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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 즐겁게 시작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허유정 지음 / 뜻밖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코로나바이러스 원인이 자연의 닫힌 시스템이 환경 오염으로 인해 열린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박쥐 등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된 결과라는 글을 읽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 동물들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노출되어 전염병을 일으켰다는 기사가 과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글의 진위여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환경 오염이 북극곰, 빙하 등의 아주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피해라고만 인식했지만 이제 멀리가 아닌 바로 내 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공포감이 나를 압도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텀블러 외에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막막하기만 했다. 좀 더 실질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로부터 그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책의 저자 허유정 씨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환경운동가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어떤 단체에 소속되기보다 "자연에 무해한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무해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저자는 솔직히 고백한다. 자신이 제로 웨이스트 삶을 살게 된 건 북극곰이 아닌 자신의 건강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 3년 차 갑자기 찾아온 가슴 통증으로 검사를 받고 자신의 통증 원인을 생각해 보던 중 저자는 과거에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떠올렸다. 생리통에 힘들어하던 여학생들이 집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 용기로 바꾸면서 생리통이 완화되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던 저자는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 때부터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갔다.
종이컵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며 조금씩 친환경주의 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본격적인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결심한 건 독일 함부르크에 방문하면서부터였다. 제로웨이스트 (Zero Waste)는 단어 그대로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들며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을 보며 저자는 깊은 감명을 받는다. 환경 보호가 생활이 된 사람들,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정착된 그들의 삶을 보면서 저자 또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찾아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운동가가 아닌 일반 생활인의 입장이기에 매우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 설거지, 구매 습관, 텀블러 이용, 휴대용 도구, 보관 용기 등 주방, 거실, 생리대 , 화장품 까지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전반적인 생활용품등을 친환경 아이템으로 추천해준다. 특히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템과 함께 주변 SNS 지인들이 추천해주는 아이템까지 함께 설명해주어 선택폭을 넓혀 준다. 저자의 목록을 따라가다보면 그동안 우리 생활에 얼마나 플라스틱 제품이 침투해져 있는지, 우리가 무의식중에 버리는 쓰레기가 매우 많음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로웨이스트 제품 중에 가장 놀라운 건 화장솜이었다. 여자라면 화장 필수 아이템인 화장솜 대신 면패드로 사용하고 매일 세척하여 사용하는 점은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화장솜이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은 사각 모양의 솜이 아침 저녁으로 버려지고 이 양이 쌓여 거대한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사실 '제로웨이스트'삶을 살아 간다는 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 하고 매일 행주를 삶아야 한다. 면생리대도 매일 빨아야 하고 보관 용기도 들고 다녀야 한다. '빨리 빨리'와 '간편함'을 최고로 여기는 이 시대에 '제로웨이스트'삶은 슬로우 라이프를 요구한다. 최근 새벽배송으로 큰 인기를 끄는 '마켓XX' '로켓 XX'은 편함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모습 속에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보여준다. 하루 더 빨리 받자고, 조금만 더 편해 보자고 하는 우리의 욕심 속에 쓰레기는 쌓여 간다. 하지만 조금만 더 늦게, 조금만 불편을 감수한다면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의 라벨을 제거하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한 마디씩 하곤 한다. 이런다고 안 달라진다고.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말 속에 고민하곤 한다. 나 혼자 유난 떠는 것일까. 하지만 저자 허유정 씨는 이 운동이 결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님을 말해준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법 규정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장 쉬운 '텀블러'를 이용하는 첫 걸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나가서 피켓은 들지 못하더라도 내 주변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쟤도 하는데 나도 해볼까?라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장 쉬운 것부터 실행하기로 했다. 우선 설거지 비누와 천연 수세미를 구입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다른 아이템을 바꿔나가야겠다.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따라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평범한 자신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하겠냐며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책을 읽고 난 후 나 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 누구라도 저자의 제로웨이스트생활에 동참하고 싶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