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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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숨>을 가제본 서평단으로 받은 건 꽤 오래되었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의 인물들이 내게 천천히 읽어줄 것을 요구하는 듯 엄청난 감정 몰입을 느꼈고 
몇 번씩 책을 읽다가도 내려놓으며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흘렀고 책은 너덜너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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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숨>은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 제인은 어렸을 적 고아원에서 입양되어 싱가포르로 오게 된 과거가 있다. 입양부모는 죽은 딸 제인의 대용품으로 살아가기 원했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제인은 양부모가 원하는대로 무용을 배우며 자신이 아닌 제인으로 철저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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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만 넘어도 은퇴 유혹을 받는 무용계에서 은근한 압박을 받지만 밀려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제인에게는 남편과 반항기 가득한 딸 레나 그리고 가정부 크리스티나가 있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임신을 한 상태에서도 무용을 하고 출산 후에도 육아에 대한 모든 것을 가정부 크리스티나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아슬아슬하게 자신을 지켜 나간다

힘들게 자신을 지켜왔지만 자꾸만 빗나가는 딸의 반항, 어느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레나와의 관계, 엄마의 자리를 완벽하게 차지하고 있는 가정부 크리스티나.. 
점점 거세지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중 그녀는 세계적인 안무가 ""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원한다는 제안을 받으면서 제인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인과 텐의 만남과 그들의 과거, 그리고 딸 레나와 크리스티나 등 모든 인물들은 온전한 자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제인은 죽은 양부모의 딸의 대용품으로 살아왔기에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텐 또한 어려서부터 약한 자신의 체력으로 인해 자신의 몸을 부끄럽게 생각해왔다
딸 레나 또한 어려서부터 자식인 자녀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데 필사적인 엄마 제인으로부터 소외되어왔고 그런 빈 엄마 자리를 대신한 크리스티나로부터 채움을 받게 된다. <불온한 숨>의 모든 등장 인물 들 모두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했다
누군가의 대용품으로, 또는 약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긴 아버지로부터, 추방되지 않기 위해 모든 등장인물들은 투쟁하듯이 살아와야 했고 연기를 해야 했다
죽은 마리와 맥스의 춤이자 텐의 공연인 끈에 묶인 인생을 살아와야 했기에..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간 적이 없었기에 제인은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는 교수 마리와 같은 무용과 동료 맥스의 춤세계에 완전히 동화될 수 없었고 또 다시 도망쳐야만 했던 제인... 
공연 속 등장인물처럼 자신이 아닌 철저한 남이 되어 살아가야만 했던 제인은 이 무용을 내려놓게 되면 자신으로 살아 갈 자신이 없어 힘들게 버텨가며 그 자리를 지키고자 몸부림 친 것이라 생각된다.

아슬아슬하게 버텨나가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숨을 쉬는 것마저 힘겹게 살아가야만 했던 이들이었다
어쩌면 제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현재를 지켜나가기 위해 힘들게 버텨나가는 우리들이니까. 자신을 억누르고 힘들게 숨을 토해내는 <불온한 숨>을 쉬는 제인과 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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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숨>을 읽는 내내 서커스단이 외줄타기 공연을 보는 듯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작가 박영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이 어느 새 이 책에 나오는 공연의 한 가운데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뛰어난 심리 묘사와 함께 무용의 공연이 앙상블을 이루는 소설
이 작품이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작품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 모두 내가 느꼈던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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