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아들 예수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근수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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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 불린다. 하지만 기독교는 배척의 종교이기도 하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는 형제 자매라 하며 사랑을 말하지만 타종교 또는 무신자들 앞에서 벽을 세운다.

아직까지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는 것 또한 기독교의 강한 반발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남녀의 차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 보수적인 기독교 세계는 여성 교역자들에게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으며 벽을 세운다. 여성 신도가 남성보다 우월하게 많음에도 여성 목회자가 될 수 없는 세계, 과연 하나님은 그걸 원하셨을까?

《여성의 아들 예수》의 저자 김근수 신학자님은 해방신학자이다. <가난한 예수>, <평화의 예수>등을 편찬한 그 분은 진보적인 신앙을 견지하셨다. 그리고 이 신작에서는 성경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성경이 쓰여지던 당시, 여성은 인구의 수에 들어가지 못하던 시기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는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군중 5만명을 먹이셨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여성들의 수를 제외한 수가 5만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인구 수에 포함되지 못할 정도로 천박한 취급을 받았던 그 당시의 여성들의 모습을 과연 예수님은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가 이 책 속에 펼쳐진다.

예수를 만난 여성, 가르친 여성, 예수의 여성 비유, 예수의 탄생까지 예수의 일생에서 나오는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성경 본문과 함께 소개해준다. 무엇보다 우리가 문자 그대로의 해석에 가로막혀 여성들을 배제하는 현 기독교의 오류를 철저하게 바로잡아준다. 기독교에서 항상 아담이 먼저 태어났고 하와가 그 후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리고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말씀 하나로 여성에게 순종을 요구했다. 여성은 이혼도 할 수 없었고 남성에게 속박된 존재였다. 하지만 과연 예수님은 그런 의도로 말씀하셨을까?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라는 성경 말씀에서 저자는 하나님이 남성과 여성으로 가각 존재하게 하셨고 남성과 여성 모두 하나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셨음을 강조한다. 누가 누구보다 우월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낫고의 존재가 아닌 창조부터 평등하게 창조하셨음을 이야기한다. 남녀평등은 태초 하나님의 뜻이셨다. 하지만 이러한 하나님의 뜻이 우리의 잘못으로 여성을 강제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천주교는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숭배한다. 기독교에서도 마리아는 하나님의 뜻을 받든 믿음의 소유자로 인정한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마리아는 엄연한 개인이건만 예수와의 관계로만 정의되는 현실은 우리 나라에서 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면 "OO엄마"로만 불리는 현실 을 생각나게 한다. 남성에 비해 '~의 엄마' '~의 집사람'으로 기억되기 쉬운 여성의 위치. 왜 우리는 마리아를 예수의 어머니 더 이상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보수적인 기독교 교단에게는 불편할 책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 장로교 교단에서 여성 목사 인정하지 않는 결의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 교단 총회 바깥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여성 목사 인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체한 듯 마음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은 기독교인으로서 나를 계속 내리눌렀다. 그 불편함을 이 책 <여성의 아들 예수>가 상당 부분 해소시켜 주었다. 우리가 예수의 뜻이라고 알고 있는 여성 차별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음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읽을 리 없겠지만 아직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보수적인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 그리고 기독교가 더 이상 한 자리에 있지 않고 시대에 맞게 맥락에 맞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 한 발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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