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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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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피난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이 있는 기차역에 폭탄을 투하했다. 기차역이 초토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표했다. <전쟁의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라는 책 제목이 있듯, 전쟁의 비극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쟁 중, 가장 약자는 뭐니뭐니해도 아이들과 여자들이다. 특히 순수한 아이들은 전쟁 앞에 자신의 삶의 모든 걸 한순간에 빼앗기는 비극을 경험한다.영미소설 《파이드 파이퍼》는 전쟁의 모습을 특히 아이들의 눈에 비쳐진 전쟁의 모습을 보여준다.
《파이드 파이퍼》의 저자 네빌 슈트는 2차 세계대전 때 영국해군 지원 예비군으로 활동했으며 이 소설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2차 세계대전의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 노인 하워드. 그는 아들 존을 전쟁터에서 잃고 딸은 결혼하여 미국에 살고 있다. 그의 유일한 낙은 낚시. 프랑스 시골 마을 시도통의 호텔에 머물며 사람들과 어울린다. 프랑스어에 능숙한 그는 투숙객과 호텔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는 프랑스에서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영국 부인 캐버나 부인을 만난다. 캐버나 부인의 아이들 로널드와 실라에게 나무 호루라기를 만들어주며 친근하게 지내지만 만남은 언제나 헤어짐이 있는 법. 하워드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신이기에 귀향 준비는 그야말로 단촐하다. 그렇게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때, 캐버나 부인은 어려운 부탁을 한다.
"혹시 우리 아이들을 영국에 데리고 가줄 수 있으십니까?"
남편과 언제 만날지 알 수 없기에 남편과 함께 하기 위해 아이들을 영국 친척집에 보내고 자신은 남편과 함께 있겠다고 말하는 캐버나 부인의 부탁은 평소라면 가능하겠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군이 프랑스를 계속 공격하는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욱이 하워드는 일흔을 통과하게 되는 노인이 아닌가.
하워드는 쉽지 않은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부인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렇게 로널드와 실라 두 아이를 데리고 영국 길로 향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행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때로는 돌출행동에 당황하기도 하고 체력이 약해 성인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아프기라고 하면 큰일이다. 소설 <파이드 파이퍼>는 점점 심각해져가는 2차 세계대전의 상황과 아이들의 돌출 행동이 함께 어우러지며 점점 긴장감을 조여낸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아이만으로도 벅찬데 전쟁 중에 만난 호텔 하녀의 조카, 전쟁통에 가족을 잃은 피에르, 독일 소년 빌헴 그리고 독일군 조카 아나까지... 점점 돌봐야 하는 아이가 다섯 명에 이른다.
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면 과연 이 일이 가능했을까? 평범한 개인이 그것도 일흔을 바라보는 노인이 이 위험을 다 감수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남기게 한다.
저자 네빌 슈트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경험자이기에 소설에서 2차 세계대전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독일군 비행기의 공격, 독일 소년을 향해 돌을 던지는 프랑스 노인의 분노, 전쟁으로 독일군의 만행에 당해야만 하는 가게 사람들, 독일군이 침략한 지역에 독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선행을 베푸지만 또 다른 마을에서는 숨어 있는 영국인을 잡을 것을 독촉하는 선전문을 뿌리는 전쟁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이답게 전투기와 전차를 보고 신이 난 로널드의 천진난만함과 전쟁의 피해로 말을 거의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에르와 빌헴의 모습 또한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게 한다. 특히 어린 마르얀의 미래 소망이 독일군을 죽이고 싶다는 그 유일한 소망은 전쟁이 한 어린 아이의 삶을 파괴하는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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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영국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은 소설 끝부분에서야 간신히 마무리된다. 그 과정을 회상하는 하워드의 모습에는 후회가 아닌 결국 해냈구나라는 안도였다. 아이들과 함께 였기에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였기에 시간은 더욱 소요되었고 저자는 그 점을 이용해 그 당시의 모습을 독자에게 더욱 전달할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전쟁의 트라우마를 잘 이겨냈을까 라는 질문이 앞을 견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군가 한 어른이 이 비극 앞에서도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은 강하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