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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 팬데믹 이후 회복과 성장을 위한 생존지도
리차드 데이비스 (Richard Davies) 지음, 고기탁 옮김 / 부키 / 2021년 11월
평점 :

슬프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한다. 특히 코로나는 10년에 걸칠 변화 속도를 놀라운 속도로 앞당겼다. 비대면수업이 일상화되고 E-commerce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이 새로운 변화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진 기업은 매출호황을 누리는 반면 인프라가 취약한 자영업자들은 도태되었다. 이제 포스트코로나를 위한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되어갈 것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영국 런던 브리스톨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리처드 데이비스는 경제 여행을 떠난다.
4대륙 9개국 16만 킬로미터. 저자가 여행한 곳은 3곳으로 나뉘어 소개된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거둔 곳, 최고의 상황에서 최악악의 상황을 거둔 곳, 그리고 최첨단으로 운영되는 곳 세 부류로 나뉘어진다.
먼저 책 처음에 소개되는 지역은 인도네이사의 아체이다. 2004년 아체 지진해일로 온 지역이 파괴되었던 그 현장을 저자는 방문한다. 쉽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세상의 예측을 뒤엎고 공동체가 빠르게 회복되고 대부분의 사람이 평소처럼 살아갈 수 있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저자는 찾아나간다.
지진해일이라는 악재를 딛고 성장할 수 있었던 아체에서 발견한 비밀은 바로 '인적자본'이었다. 집과 시설등 물리적인 기본 시설은 파괴되었지만 이 지역이 빨리 재건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인적자본'이야말로 회복탄력성의 원천이라는 것은 우리가 암시하는 바가 크다. AI에 의해 인간이 밀려나고 인적자본이 그 어느 때보다 경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쩌면 우리는 극한경쟁의 가장 중요한 회복탄력성을 스스로 잃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가 여행한 또 다른 곳은 바로 노령화가 심각한 일본의 아키타이다. 낮은 출생률과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며 '초고령화'사회가 진행된 아키타 마을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한국도 일본 아키타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이 <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미래 서적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고령화 사회를 논할 때 항상 일본과 한국을 함께 거론해왔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데이비스 또한 한국을 아키타 다음 초고령화 사회의 모델로 한국을 지목하는 점에서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령화 사회가 주목되며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데 그 중 노후 수단인 연금 제도와 노소 갈등, 가정의 평화, 외로움, 고독사 등을 소개해준다. 이미 한국에서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남의 일이라고 방관만 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령화로 생겨나는 문제 중 저자가 주목한 사실이 바로 사라지는 마을이라는 사실이 더욱 반갑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노인만 남은 한국에서 이미 여러 시골 마을들이 사라지고 있다. 내 고향만 해도 한 집 건너 빈집일 만큼 마을이 황량하다. 일본도 아름다운 마을이 감소되고 있으며 21년 뒤에는 전체의 50퍼센트에 해당하는 869개 지방 소도시가 사라질 운명이라고 한다. 한국 또한 저자가 말하는 일본의 대책들을 징검다리 삼아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최첨단을 달리는 에스토니아로 바라보는 최첨단의 상황에서 일자리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어떤 일자리들이 위협받고 있는지 알려주는 부분 또한 의미심장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AI와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닌 여러 극한의 현장을 둘러보는 경제 분석은 결국 우리가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청사진과 같다. 기후변화와 함께 많아지는 자연 재해, 노인이 대부분인 초고령화 사회, 최첨단 사회등을 여행하는 저자의 여정은 지구촌이 된 일상에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극한 상황 속에서 어떤 시나리오를 짤 것인지 현장에서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며 암담해지기도 했고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에 초조해지기도 했다. 결국 온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