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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섬광 - 김은주 미스터리 소설
김은주 지음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8년 7월
평점 :

병원에서 한 소년이 옥상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5년 동안 코마 상태에 있던 한 소녀가 깨어났다.
옥상에서 떨어진 소년은 어려서부터 지병을 앓아왔고 부모님이 안 계시고 할머니와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지병과 어려운 가정 환경을 비관한 소년의 자살로 마무리되려고 하는 한편
죽은 소년과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소녀, 수인을 돌보던 전담 간호사 는 죽은 소년의 휴대폰을 받게 된다.
5년 동안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수인은 자신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병원에 누워 있는 내내 매일 자신을 찾아왔던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고 말하지만 모두들 소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잠자고 있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소녀는 직접 이 소년의 죽음을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병원에서는 소년의 할머니에게 위로금과 함께 화장할 것을 권하고 경찰서장은 하루라도 빨리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
병원 앞에는 5년 전 쌍둥이 아빠가 병실에서 갑자기 죽어나간 아이들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소년의 죽음과 쌍둥이 아이들의 죽음. 뭔가 심상치 않은 사실을 감지한 형사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녹색섬광>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의학이 인간의 욕망과 만나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의료진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환자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표 수단으로 삼아버리는 이들에게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나이팅게일의 선서도 무의미하다.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눈을 감아버리거나 철저하게 악에 동조하는 어른들.
어느 누구도 병원 앞에 진실 규명을 외치는 죽은 쌍둥이 아버지의 외침에 재수없다고 비아냥거리고 죽은 소년의 외침에도, 진실을 알고 있다는 소녀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다.
" 어른들은 대부분 그러니까요.
알고도 안 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아요.."
목표를 위해 과정을 무시해버리는 사람들, 그 사다리 끝에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
<녹색섬광>은 그런 검은 욕망의 편에 선 어른들과 그 반대편에 서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어른들,
그리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아이들의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다만 내용이 조금만 더 긴박하게 움직였다면 더욱 흥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과 악, 그 경계선은 크지 않다. 단지 땅에 쳐진 선 하나만 넘으면 우리는 악에 다가갈 수 있다.
생명을 지키려는 자와 생명을 이용하려는 자.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