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아저씨, 행복의 도구를 찾다 - 잘하려 애쓰는 대신 즐기는 마음으로, 취미생활 1년의 기록
이경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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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며 가정을 이루면 가장 하기 어려운 건 바로 취미생활이다. 미혼 시절은 여러 동호회 활동이 가능하지만 결혼 후 특히 아이가 있으면 취미 생활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나를 위한 취미는 커녕 가족 뒤치닥거리와 직장만을 번갈아가며 하기 바쁘다. 아이가 있으면 그제서야 알게 된다. 나를 위한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활동이 얼마나 내게 활력소를 주는지.

《무채색 아저씨, 행복의 도구를 찾다》 의 저자 이경주 씨 또한 '서울신문' 기자로 번아웃되던 삶을 살다 이대로는 안 될것만 같다는 생각에 자신만의 취미를 갖기로 결심한다. 그 시작이 바로 아들이 다니던 화실에서의 그림 그리기였다. 취미를 가지기 전에는 무채색 같던 삶이 그림을 그린 후 여러 가지 색으로 채워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선만을 그리지만 하나씩 그림의 범위를 넓혀나간다.자화상을 그리고 아내의 모습을 그린다. 나와 타인의 사진을 보고 그리는 과저에서 선생님은 말한다.

"그대로 그리기만 하는 거라면 사진이 낫죠. 표정과 분위기를 잡아내셔야 해요."

항상 무심하게 대했던 아내의 모습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아내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본다. 이 때 당시에 아내의 기분이 어떠했는지, 어떤 분위기일 때 아내가 이런 표정을 짓는지 곰곰히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아내를 그려나가면서 조금씩 더 알아간다. 자신의 부부 생활 또한 되돌아본다.

이 글을 보면서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타인을 그린다는 건 어쩌면 김춘수의 시처럼 그림의 피사체,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감정에 따라 각각 다른 그림의 종류를 그린다. 번아웃이 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맥주를 마시며 쉬고 있는 자신의모습을 그리고 어떤 때는 추상화를 그리며 저자의 최애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을 모사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일상에 쫓기던 무채색이었던 삶에 하나씩 색이 덧입혀진다.

취미는 산책처럼 마음 가는 대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

내게도 그림은 하고 싶은 때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 되는

'일상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게으름이 허용되고, 그리다 중도에 포기해도 상관없다.

'하면 된다'의 영역이 아니라 '되면 한다'의 영역인 것이다.


저자는 취미를 '자기만의 방'이라고 말했다. 그 표현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건 바로 나 역시 독서라는 나만을 위한 행위를 하면서 삶에 활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저자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주변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행위는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가는 행위였듯 나도 읽고 쓰는 행위가 빡빡한 삶에서의 자유였다. 그 자유는 오로지 하는 사람만 느낄 수 있다.

《무채색 아저씨, 행복의 도구를 찾다》를 읽으면 저자의 그림과 함께 깊어진 사유를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그림을 그리며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하듯, 그림을 그려 나가며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그림으로 표현해내며 깊어진 사유를 알게 된다. 그 사유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취미를 가짐으로서 가능해진 것이다.

인생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이대로 인생이 끝나는 것만 같아 두려워질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나 자신만을 위한 작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시도해가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간다. 워킹맘인 내게는 책이 그랬고 저자에게는 그림이였다. 그 취미가 빡빡한 일상에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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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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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죽음, 부모님의 이혼, 소식이 없는 아빠, 실의에 빠진 나머지 자신을 버린 어머니..

만약 이런 과거를 겪은 사람이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성인이 되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엄청난 부를 거둔다해도 어린 시절의 상처는 회복되기 어렵다. 장미 꽃의 가시처럼 공격해 올 것이다. 《노엘의 다이어리》 의 주인공 제이콥 처처의 이야기다.

주인공 처처는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 작가이다. 큰 집, 비싼 포르쉐, 가정부 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린 상처가 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안은 어린 시절. 방과 후 집에 갔을 때 자신의 짐이 마당에 던져져 있었고 간단히 옷을 챙겨 친구 집에서 지내야만 했던 시절. 과연 누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행히 글쓰기 실력이 좋고 능력을 일찍 인정받아 단번에 스타작가로 옮겨졌지만 그의 삶은 공허하기만 하다. 처처는 매일 꿈을 꾼다. 어린 시절, 그 집에서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가 부엌에서 때로는 거실에서 자신을 반기고 안아주는 꿈. 이게 과연 꿈일까? 그렇다면 왜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것일까? 꿈 속의 여자는 누구일까?

그렇게 고민하던 중 고향의 한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그리고 자신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겨주셨다는 전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꿈 속의 여자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처처는 집으로 향한다. 어린 시절, 상처가 가득했던 그 곳으로.

소설은 주인공 처처가 어린 시절을 마주하며 시작된다. 상처가 가득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웃 앨리즈 할머니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두웠던 시절에도 가끔 반짝이던 때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상처에 집중하느라 그 시절을 잊고 살았을 뿐. 피하려고만 했던 자신의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봄으로 사람의 인생이 어둠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다. 깜깜한 터널 속에서 멀리 비추는 빛을 믿고 나아갈 수 있듯, 인생의 암흑 속에서도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의 순간으로 버틸 수 있었음을 처처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레이첼과의 만남과 집 안에서 발견한 '노엘의 다이어리'를 찾음으로 주인공 처처는 어린 시절을 극복해나간다.

삶의 순간이 어둡다고만 생각하면 어둠만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항상 누군가가 우리 곁에 있었음을,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음을 그 순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임을 알 수 있다.

소설의 카피 '과거를 다시 쓸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는 결국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만약 처처가 끔찍한 과거 생각하기도 싫다며 피했다면 그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그는 여전히 공허한 삶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노엘의 다이어리》는 그렇게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떠올리도록 격려해준다. 그 순간의 힘이 다시 일어서게 해 줄 거라고 위로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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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체력이 능력 - 마음, 태도, 관계가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해
최수희 지음 / 빌리버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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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워킹맘으로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저자의 여정에 공감이 되고 용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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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체력이 능력 - 마음, 태도, 관계가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해
최수희 지음 / 빌리버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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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마흔, 체력이 능력』 의 저자 최수희씨 또한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시간에 쫓기고 월화수목금금금 퇴근이 없는 삶. 지친 몸을 지인들과 가벼운 맥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다음날 7시에 출근 시간에 맞추어서 힘들게 하루는 시작하는 삶. 야행성이었던 저자는 어떻게 새벽형 인간으로 바뀌며 두 번이나 바디 프로필을 찍는 운동 매니아로 바뀌었을까?


이 사진 속의 사람이 나란 말이야?

발단은 가족 여행 사진이었다. 초췌한 자신의 모습. 그 모습을 보편서 저자는 생각한다. 이 모습으로 계속 살 수는 없어. 회사와 가정 두 가지 일을 번갈아 가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자신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사실 나 또한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 아마 소수의 여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지 않을까? 출산 후 급격히 불어난 몸무게, 아이를 돌보느라 초췌해진 자신의 몸을 편안한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푸념에 그친다면 (나의 경우 이에 해당한다) 저자는 과감히 결단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저자가 선택한 운동은 바로 수영이었다. 저녁에는 퇴근 후 아이들 육아에 시간이 없기에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에 하는 수영 강습을 들으며 아침을 깨워나간다. 야행성 인간이 새벽형 인간이 되기 위해 저녁 모임을 취소하고 휴대폰을 멀리하며 취침 시간을 맞춰놓는다. 그렇게 하나씩 조정되며 새벽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새벽에 잠을 깬다.



『마흔, 체력이 능력』 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바로 남편과의 바디 프로필 촬영기였다. 나 역시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고 있기에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그런데 하물며 남편과 함께라니. 저자 역시 남편이 자신의 제안에 선뜻 응하자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느냐고 묻는데 남편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당신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열심히 자기관리 하는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고

당신 말 잘 들어서 좋게 바뀐 게 많더라고.

그래서 오케이 했지.


이 대답을 들으며 최근에 들었던 <50대에 도전해서 부자 되는 법>의 저자 '꿈꾸는 서여사 서미숙' 님의 강의가 생각났다. 그 강의에서 한 여성이 질문했다.

"뭘 시도하려고 하면 남편에게 말해야 할까요?"

"남편하고 함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질문에 서미숙 저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자기 자신이 바뀌면 남편은 바뀔 수 밖에 없어요.

자신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먼저 자신을 바꾸세요.

- 꿈꾸는 서여사 서미숙님의 강의 중에서-



『마흔, 체력이 능력』 의 저자 최수희씨도 운동으로 체력이 변화되고 아이들 육아와 회사에서 집중력을 가지게 되며 자신의 삶의 능동적으로 살아간다. 전에는 끌려가는 삶이였다면 이제는 자신이 일어나 운동하고 책을 읽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가며 이렇게 한 권의 저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저자 또한 '목표'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하나라도 '실행'하는 행동력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대단한 부자가 아닌 한 사람이 처한 환경은 비슷하다. 하지만 한 끗 차이가 변화를 만든다. 그 한 끗 차이는 바로 '실행력'이다. 더 늦기 전에 하나라도 시작하는 것. 그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행동한다면 기적은 바로 우리 옆에 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결국 변화할 것인가는 개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뭔가 변화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는 것보다 당장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보는 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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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 유니버스 - 29인 여성 철학자들이 세상에 던지는 물음
수키 핀 지음, 전혜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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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 모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철학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철학자라는 공통점 말고도 또 다른 한 가지 공통저이 있다. 바로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남성 철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에 사람들은 철학을 떠올릴 때 여성 철학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비주류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펼쳐나가는 여성 철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비주류이기에 남성 철학자들이 알지 못하는 차별과 피해 등 실질적인 영역에 자신의 철학을 정립해나간다. 바로 여성 철학자들의 글을 담은 《필로소피 유니버스》다.

《필로소피 유니버스》는 독일의 팟캐스트 <철학 한입>의 진행자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절 워버턴이 만난 여성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한 권의 책으로 표현했다.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훨씬 급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지금의 직장 구조가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아이와 가정을 돌보던 그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

더욱이 지금의 일의 구조와 형태는 과거 남자들이 만들었어요.

선택에 있어서도 남녀가 서로 다르다면,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지금의 구조 안에서

여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해서도 안 되요.


<남녀의 본질> 인터뷰에서 실용철학 명예교수인 재닛 래드클리프 리처즈는 남녀 생물학적인 차이를 논의한다.

남녀의 역할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으니 그에 따라야만 한다는 과거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추종자들과 여성이 집안 일을 하도록 진화되었다는 진화론적 주장에 대해 재닛 래드클리프는 기존의 철학과 사고방식이 달라진 세계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다.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 남자들이 세운 불평등 속에서 남녀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급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려는 본성이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주류 남성이 비주류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82년생 김지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82년생 김지영>의 아내가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한 것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천지개벽하는 사건이라는 걸 남편은 느끼지 못한다. 남성들은 말한다. 여성들, 페미니스트들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심지어는 너무 나댄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이 구조가 절대 깨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목소리를 높이고 때론 강경할 수 밖에 없음을 남성들은 알지 못한다.


분별할 줄 아는 눈이 생긴 피해자에게는 특수한 책임이 있어요.

불평등을 보다 확실히 감지하거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특수한 책임이 생긴 거예요.


<구조된 피해자만이 알고 있는 것> 편의 정치철학 연구 교수 아쉬위니 바산타쿠마르는 '피해자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제목만 보면 '피해자 중심주의'가 되어야 하는데 왜 피해자에게 책임을 씌우느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우니 바산타쿠마르는 특별한 책임을 말한다. 바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숨기지 말고 알려야 하는 책임'을 논한다. 피해를 숨긴다면 또 다른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고문이나 성폭력과 같은 피해는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다. 힘들더라도 자신이 느낀 것을 알려야만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으므로 구조된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을 말해야 함을 말한다.

나는 이 주장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했다. 그 분들 역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세계 곳곳에 알렸다. 아쉬우니 바산타쿠마르의 주장에 따르면 그 분들은 힘든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특수한 책임을 온 몸을 다 바쳐서 수행해나가고 지켜나간다. 일본 또는 우익 세력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만 하면 되었다고 하지만 그 분들은 응당 자신의 책임을 지고 더 이상 우리 역사에 이런 만행이 일어나지 않기를 독촉하는 행위인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외에도 《필로소피 유니버스》에는 전쟁, 혐오, 자유, 죽음 등 여러 주제를 다양하게 이야기한다. 이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오히려 남성 주류에서 느끼지 못한 실생활의 문제점들이 여성 철학자들의 대답에서 발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주류이기에 소수의 삶 또는 다른 삶에 가까이 할 수 있었던 여성 철학자들. 우리의 문제와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에 일반 철학책들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29명의 여성 철학자들에 이어 더 많은 여성 철학자들이 말할 수 있는 장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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