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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마티 / 2022년 3월
평점 :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 잘 하고 싶은 걸 넘어 간절히 소망한다. 그런데 내게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 바로 '계속 쓰기'이다.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게 '계속 쓰기'이다. 어떤 때는 바빠서, 어떤 때는 소재가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글쓰기는 멈춰있다. 하지만 괜찮다고 위로해본다. 왜? 나는 전업 작가는 아니니까. 하지만 전업 작가의 경우는 다르다. 쓰기를 멈출 수 없는 직업. 되든 안 되는 계속 써내려가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계속 쓰기》를 해나가야 한다.
《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는 이 어려운 작업을 해나가는 소설가 대니 샤피로가 계속 써내려가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영어 원제로 <Still Writing>. 아직도 쓰고 있는 작가의 삶에 대해 말하는 산문집이다.
몇 년째 해온 일을 그냥 계속 할 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다른 일들처럼 실천해야 한다.
추정컨대 오직 행위만이 생산적이다.
실천이 곧 예술이다.
작가는 일주일에 닷새 동안 글을 쓴다. 매일 아침 매트를 펴고 요가와 명상을 한다. 저자만의 리추얼. 이 일을 해나간 후 작업공간에 앉는다. 영감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저 해 오던 일을 계속 한다. 계속 써내려간다. 작가는 써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글을 쓸 때만이 예술이 되니까. 그래서 감정 따위 상관없이 해 오던 일을 하고 이 습관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대니 샤피로는 독자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일상을 설명함으로 계속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쓰는 삶이 결코 순탄하지 않은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작품이 잘 팔려야 하고 때로는 가정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기도 한다. 작가란 그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계속 쓰기는 인생의 불확실함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겠다는 결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꿈꾼다. 작가를 꿈꾼다. 하지만 그 중 불확실함을, 위험할 수도 있는 삶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한다. 그 지점에서 글쓰기가 멈춘다. 나 또한 그러했다. 글쓰기는 언제나 생업에 밀려 뒤로 밀려났으니까.
작가는 하루를 직접 빚는다.
오늘 하루를 틀어쥐지 않는다면 잃어버릴 게 분명하다.
여기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작업을 시작해야 할 일종의 책임이라고,
도덕적인 책임이기까지 하다는 걸 받아들이다.
불확실함을 받아들이면서도 삶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법. 저자는 계속 쓰는 삶이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조직해 나가야 하는 삶이라는 걸 말한다. 바쁜 일상에서도 아이들에 치이고 온갖 일들이 밀려와도 자신의 작업을 지켜나가야만 한다. 계속 쓰기라는 건 그 하루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그래서 계속 쓰기란 쉽지 않다. 일상 속에서 쓰기의 시간을 확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책에서는 작가가 소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법 또한 설명해준다. 이야기란 바로 평상시와 다른 '늘 그렇지는 않은' 움직임이라는 것.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의 순간 순간을 유의깊게 살펴보고 그 순간을 포착해내야 함을 말한다. 짜여 놓은 구조 속의 이야기보다 안개 속에서 되든 안 되는 이야기를 쌓아보라는 작가의 충고는 책 제목처럼 나의 단어로 써내려가라는 뜻임을 말하는 것 같다.
저자는 어머니의 추도문, 아들의 피아노 이야기 등 자신의 일상에서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정지우 작가의 글쓰기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떠올리게 한다. 뭐랄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살아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을 준 건 정지우 작가의 글의 감정이 대니 샤피로의 책에서도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정지우 작가의 글쓰기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는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저자는 과장되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모습 안에 답이 있다. 계속 써내려가야 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글을 계속 쓰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