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
박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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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은희》는 12년의 기간 동안 513명의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국가와 기관의 합동 말살 정책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유대인을 청소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내몰았던 나치 정책과 같이 국가는 사회를 깨끗하게 하며 걸인들에게 복지를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거리의 걸인, 깡패, 고아, 술 취한 자를 막론하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어느 누구나 잡아 감금하여 폭행과 구타를 일삼았던 최악의 인권 유린 사건이다. 소설 《은희》는 바르 그 중심에 죽음이 조작된 사건의 주인공 , 강간으로 아이 '준'을 낳고 구타로 목숨을 잃은 은희가 있다.


《은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어 부모님을 따라 폴란드에서 살고 있는 청년 '준'이 한 통의 편지를 받으면서부터 시작된다. 입양 서류와 어머니의 검안서, 어머니의 죽음에 관련된 수사 요약 보고서와 그 중심에 있는 형제의집 사건, 그리고 어머니 죽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학생들과 함께 견학을 올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한 통의 편지로부터 알게 된 자신의 출생의 비밀. 축복 받은 탄생이 아닌 강간에 의해 태어난 자신의 출생 사실은 그에게 더욱 큰 혼란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죽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온다는 박물관을 찾고 그 곳에서 미연을 만나게 된다.

미연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딸 재희를 사고로 잃었다. 남편의 요청으로 재희의 생일에 남편 지훈과 함께 딸이 있는 추모관으로 향한다. 매일 메마른 마음으로 살아가던 미연은 올해도 지훈과 함께 추모관에 가 딸의 죽음을 애도한다. 살아간다는 것보다 버티어 간다는 말이 어울리는 미연은 자신이 외면해 온 형제의 집 감금사건이 준이 자신의 엄마 김은희를 아냐는 질문 앞에 애쓰게 봉인해 온 자신의 불행했던 형제의집을 직면한다.


《은희》는 은희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의 회고와 함께 사건을 재구성해가지만 작가는 사실이 존재했던 과거가 아닌 이 생존자들이 살고 있는 현재에 더 집중한다. 진상규명위원회인 병호는 형제의집 생존자 중 가장 반듯한 삶이라고 여겨지는 미연에게 증언해 줄 것을 부탁하며 질문을 던진다.


형제의집에서 나온 사람들, 다 어렵고 불행하게 살아요.

배우지 못했고 괜찮은 직업 가진 사람도 없고요,

매일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죠.

당신을 제외하면요.


병호는 대학을 졸업하고 명문 한국외고 영어교사이자 결혼까지 한 미연이 버젓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미연은 이 형제의집 사건에서 벗어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이 가장 버젓하게 살고 있다던 미연의 삶이 결코 1987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미연 뿐만 아닌 다른 피해자들 모두 그들의 삶이 형제의집 감금 시절에서 멈춰 있음을 강조한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세월은 그들에게 다른 벌을 주었다.

한 사람에게는 잊어가는 벌은, 또 한 사람에게는 잊을 수 없는 벌을.


형제의집 원장이자 이 사건의 원흉인 방인곤 원장은 치매 질환으로 자신의 과거를 잊어간다. 미연과 다른 인물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고통을 선사했다면 방인곤 원장은 자신의 기억을 지워나가는 축복을 선사받았다. 자신의 악업도, 자신에게 가해진 비난도, 손가락질도 모두 지워지는 걸 저자는 세월이 주는 벌이라고 하지만 이 책에서는 신이 이 죄인 방인곤 원장에게 준 하나의 축복처럼 느껴지며 남겨진 자들의 비참함을 더욱 가중시킨다.


이제 가해자인 방인곤의 치매 앞에 그에게 지난 잘못을 사죄하라고 외칠 수도 없는 이 현실은 영화 <밀양>을 떠올리게 한다.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은 여주인공에게 살인범은 자신은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구원을 말하며 평온한 얼굴을 짓는 살인범의 표정 앞에 여주인공은 소리친다. 피해자인 자신이 용서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나님이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냐고 외치는 영화 속 모습과 치매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원장의 모습과 과거의 고통으로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미연의 절규의 모습이 겹쳐진다.


인간이 아닌 바퀴벌레보다 못한 취급 속에서 강간에 의한 임신은 결코 상상할 수 없이 비참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점점 중심에 다가갈수록 한 생명을 품고 그 강간의 흔적인 한 생명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며 끝까지 아이를 품은 은희를 보여준다. 인간이 인간일 수 없는 곳, 희망도, 왜라는 질문도 없는 곳, 살아남기만을 바라는 곳, 그 곳에서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한 흔적을 어떻게 품을 수 있을까. 아무리 엄마인 나이지만 은희의 결정은 놀라웠다.

하지만 작가는 은희의 죽음을 통해 그 이유를 말해주는 듯하다. 사랑이 없는, 인간이길 포기해야 하는 형제의집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아이를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 살아남고자 했던 하나의 몸부림이였음이 느껴졌다. 절망과 원망보다는 끝까지 보호하고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 의지로 구타 속에서도 아이를 지켜냈고 아이가 입양되는 날까지 젖을 물리며 사랑을 주었다.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이 성폭행범에 의해 태어난 존재라는 걸 안 '준'이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소설 마지막 끝까지 사랑하기를 선택한 은희의 기억으로 '준'이 예전처럼 마음의 벽을 쌓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양부모님과의 거리나 타인과의 거리가 갑자기 좁혀지지 않겠지만 자신의 존재가 끝까지 희망을 선택한 엄마의 존재라면 준 또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에 살기를 선택한 미연과 같이...


고통스러운 이름 《은희》는 그렇게 고통의 존재에서 희망의 존재로 느껴졌다. 인간임을 잊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처럼 남겨졌다. 그리고 이 형제의집 사건이 피해자들의 시계 단추를 여전히 멈추고 있는 한 이 일이 결코 끝난 것이 아님을 《은희》를 통해 더욱 드러낸다. 소설 속 미연에게 부모님이 다 지나간 거라고, 다 잊을 거라고 말하며 봉인해 버리지만 이 봉인 된 시간 속에 여전히 고통이 진행 중임을 미연과 준의 삶을 통해 작가는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쉽게 읽어나갈 수 없었다. 문장마다 이 인물들의 고통과 감정이 물이 스폰지에 흡수되듯 내게도 그들의 고통이 내게 전염되는 듯했다. 이 형제의집 사건의 피해자들의 현재 속에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노고가 문장에서 느껴져 몇 번이나 곱씹듯 천천히 읽어야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고통받는 이 끔찍한 사건들이 더 이상 없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도 음지에서 힘들어 할 많은 은희들에게 나 또한 작가의 마음처럼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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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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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미스터리 소설은 사건 전개와 함께 그 사건을 추적해 간다. 이 추적에서 여러 떡밥을 던져놓고 독자들을 혼란케 한 후 이야기 말미에서야 반전과 함께 범인을 드러낸다.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이 모든 상식을 뒤엎는 듯하다. 살인마의 정체를 밝힌다. 허무하게. 하지만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한다. 여자 주인공인이자 증인인 헨리에타가 바로 조울증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 헨은 경찰과 남편에게 진실을 밝히지만 아무도 증인인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의 저자 피터 스완슨은 <죽어야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소설로 이미 국내에 유명한 추리 소설 작가이다. 그는 이번 신작에서는 더 기발한 이야기로 찾아왔다. 이 책의 주인공 부부는 헨과 로이드 그리고 매슈와 미라 부부이다. 헨에게는 대학 시절 다른 친구를 스토킹한 전력이 있다. 조증환자인 그녀는 약을 먹어야 하고 로이드와의 사이에서 약으로 인해 아이를 포기했다. 새로 이사한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아이가 없는 부부인 옆집 매슈와 미라 부부를 알게 되고 매슈의 집에서 저녁 초대를 받게 된다.

집안 구경을 하던 중 헨은 서재에서 펜싱 트로피를 알게 되고 이 트로피가 전에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더스틴 밀러와 관련 있음을 직감한다. 이 직감을 매슈 또한 알아차리고 헨은 매슈가 또 다른 살인을 할 것을 예감하던 중 매슈가 동료 교사 미셸의 남자 친구인 스콧을 죽이는 걸 목격하게 된다. 경찰에게 매슈가 범인임을 알리지만 증거 부족과 헨의 과거 전력으로 인해 사람들은 헨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매슈로부터 접근 금지 신청을 받게 된다. 범인이 증인의 말보다 더 신빙성있게 되는 이 현실 속에서 매슈는 자신에게 유리함을 알고 헨에게 접근하며 특벽한 관계를 제시한다.

증인의 말을 믿어주는 유일한 사람이 범인밖에 없다.

신뢰성 없는 증인에게 범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털어놓는다.

이 믿기지 않는 상황에서부터 매슈의 동생 리처드가 나오고 그들의 충격적인 과거사가 나온다. 헨과 매슈의 심리 싸움에서 리처드가 개입되면서 저자 피터 스완슨은 이 이야기를 반전에 반전을 가져다 준다.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매슈가 자신의 살인 이유를 밝히는 부분은 섬뜩하지만 공감을 일으킨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나쁜 인간들은 변하지 않으므로 이 사회에 없애주는 게 더 훌륭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당당히 밝히는 매슈. 그리고 헨의 작품 세계와 자신의 살인을 비교하는 이 담대함은 정말 허를 찌른다.

살인으로 나쁜 자들을 처단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을 어느 누구보다 많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가정사와 함께 드러나는 동생 리처드의 이야기 속에 작가의 반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뒤통수를 맞는 듯한 이 반전은 앞의 매슈와 헨의 심리 싸움 대신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해 준다. 자신은 절대 여자를 죽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매슈와 여자를 창녀 취급하며 하대하는 동생 리처드, 같은 가정환경에서 극명하게 다른 이 두 인물의 성격으로 인해 피터 스완슨은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붙인다.

폭력, 살인, 광기, 데이트 폭력, 여성 표현 등 소재들이 불편하게 하는 면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폭력을 응징하는 방법과 과연 제대로 처벌받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를 자문하게 된다. 처음부터 매슈가 범인이라는 걸 밝힌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미 답을 내린 만큼 더 담대한 작전을 펼쳐간다. 독자를 설득하는 게 아닌 증인의 말을 믿지 않는 책의 인물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범인이 바로 매슈입니다를 알려야 한다. 이 어려운 작업을 피터 스완슨은 해낸다. 440페이지의 두꺼운 분량도 쉽게 넘기게 하는 가독성과 전혀 군더더기 없는 사건의 전개는 읽는 내내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한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이 때, 추리소설의 시작을 이 책으로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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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리랑 1
정찬주 지음 / 다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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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이 벌써 40주년을 넘었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전두환을 심판하지 못했고 피해자인 광주 시민들의 한은 겹겹이 쌓여간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그의 만행을 고발하지만 가해자들은 모르쇠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한다. 5.18을 기념한 수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새로운 회고록들이 출간된다. 올해 출간된 《광주아리랑 1,2》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그려주며 잊히지 않는 광주 시민들의 설움을 위로해준다.


《광주아리랑 1,2》는 1980년 5월 14일부터 27일까지 광주시민들의 긴박한 14일을 그린 소설이다. 두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저자 정찬주씨는 자신이 5.18의 간접 경험자임을 고백한다. 소설 속 인물 중의 한 명인 박효선씨의 친구인 저자는 친구인 박효선씨가 세상을 떠나면서까지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떠나간 친구를 보며 항상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친구가 떠난 지 많은 시간이 지나고 더 늦기 전에 이 민주항쟁을 다음 세대들에게 알게 하기 위한 책무로 《광주아리랑》을 집필했다.

《광주아리랑 1,2》에서는 주인공이 없다. 아니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시위를 주도했던 전남대,조선대생은 물론, 녹두서점 김상집, 여고생 박금희, 전남대 학생과장 서명원, 연극하기 위해 교사를 사직한 박효선 등 이 민주항쟁을 겪고 끝까지 함께 한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구두닦이부터 식당 종업원이였던 김현채는 물론 신부님, 스님 등 광주 시민들의 투쟁을 어느 하나 치우치지 않고 14일의 투쟁을 써내려간다.


1권의 첫 번째 이야기는 "전두환은 물러가라"며 시위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소개된다. 민주화를 꿈꾸는 대학생들의 모습과 함께 소박한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소개해준다. 공장에 다니다가 해고당한 나명관,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가 여러 직업을 전진하던 김현채, 신문사 보급총부 안상섭, 연극배우 박효선 등등 그들의 소탈한 일상이 소개된다. 부귀영화보다 내 자식이 잘 되길 바라거나 부모님을 도왔던 그들의 일상과 광주시민을 진압하기 위한 공수부대의 충정훈련을 교차해서 보여주며 이야기는 긴장감을 고조한다. 하루 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빨갱이로 세뇌시키며 그들의 충성심을 북돋는 군인들의 진압 작전 훈련과 포상금 제공 하는 등 충성을 요구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쇼를 위해 며칠 동안 사자들을 굶겨 극도의 허기를 느끼게 한 후 처형일에 사자를 풀어 놓아 사자들이 마음껏 죄수들을 짓밟을 수 있도록 한 고대 로마를 떠올리게 한다.


마침내 공수 부대가 쳐들어오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구타가 이어진다. 사나운 맹수가 먹이감을 찾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진압봉으로 대검으로 사정 봐주지 않으며 구타하는 군인들은 "너희들 때문에 힘든 훈련을 계속 받았어"라며 자신들이 받은 고된 훈련이 오로지 광주를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한 작전이었음을 확인시켜준다.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광주 시민들이 차츰 분개하며 일어나 시민군을 꾸려가며 본격적인시민군의 모습이 2권으로 이어진다.


정치와 관계없이 내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하던 각각의 인물들이 시민군으로 합류하며 죽음을 각오하며 싸울 걸 다짐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들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보여주며 이 소설은 슬픔을 배가시킨다. 그들 안에서 내분도 있고 점점 다가오는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떠나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두려워한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하며 후를 기약하는 그들의 모습을 저자는 담담하게 그려낸다. 시민군의 외로움이 대형 스피커에 울러퍼지는 박영순씨의 울먹이는 목소리와 겹쳐 더욱 큰 외로움을 발산한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도청으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어서 도청으로 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세요.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아빠 형제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나오셔서 학생들을 살려주세요.


《광주아리랑 1,2》의 초반 광주에서 있던 횃불시위 속에 2016년의 촛불 혁명을 생각하게 한다. 광주에서 횃불을 들던 1980년대와 2016년 촛불 또는 스마트폰의 불빛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광장으로 나온 촛불 집회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비록 5.18 민주항쟁은 철저히 짓밟혔지만 이 항쟁이 씨앗이 되어 2016년 비로소 결실을 거두었음을 알게 한다. 한명의 승리가 아닌 모두의 승리였듯 민주항쟁 또한 모든 광주시민의 항쟁이었다.


저자는 소설이지만 이 항쟁을 미사여구가 없이 사실 그대로 서술하는 데 집중한다. 용감하게 싸운 시민들의 모습도 그려내지만 차마 용기내지 못하고 나서지 못한 인물들의 모습도 그려낸다. 과도한 감정과잉이 없이 사실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러하기에 이 소설은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읽는 동안 가슴이 아파서 몇 번씩 읽기를 멈추고 먼 산을 바라보았다. 매년 수많은 5.18 관련 책들이 출간되고 일부 사람들은 무덤덤해한다. 40년이 넘는 세월 속에 가해자들은 빨리 시간이 지나가서 사람들이 제 풀에 지쳐 포기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각인 된 이 고통은 매년 새롭게 되새김질된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분노해야 한다. 더 잊지 말아야 한다. 《광주아리랑》 은 우리에게 이 진실을 계속 되새김질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산 자의 시선에서 멈춘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이들이 마침내 길고 긴 고통에서 벗어나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는 이 소설의 후속편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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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 중국 민주 자유를 위한 간절한 외침
우쩐룽 지음 / nobook(노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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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라고 하면 보통 우리는 시리아 또는 예멘 등의  난민을 생각한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국 난민이라고 한다면 잘 연상이 되지 않는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서  온 난민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아함을 품을 것이다. 중동과 달리 사상 또는 정치적인 망명이 많은 중국, 수많은 소수 민족을 통제하기 위해  SNS를 막는 나라 중국에서 온 정치 난민인 우쩐룽 씨가 쓴 회고록이다. 

<도망자>의 저자 우쩐룽 씨는 중국에서 사상범으로 수배되어 한국으로 망명한 첫 번째 정치 난민이다.  저자는 자신의 첫 이야기를함께 망명온 친구 등원비와 거하던 중 자신을 찾아 온 쉬버 씨와의 쉬버 씨를 통해 알게 된 최황규 목사님과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강대국인 중국의 압박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받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저자는 법무부와의 면접을 통해 자신이 망명 온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쩐룽 씨는 중국 섬서성 흥평시 소남촌 출생으로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해방년 출신이다. 시골 마을에서 자란 저자는 할머니, 아버지 무승신, 어머니 가가을 자신의 3명의 스승이라고 칭하며 자신이 공산당의 일방적인 가르침에 세뇌되지 않은 건 할머니의 영향이 컸음을 고백한다. 

공산당 정권은 학생들에게 '혁명 소설'을 읽으라고 권장하는 등 중국 공산당이 전 국민에게 공산주의로 전향하라는 임무를 주며  통치한다. 저자 또한 공산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사상 교육을 받으며 순응해 간다.  공산주의 청년단 교육에서 반장 겸 학습위원인 주요 자리까지 차지하지만 단 지부에서 실행하는 '자아비판'은 저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저자 자신이 본보기 대상이 되어 자신의 죄를 동지들에게 고백하며 용서를 받아야 하는 이 과정은 사상적,  정신적인 고통이자 치욕이었다. 이 '자아비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당장 학교에서 쫓겨나야 하는 이 시간이 저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후에 자신의 반역 행위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회고한다. 

<도망자>에서 저자는 자신이 공산당의 사상에 반하는 글을 쓰고 움직이게 된 계기는 '문화대혁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는 자신이 공산당을 반대하게 되는 계기인 이 문화대혁명에 대해 너무 단편적으로만 소개한다. 중국의 역사에 낯선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이 역사의 배경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자의 심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공산당이 조금씩 중국 국민을 통제해 가는 모습은 순차적으로 소개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간략한 설명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매우 크게 느껴졌다. 
책의 말미 저자가 정치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후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도 좋지만 중국의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자신이 사상에 반하는 원고를 썼기 떄문에 수많은 원고를 썼지만 한 권도 출판하지 못하는 불운한 작가라고 말한다. 어떤 원고는 화재로 불에 탔고 중국 공산당에 압수된 원고도 있다. 책 곳곳에 출판되지 못하고 묵힌 원고들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나는데 그 원고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곁들이거나 저자가 기억하는 만큼 자신의 원고를 일부 소개해 주었더라면 저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도망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였다. 180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었다면 이런 아쉬움은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해에 태어난 저자는 공산당 정권이 국민들의 통제력을 조금씩 장악해가는 모습을 설명해 주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중국의 이면을 이해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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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 즐겁게 시작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허유정 지음 / 뜻밖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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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코로나바이러스 원인이 자연의 닫힌 시스템이 환경 오염으로 인해 열린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박쥐 등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된 결과라는 글을 읽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 동물들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노출되어 전염병을 일으켰다는 기사가 과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글의 진위여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환경 오염이 북극곰, 빙하 등의 아주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피해라고만 인식했지만 이제 멀리가 아닌 바로 내 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공포감이 나를 압도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텀블러 외에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막막하기만 했다. 좀 더 실질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로부터 그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책의 저자 허유정 씨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환경운동가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어떤 단체에 소속되기보다 "자연에 무해한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무해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저자는 솔직히 고백한다. 자신이 제로 웨이스트 삶을 살게 된 건 북극곰이 아닌 자신의 건강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 3년 차 갑자기 찾아온 가슴 통증으로 검사를 받고 자신의 통증 원인을 생각해 보던 중 저자는 과거에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떠올렸다. 생리통에 힘들어하던 여학생들이 집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 용기로 바꾸면서 생리통이 완화되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던 저자는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 때부터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갔다.

종이컵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며 조금씩 친환경주의 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본격적인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결심한 건 독일 함부르크에 방문하면서부터였다. 제로웨이스트 (Zero Waste)는 단어 그대로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들며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을 보며 저자는 깊은 감명을 받는다. 환경 보호가 생활이 된 사람들,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정착된 그들의 삶을 보면서 저자 또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찾아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운동가가 아닌 일반 생활인의 입장이기에 매우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 설거지, 구매 습관, 텀블러 이용, 휴대용 도구, 보관 용기 등 주방, 거실, 생리대 , 화장품 까지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전반적인 생활용품등을 친환경 아이템으로 추천해준다. 특히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템과 함께 주변 SNS 지인들이 추천해주는 아이템까지 함께 설명해주어 선택폭을 넓혀 준다. 저자의 목록을 따라가다보면 그동안 우리 생활에 얼마나 플라스틱 제품이 침투해져 있는지, 우리가 무의식중에 버리는 쓰레기가 매우 많음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로웨이스트 제품 중에 가장 놀라운 건 화장솜이었다. 여자라면 화장 필수 아이템인 화장솜 대신 면패드로 사용하고 매일 세척하여 사용하는 점은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화장솜이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은 사각 모양의 솜이 아침 저녁으로 버려지고 이 양이 쌓여 거대한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사실 '제로웨이스트'삶을 살아 간다는 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 하고 매일 행주를 삶아야 한다. 면생리대도 매일 빨아야 하고 보관 용기도 들고 다녀야 한다. '빨리 빨리'와 '간편함'을 최고로 여기는 이 시대에 '제로웨이스트'삶은 슬로우 라이프를 요구한다. 최근 새벽배송으로 큰 인기를 끄는 '마켓XX' '로켓 XX'은 편함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모습 속에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보여준다. 하루 더 빨리 받자고, 조금만 더 편해 보자고 하는 우리의 욕심 속에 쓰레기는 쌓여 간다. 하지만 조금만 더 늦게, 조금만 불편을 감수한다면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의 라벨을 제거하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한 마디씩 하곤 한다. 이런다고 안 달라진다고.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말 속에 고민하곤 한다. 나 혼자 유난 떠는 것일까. 하지만 저자 허유정 씨는 이 운동이 결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님을 말해준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법 규정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장 쉬운 '텀블러'를 이용하는 첫 걸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나가서 피켓은 들지 못하더라도 내 주변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쟤도 하는데 나도 해볼까?라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장 쉬운 것부터 실행하기로 했다. 우선 설거지 비누와 천연 수세미를 구입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다른 아이템을 바꿔나가야겠다.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따라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평범한 자신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하겠냐며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책을 읽고 난 후 나 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 누구라도 저자의 제로웨이스트생활에 동참하고 싶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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