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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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이 시간은 야행성인 사람이라도 잠들기에 충분한 야심한 시각이다.

그 시각,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검은 모자를 쓴 여인.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지으며...

그 여인을 본 이후로 민의 세상은 달라진다.

『검은 모자를 쓴 여자』의 주인공 민은 마음씨 좋은 남편과 입양한 아들 동수, 동수와 함께 식구가 된 고양이 까망이, 그리고 개 무지. 이렇게 다섯 식구다. 끔찍한 사고로 아들 은수를 잃고 암흑과 같은 시간이였던 민은 크리스마스 이브, 동네에 있는 한 으슥한 교회에 버려져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남편은 아내 민에게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입양하자고 권유하고 민은 얼떨결에 버려진 아이를 자신의 자녀로 받아들인다. 남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이제 됐다고 끝났다고 하지만 이 평화는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과연 괜찮은 걸까?

소설은 주인공 민이 이 아슬아슬한 평화를 이어 나가던 중 민이 새벽 2시 검은 모자를 쓴 여인을 보게 되며 얼음장 같던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키우던 반려견 무지가 순식간에 공격을 받아 실명하게 되고 고양이 까망이는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주인 민을 공격한다. 화가 나 까망이를 목졸라 죽이고 땅에 묻지만 까망이는 버젓이 살아나고 까망이 있었던 그 교회로 도망친다. 그 후 찾아온 사랑하는 엄마가 질식사로 돌아가시며 민은 모든 게 혼란스럽기만 하다.

남편에게 호소하지만 듣지 않는 무관심, 그 안에서 홀로 미쳐가는 민.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는다.

과연 이건 민의 우려일 뿐일까. 아니면 정말 민의 생각대로 고양이 까망이의 불운한 기운일까.

『검은 모자를 쓴 여자』는 끝까지 모호함을 유지한다. 민이 겪는 불행은 현재이고 사실이지만 이 불행의 원인을 주변에서는 모두 허구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사고일 뿐이라며 민을 궁지로 몰아넣는 사람들 속에 그녀의 불행은 더욱 모호해져간다. 이 모호함 속에 읽는 독자인 나 또한 혼란스러워간다. 실체가 없는 이 불행 앞에 어느 누구도 답을 내려주지 않기에 까망이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동수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극대화시킨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기도 하지만 답답함을 주기도 한다.

소설은 민의 심리를 따라가며 읽는 이에게 민의 감정에 이입되게한다. 읽어나가면서 그 민의 감정이 지나치게 이입되어 순간 순간 멈춰야만 했다. 책 뒷부분에 써 있는 미스터리 심리 환상극이라는 글은 이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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