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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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의 소설은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라고들 부른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소설에 가져온 느낌. 그래서 2-30대 청춘들에게 더 극한 공감을 받는다.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 《연수》도 그렇다.


다섯 편의 소설 중 표제작이기도 한 소설 <연수>와 네 번째 소설 <동계올림픽>은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걸 잘하지만 유독 운전에 약한 이주연. 신규 프로젝트로 파견 근무 가게 되며 운전에 도전한다.

유능한 운전 강사를 찾기 위해 맘카페에서 엄마인 척 연기하며 어렵게 운전 강사 정보까지 얻어낸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겁내는 그녀에게 찾아 온 운전강사는 키 작은 아줌마이다.

첫 번째 소설 <연수>가 초보 운전 도전기라면 <동계올림픽>은 인턴에서 정직원 채용에 합격하기 위한 취재기다. 시골 집에서는 자신을 똑똑한 천재처럼 알며 동네방네 자랑하기 바쁘지만 현실은 조그마한 방송국에서 정직원 채용을 위해 먼 새벽 금메달 유망주 선수의 집을 가서 취재해야 하는 현실.

추운 겨울새벽, 낯선 장소에서 내린 선진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조차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금메달 유망주 백현호 선수 부모님의 영상을 잘 취재해야만 정직원 채용이 될까 말까한 현실. 과연 인턴기자인 선진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장류진 작가는 소설에 멋을 부리지 않는다. 잘 알고 있다시피 장류진 작가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그래서 첫 이야기 <연수>에서도,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들이 겪는 마음과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초보이기에 긴장되는 두려움, 베테랑 기자들 사이에서 주눅 들어 있는 사회 초년생. 자세하게 그려진 글을 읽노라면, 그들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눈에 그려진다.

난생 처음 홀로 운전대를 잡는 초보운전자에게 필요한 말이 뭘까?

힘들게 취재를 갔건만 변수는 생기고 혼자 고군분투하건만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인턴 기자에게 필요한 말이 무얼까? 장류진 작가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응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실적으로만 평가받는 시대, 갈수록 칭찬이 박해지는 시대..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건네준다.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비록 실패해도 한 해 새롭게 시작하라고 축복을 빌어준다. 그 따뜻한 응원에 그들은 한 발을 내딛는다.

두 번째 소설 <펀펀 페스티벌>에서도 응원을 바친다.

나이가 들면서 알아가는 게 있다. 바로 우리의 인생은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펀펀 페스티벌>에서도 단체 면접시간에 과정에 최선을 다 하면 알아주리라 생각했지만 팀워크보다 자신 홍보에 치중한 경쟁자 이찬휘가 합격하며 쓴 맛을 알아간다. 자신은 코인노래방에서 쓸쓸히 송년회를 보내지만 이찬휘는 팝송 가사를 틀려도 당당히 노래하며 화려한 송년회를 맞이한다. 화려해지고 싶지만 잘 낄 수 없는 주인공. 결국 그녀의 선택은 자신의 '쪼'대로 송년을 보내는 것.

그러면서 알게 된다. 화려하지 않으면 어떤가. 혼자이면 어떤가. 내가 즐기고 싶은 대로, 놀고 싶은 대로 즐기면 된다.


하지만 이 소설집이 청춘들에게 응원만을 보내지 않는다.

세 번째 소설 <공모>에서는 여성을 미모처럼 취급하며 유리천장이 굳건한 회사이다.

유일하게 여성 팀장으로 살아남았지만 밑의 유능한 여성 직원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현실. 그 속에서 부조리를 목격하고 감당해야하는 고뇌가 소설 속에 가득하다. 이 현실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고 깨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과연 이게 최선인 걸까? <미미와 라라>는 어떤가. 재능 없는 소설가라는 작업에 매달리는 미라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꿈 깨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자전거 라이딩 모임에서 예쁜 여자 회원을 차지하기 위한 남자들의 유치한 경쟁을 보면서 젊으니까 이런 무모한 것을 벌일 수 있다고 웃으면서도 그들의 패기가 부러운 건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인정하는 것일까?


씁쓸한 현실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다섯 편의 소설이 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초보운전으로 시작하는 주인공에게도, 나만의 송년회를 보내는 나에게도,

재능 없는 글쓰기를 체감하며 꿈과 재능 사이에서 좌절하는 미라 언니에게도..

그들에게 이 소설은 한결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잘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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