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et] 2022 편한 가계부 2022 편한 가계부
소울하우스 지음 / 소울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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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가 어느덧 2달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전히 아쉬움이 많은 한 해, 그 중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바로 무분별한 소비가 아닐까 생각된다. 부끄럽지만 나는 가계부는 잘 쓰지 않는다. 천성이 게으른 탓도 있지만 적어내려가다 보면 끝이 없는 지출 목록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자신의 지출 목록을 분석하지 않고 잘 모른다면 결코 돈을 모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해마다 다양한 가계부가 나오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내가 수많이 실패해왔던 가계부와 달리 《2022 편한 가계부》는 나와 같이 게으른(?) 사람들이 쉽게 사용될 수 있는 가계부이다. 거대한 세부 내역 기록보다 한 달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도록 설계된 가계부이다.

<2022 편한 가계부>는 일자 별이 아닌 한달 계획 단위로 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고정 지출 그리고 그 외 지출을 파악하기 쉽게 해 주었다. 자신의 수입을 초과하지 않도록 도와주며 지출 목록 또한 간소화 하여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나같은 가계부 초보자에게 쉽게 다가가게 만들어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자신의 지출 가운데 이 가계부에 수록된 식비, 생필품비, 교육/문화비, 교통비 이외에 따로 많이 사용하는 항목이 있다면 추가할 수 있도록 공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 도서 구매가 많으니 도서 부분으로 따로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2022 편한 가계부>에서 알려주는 팁을 보면 월간 계획표에 "신용카드 350,000 결제 예정" 계획을 소개해 준다. 나는 보통 카드 대금이 자동 이체되니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출의 중요 항목인 카드 대금을 기록하지 않으면 한 달의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게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내게 유용한 팁이었다.

곧 사흘 뒤에 시작되는 11월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제작된 가계부를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겁이 난다. 하지만 간단하고 제목 그대로 편하게 제작되어 시작하기에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2022년, 가계부로 현명한 지출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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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아들 예수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근수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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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 불린다. 하지만 기독교는 배척의 종교이기도 하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는 형제 자매라 하며 사랑을 말하지만 타종교 또는 무신자들 앞에서 벽을 세운다.

아직까지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는 것 또한 기독교의 강한 반발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남녀의 차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 보수적인 기독교 세계는 여성 교역자들에게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으며 벽을 세운다. 여성 신도가 남성보다 우월하게 많음에도 여성 목회자가 될 수 없는 세계, 과연 하나님은 그걸 원하셨을까?

《여성의 아들 예수》의 저자 김근수 신학자님은 해방신학자이다. <가난한 예수>, <평화의 예수>등을 편찬한 그 분은 진보적인 신앙을 견지하셨다. 그리고 이 신작에서는 성경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성경이 쓰여지던 당시, 여성은 인구의 수에 들어가지 못하던 시기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는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군중 5만명을 먹이셨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여성들의 수를 제외한 수가 5만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인구 수에 포함되지 못할 정도로 천박한 취급을 받았던 그 당시의 여성들의 모습을 과연 예수님은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가 이 책 속에 펼쳐진다.

예수를 만난 여성, 가르친 여성, 예수의 여성 비유, 예수의 탄생까지 예수의 일생에서 나오는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성경 본문과 함께 소개해준다. 무엇보다 우리가 문자 그대로의 해석에 가로막혀 여성들을 배제하는 현 기독교의 오류를 철저하게 바로잡아준다. 기독교에서 항상 아담이 먼저 태어났고 하와가 그 후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리고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말씀 하나로 여성에게 순종을 요구했다. 여성은 이혼도 할 수 없었고 남성에게 속박된 존재였다. 하지만 과연 예수님은 그런 의도로 말씀하셨을까?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라는 성경 말씀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남성과 여성으로 가각 존재하게 하셨고 남성과 여성 모두 하나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셨음을 강조한다. 누가 누구보다 우월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낫고의 존재가 아닌 창조부터 평등하게 창조하셨음을 이야기한다. 남녀평등은 태초 하나님의 뜻이셨다. 하지만 이러한 하나님의 뜻이 우리의 잘못으로 여성을 강제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천주교는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숭배한다. 기독교에서도 마리아는 하나님의 뜻을 받든 믿음의 소유자로 인정한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마리아는 엄연한 개인이건만 예수와의 관계로만 정의되는 현실은 우리 나라에서 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면 "OO엄마"로만 불리는 현실 을 생각나게 한다. 남성에 비해 '~의 엄마' '~의 집사람'으로 기억되기 쉬운 여성의 위치. 왜 우리는 마리아를 예수의 어머니 더 이상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보수적인 기독교 교단에게는 불편할 책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 장로교 교단에서 여성 목사 인정하지 않는 결의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 교단 총회 바깥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여성 목사 인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체한 듯 마음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은 기독교인으로서 나를 계속 내리눌렀다. 그 불편함을 이 책 <여성의 아들 예수>가 상당 부분 해소시켜 주었다. 우리가 예수의 뜻이라고 알고 있는 여성 차별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음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읽을 리 없겠지만 아직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보수적인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 그리고 기독교가 더 이상 한 자리에 있지 않고 시대에 맞게 맥락에 맞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 한 발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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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이집트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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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저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어린 시절 회고록 『아웃 오브 이집트』이다.

안드레 애치먼이 태어난 1951년부터 196년 로마로 이주하기까지 4대의 가족이 자란 이집트에서의 어린 시절이 찬란하게 묘사된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거하면서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그의 가정의 이야기, 전쟁 그리고 피난하기까지의 여정이 잔잔히 때론 폭풍처럼 몰아친다.

빌리 할아버지. 『아웃 오브 이집트』는 빌리 할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살기 위해 양국을 오가며 스파이를 자청하며 살아남았던 빌리 할아버지. 저자 안드레 애치먼은 어린 시절 살았던 알렉산드리아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빌리 할아버지는 단번에 손자의 말을 막는다. "다 쓸데없어. 난 현재에 산다."라고 외치는 빌리 할아버지. 격동기를 살아낸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이 악몽일 수 있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로 기억될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안드레 애치먼처럼...

생활력 강한 아버지, 그리고 청각 장애인 엄마, 같은 유대인이라 하더라도 공주와 성녀라 불리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등의 이야기등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자녀도 유대인이지만 어머니가 비유대인일 경우 완전한 유대인이 될 수 없는 신분의 차이, 같은 친척이지만 신분의 이유로 100세 파티에 저자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일부로 초대하지 않는 신분의 벽은 친척이라 해도 깰 수 없는 엄연한 벽이었다.

독일의 공격으로 관제등제를 실시할 때 온 가족이 어둠 속에서 서로 속삭이던 추억, 유대인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그들의 삶 속에서 왜 유대인들이 이토록 한 곳에 정착하기 위해 그들의 디아스포라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

14년의 짧다면 짧은 어린 시절, 안드레 애치먼의 특유의 장기인 이집트의 광활한 풍경은 독자에게 상상의 묘미를 안겨 준다. 그 안에서 저자의 가족 4대가 펼쳐나가는 이 『아웃 오브 이집트』는 나세르 집권과 함께 떠나야만 했던 시대의 격동기와 맞물려 하나의 드라마를 완성한 듯 하다.

다시 시간이 충분히 있다면 이 책을 천천히 재독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유대인의 디아스포라와 이집트 역사 등을 더 알아간 다음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의 어린 시절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깊어가는 가을밤,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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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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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이 시간은 야행성인 사람이라도 잠들기에 충분한 야심한 시각이다.

그 시각,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검은 모자를 쓴 여인.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지으며...

그 여인을 본 이후로 민의 세상은 달라진다.

『검은 모자를 쓴 여자』의 주인공 민은 마음씨 좋은 남편과 입양한 아들 동수, 동수와 함께 식구가 된 고양이 까망이, 그리고 개 무지. 이렇게 다섯 식구다. 끔찍한 사고로 아들 은수를 잃고 암흑과 같은 시간이였던 민은 크리스마스 이브, 동네에 있는 한 으슥한 교회에 버려져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남편은 아내 민에게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입양하자고 권유하고 민은 얼떨결에 버려진 아이를 자신의 자녀로 받아들인다. 남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이제 됐다고 끝났다고 하지만 이 평화는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과연 괜찮은 걸까?

소설은 주인공 민이 이 아슬아슬한 평화를 이어 나가던 중 민이 새벽 2시 검은 모자를 쓴 여인을 보게 되며 얼음장 같던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키우던 반려견 무지가 순식간에 공격을 받아 실명하게 되고 고양이 까망이는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주인 민을 공격한다. 화가 나 까망이를 목졸라 죽이고 땅에 묻지만 까망이는 버젓이 살아나고 까망이 있었던 그 교회로 도망친다. 그 후 찾아온 사랑하는 엄마가 질식사로 돌아가시며 민은 모든 게 혼란스럽기만 하다.

남편에게 호소하지만 듣지 않는 무관심, 그 안에서 홀로 미쳐가는 민.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는다.

과연 이건 민의 우려일 뿐일까. 아니면 정말 민의 생각대로 고양이 까망이의 불운한 기운일까.

『검은 모자를 쓴 여자』는 끝까지 모호함을 유지한다. 민이 겪는 불행은 현재이고 사실이지만 이 불행의 원인을 주변에서는 모두 허구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사고일 뿐이라며 민을 궁지로 몰아넣는 사람들 속에 그녀의 불행은 더욱 모호해져간다. 이 모호함 속에 읽는 독자인 나 또한 혼란스러워간다. 실체가 없는 이 불행 앞에 어느 누구도 답을 내려주지 않기에 까망이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동수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극대화시킨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기도 하지만 답답함을 주기도 한다.

소설은 민의 심리를 따라가며 읽는 이에게 민의 감정에 이입되게한다. 읽어나가면서 그 민의 감정이 지나치게 이입되어 순간 순간 멈춰야만 했다. 책 뒷부분에 써 있는 미스터리 심리 환상극이라는 글은 이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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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대의
지젤 알리미 지음, 이재형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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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대의』의 저자 지젤 알리미. 지난 2020년 7월 28일 작고한 그녀는 20세기 최고의 페미니즘 활동가로 불린다. 변호사이며 페미니스트이자 정치가인 지젤 알리미가 프랑스의 여성 운동에 대해 남긴 이력은 화려하다.

<여성의 대의를 선택하다> 협회 설립해 조직적으로 여성을 지원하고

낙태로 기소된 여성을 변호한 보비니 재판에서 승리한 변호사로 3년 후 '자발적 임신 중단에 관한 법률' 제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1980년 '성폭행 및 사회 도덕을 저해하는 행위에 관한 법률' 제정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여성의 대의』는 페미니즘의 한 획을 그은 지젤 알리미의 대표작이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그녀의 첫 작품이다.

우리 세대에게 여성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온갖 차별을 당할 인류의 절반이 된다는 의미였다.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말이다.

여성이 된다는 것은 열등감과 무책임이 주어진다는 뜻이었다.


지젤 알리미는 여성이 출생과 동시에 차별을 안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먼저 확실히 한다.

가부장제로 점철되어진 사회에서 남성은 출생부터 우월한 특권을 인정받는 데 비해 여성은 차별을 감당해야 할 존재로 인식된다. 이 성의 차별 위에 인종, 피부색, 계급 차별 등이 덧붙여진다. 가장 먼저 주어지는 차별. 그건 바로 성차별이다. 슬프게도 지젤 알리미는 자신의 출생을 예로 들어 독자에게 설명한다. 어머니가 지젤 알리미, 즉 딸을 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저자의 아버지가 실망해서 지인들에게 딸의 출생을 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1남 2녀인 우리 가족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빠는 1남 1녀가 있어 마지막으로 아들을 기대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막내가 딸이라는 말을 듣자 섭섭함에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다. 아들이 있음에도 또 아들을 바라는 가부장제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공통되는 제도라는 걸 말해주는 듯 하다.

역설적이게도 모든 억압은

그것에 희생당하는 이들의 암묵적 동의를 수반한다.

한편으로는 억압에 대해 희생자들이

불안감을 덜 느끼려고 해서일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참고 견디면서 스스로 격려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암묵적 동의... 나는 이 '암묵적 동의'라는 구절에서 나의 엄마를 떠올렸다.

어려서부터 엄마는 딸이였기에 학업도 포기해야 했고 집안에 떠밀려 결혼해야했다. 결혼하셔도 여성의 굴레는 엄마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함에도 엄마는 엄마와 같은 길을 나와 동생에게 요구하셨다. 학업을 포기하지 않게 한 것을 제외하고 엄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산다며 우리를 본인과 같은 삶의 테두리 속에서 살기를 종용하셨다. 결혼 후 이 제도가 여성에게 얼마나 불리한 제도인가를 알게 된 이후 나는 생각했다. 엄마는 여성에게 결혼 후의 삶이 훨씬 힘들 걸 알면서도 선택을 주지 않고 강제하셨나 생각하곤했다. 그게 바로 지젤 알리미가 말한 '암묵적 동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 암묵적 동의도 다른 선택이 있다는 걸, 저항할 수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암묵적 동의'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젤 알리미는 분명히 말한다. 낙태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지만 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임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피임법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무성의로 인해 수많은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의 피해가 됨을 지적한다. 섹스를 출산의 도구로만 장려하기에 피임법을 알리는데 소극적이고 낙태를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이 현실에 지젤 알리미는 분노한다. 그리고 그 불리한 환경에 있는 여성들을 변호해나간다.

프랑스 식민지 튀니지 출생으로 프랑스 본토의 여자에 대한 차별과 식민지 차별을 모두 감내해 온 지젤 알리미. 그녀의 행보 하나 하나마다 여성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여성의 차별은 아무리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뿌리가 깊으며 어디서나 공통되는 현상이고 이 뿌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함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지젤 알리미는 여성들에게 남편에게서의 경제적 독립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경제적으로 독립되지 않는 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버지니아 울프 또한 경제력과 자기만의 방의 필요성을 말했듯 경제력이 없는 한 여성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육아 등 여성에게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사실을 떠올릴 때 과연 이게 최선일까라는 생각 또한 들며 더욱 많은 토론이 필요할 듯 하다.

이제서라도 지젤 알리미라는 이름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 작품이 국내에 첫 소개되었는데 저자의 다른 책이 있다면 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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