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이집트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저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어린 시절 회고록 『아웃 오브 이집트』이다.

안드레 애치먼이 태어난 1951년부터 196년 로마로 이주하기까지 4대의 가족이 자란 이집트에서의 어린 시절이 찬란하게 묘사된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거하면서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그의 가정의 이야기, 전쟁 그리고 피난하기까지의 여정이 잔잔히 때론 폭풍처럼 몰아친다.

빌리 할아버지. 『아웃 오브 이집트』는 빌리 할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살기 위해 양국을 오가며 스파이를 자청하며 살아남았던 빌리 할아버지. 저자 안드레 애치먼은 어린 시절 살았던 알렉산드리아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빌리 할아버지는 단번에 손자의 말을 막는다. "다 쓸데없어. 난 현재에 산다."라고 외치는 빌리 할아버지. 격동기를 살아낸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이 악몽일 수 있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로 기억될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안드레 애치먼처럼...

생활력 강한 아버지, 그리고 청각 장애인 엄마, 같은 유대인이라 하더라도 공주와 성녀라 불리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등의 이야기등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자녀도 유대인이지만 어머니가 비유대인일 경우 완전한 유대인이 될 수 없는 신분의 차이, 같은 친척이지만 신분의 이유로 100세 파티에 저자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일부로 초대하지 않는 신분의 벽은 친척이라 해도 깰 수 없는 엄연한 벽이었다.

독일의 공격으로 관제등제를 실시할 때 온 가족이 어둠 속에서 서로 속삭이던 추억, 유대인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그들의 삶 속에서 왜 유대인들이 이토록 한 곳에 정착하기 위해 그들의 디아스포라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

14년의 짧다면 짧은 어린 시절, 안드레 애치먼의 특유의 장기인 이집트의 광활한 풍경은 독자에게 상상의 묘미를 안겨 준다. 그 안에서 저자의 가족 4대가 펼쳐나가는 이 『아웃 오브 이집트』는 나세르 집권과 함께 떠나야만 했던 시대의 격동기와 맞물려 하나의 드라마를 완성한 듯 하다.

다시 시간이 충분히 있다면 이 책을 천천히 재독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유대인의 디아스포라와 이집트 역사 등을 더 알아간 다음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의 어린 시절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깊어가는 가을밤,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