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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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작가는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통해 처음 알았다. 낙태죄를 소재로 펼친 그의 첫 작품은 내게도 관심이 있던 소재였기에 나의 관심 작가로 떠올랐다. 그의 수상작인 『다른 세계에서도』를 포함하여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된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먼저 그의 소설은 쉽지 않았다. 이 소설집의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첫 번째 단편인 <그들은 정원에 남겨두었다>는 동성애와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다른 세계에서도>는 앞에서도 밝혔듯 낙태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부태복>은 국립의료원의 현실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를 이야기한다. 모두 이 사회에서 아직도 쟁점 한 가운데 있는 현실의 모습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현석의 작품은 냉정하지만 그 냉정함 속에서도 치열한 흔적이 돋보인다. 8편의 단편 중 <다른 세계에서도>가 특히 그렇다. 낙태죄가 폐지되기까지 하지만 아직도 논쟁 중인 이 건에 대해 저자는 임신한 주인공의 동생 해수와 낙태죄 폐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고 투쟁 중인 희진 언니를 대비시킨다. 그리고 과연 무엇이 옳느냐로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단지 임신한 여자의 경우였다면, 또는 낙태죄 반대를 위한 입장이였다면 이 소설은 한 쪽으로 치우쳤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는다.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며 그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낙태죄 반대를 위한 칼럼 합평 자리에서 은빛 씨라는 인물에게 또 다른 논쟁을 제기하며 끝없는 대화의 장으로 인도한다.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닌 이 현안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저자의 글을 통하며 제목 그대로 다른 세계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이해할 것을 다짐하는 듯하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부대복이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한 단편 또한 흥미롭다. 먼저 이 소설의 배경인 K시 시립의료원의 현실은 폐쇄된 진주의료원을 떠올리게 한다. 열약한 환경, 폐쇄 직전인 K시 시립의료원에서 비웃음의 대상인 부대복의 존재는 의료원의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무능력한 부대복의 실수가 이어지던 중 전염병 환자라고 주장하는 그의 주장을 사람들은 가볍게 묵살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할 때 가장 큰 공포를 선사해준다.

나는 이 소설 속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한 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단편이 코로나 바이러스 훨씬 전인 2018년 말에 발표한 소설로 우연아닌 우연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우연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출판사는 이 소설집에 대해 "가장 동시대적인 윤리를 서성이며 구축하는 질문들"이라고 평했다. 그 평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의 시대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마주하며 이야기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는 진지함 속에 서로를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깊은 의지가 돋보인다.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토론하고자 하는 저자의 글은 독자들을 더 많은 토론의 장으로 이끌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토론하자. 우리 이 이야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마주하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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