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 - 당신의 꽃은 무엇인가요? ㅣ 조경기사의 식물 인문학 1
홍희창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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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을 잘 알지 못한다. 장미, 해바라기 등 보편적인 꽃은 알고 있지만 그 외의 꽃은 여섯 살 아이들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꽃과 나무에 무지하다. 아이들과 길을 가다 가끔씩 걸음을 멈추며 꽃 이름을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대답해주지 못해 무안할 때도 많았다. 갈수록 바깥 외출이 어려워지는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과 꽃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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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의 저자 홍희창씨는 은행 지점장에서 퇴직한 후 밀양에서 텃밭에서 수십 종의 채소와 백여 그루의 나무를 키우며 매주 '터앝을 가꾸며'란 연재물을 SNS에 올리고 있다. 단지 조경기사이리라 지레 짐작한 나의 예상과 다른 저자의 이력이 다소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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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는 고려 시대의 문인으로 명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다. 저자는 이규보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 등에 나오는 2천 편이 넘는 시들 가운데 꽃과 나무, 과일과 채소를 읊은 시를 골라 각각의 특성과 상징, 키우는 법 등에 관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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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 전 꽃과 나무의 실제 사진이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사진이 아닌 작품 속에 그려진 꽃과 나무들을 보여 준다. 이규보의 시와 함께 모란, 동백, 매화 등등 수많은 꽃이 소개되는데 그에 얽힌 일화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특히 저자는 혼동하기 쉬운 꽃 설명도 곁들어 독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도와준다. 가령 동백꽃은 알고 있었지만 애기 동백꽃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던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 각각을 구분하는 법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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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자리 잡은 시기가 1900년경 애국가 가사 후렴으로 들어가면서부터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무궁화에 대해 하는 많은 질문을 얼버무리기 바빴는데 이 책에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변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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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해송이라고도 하고 춘양목 (금강소나무)라고 불리는 소나무도 있다. 꽃과 나무를 보며 왜 단 하나의 종류라고 생각하며 더 알지 못했던 걸까라는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시골에서부터 그토록 보아왔던 내 주변의 사물들에 나는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을까? 단지 아이들과 함께 꽃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자연에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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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쉽다면 주로 소개되는 일화가 중국과 한국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서양의 일화까지 함께 소개해 주었다면 더욱 풍요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작품 속의 그림이 아닌 실제 사진을 한 장이라도 삽입했더라면 그 꽃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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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기 기대했던 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이라면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온갖 질문에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꽃과 나무 이야기를 자신있게 들려주는 나의 모습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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