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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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법안을 내세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조사한다. 그들이 조사한 자료들은 정책을 입안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된다. 그래프 또는 도표를 작성하여 내세우는 통계, 또는 데이터들을 보며 항상 생각나는 의문점이 있다. 저 데이터들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하였을까? 가령 가정의 경우 4인 가정을 기준으로 하여 조사한다. 따라서 4인 가족 기준에 맞는 정책들을 내세운다. 2인 가정 또는 1인 가정에 대한 법에는 내세우지 않는다. 편향된 데이터는 기준이 되지 않는 측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의 저자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운동가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었고 '올해의 인권 운동가상'을 수상했다. 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부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로 어떤 현상을 조사하기 위한 데이터를 만들 때 여자를 배제한 채 남성을 기본으로 설정으로 자료를 만듦으로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배제되는 현실에 대해 고발한 책이다.

먼저 저자는 이 사회가 남자를 '디폴트' 즉 '기본'이라고 간주하는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가령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조차도 '남성'언어의 경우 여자와 섞여 있어도 '남성형' 통칭을 사용하지만 여성의 경우 여자 9명과 남자 1명이 있는 경우라도 남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형' 통칭을 사용됨을 말한다. 저자의 설명은 스페인어를 연상케 한다.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뚜렷한 스페인어지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을 때 남성명사로 사용하도록 한다. 왜 여성이 있는데도 남성으로 불리어져야 하는가? 바로 남자를 기본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기본'이라는 인식은 많은 편향된 데이터를 낳는다. 남성 위주의 실험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먼저 데이터의 종류를 일상, 직장, 설계, 의료, 공공생활, 재난 등 여섯 가지로 나뉘어 그동안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얼마나 부족한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해간다.

가장 먼저 일상의 경우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를 저자는 먼저 밝혀준다. 가령 육아의 주된 책임자는 엄마이다. 맞벌이의 경우 주로 아이 등하원을 맡는 경우도 엄마가 많다. 식사 준비를 위해 시장에 가거나 돌봄노동을 주로 하는 여성들은 직장과 집을 왕복하는 남성의 이동 패턴과 많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정부에서 교통수단을 정비하고자 할 때 여성들의 이동 경로가 아닌 남성들의 이동 경로가 우선시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를 기본으로 간주하고 남자만의 자료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도로를 만들거나 교통 수단을 확대할 때 남성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의료의 경우 같은 질병이라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증상이 다르다. 증상이 다른 만큼 각자의 증상에 맞는 치료법과 약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는 디폴트 인간을 남자로 규정함으로 여성에 대한 연구는 배제하였다. 시중에 파는 많은 약들이 남자를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결국 여자들에게는 효험이 없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저자가 예를 드는 SARS 사스 전염병 시 임산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저자는 젠더 데이터의 부재는 결국 여자가 살아가는 데 위험한 세상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젠더 데이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필요하며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누군가는 데이터 부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우리의 일상을 좌우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진다. 여성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약이 만들어진다. 이제까지 젠더 데이터의 부재로 남성위주의 정책이 만들어졌다. 여성들은 반강제적으로 남성 위주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한 데이터의 부재가 만들어가는 현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해 준다. 나조차도 당연시 여겼던 많은 부분들이 남성 기준의 삶으로 살아왔는지 알게 해 준다. 여성이 권리를 찾기 위해서, 삶이 진정 젠더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평등한 데이터가 만들어져야 함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강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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