 돋보인다.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토론하고자 하는 저자의 글은 독자들을 더 많은 토론의 장으로 이끌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토론하자. 우리 이 이야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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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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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선택할 때 작가도 보지만 또한 누가 추천했는가를 본다. 보통 좋아하는 분들의 추천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대개 내가 본받고 싶은 분의 추천사를 더 신뢰한다. 이 『불안한 행복』의 수필집은 저자보다 추천사를 쓰신 분을 보고 선택한 경우다. 처음 듣는 김미원 작가는 낯선 이름이지만 윤동주 문학의 전문가이신 김응교 시인이자 교수님과 박상률 시인의 추천사는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단 두 분의 추천사만으로 나는 낯선 작가의 책을 펼쳤다.

『불안한 행복』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불안한 상태라서 그랬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삶의 불안함 속에서 행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말한다. 한 남자와 20년 넘는 세월을 살고 자녀들도 결혼해 예쁜 손주가 있고 글도 쓰는 작가는 왜 불안하다고 했을까. 저자는 우리 모두의 삶이 불안이라는 토대 위에 서 있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며 우리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저자는 서른 살을 갓 넘긴 지인의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기도 하고 존경하는 은사의 부고 또한 종종 듣는다. 죽음이 낯설지 않은 나이, 삶 속에서 쌓여가는 건 결국 불안함을 견뎌가는 것이며 이 불안함에 짓눌리지 않고 행복을 찾아가는 게 바로 삶이라는 것이다.

이제 이성보다 감정적으로만 의사를 나타내는 엄마에게 나는 원망의 마음도 품을 수 없다.

30대까지는 모른다. 젊음의 혈기가 왕성하고 부모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40이 넘어가면 부모와 함께 늙어가는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부모와 함께 늙어가며 연민과 원망이 함께 공존하지만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부모에게 원망의 마음을 품을 수 없다는 것. 그건 나이를 든 자만이 알 수 있는 연륜이다.

이제 부모의 보호자가 되고 함께 늙어가는 존재가 되어가며 느끼는 감정이 복합적인 마음...어느새 늙어버리고 약해진 엄마에게 쏟아내는 다양한 마음이 어찌 하나로 통일될 수 있으랴... 엄마가 가엾지만 나 역시 지치므로 온전히 함께 할 수 없음에 슬퍼하는 저자의 마음은 40이 넘어서면 모두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략결혼은 재벌이나 권문세가만 하는 게 아니다.

부부의 연을 맺은 평범한 사람들 역시 나름의 정략결혼을 한다.

정략결혼의 대가로 우리는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처럼

매일 끝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결혼을 '정략결혼'이라고 말한 저자의 표현 또한 놀라움을 준다. 재벌들간의 의도적인 정략결혼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결혼을 하기까지 서로 재고 판단하며 선택한 것도 결국 '정략결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무릎을 친다. 내 딴에는 신중하게 정략결혼을 했지만 그 선택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살기 위해 천일동안 이야기를 들려줄 세헤라자데처럼 끝까지 이야기를 만들어가야하는 부부의 의지가 있어야만 부부는 유지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나와 이 사람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행복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불행한 이야기일까?

『불안한 행복』은 쌓여 가는 세월 속에 자신을 받아들이며 매번 단단해지고자 애쓰는 저자의 깊은 노력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며 들리는 주변의 부고와 예전같지 않은 자신의 건강 속에서 느끼는 저자의 감정이 함께 나이들어가는 나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준다. 불안함 속에서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저자의 다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불안함 속에서도 끝까지 행복을 놓지 말자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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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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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러시아 문학의 대가 톨스토이의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톨스토이의 작품을 러시아 원전 그대로 직역하여 문장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살려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의 대작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등의 작품을 출간한 직후 나온 작품이다. 책 뒷부분의 해제에서 나왔듯, 톨스토이는 인생의 허무함과 상류층의 거짓된 삶을 느끼며 '인간은 왜 사는가?"라는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궁리하던 중 동화 형태의 단편으로 된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표제작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비롯하여 총 10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내게 놀라움이었다. 10편의 이야기 모두 성경 예수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우연이란 없다. 처음부터 모든 인물들이 하나님을 믿고 있으며 모두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서 주인공 세묜과 부인도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고 <두 노인>에서 옐리세이 또한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바보 이반>은 묵직하게 자기 일만 하지 부유하지는 않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흔히 듣는 말들이 떠오르곤 한다. 해외 아동 후원을 요청할 때마다 또는 주변의 불우이웃을 돕자고 하는 광고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누가 누굴 도우냐." "나부터 살고 보자." "우리 나라도 가난한 아이들이 많은데 왜 다른 나라의 아이를 돕느냐"라며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서 나오는 사람들 또한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농부들에게 돈을 수금하지 못해 힘든데 어떻게 벌거숭이 사내를 도울 수 있겠으며 물 한 잔 청하러 들렀을 뿐인데 전염병과 기아로 죽어가는 가족들을 건사하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오랜 숙원인 예루살렘 여행을 포기하며 남의 가족을 도울 수 있겠는가.

하지만 톨스토이는 이 10편의 이야기들에 이들이 남에게 선을 행하면서 가장 영화로운 자리로 올려놓는다. 비록 예루살렘에 가지 못하고 불쌍한 가족을 위해 희생한 옐리세이를 예수의 옆에서 영광스로운 자리로 비치게 하며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한다. 나눔과 선은 결코 상황에 따라서 하는 게 아닌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가장 큰 나눔과 선이라는 걸 책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말해준다.

이 10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두 노인>의 옐리세이와 예핌이다. 예루살렘 여행을 가자고 할 때마다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하며 가정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쉽게 발을 못 떼는 예핌에게 친구 옐리세이는 말한다.

"에이, 이 사람아! 모든 일을 하나하나 다 확인할 수는 없는 거야.

우리 집도 명절을 맞이해 여자들이 빨래하고 청소를 하고 있네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한다고는 하는데, 둘 다 못 끝내고 있어.

큰 며느리가 영리한데 이렇게 말하더군.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명절이 얼른 돌아오니 다행이에요. 아무리 일해도 다 끝낼 수가 없거든요."

인생에서 모든 게 마음에 걸리는 예핌과 달리 일을 다 끝내지 못하니 할 수 있을 때 여행을 가자고 권유하는 옐리세이의 말을 들으며 인생을 생각한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에 뭔가를 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고, 할 수 있을 때 뭔가를 해야 하고 그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걸 톨스토이는 옐리세이의 말을 빌려 우리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톨스토이의 생각으 마지막 단편인 <세 가지 질문>에서 은수자의 답을 통해서 다시 되풀이된다.

"그러니 기억하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에만 우리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네."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도 바로 지금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자신이 당장 죽을 것도 모르고 비싼 장화를 주문했던 관리처럼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결국 무의미하며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을 알게한다.

코로나로 비대면시대, 많은 사람들의 후원이 끊겨 힘들다는 기사를 접한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바로 이 때 우리가 더 많이 후원하고 사랑을 나눠야 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결국 우리에게 서로가 가장 큰 희망이며 살 수 있는 힘이 된다라는 걸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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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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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가 오랜 침묵을 깨고 복귀했다.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가제본 서평단으로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주인공 나가 어머니가 병 치료차 서울에 가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울었다는 동생의 전화를 듣게 된다. 아버지가 울었다는 말을 듣고 홀로 있을 아버지에게로 향한다.

주인공이 딸을 잃은 이후 피하고 싶었던 집, 부모님의 마음을 알면서도 가기가 쉽지 않았고 가족과의 단톡방에서도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나는 아버지와 단 둘이 집에 머물며 아버지의 인생을 반추한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지난 삶을 돌이켜보며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소환해낸다.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기까지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아버지, 버스를 놓칠세라 차마 아버지와 인사하지 못하고 버스 안 창문으로 아쉬운 눈길로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 아마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듬직한 아버지의 모습이 점점 작아 보이게 되는 것이... 자녀가 부모님의 곁을 떠난 이후부터 부모는 작아지기 시작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홀로 눈물을 삼키며 고통을 감당하는 아버지를 대한다. 아버지와 이야기하며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깨닫는다. 배우지 못헀던 아버지의 한을, 전쟁 징집을 피하기 위해 손가락 하나를 잃어야만 했던 아픔을, 아버지의 아픔을 마주하면서 비로소 아버지 또한 한 명의 개인이였음을 자각하게 된다.



주인공은 글씨를 모르던 아버지가 해외 파견중인 큰아들과의 편지를 쓰기 위해 글씨를 연습하고 편지지를 고르는 아버지를 알게 된다. 아버지와 큰오빠와의 편지를 통해 그 당시의 아버지들에게 짊어졌던 무게를 또한 느끼게 한다.

소설을 읽어나가다보면 자연스레 나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버스 운전기사였던 아버지에게 몰래 용돈을 받아내었던 학창시절, 버스 운행을 마치고 500원짜리 과자를 사 가지고 오시던 아빠의 모습, 대학에 떨어졌을 때 눈물짓던 아빠의 모습... 그리고 고아로 자라서 한없이 외로움이 많았던 아빠의 슬픔 등이 소설과 함께 하나씩 떠오르게 한다. 나 역시 소설 속 나처럼 아빠의 인생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못했음을 알게 한다.

살아냈어야, 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라고.

아버지들의 삶이 자식들을 위해 살아냈어야 하는 삶이였다는 걸 저자는 마지막에 말해준다. 힘들었지만 멈춰설 수 없었던 살아가는 게 아닌 살아냈던 아버지들의 삶을 묵직하게 그려내 뭉클함을 더한다.

저자의 고향이 내 고향과 가까워서일까. 책 속의 배경이 쉽게 다가오며 더욱 공감을 더한다. 한 풍경마다 그리움을 더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그리움이 더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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