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소피 유니버스 - 29인 여성 철학자들이 세상에 던지는 물음
수키 핀 지음, 전혜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 모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철학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철학자라는 공통점 말고도 또 다른 한 가지 공통저이 있다. 바로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남성 철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에 사람들은 철학을 떠올릴 때 여성 철학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비주류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펼쳐나가는 여성 철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비주류이기에 남성 철학자들이 알지 못하는 차별과 피해 등 실질적인 영역에 자신의 철학을 정립해나간다. 바로 여성 철학자들의 글을 담은 《필로소피 유니버스》다.

《필로소피 유니버스》는 독일의 팟캐스트 <철학 한입>의 진행자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절 워버턴이 만난 여성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한 권의 책으로 표현했다.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훨씬 급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지금의 직장 구조가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아이와 가정을 돌보던 그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

더욱이 지금의 일의 구조와 형태는 과거 남자들이 만들었어요.

선택에 있어서도 남녀가 서로 다르다면,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지금의 구조 안에서

여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해서도 안 되요.


<남녀의 본질> 인터뷰에서 실용철학 명예교수인 재닛 래드클리프 리처즈는 남녀 생물학적인 차이를 논의한다.

남녀의 역할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으니 그에 따라야만 한다는 과거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추종자들과 여성이 집안 일을 하도록 진화되었다는 진화론적 주장에 대해 재닛 래드클리프는 기존의 철학과 사고방식이 달라진 세계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다.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 남자들이 세운 불평등 속에서 남녀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급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려는 본성이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주류 남성이 비주류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82년생 김지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82년생 김지영>의 아내가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한 것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천지개벽하는 사건이라는 걸 남편은 느끼지 못한다. 남성들은 말한다. 여성들, 페미니스트들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심지어는 너무 나댄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이 구조가 절대 깨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목소리를 높이고 때론 강경할 수 밖에 없음을 남성들은 알지 못한다.


분별할 줄 아는 눈이 생긴 피해자에게는 특수한 책임이 있어요.

불평등을 보다 확실히 감지하거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특수한 책임이 생긴 거예요.


<구조된 피해자만이 알고 있는 것> 편의 정치철학 연구 교수 아쉬위니 바산타쿠마르는 '피해자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제목만 보면 '피해자 중심주의'가 되어야 하는데 왜 피해자에게 책임을 씌우느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우니 바산타쿠마르는 특별한 책임을 말한다. 바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숨기지 말고 알려야 하는 책임'을 논한다. 피해를 숨긴다면 또 다른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고문이나 성폭력과 같은 피해는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다. 힘들더라도 자신이 느낀 것을 알려야만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으므로 구조된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을 말해야 함을 말한다.

나는 이 주장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했다. 그 분들 역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세계 곳곳에 알렸다. 아쉬우니 바산타쿠마르의 주장에 따르면 그 분들은 힘든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특수한 책임을 온 몸을 다 바쳐서 수행해나가고 지켜나간다. 일본 또는 우익 세력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만 하면 되었다고 하지만 그 분들은 응당 자신의 책임을 지고 더 이상 우리 역사에 이런 만행이 일어나지 않기를 독촉하는 행위인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외에도 《필로소피 유니버스》에는 전쟁, 혐오, 자유, 죽음 등 여러 주제를 다양하게 이야기한다. 이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오히려 남성 주류에서 느끼지 못한 실생활의 문제점들이 여성 철학자들의 대답에서 발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주류이기에 소수의 삶 또는 다른 삶에 가까이 할 수 있었던 여성 철학자들. 우리의 문제와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에 일반 철학책들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29명의 여성 철학자들에 이어 더 많은 여성 철학자들이 말할 수 있는 장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울할 땐 돈 공부
조성준 지음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 동료가 "'적금'은 큰 돼지 저금통" 이라는 말을 했다. 또 누군가는 세상에서 떨어지는 건 '월급'과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뿐이라고 말한다. 매년마다 높아져가는 세금을 제외하면 실제로 통장에 찍히는 돈은 떨어져만 간다고 한다. 이 말들의 요지는 똑같다. 열심히 노동을 해서 돈을 벌 수 없음을, 열심히 돈을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원하는 부자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울할 땐 돈공부》의 저자이자 매일경제 신문사 기자인 조성준 저자의 답은 바로 '기본부터 시작하라'이다. 그 기본은 바로 '돈공부'이다.

《우울할 땐 돈공부》의 독자 타겟은 정확하다. 이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초년생, 또는 한참 사회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MZ세대들을 위한 경제 입문서이다. 분명 투자가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인 줄 알지만 무턱대고 뛰어들기란 위험하다. 그래서 저자는 2030 MZ세대들이 제대로 경제적 독립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닦기 위해 저자는 꼭 알아야 할 돈, 경제 지식과 함께 세계의 흐름을 통해 경제를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게 해 준다.

투자의 기본은 무엇일까.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투자는 주식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부분 장기간 투자보다 단기간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해 제대로 된 공부 없이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호재가 있으면 무턱대고 사고 빠지는 단기 투자는 제대로 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식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주식투자 세계에 입문했다면

멀리서 세상을 내다볼 줄 알야야 한다.

<우울할 땐 돈공부> 47p


주식은 결국 어떤 종목이 오를 것이고 하락할 것인가를 예상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주식 공부가 바로 세상 공부라고 말한다. 먼저 저자는 자신의 예를 든다. 코로나로 야외활동이 어려워질 때 나이키의 주가가 떨어질거라 생각했지만 코로나 이후 홈트의 트랜드를 파악하고 나이키에 투자한다. 홈트의 유행은 재빠르게 퍼졌고 나이키는 이에 맞추는 상품을 개발하여 좋은 실적을 냈다. 이러한 흐름을 먼저 바라본 저자는 나이키에 투자를 했고 좋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세상의 흐름에 예민한 사람만이 어떤 종목이 상승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3장 <정해진 미래>편에서 메타버스, 명품 열풍, 항공우주, OTT시장 등 요즘 떠오르거나 화제인 종목등이 현실 또는 미래에서 어떻게 발견해나갈지를 알려준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세상사에 예민한 사람만이 현재의 흐름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좋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주식 투자자의 태도와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기초를 닦아주었다면 부동산에서는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투자하는 방식을 주로 설명해준다. '빚은 되도록 없어야 한다'라는 예전 방식에서 탈피하여 '좋은 빚'을 져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으로 자기 집 먼저 장만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해준다. 특히 젊은 신혼부부들이 하기 쉬운 생각인 '전세 선호' 또는 '신축 아파트 전세 선호' 사상은 결국 후에 큰 손실을 불러일으키는 오류임을 바로 잡아주며 은행의 '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팁을 알려준다.


《우울할 땐 돈 공부》는 결국 돈 공부의 기초란 세상사의 흐름과 변화에 촉을 세우는 것이 전제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부자 습관 가난한 습관』의 저자 톰 콜리는 투자에 적당한 타이밍은 없다고 말한다. 실전 투자를 하면서 배워나가야지 적당한 타이밍만 기다리다가는 때를 놓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리는 투자의 기본 및 세상사를 제대로 알아야 도박이 아닌 투자를 할 수 있으며 경제적 독립을 이룰 수 있다.

이 책이 2-30대 사회 초년생에게도 좋지만 나와 같은 금융 문맹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세상의 흐름을 보며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부분은 우리가 이슈들을 대할 때 그 부분만 아닌 폭넓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어 많은 도움이 된다. 돈 공부. 제대로 시작하고 싶다면 그 입문서로 《우울할 땐 돈 공부》를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마티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 잘 하고 싶은 걸 넘어 간절히 소망한다. 그런데 내게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 바로 '계속 쓰기'이다.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게 '계속 쓰기'이다. 어떤 때는 바빠서, 어떤 때는 소재가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글쓰기는 멈춰있다. 하지만 괜찮다고 위로해본다. 왜? 나는 전업 작가는 아니니까. 하지만 전업 작가의 경우는 다르다. 쓰기를 멈출 수 없는 직업. 되든 안 되는 계속 써내려가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계속 쓰기》를 해나가야 한다.

《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는 이 어려운 작업을 해나가는 소설가 대니 샤피로가 계속 써내려가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영어 원제로 <Still Writing>. 아직도 쓰고 있는 작가의 삶에 대해 말하는 산문집이다.



몇 년째 해온 일을 그냥 계속 할 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다른 일들처럼 실천해야 한다.

추정컨대 오직 행위만이 생산적이다.

실천이 곧 예술이다.


작가는 일주일에 닷새 동안 글을 쓴다. 매일 아침 매트를 펴고 요가와 명상을 한다. 저자만의 리추얼. 이 일을 해나간 후 작업공간에 앉는다. 영감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저 해 오던 일을 계속 한다. 계속 써내려간다. 작가는 써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글을 쓸 때만이 예술이 되니까. 그래서 감정 따위 상관없이 해 오던 일을 하고 이 습관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대니 샤피로는 독자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일상을 설명함으로 계속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쓰는 삶이 결코 순탄하지 않은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작품이 잘 팔려야 하고 때로는 가정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기도 한다. 작가란 그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계속 쓰기는 인생의 불확실함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겠다는 결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꿈꾼다. 작가를 꿈꾼다. 하지만 그 중 불확실함을, 위험할 수도 있는 삶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한다. 그 지점에서 글쓰기가 멈춘다. 나 또한 그러했다. 글쓰기는 언제나 생업에 밀려 뒤로 밀려났으니까.


작가는 하루를 직접 빚는다.

오늘 하루를 틀어쥐지 않는다면 잃어버릴 게 분명하다.

여기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작업을 시작해야 할 일종의 책임이라고,

도덕적인 책임이기까지 하다는 걸 받아들이다.


불확실함을 받아들이면서도 삶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법. 저자는 계속 쓰는 삶이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조직해 나가야 하는 삶이라는 걸 말한다. 바쁜 일상에서도 아이들에 치이고 온갖 일들이 밀려와도 자신의 작업을 지켜나가야만 한다. 계속 쓰기라는 건 그 하루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그래서 계속 쓰기란 쉽지 않다. 일상 속에서 쓰기의 시간을 확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책에서는 작가가 소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법 또한 설명해준다. 이야기란 바로 평상시와 다른 '늘 그렇지는 않은' 움직임이라는 것.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의 순간 순간을 유의깊게 살펴보고 그 순간을 포착해내야 함을 말한다. 짜여 놓은 구조 속의 이야기보다 안개 속에서 되든 안 되는 이야기를 쌓아보라는 작가의 충고는 책 제목처럼 나의 단어로 써내려가라는 뜻임을 말하는 것 같다.

저자는 어머니의 추도문, 아들의 피아노 이야기 등 자신의 일상에서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정지우 작가의 글쓰기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떠올리게 한다. 뭐랄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살아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을 준 건 정지우 작가의 글의 감정이 대니 샤피로의 책에서도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정지우 작가의 글쓰기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는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저자는 과장되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모습 안에 답이 있다. 계속 써내려가야 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글을 계속 쓰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과 함께였기에 시간은 더욱 소요되었고 저자는 그 점을 이용해 그 당시의 모습을 독자에게 더욱 전달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가 피난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이 있는 기차역에 폭탄을 투하했다. 기차역이 초토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표했다. <전쟁의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라는 책 제목이 있듯, 전쟁의 비극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쟁 중, 가장 약자는 뭐니뭐니해도 아이들과 여자들이다. 특히 순수한 아이들은 전쟁 앞에 자신의 삶의 모든 걸 한순간에 빼앗기는 비극을 경험한다.영미소설 《파이드 파이퍼》는 전쟁의 모습을 특히 아이들의 눈에 비쳐진 전쟁의 모습을 보여준다.

《파이드 파이퍼》의 저자 네빌 슈트는 2차 세계대전 때 영국해군 지원 예비군으로 활동했으며 이 소설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2차 세계대전의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 노인 하워드. 그는 아들 존을 전쟁터에서 잃고 딸은 결혼하여 미국에 살고 있다. 그의 유일한 낙은 낚시. 프랑스 시골 마을 시도통의 호텔에 머물며 사람들과 어울린다. 프랑스어에 능숙한 그는 투숙객과 호텔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는 프랑스에서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영국 부인 캐버나 부인을 만난다. 캐버나 부인의 아이들 로널드와 실라에게 나무 호루라기를 만들어주며 친근하게 지내지만 만남은 언제나 헤어짐이 있는 법. 하워드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신이기에 귀향 준비는 그야말로 단촐하다. 그렇게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때, 캐버나 부인은 어려운 부탁을 한다.


"혹시 우리 아이들을 영국에 데리고 가줄 수 있으십니까?"

남편과 언제 만날지 알 수 없기에 남편과 함께 하기 위해 아이들을 영국 친척집에 보내고 자신은 남편과 함께 있겠다고 말하는 캐버나 부인의 부탁은 평소라면 가능하겠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군이 프랑스를 계속 공격하는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욱이 하워드는 일흔을 통과하게 되는 노인이 아닌가.

하워드는 쉽지 않은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부인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렇게 로널드와 실라 두 아이를 데리고 영국 길로 향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행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때로는 돌출행동에 당황하기도 하고 체력이 약해 성인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아프기라고 하면 큰일이다. 소설 <파이드 파이퍼>는 점점 심각해져가는 2차 세계대전의 상황과 아이들의 돌출 행동이 함께 어우러지며 점점 긴장감을 조여낸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아이만으로도 벅찬데 전쟁 중에 만난 호텔 하녀의 조카, 전쟁통에 가족을 잃은 피에르, 독일 소년 빌헴 그리고 독일군 조카 아나까지... 점점 돌봐야 하는 아이가 다섯 명에 이른다.

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면 과연 이 일이 가능했을까? 평범한 개인이 그것도 일흔을 바라보는 노인이 이 위험을 다 감수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남기게 한다.

저자 네빌 슈트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경험자이기에 소설에서 2차 세계대전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독일군 비행기의 공격, 독일 소년을 향해 돌을 던지는 프랑스 노인의 분노, 전쟁으로 독일군의 만행에 당해야만 하는 가게 사람들, 독일군이 침략한 지역에 독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선행을 베푸지만 또 다른 마을에서는 숨어 있는 영국인을 잡을 것을 독촉하는 선전문을 뿌리는 전쟁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이답게 전투기와 전차를 보고 신이 난 로널드의 천진난만함과 전쟁의 피해로 말을 거의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에르와 빌헴의 모습 또한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게 한다. 특히 어린 마르얀의 미래 소망이 독일군을 죽이고 싶다는 그 유일한 소망은 전쟁이 한 어린 아이의 삶을 파괴하는가 깨닫게 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영국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은 소설 끝부분에서야 간신히 마무리된다. 그 과정을 회상하는 하워드의 모습에는 후회가 아닌 결국 해냈구나라는 안도였다. 아이들과 함께 였기에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였기에 시간은 더욱 소요되었고 저자는 그 점을 이용해 그 당시의 모습을 독자에게 더욱 전달할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전쟁의 트라우마를 잘 이겨냈을까 라는 질문이 앞을 견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군가 한 어른이 이 비극 앞에서도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은 강하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