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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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영어로 duel , 결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다.

 

이 소설은 절대 악인, 연쇄살인마와 프로파일러 경찰의 결투를 뜻한다.

범죄자와 경찰의 대결. 흔한 소재인 이 이야기를 작가는 새로운 형식의 옷을 입혔다.

 

대결 직전, 번개에 맞아 죽은 연쇄살인마와 프로파일러가 다시 환생해서 다시 대결하는 스릴러 소설이다. 전생도 모자라 환생하면서까지 펼쳐지는 운명의 대결을 그린 스릴러 소설이다.

 

프로파일러 최승재 경위. 그는 모든 경찰들이 포기한 연새 살인마 리퍼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피해자들간에 어떤 연결 고리도 없이 매번 다양한 방식으로 죽이는 연쇄살인마. 리퍼. 전혀 잡히지 않는 그의 존재에 전국이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최승재 경위는 그를 미치듯이 잡고 싶다. 범인을 꼭 잡고야 말겠다는 그의 집착에 아내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난다.

 

"당신, 그 악마를 잡으려다가 괴물처럼 변하고 있잖아."

 

갈수록 강해지는 집착에 동료 경찰마저 등을 돌리고 홀로 끝까지 추적해간 최승재는 드디어 리퍼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를 체포하기 직전, 그에게 울리는 전화 한 통. 바로 살려달라는 아내의 전화이다.

자신의 가족까지 건드렸다는 사실에 화가 난 최승재는 이성을 잃고 리퍼를 공격하던 중 번개에 맞아 연쇄살인마와 함께 죽게 된다.

 

이렇게 허무한 죽음이 있을까.

차라리 다행이다. 어차피 아내와 딸도 이제 세상에 없고 악인 리퍼는 지옥에 떨어졌겠지.

그러니 내가 지옥에 간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중, 이상하다. 추운 기운도 느껴진다. 육체의 고통도 느껴진다. 이게 뭐지? 분명 번개가 몸을 관통해서 죽었는데 몸이 움직인다. 영안실의 관 속에서 걸어나온다. 그리고 영안실을 나와 마주한 경찰들을 보는데 경찰이 그를 향해 전혀 다른 이름을 부른다.

 

"우필호!"

 

나는 최승재인데 왜 사람들은 우필호라고 부르지?

이 낯선 몸은 무엇이지 의아해하던 그는 깨닫는다. 자신이 범죄자 우필호의 몸으로 환생했다는 사실을.

 

《듀얼》 을 읽다 보면 생각나는 단어는 바로 '절대 악'이다.

 

이 소설 속의 악인들은 성선설, 또는 조그마한 인간의 양심 등 모든 것을 배제한 악인이다.

그래서 이 연쇄 살인마 리퍼를 쫓는 전생의 최승재이자 환생한 우필호는 프로파일러여야 했다.

인간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절대 악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파헤치는 건 프로파일러가 잘 하니까.

이 소설이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못하는 게 하는 건 바로 그 이유다. 프로파일러인 최승재가 아무리 악마에 가깝게 생각한다해도 악마는 그의 예상보다 더 악하다는 사실.

그 사실을 연쇄 살인마 리퍼도 알기에 그는 끝까지 최승재를 위협하고 조롱하며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최승재가 죽기 전 방송에서 기자가 그에게 던진 " 악마가 과연 흔적을 남겼을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의미심장하다.

 

"악마가 아니길 빌어야죠. 그래야 체포할 수 있으니까."

 

악마가 아니기를 바랬지만 결국 악마였고 쉽게 잡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암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결국 악을 이길 수 없는 것일까? 끝까지 몰아치는 악마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최승재가 반격을 할 수 있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시 악마처럼 생각할 때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최악의 악을 생각하고 더 나아갈 때 만이 반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악마는 또 진화하며 혀를 찌르는 계속되며 소설 끝까지 긴장감을 자아내게 한다.

 

전건우 작가의 소설 《듀얼》은 '환생'이라는 옷을 입혀 흔한 소재를 매우 신선한 날 것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 환생에 또 다른 사건을 끼어 넣으며 사건 속의 사건 또한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영리함까지 선보이며 최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인간은 악을 상대할 수 있을까?

끝까지 계속되는 대결 끝 이 질문에 맞닿는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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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독서 브랜딩
배정환 지음 / 북오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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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분 중에 도서 인플루언서이신 하늘혼님이 계신다.

사실 이 분과 서로이웃으로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분이 책을 출간하신다는 글을 읽고 표지를 문의하셨을 때 배정환 작님에 대한 사전지식 없었다. 사심 가득히 말하자면 '독서 브랜딩'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였고 인플루언서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반반이었다.

 

 

앞서 말했듯,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고 싶은 건 실질적인 '독서 브랜딩' 의 실행 방법과 인플루언서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시고 브런치, 유튜브 그리고 더 나아가 주식회사 '꿈의 도서관' 대표를 맡게 되셨는지까지의 실행방법이 매우 궁금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원하고자 하는 방법을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독서 브랜딩』을 통해 얻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독서 브랜딩』의 저자 배정환님은 솔직히 말한다.

남들은 몇 번씩 고배를 마신다는 인플루언서에 한 번에 합격했고 통과하기 힘들다는 브런치 작가에도 바로 합격했다고. 그래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 인플루언서나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알 지 못한다고 말한다. 단지 꾸준히 썼다라고만 말한다. 나와 같이 인플루언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저자가 블로그 글쓰기를 위해 1000일 글쓰기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으며 꾸준히 해 나가고 있는지를 저자는 담담히 설명해나갈 뿐이다.

그래서 이 책으로 나와 같이 인플루언서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당혹감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자 배정환님이 어떻게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었고 자신의 독서 브랜딩을 할 수 있었는가? 애 대한 질문이 남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 브랜딩은 블로그 이웃분들과의 함꼐 한 협업의 역사라고 말하고 싶다.

 

블로그가 어떻게 수익화를 내 주는지 설명하는 책은 많다.

블로그 강의에 대하여 어떻게 이웃수를 늘리는지, 그리고 조회수를 늘려나가는지 기술적인 부문에 집중하는 강의가 대부분이다.

 

반면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독서 브랜딩』 에서는 "이웃 소통"에 집중한다.

단지 이웃수를 늘리기 위한 게 아닌 이웃과 친해지고 필요할 때 이웃과 도움을 청하기 주저하지 않는다.

 

책을 내고 싶어서 <오토바이 타는 여자> 의 저자 밤호수, 임수진 작가님께 도움을 청하고

팟캐스트를 하고 싶을 때는 블로그 이웃 지요님께 도움을 요청해 화상으로 팟캐스트 수업을 듣는다.

저자 배정환님에게 책 쓰기 도전을 추천한 분도 이웃 지요님이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에서 손을 내밀고 도움을 받으며 이 느슨한 관계는 실질적인 관계로 바뀐다.

무형의 관계는 함께 같은 꿈을 꾸고 '꿈의 도서관'이라는 꿈을 실천해나간다.

 

 

이 관계는 '블로그'의 이웃을 서로의 필요가 아닌 함께 도와주는 소통의 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블로그의 본질이 단지 퍼스널 브랜딩의 도구로 보기에 앞서 이웃과 소통하고 도와줄 수 있을 때 그 때 상대방도 손을 내밀어준다는 본질을 깨닫게 한다.

 


 

이 책에서 나는 한 가지를 가져간다면 바로 이것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블로그 이웃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가?

나는 블로그 이웃들을 어떤 이웃인가?"

 

성경에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는 말씀이 있다.

바로 하늘혼님은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도와주는 상생의 과정을 통해 지금의 브랜딩을 이룰 수 있었다.

내가 아무리 글을 멋지게 써도

브랜드 없는 초보자에게 주목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많이 소통하는 것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웃들과 친해져야 뭐든 도전해볼 수 있다.

내가 먼저 다가서야 사람도 생기고 일도 생긴다.

누가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겠는가?

처음에는 먼저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했다.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독서 브랜딩』은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간 블로그 이웃분들과의 합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느슨한 관계가 소통하며 같은 꿈을 꾸는 꿈..

 

나는 이 책을 브랜딩을 기대했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배웠다.

 

브랜딩 이전에 '소통'이 먼저임을, 그리고 남에게 도움을 받기 보다 먼저 대접해 주는 사람이 되라는

기본이 블로그의 본질임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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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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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사람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별은 사랑으로 치유된다."

새로운 사랑이 헤어진 옛 사랑을 잊을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

이 논리는 역사의 큰 재난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된다.

경제 위기, 또는 다른 이슈가 있어 국내에 분열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늘 상부의 사람들은 대중의 분노를 표출할 적을 만들어 해결하곤 했다. 역사 속 임진왜란 또한 일제의 국내 분노를 다스리기 위한 일환으로 조선을 공격했고 대한민국 또한 빨갱이라는 명목으로 지역분쟁을 일으켜 서로 적으로 돌리게 했다. 히틀러 또한 유태인을 명목적으로 적으로 돌리며 유태인 학살에 대한 명분을 당당히 내세웠다.

가상의 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대중의 관심을 가장 효과적으로 일으키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바로 여기 또 다른 적으로 만들며 대규모 학살을 한 사건이 있다.

황모과 작가의 소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의 배경인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관동 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사건이다.

소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는 관동 대지진 이후의 상황을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낸다.

조선에서 일본 아라카와강 대형 인공 방수로 작업에 착출된 식민지 노동자

평세, 달출, 태안

또한 일본인이지만 하층민 부락민 출신에 장애인으로 차별을 받고 살아온 미야와키.

 

그리고 2023년 싱크놀로지 과학 통신을 통해 과거 관동 대지진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타임머신 한

민호와 다나카.

민호는 관동 대지진의 피해자로 알려진 행방불명인 달출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 조사에 참여했고

다나카는 일본 우익단체의 장학금을 받으며 일본인 미야와키를 찾기 위함과 동시 이 대지진 학살을 끝맺기 위한 목적으로 이 조사에 들어왔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 조사에 참가한 이 둘은 계속되는 타임 루프 속에서 평세, 달출, 태안 그리고 미야와키의 행방을 쫓으면서 사건을 파악해간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는 지진 사건을 자세히 기술하지 않는다. 그 이후의 배경에 집중한다.

대지진으로 모든 터전은 파괴되었고 이를 통제할 공권력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약탈과 두려움만이 공존하는 그 곳. 일본인들은 어느 누구 쉽게 믿지 못하고 낯선 이들을 무조건 경계한다.

이 끔찍한 재난 앞에서 공동체의식은 함께가 아닌 낯선 이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향한다.

낯선 이들은 명확하다.

낮고 힘없는 자들. 일본에 건너 와 그들을 위해 힘들게 일한 조선 노동자들.

그리고 일본인임에도 같은 국민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천한 취급을 받는 일본의 부락민들이다.

소설의 제목인 말 없는 자들은 바로 역사 속에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던 낮은 그들이였음을 나타낸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에서는 있는 자들의 목소리와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극명히 대비된다.

조선에선 백정 출신으로 손가락질을 받아야했고 일본에서는 식민지 노동자로 힘들어야만 했던 달출.

그는 말 못하는 농아 평세를 위험에서 건져내며 말한다.


 

부락민 출신으로 남편을 잃고 힘들게 살아가는 일본인 임산부 사요 또한 말한다.


 

반면 말 있는 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남을 향해 있다.

"너 신흥 종교지?"

"아까 얼쩡거리던데, 어디 사람이지?"

"조선인이 밭에서 작물 훔쳐 가고 상점 약탈하고 강간하는 거 본 사람이 수두룩해."

"좋은 조선인도 나쁜 조선인도 죽여라."

그들에게 진상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을 없애는 게 지진 이후의 삶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거늘 그들은 조선인들을 증오하고 분노를 표출하기에만 바쁘다.

아수라장. 이 극한의 아수라장을 이 소설은 한 문장으로 일축한다.

 

자기 아이와 여자를 지킨다는 자경단원들은

타인의 아이와 여자들까지 거침없이 살육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을 쳐내야 한다. 그들에게 자신이 아닌 남은 적이었고 그들이 없어야 했다.

반면 달출과 평세 그리고 일본 부락민 출신 미야와키와 사요는 달랐다.

자신들이 받았던 차별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오랜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었다. 그 차별을 주위에 이끌려 남에게 전가할 수 없었다. 그것이 또 다른 차별과 비극을 만들어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들은 함께 살아야 함을 택했고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자신들의 마지막이 쓸쓸한 비석 하나로 남고 끝내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로 묻히겠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2023년 타임 루프로 관동 대지진을 타임 루프를 통해 관찰해 가는 민호와 다나카 역시 그들의 선택을 보며 그들의 선택 또한 바뀌어간다. 그들의 삶이 미래의 민호와 다나카에게 말 없는 자들이 아닌 큰 울림으로 다가오게 된다.

소설은 읽는 내내 묻는다.

끔찍한 재난 속에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가장 천한 신분이었던 달출, 평세, 태안, 미야와키, 사요를 통해 소설은 독자들에게 말한다.

같이 살장게.

억울하지 않게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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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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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의 소설은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라고들 부른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소설에 가져온 느낌. 그래서 2-30대 청춘들에게 더 극한 공감을 받는다.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 《연수》도 그렇다.


다섯 편의 소설 중 표제작이기도 한 소설 <연수>와 네 번째 소설 <동계올림픽>은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걸 잘하지만 유독 운전에 약한 이주연. 신규 프로젝트로 파견 근무 가게 되며 운전에 도전한다.

유능한 운전 강사를 찾기 위해 맘카페에서 엄마인 척 연기하며 어렵게 운전 강사 정보까지 얻어낸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겁내는 그녀에게 찾아 온 운전강사는 키 작은 아줌마이다.

첫 번째 소설 <연수>가 초보 운전 도전기라면 <동계올림픽>은 인턴에서 정직원 채용에 합격하기 위한 취재기다. 시골 집에서는 자신을 똑똑한 천재처럼 알며 동네방네 자랑하기 바쁘지만 현실은 조그마한 방송국에서 정직원 채용을 위해 먼 새벽 금메달 유망주 선수의 집을 가서 취재해야 하는 현실.

추운 겨울새벽, 낯선 장소에서 내린 선진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조차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금메달 유망주 백현호 선수 부모님의 영상을 잘 취재해야만 정직원 채용이 될까 말까한 현실. 과연 인턴기자인 선진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장류진 작가는 소설에 멋을 부리지 않는다. 잘 알고 있다시피 장류진 작가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그래서 첫 이야기 <연수>에서도,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들이 겪는 마음과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초보이기에 긴장되는 두려움, 베테랑 기자들 사이에서 주눅 들어 있는 사회 초년생. 자세하게 그려진 글을 읽노라면, 그들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눈에 그려진다.

난생 처음 홀로 운전대를 잡는 초보운전자에게 필요한 말이 뭘까?

힘들게 취재를 갔건만 변수는 생기고 혼자 고군분투하건만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인턴 기자에게 필요한 말이 무얼까? 장류진 작가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응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실적으로만 평가받는 시대, 갈수록 칭찬이 박해지는 시대..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건네준다.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비록 실패해도 한 해 새롭게 시작하라고 축복을 빌어준다. 그 따뜻한 응원에 그들은 한 발을 내딛는다.

두 번째 소설 <펀펀 페스티벌>에서도 응원을 바친다.

나이가 들면서 알아가는 게 있다. 바로 우리의 인생은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펀펀 페스티벌>에서도 단체 면접시간에 과정에 최선을 다 하면 알아주리라 생각했지만 팀워크보다 자신 홍보에 치중한 경쟁자 이찬휘가 합격하며 쓴 맛을 알아간다. 자신은 코인노래방에서 쓸쓸히 송년회를 보내지만 이찬휘는 팝송 가사를 틀려도 당당히 노래하며 화려한 송년회를 맞이한다. 화려해지고 싶지만 잘 낄 수 없는 주인공. 결국 그녀의 선택은 자신의 '쪼'대로 송년을 보내는 것.

그러면서 알게 된다. 화려하지 않으면 어떤가. 혼자이면 어떤가. 내가 즐기고 싶은 대로, 놀고 싶은 대로 즐기면 된다.


하지만 이 소설집이 청춘들에게 응원만을 보내지 않는다.

세 번째 소설 <공모>에서는 여성을 미모처럼 취급하며 유리천장이 굳건한 회사이다.

유일하게 여성 팀장으로 살아남았지만 밑의 유능한 여성 직원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현실. 그 속에서 부조리를 목격하고 감당해야하는 고뇌가 소설 속에 가득하다. 이 현실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고 깨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과연 이게 최선인 걸까? <미미와 라라>는 어떤가. 재능 없는 소설가라는 작업에 매달리는 미라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꿈 깨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자전거 라이딩 모임에서 예쁜 여자 회원을 차지하기 위한 남자들의 유치한 경쟁을 보면서 젊으니까 이런 무모한 것을 벌일 수 있다고 웃으면서도 그들의 패기가 부러운 건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인정하는 것일까?


씁쓸한 현실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다섯 편의 소설이 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초보운전으로 시작하는 주인공에게도, 나만의 송년회를 보내는 나에게도,

재능 없는 글쓰기를 체감하며 꿈과 재능 사이에서 좌절하는 미라 언니에게도..

그들에게 이 소설은 한결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잘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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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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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를 읽고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환대" 이다.


이 소설은 내가 28살에 홀로 호주워킹홀리데이를 떠났을 때 내가 받은 '환대'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눈부신 안부』에서 주인공 해미는 가스 폭발사고로 언니를 잃는다.

집안 분위기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동네 사람들은 연민 또는 구경거리가 난 것처럼 수군거린다. 언니의 부재를 모르는 곳에 가기 위해 해미의 아버지는 부산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하고 엄마는 해미와 동생 해나를 데리고 독일 유학을 떠난다.

낯선 독일. 그 곳에는 1973년 가족 생계를 위해 파독간호사로 떠났던 이모가 있었다.

이제는 의사가 되어 병원을 운영하는 이모와 이모와 함께 일했던 파독간호사 출신인 다른 이모들은 해미의 가족들을 환대한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던 독일 생활에서 해미는 이모의 배려와 새로 사귄 친구 레나와 한수와 친해지면서 조금씩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간다.


해미의 가족이 장녀였던 언니를 잃은 후 독일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건 '환대'이다.

파독간호사 출신인 이모들은 낯선 독일에 온 해미의 가족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어떤 사정으로 왔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한 공동체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 따뜻함 속에서 해미의 엄마도 해미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서 비로소 벗어난다.

무조건적인 환대.


2002년,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그 때, 시드니 공항에 내려서 막막함에 서 있던 때를 떠올린다.

나는 다른 사람이 '공항에 도착하면 백패커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라는 말을 철없이 믿었던가.

그 막막함 속에서 숙소를 잡고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녔다. 아는 이도 하나 없는 이 호주에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우연히 길을 잃어 서점에 들렀고 책을 읽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여기 교회가 어디 있느냐고. 왜 그랬을까. 난 길을 찾아야 했는데 왜 교회를 물었을까.

정말 충동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 질문에 그할머니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자신은 시드니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그 친구에게 물어보겠다고. 그 분이 바로 Pat할머니였다.

내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며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싶다고 하신 할머니.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자기에게도 두 자녀가 있는데 딸은 결혼해서 프랑스에 살고 있고 아들은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다고. 그래서 외국에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면서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며 전화번호를 주셨다. 그 후 Pat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꼭 나를 만나주셨다. 내가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버릇처럼 "I am your Austrailian mother"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 내가 먼 도시로 떠나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전화통화를 하시며 안전을 확인하셨던 분..

그 분의 환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 내내 나를 지켜주었다.


『눈부신 안부』에는 이 환대들로 가득하다.

홀로 외로움을 견뎌내야 했던 해미의 마음을 알아봐 준 이모의 환대,

비록 독일 다른 도시에 있지만 같은 파독간호사들이 강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을 모른 체 하지 않고 도와주는 환대. 그리고 한국인 동료들을 위해 팔 벗고 나서 준 현지인 또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

5.18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고 울분을 토한 파독간호사들..

그리고 친구 한수의 엄마 선자이모의 마지막 소원인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한 친구 삼총사의 맹세..

이 모든 환대들이 소설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 결국 그 환대 속에 아직까지 마음을 열지 못하고 살아가던 해미가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 준비를 내딛게 해 준다.



이 소설은 결국 서로가 끝까지 사랑하는 소설이다.

그 사랑이 서로를 구원한다. 삶의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소설.

타인의 상태를 물으며 걱정하는 안부에는 관심과 따뜻함이 가득하다. 이 『눈부신 안부』는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안부를 전할 누군가를 떠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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