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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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고향에 갔다. 어두운 밤, 서울에서 볼 수 없던 별들을 보며 아이들이 환성을 지른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고 노래 부르면서 정작 보지 못했던 작은 별들을 이토록 환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경이로워한다. 예전 우리에게 하나의 일상이었던 우주와 자연은 이제 경이의 대상이 되었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동물들, 사라져가는 멸종 동물들 그들을 바라보고 함께 한다는 건 어쩌면 슬픈 직업이 아닐까. 야생동물들을 연구하며 매 조련사이기도 한 동물학자 헬렌 맥도널도 또한 그렇지 않을까.

자연 에세이 《저녁의 비행》의 저자 헬렌 맥도널드는 매 조련사이자 동물학자이다. <메이블 이야기>로 논픽션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우는 새뮤얼 존슨상과 코스타상까지 수상한 저자 헬렌 맥도널드는 이번 신작에서 다양한 야생동물을 지켜보며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사유하는 에세이 《저녁의 비행》을 출간했다.

저자의 전공답게 이 책에는 많은 동물들이 소개된다. 염소, 반딧불이, 황새, 물푸레나무, 철새, 칼새 등 그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단지 저자가 동물들의 일상을 소개하려는 점보다 저자는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더 중심점을 둔 듯한다. 우리 아이들이 하늘의 빛을 보고 아름답고 경이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듯 우리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현상이 단지 감탄하는 데 멈추어 있다는 점에 저자는 우려를 표현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감탄을 넘어 다른 단계로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한다. 자연보호 지정 구역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별도의 공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관점, 이제 멈추었다는 과거의 향수로 생각하는 관점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아직 과거가 아닌 현재성이며 아직도 우리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임을 말한다.

이 자연이 우리의 과거형이 아닌 현재성이라는 말에 대해서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저녁의 비행>에서 힌트를 얻는다. 저자가 칼새의 비행을 관찰하며 칼새의 '집단응집력 원칙'을 알게 되고 칼새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어떻게 비행하고 존재하는가를 바라보며 외계생물로 생각했던 칼새의 존재가 자신의 삶을 배울 수 있는 하나의 존재로 생각한다. 과거 또는 경이의 대상이 아닌 현존하는 존재로 바라보면서 칼새의 비행은 저자의 삶에도 하나의 큰 의미가 된다.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지 끝난 과거형이나 아니면 먼 외계생물로 대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일부가 될 수 없다. 그들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고 존재하고 현존함을 받아들이고 인지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과 공존할 수 있다.



이 모음집 중 <편두통 징후>를 보며 남편을 떠올렸다. 저자에게 있는 편두통 증상을 소개하며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할 것인가라는 과제 속에서 남편이 내게 하던 말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미 되돌릴 수 없다고, 나 한 명 한다고 안 바뀐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의 자기합리화임을 저자는 말해준다. 조그마한 행동과 조치가 비록 작을지라도 꼭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저자의 글은 큰 울림을 준다.


묵시적 사고는 행동에 저항하는 강력한 적대자다.

그런 사고는 보이지 않는 더 큰 힘이나 섭리 등을 포기하게 만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통 받으며 끝을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믿게 만든다.

정말이지 이제부터는 절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과 조치가 언뜻 불가능하고 무의미해 보이지만,

행동은 전적으로, 정확히, 절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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