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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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법안을 내세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조사한다. 그들이 조사한 자료들은 정책을 입안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된다. 그래프 또는 도표를 작성하여 내세우는 통계, 또는 데이터들을 보며 항상 생각나는 의문점이 있다. 저 데이터들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하였을까? 가령 가정의 경우 4인 가정을 기준으로 하여 조사한다. 따라서 4인 가족 기준에 맞는 정책들을 내세운다. 2인 가정 또는 1인 가정에 대한 법에는 내세우지 않는다. 편향된 데이터는 기준이 되지 않는 측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의 저자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운동가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었고 '올해의 인권 운동가상'을 수상했다. 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부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로 어떤 현상을 조사하기 위한 데이터를 만들 때 여자를 배제한 채 남성을 기본으로 설정으로 자료를 만듦으로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배제되는 현실에 대해 고발한 책이다.

먼저 저자는 이 사회가 남자를 '디폴트' 즉 '기본'이라고 간주하는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가령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조차도 '남성'언어의 경우 여자와 섞여 있어도 '남성형' 통칭을 사용하지만 여성의 경우 여자 9명과 남자 1명이 있는 경우라도 남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형' 통칭을 사용됨을 말한다. 저자의 설명은 스페인어를 연상케 한다.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뚜렷한 스페인어지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을 때 남성명사로 사용하도록 한다. 왜 여성이 있는데도 남성으로 불리어져야 하는가? 바로 남자를 기본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기본'이라는 인식은 많은 편향된 데이터를 낳는다. 남성 위주의 실험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먼저 데이터의 종류를 일상, 직장, 설계, 의료, 공공생활, 재난 등 여섯 가지로 나뉘어 그동안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얼마나 부족한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해간다.

가장 먼저 일상의 경우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를 저자는 먼저 밝혀준다. 가령 육아의 주된 책임자는 엄마이다. 맞벌이의 경우 주로 아이 등하원을 맡는 경우도 엄마가 많다. 식사 준비를 위해 시장에 가거나 돌봄노동을 주로 하는 여성들은 직장과 집을 왕복하는 남성의 이동 패턴과 많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정부에서 교통수단을 정비하고자 할 때 여성들의 이동 경로가 아닌 남성들의 이동 경로가 우선시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를 기본으로 간주하고 남자만의 자료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도로를 만들거나 교통 수단을 확대할 때 남성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의료의 경우 같은 질병이라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증상이 다르다. 증상이 다른 만큼 각자의 증상에 맞는 치료법과 약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는 디폴트 인간을 남자로 규정함으로 여성에 대한 연구는 배제하였다. 시중에 파는 많은 약들이 남자를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결국 여자들에게는 효험이 없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저자가 예를 드는 SARS 사스 전염병 시 임산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저자는 젠더 데이터의 부재는 결국 여자가 살아가는 데 위험한 세상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젠더 데이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필요하며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누군가는 데이터 부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우리의 일상을 좌우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진다. 여성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약이 만들어진다. 이제까지 젠더 데이터의 부재로 남성위주의 정책이 만들어졌다. 여성들은 반강제적으로 남성 위주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한 데이터의 부재가 만들어가는 현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해 준다. 나조차도 당연시 여겼던 많은 부분들이 남성 기준의 삶으로 살아왔는지 알게 해 준다. 여성이 권리를 찾기 위해서, 삶이 진정 젠더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평등한 데이터가 만들어져야 함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강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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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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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읽다 보면 독특한 소재를 많이 접하게 된다. 현실을 그린 한국 문학에 비해 일본 소설은 상상력과 작가가 중심 인물에에게 부여하는 특별한 능력으로 현실을 더 깊게 보도록 만들어낸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죽은 고인의 영을 느낄 수 있는 주인공 시미즈 미소라의 능력을 통해 죽음과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의 저자 나가쓰키 아마네는 데뷔작인 이 소설로 제19회 소학관문고 소설상을 수상함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저자 역시 이 소설의 시미즈 미소라처럼 장례식장에서 2년간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편의 간병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남편이 잠든 시간을 이용해 글을 써왔던 작가는 남편의 간병 생활의 경험을 살려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시미즈 미소라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자 취업 준비생이다. 부동산 회사로 취업을 하고 싶지만 취업의 문턱 앞에서 매번 고배를 마신다. 막연히 취업을 기다릴 수만 없는 미소라는 잠시 쉬었던 반도회관 장례식장의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한다. 죽음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곳,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는 곳, 산자와 죽은자가 이별하는 장례식장에서 시미즈 미소라는 고인의 영을 볼 수 있는 스님 사토미씨와 사토미씨의 절친한 친구이자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리와 함께 하며 고인의 장례를 준비한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에서는 다양한 고인들의 사연이 그려진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인, 병으로 어린 자녀가 하늘나라로 이별하는 부모, 끝없는 슬픔에 끝내 잠식되어버린 여인 등등.. 그들 모두에게 슬픈 이야기가 있다. 쉽게 이별하지 못하는 부모, 그리고 쉽게 떠나지 못하는 영혼,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한 희망을 꿈꾸었으나 계단 추락사로 순식간에 아내와 아이를 잃은 남편.. 모두의 슬픈 사연들 속에 저자는 남겨진 자들에 대한 위로를 그려낸다.

자신과 아이를 마음 편히 보내주라는 아내의 부탁, 그리고 혼자 하늘나라로 가기 힘들어하는 어린 영혼을 위해 함께 하늘나라 길동무가 되어주던 시미즈 미소라의 언니 등.. 산자와 고인 모두 서로가 위로해주며 마지막 길을 향한다.

유족들에게는 이 마지막이 결코 끝이 아니며 계속하여 살아가야함을, 고인에게는 웃으며 작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우루시바라를 위시한 사토미와 미소라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책 속에 그려진 죽음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바로 어린 자녀를 떠나보낸 장례식이였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아이였건만 병으로 딸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야만 했던 부모의 마음과 부모를 두고 떠나기 싫어 맴돌던 어린 아이의 마음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자신의 슬픔보다 아내의 슬픔을 먼저 챙기며 함께 이겨나가자고 위로해주는 부부의 모습은 이들이 결코 슬픔에 매몰되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며 감동을 안겨준다.

하루에도 몇 십 건의 시신이 안치되는 장례식장. 이 죽음들이 결코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 죽음은 또한 삶이다. 죽음을 인지하며 준비하는 삶은 결코 후회를 마련하지 않는다. 죽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하는 사이에 깨달은 게 있다.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도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손가락 사이를 스윽 빠져나간다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즐겨보던 드라마 <판타스틱>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유언을 써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웰빙 웰빙 하는데 웰다잉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며 "어떻게 죽을까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살지 답이 나오거든요"라고 말한다.

고인의 시신을 보며 고인의 삶을 추리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내 마지막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본다. 과연 잘 살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우리에게 죽음 앞에 더욱 겸손해지고 지금을 더욱 충실하게 사랑하도록 말해준다. 더욱 사랑하고 더욱 잘 살아갈 때 우리가판타스틱의 대사처럼 웰다잉을 할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근래 이 세상을 떠난 많지 않은 지인들이 떠올랐다. 장례식장에서 짧은 생을 살다간 그들의 모습을 애도하며 다시 한 번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일상 속에 돌아오면 빛의 속도로 죽음을 잊게 된다. 하지만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죽음이 결코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소설이다. 이 죽음 앞에서 더욱 인생을 껴안으며 행복해질 수 있게 붙잡도록 해 준다. 죽음 또한 삶의 한 부분임을 인지하며 내게 남겨진 삶을 끝까지 사랑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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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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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며 항상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나는 자문하곤 한다. "내가 나이값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이 직장에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맞게 살아가는 걸까?" 이 질문이 반복될수록 자신이 없었다. 그 질문과 함께 내가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보다 더 어리지만 능력 있는 동료를 볼 때마다 그 질문은 나를 더욱 괴롭혔다.


소설 《당신의 4분 33초》은 2020년 황산벌 청년 문학상 수상작이다. 저자 이서수씨는 필명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지만 청탁이 없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후 다시 이 황산벌 청년 문학상으로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당신의 4분 33초》의 포맷이 아버지가 남긴 글을 자신의 작품으로 투고해 문학상에 등단한 소설가 이기동의 이야기라는 소재에 끌려 일게 되었다. 소설가 등단 후 벌어지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이 소설은 처음부터 내 예상을 빗나갔다.


소설은 음악가 존 케이지와 이기동의 이야기를 병렬하여 보여준다. 존 케이지라는 음악가 존재를 알지 못했거니와 서로 교차되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내게 낯설음과 당혹감을 주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어떤 공통점이 없는 것 같은 두 사람의 삶이 결말을 향해 갈수록 하나로 이어짐을 알 수 있지만 굳이 존 케이지의 이야기를 상당한 부분 삽입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당신의 4분 33초》 의 주인공 이기동은 루저이다. 집 나간 아버지, 의사 또는 판사가 되길 원했던 어머니의 지원에도 삼수를 하여 간신히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운도 없는 이 시대의 낙오자이다. 평범하다 못해 표준에도 못 미치는 사람. 그가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온 우편물을 보게 된다. 아버지가 생전 쓴 단편 소설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이기동은 자신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응모하여 수상의 영예를 얻는다. 한순간에 수상작가로 문단에 등단한 이기동은 재수생 시절 만났던 최장기수생 여자와 결혼하여 가정도 꾸린다. 그렇다면 이제 이기동의 인생은 이대로 인생역전된 걸까?


이 소설의 반전은 바로 이기동의 공모전 수상 부터이다. 모두들 그가 이제 잘 나가는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될 것으로 기대했건만 계속되는 무명작가로서의 인생은 의아함을 가지게 한다. 어떠한 반전도 없이 추락하는 듯한 이기동의 인생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한심한 인생으로 비쳐질 뿐이다. 떠오르는 신예작가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김밥집 주방에서 일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후에 망한 지하서점을 인수해 쓸쓸히 자리를 지키는 이기동의 모습은 왠지 허무하기까지 하다. 이대로 끝인 걸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이기동의 인생이 가장 밑바닥이였을 때 처음에 어색하게만 다가오는 존 케이지의 이야기가 빛을 발할 때임이 최고의 반전이였다. 책 중간 중간 이 세상의 표준이라고 정해 놓고 그 표준을 도달하지 못하는 인생들을 향한 위로와 울분이 간간히 터져나오며 공감을 자아냈다면 마지막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소리와 소음이 구분이 없다는 존 케이지의 음악처럼 인생에도 성공과 실패한 인생은 따로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어떠한 반전 없이 묵묵히 지속되는 삶. 이기동의 모습을 끝까지 읽어나가며 나는 눈물이 나오는 걸 참아냈다.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이기동의 모습이 매번 나 자신에게 회의하며 작아지는 나와 다른 누군가를 향한 응원같아서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


아닙니다. 명백히 달라요.

저는 소음을 소리로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겁니다.

처음부터 소음이란 존재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소음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인생의 무게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인생의 무게가 크고 화려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작다고 하여 우리는 그 사람을 함부로 루저라고 한심하다고 말해선 안 된다. 모두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작가는 이기동을 통해 보여준다. 마치 존 케이지가 자동차의 부품처럼, 다른 각자의 사물이 내는 소리가 소음이 아닌 개별의 소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만약 이기동이 아버지의 작품으로 등단하여 승승장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살아가는 삶. 자신의 4분 33초를 여전히 만들어가고 있는 이기동의 삶 역시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이기동은 낙선작들을 품어주는 역할로 비록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지만 무명 작가들에게 그리고 빛 바랜 작품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존 케이지의 이야기가 전반부가 아닌 후반부를 중심으로 쓰여졌다면 이야기가 더욱 가독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가볍기만했던 이기동의 삶이 묵직한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내게도 나의 4분 33초를 끝까지 만들어가도록 응원하는 작가의 위로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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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
제임스 리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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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군산 대명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재 현장은 불법 성매매업소였다. 출입문이 쇠창살로 막은 업소에서 여자들은 장소에 갇혀 질식사로 생을 마감해야했다. 이 억울한 죽음 앞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했다. 정부는 성매매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그 뿐이었다. 업주들은 또 다른 사각지대를 찾아 아가씨들을 미끼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수익금을 취한다. 항상 도돌이표인 허술한 법과 단속은 또 다른 소중한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은 군산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소설 속 중심인물인 소희는 근무하는 업소에서 최고참이다. 매일 저녁 과한 화장과 반쯤 드러난 옷을 입고 유리창 안에서 남자 손님을 유인한다. 근처 다른 불법업소의 화재 사건을 듣고 자신들에게 닥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소희와 다른 여자들을 두려움에 휩싸인다. 여자들의 두려움과 달리 업소 주인에게는 이 사건으로 관공서의 단속이 더욱 심해질 것 같아 귀찮아졌다며 불평한다.


소설은 소희의 현재와 소희가 어떻게 불법 성매매업소로 흘러들어왔는지 과거로부터 거슬러 보여준다. 가난, 임신과 사산, 조직의 꾀임 등.. 소설 속에 그려지는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때론 불편하기까지하다.

군산에서 호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원점이 되는 그녀의 인생은 출구가 보이지 않아 읽는 동안 답답함을 멈출 수 없다. 그렇다. 출구가 없는 삶. 끝내 자포자기의 삶으로 귀결되는 그녀들의 일생을 작가는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성매매가 이 사회에 얼마나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성매매는 돈 있는 일부 사람들이 즐기는 일이 아니다. 많은 보통 남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성매매업소를 찾아간다. 가령 군대 가기 전 기념으로, 결혼 전 기념으로, 회사 회식 후 2차로 여자를 찾고 자신들의 여흥을 즐긴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유를 붙여 업소를 찾는 남자들, 그리고 여자를 미끼로 돈을 버는 업소 주인과 여자들을 감시하는 폭력배와 남자 미끼 등.. 그들에게 여성은 사람이 아닌 그들의 재산일 뿐이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소설 때문이 아닌 이 화재가 일어난 당시, 나는 같은 지역에서 그 소식을 들었고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있을 때 성매매 특별법을 피해 성매매 여성들이 호주로 많이 건너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음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잠시만 분노하고 어쩔 수 없다고 돌아섰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그들은 더 외로웠다는 생각에 더욱 미안해진다.


그들은 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 나갈 수만 있었어도, 우리가 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 더 그녀들을 함께 해 주며 앞장 섰다면 이런 허무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문틈 사이로 한 걸음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 그 소중한 인생. 우리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녀들을 우리와 똑같은 인생으로 생각했는지. 과연 이 질문에 몇 명이나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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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 - 당신의 꽃은 무엇인가요? 조경기사의 식물 인문학 1
홍희창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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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을 잘 알지 못한다. 장미, 해바라기 등 보편적인 꽃은 알고 있지만 그 외의 꽃은 여섯 살 아이들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꽃과 나무에 무지하다. 아이들과 길을 가다 가끔씩 걸음을 멈추며 꽃 이름을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대답해주지 못해 무안할 때도 많았다. 갈수록 바깥 외출이 어려워지는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과 꽃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읽게 되었다.

《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의 저자 홍희창씨는 은행 지점장에서 퇴직한 후 밀양에서 텃밭에서 수십 종의 채소와 백여 그루의 나무를 키우며 매주 '터앝을 가꾸며'란 연재물을 SNS에 올리고 있다. 단지 조경기사이리라 지레 짐작한 나의 예상과 다른 저자의 이력이 다소 특이하다.

이규보는 고려 시대의 문인으로 명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다. 저자는 이규보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 등에 나오는 2천 편이 넘는 시들 가운데 꽃과 나무, 과일과 채소를 읊은 시를 골라 각각의 특성과 상징, 키우는 법 등에 관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꽃과 나무의 실제 사진이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사진이 아닌 작품 속에 그려진 꽃과 나무들을 보여 준다. 이규보의 시와 함께 모란, 동백, 매화 등등 수많은 꽃이 소개되는데 그에 얽힌 일화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특히 저자는 혼동하기 쉬운 꽃 설명도 곁들어 독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도와준다. 가령 동백꽃은 알고 있었지만 애기 동백꽃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던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 각각을 구분하는 법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자리 잡은 시기가 1900년경 애국가 가사 후렴으로 들어가면서부터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무궁화에 대해 하는 많은 질문을 얼버무리기 바빴는데 이 책에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변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소나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해송이라고도 하고 춘양목 (금강소나무)라고 불리는 소나무도 있다. 꽃과 나무를 보며 왜 단 하나의 종류라고 생각하며 더 알지 못했던 걸까라는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시골에서부터 그토록 보아왔던 내 주변의 사물들에 나는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을까? 단지 아이들과 함께 꽃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자연에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다만 아쉽다면 주로 소개되는 일화가 중국과 한국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서양의 일화까지 함께 소개해 주었다면 더욱 풍요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작품 속의 그림이 아닌 실제 사진을 한 장이라도 삽입했더라면 그 꽃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기 기대했던 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이라면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온갖 질문에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꽃과 나무 이야기를 자신있게 들려주는 나의 모습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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