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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2018년 청와대에서 방송한 한 공익 광고의 치매 가족을 돌보겠다는 공익 광고의 멘트입니다.
휘이 작가의 웹툰 《괜찮다, 안 괜찮다》는 보호받던 자녀에서 이제는 엄마의 보호자로, 엄마의 엄마가 되어야만 하는 치매 가족의 현실을 그린 그 광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딸 안지호는 서점 직원이자 폭력 남편과 헤어진 엄마와 함께 단 둘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지긋지긋한 남편과도 헤어졌고 혼자 힘으로 마트 취업에 성공한 엄마 나숙희는 이제서야 인생 2막을 살 수 있을 거란 자신감에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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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기대한 엄마에게 찾아온 불청객 '치매'는 엄마의 삶을 조금씩 훼방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불안함'과 '설마'가 공존하는 혼돈 속에서 점차 짙어지는 치매 현상은 '두려움'속에 '현실'을 힘겹게 받아들이는 딸 지호의 모습과 함께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자식에게 부담이 되어야 하는 엄마 나숙희 모녀가 그려집니다.
그 중 가장 공감되는 건 심해지는 엄마의 증상에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호의 죄책감과 갈등입니다.
'내가 아픈 엄마를 놔두고 남자친구 정우와 결혼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결혼하면 엄마를 버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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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의 고민은 치매 부모님을 앞둔 가족들 뿐만 아니라 투병하는 부모님을 둔 많은 자녀들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저희 가족 3형제 또한 4년 전, 엄마의 병 진단을 받은 후 수시로 자책감에 시달립니다.
재미있는 일에 웃다가도 문득 혼자서 두려움에 떨며 힘들어할 엄마를 생각하게 되면 나만 행복한 것만 같은 현실에 미안해지게 되는 현실. '이대로 나만 웃어도 괜찮은 걸까?'라는 죄책감에 즐거움을 미루게 되는 가족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핑크빛 미래를 생각하던 엄마와 딸 앞에 불쑥 찾아온 치매로 삶의 방향이 조금씩 틀어집니다. 딸 지호는 남자 친구와의 결혼이 미뤄지기도 하고 동생 지훈은 아버지와 어머니 둘 다 모시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괜찮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 속에서 '괜찮을 거야'라고 수없이 다짐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끝까지 엄마의 역할을 하고 싶고 딸의 앞날에 부담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 엄마의 시선이 함께 그려집니다.
제목 《괜찮다, 안 괜찮다》 처럼 괜찮을 거라 다독이다가도 안 괜찮다며 힘들어지는 이 상황 속에서 딸 지호와 엄마 숙희를 포함하여 나머지 가족 아들 지훈과 아빠의 선택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상황은 변하지 않기에 결국 지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지금' 행복해 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더 나중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다시는 오지 않을 현재를 더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이 최선임을 알아갑니다.
《괜찮다, 안 괜찮다》 에는 엄마와 딸 이외에도 많은 주변인물들이 그려집니다. 지호의 전 직장 서점 사장님과 동료, 엄마 숙희의 든든했던 언니 구희의 치매와 사망, 남자 친구 정우와 부모님 등 각 사람의 시선이 함께 그려지며 개개인에게 미치는 삶의 파도를 보여줍니다. 힘들지만 결국 함께 부담을 나눠지고 살아가는 것. 엄마의 병으로 힘들었던 제게 정답은 없음을 알려주며 오늘을 살아가자고 다독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