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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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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죽음, 부모님의 이혼, 소식이 없는 아빠, 실의에 빠진 나머지 자신을 버린 어머니..
만약 이런 과거를 겪은 사람이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성인이 되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엄청난 부를 거둔다해도 어린 시절의 상처는 회복되기 어렵다. 장미 꽃의 가시처럼 공격해 올 것이다. 《노엘의 다이어리》 의 주인공 제이콥 처처의 이야기다.
주인공 처처는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 작가이다. 큰 집, 비싼 포르쉐, 가정부 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린 상처가 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안은 어린 시절. 방과 후 집에 갔을 때 자신의 짐이 마당에 던져져 있었고 간단히 옷을 챙겨 친구 집에서 지내야만 했던 시절. 과연 누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행히 글쓰기 실력이 좋고 능력을 일찍 인정받아 단번에 스타작가로 옮겨졌지만 그의 삶은 공허하기만 하다. 처처는 매일 꿈을 꾼다. 어린 시절, 그 집에서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가 부엌에서 때로는 거실에서 자신을 반기고 안아주는 꿈. 이게 과연 꿈일까? 그렇다면 왜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것일까? 꿈 속의 여자는 누구일까?
그렇게 고민하던 중 고향의 한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그리고 자신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겨주셨다는 전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꿈 속의 여자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처처는 집으로 향한다. 어린 시절, 상처가 가득했던 그 곳으로.
소설은 주인공 처처가 어린 시절을 마주하며 시작된다. 상처가 가득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웃 앨리즈 할머니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두웠던 시절에도 가끔 반짝이던 때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상처에 집중하느라 그 시절을 잊고 살았을 뿐. 피하려고만 했던 자신의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봄으로 사람의 인생이 어둠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다. 깜깜한 터널 속에서 멀리 비추는 빛을 믿고 나아갈 수 있듯, 인생의 암흑 속에서도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의 순간으로 버틸 수 있었음을 처처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레이첼과의 만남과 집 안에서 발견한 '노엘의 다이어리'를 찾음으로 주인공 처처는 어린 시절을 극복해나간다.
삶의 순간이 어둡다고만 생각하면 어둠만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항상 누군가가 우리 곁에 있었음을,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음을 그 순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임을 알 수 있다.
소설의 카피 '과거를 다시 쓸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는 결국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만약 처처가 끔찍한 과거 생각하기도 싫다며 피했다면 그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그는 여전히 공허한 삶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노엘의 다이어리》는 그렇게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떠올리도록 격려해준다. 그 순간의 힘이 다시 일어서게 해 줄 거라고 위로해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