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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평점 :

나는 책을 선택할 때 작가도 보지만 또한 누가 추천했는가를 본다. 보통 좋아하는 분들의 추천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대개 내가 본받고 싶은 분의 추천사를 더 신뢰한다. 이 『불안한 행복』의 수필집은 저자보다 추천사를 쓰신 분을 보고 선택한 경우다. 처음 듣는 김미원 작가는 낯선 이름이지만 윤동주 문학의 전문가이신 김응교 시인이자 교수님과 박상률 시인의 추천사는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단 두 분의 추천사만으로 나는 낯선 작가의 책을 펼쳤다.
『불안한 행복』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불안한 상태라서 그랬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삶의 불안함 속에서 행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말한다. 한 남자와 20년 넘는 세월을 살고 자녀들도 결혼해 예쁜 손주가 있고 글도 쓰는 작가는 왜 불안하다고 했을까. 저자는 우리 모두의 삶이 불안이라는 토대 위에 서 있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며 우리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저자는 서른 살을 갓 넘긴 지인의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기도 하고 존경하는 은사의 부고 또한 종종 듣는다. 죽음이 낯설지 않은 나이, 삶 속에서 쌓여가는 건 결국 불안함을 견뎌가는 것이며 이 불안함에 짓눌리지 않고 행복을 찾아가는 게 바로 삶이라는 것이다.
이제 이성보다 감정적으로만 의사를 나타내는 엄마에게 나는 원망의 마음도 품을 수 없다.
30대까지는 모른다. 젊음의 혈기가 왕성하고 부모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40이 넘어가면 부모와 함께 늙어가는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부모와 함께 늙어가며 연민과 원망이 함께 공존하지만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부모에게 원망의 마음을 품을 수 없다는 것. 그건 나이를 든 자만이 알 수 있는 연륜이다.
이제 부모의 보호자가 되고 함께 늙어가는 존재가 되어가며 느끼는 감정이 복합적인 마음...어느새 늙어버리고 약해진 엄마에게 쏟아내는 다양한 마음이 어찌 하나로 통일될 수 있으랴... 엄마가 가엾지만 나 역시 지치므로 온전히 함께 할 수 없음에 슬퍼하는 저자의 마음은 40이 넘어서면 모두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략결혼은 재벌이나 권문세가만 하는 게 아니다.
부부의 연을 맺은 평범한 사람들 역시 나름의 정략결혼을 한다.
정략결혼의 대가로 우리는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처럼
매일 끝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결혼을 '정략결혼'이라고 말한 저자의 표현 또한 놀라움을 준다. 재벌들간의 의도적인 정략결혼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결혼을 하기까지 서로 재고 판단하며 선택한 것도 결국 '정략결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무릎을 친다. 내 딴에는 신중하게 정략결혼을 했지만 그 선택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살기 위해 천일동안 이야기를 들려줄 세헤라자데처럼 끝까지 이야기를 만들어가야하는 부부의 의지가 있어야만 부부는 유지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나와 이 사람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행복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불행한 이야기일까?
『불안한 행복』은 쌓여 가는 세월 속에 자신을 받아들이며 매번 단단해지고자 애쓰는 저자의 깊은 노력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며 들리는 주변의 부고와 예전같지 않은 자신의 건강 속에서 느끼는 저자의 감정이 함께 나이들어가는 나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준다. 불안함 속에서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저자의 다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불안함 속에서도 끝까지 행복을 놓지 말자고 말하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