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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11월
평점 :

살아가면서 깨닫는 건 우리 삶에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단 한 명만 있어도 그 삶은 특별해지고 풍성해진다. 정여울 작가에게는 그 한 명의 벗이 바로 지난 9월 29일에 세상을 떠난 고 황광수 평론가였다.왈츠는 혼자 출 수 없는 춤이다. 두 사람이 함께 손을 맞대며 손과 발을 맞추어 함께 나아가야한다. 황광수 평론가와 정여울 작가는 더 늦기 전에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처럼 '향연'을 이어가기로 한다. 두 분의 전공인 문학과 철학을 논하며 왈츠를 추며 향연을 하기로 계획한다. 하지만 병마는 이 향연을 편지의 글로 새로운 향연을 이어 나간다.
44년생 황광수와 76년생 정여울은
어떻게 이토록 절친한 벗이 되었을까요.
우리 사이엔 아무런 실용적 목적이 없었기 떄문이었지요.
우리의 우정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었으니까요.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좋았으니까.
그저 선생님을 멀리서 그리워하기만 해도
미소가 몽글몽글 피어올랐으니까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친구라는 것에 대해. 벗이라는 것에 대해. 함께 문학을 하고 나누며 서로의 글을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30년의 나이차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그 우정에는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했다. 맞다. 이게 벗이다. 자신의 모든 글을 읽어주고 격려해주던 황광수 평론가와 정여울 작가 두 사람의 눈부신 우정이 눈물나게 부럽다.
두 저자 모두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평론가의 길을 걸으며 정여울 작가는 자신의 고충을 이야기한다.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고민하는 정여울 작가에게 먼저 이 길을 걸어간 황광수 평론가는 선배로서 답한다.
글을 쓰는 순간 잠재 독자가 생기는 거지.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읽기'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더욱 성실하게 글을 써야 하고
이 지구상에 아직 예술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이 때, 더욱이 음지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평론가의 입장에서 정여울 작가는 많이 고뇌했을 듯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성실하고 감사할 것을 말하는 선생님의 충고를 들으며 수십번 마음을 다잡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여울 작가의 표현대로 황광수 평론가는 선생님이자 벗이자 정여울 작가의 나침반이 되어 준 큰 그릇이였으리라.
나의 글쓰기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아주 작은 발걸음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스스로 끊임없이 괴롭히는 아픈 질문이지만,
그 고통스러운 질문이야말로
나로 하여금 더 나은 글쟁이를 꿈꾸도록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황광수 평론가님이 정여울 작가에게 말한 충고는 결국 황광수 선생님의 글쟁이로서의 가지고 있는 사명이다.
글을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며 더 소중해야 하는 것, 힘들지만 이 세상을 향한 선을 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황광수 선생님은 삶과 문학이 떨어질 수 없으며 글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도구가 되어야 함을 말한다. 책 출간이 부의 수단으로 추락되어가는 이 시대, 자신을 출간의 통로로 이용하려는 몇몇 지인들의 이기적인 목적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황광수 선생님은 이런 때일수록 글의 참 목적을 잃지 말기를 격려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벗이 있다는 기쁨을 《마지막 왈츠》를 보며 알아간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화답하는 이 두 분의 우정의 왈츠가 눈물나게 부럽다. 선배로서 끌어주고 후배로서 따르며 우정을 이어나가는 두 저자의 왈츠는 너무나 완벽하다. 마지막을 앞두고 애도하는 정여울 작가의 글은 벗을 잃어가는 슬픔이 짙게 배어 있다.
벗을 떠나보내는 그 슬픔. 선생님이 남긴 마지막 글을 애도로 떠나보내는 정여울 작가와 또 다른 벗이자 이 책의 편집인인 이승원 작가의 또 다른 애도로 마무리되는 이 한 권의 책은 그야말로 찬란한 우정의 향연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두 사람의 우정의 왈츠가 아름다워 한참을 머물렀다. 비록 이 세상을 떠났지만 정여울 작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우정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