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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1 ㅣ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평점 :
《위너 1》은 『오베라는 남자』을 쓴 프레드릭 베크만 작가의 연작 시리즈이다.
먼저 《위너 1》을 알기 위해서는 이 시리즈의 앞의 두 작품을 읽어야 한다.
아이스하키로 똘똘뭉친 쇠락해가는 변두리 지방 베어타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베어타운』
『베어타운』에서는 마을을 살릴 영웅으로 여겨지던 아이스하키 선수 케빈이 하키 단장의 딸 마야를 성폭행하며 공동체가 분열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 시리즈 『우리와 당신들』 에서는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베어타운 마을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함으로 서로 등지는 공동체의 또다른 위기를 그려낸다.
그리고 이제 이 시리즈의 마지막 완결판인 《위너》가 총 2권으로 3년간의 침묵 끝에 출간되었다.
《위너 1》은 전작에서 그려진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에서처럼 공동체의 갈등을 그린다.
첫번째 이야기 『베어타운』 에서는 에이스 선수 케빈의 성폭행이 기점이었고
『우리와 당신들』에서는 벤의 성정체성이 드러나며 갈등이 조장되었다면
마지막 이야기 《위너 1》 에서는 마을을 휩쓴 폭풍이 도화선이 되며 마을의 갈등을 불려온다.
앞의 두 이야기가 주로 베어타운 한 마을의 갈등이 중심이었다면
《위너 1》 에서는 베어타운과 베어타운의 이웃마을이자 경쟁 마을이기도 한 '헤드' 마을 간의 묵은 원한이 배경이다.
먼저 나는 묻고 싶다.
인간은 자연재해와 같은 불행 앞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불행 앞에 돕고 살아가는 걸 꿈꾸지만 과연 그럴까?
프레드릭 베크만은 《위너 1》 에서 분명히 말한다. 불행은 인간을 선하게 만들지 않는다.
불행 앞에서 인간은 더 악해지고 미워하고 증오한다. 특히 그 분열이 한쪽이 훨씬 우월하다면?
그렇다면 더욱 미워하기 쉽다. 왜 저들은 잘 나가는데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왜 저들은 평화로운데 우리만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억울해진다.
불행 앞에 자신의 처지는 확대경으로 커지게 되는 반면 타인의 불행은 축소경으로 작게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어떤 불행들이 보이는가.
가장 크게는 베어타운과 헤드 마을의 갈등이다.
늘어나는 후원자금과 하키팀의 승리 기세로 승승장구하는 베어타운. vs 자금이 딸리고 하키 링크의 지붕이 붕괴되어도 고칠 생각도 안 할 만큼 소외된 헤드의 아이스하키팀.
가난한 집에서 탈출하여 외국으로 갔지만 주검이 되어 돌아온 누나, 자신을 거들떠도 안 보는 상황에 대한 소년 마테오 vs 자신 빼고 모두 행복한 듯 보이는 마을 사람들.
그렇다면 우리는 또 질문해야 한다.
왜 이 사람들의 갈등은 1,2권에 이르기까지 봉합되지 않고 더 커지는가.
자신의 불행 앞에서 자책하며 타인을 미워하는 것 만큼 쉬운 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 자책하며 후회하는 것. 그건 어느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래서 《위너 1》 에서는 원망하고 싶은 상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더욱 똘똘 뭉친다.
자선으로 포장하면서 타인에게 돌멩이를 던지고,
자신의 공동체를 위한답시고 자작극을 꾸미며 모함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공동체를 위해서 타인을 공격하는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이건 우리 마을을 위해서야.
이건 저들이 먼저 시작했어.
이건 우리 때문이 아니야.
그래서 한 때 잘나가던 베어타운의 떠오르는 에이스 아맛 선수가 《위너 1》 에서 갑작스럽게 몰락되었던 계기 또한 동네 부량배 레브의 갈등을 부추기는 이간질 때문이었음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신경 쓰지 마.
네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들은 부족하다고만 할 테니까.
이건 저들의 경기, 저들의 판이고
너는 절대 그들의 일원이 될 수 없어.
너나 나 같은 사람은 우리만의 판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너와 나,
우리와 저들,
이 갈등 앞에 한 명의 유망주가 무너지는 건 매우 빠르고 간단하다.
《위너 1》 에서는 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 다음에 이어질 대망의 마무리 《위너 2》를 남겨놓은 채 .
갈등의 정점에 이른 마을 사람들. 이들의 분열은 과연 봉합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반문할지 모른다.
소설 속 가상마을 베어타운과 헤드 마을의 갈등을 보아야만 하는가?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봐야 한다.
왜? 이건 바로 우리의 이야기니까.
지금의 우리 사회는 더한 갈등을 달리고 있으니까.
보수와 진보,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는 반페미니즘 운동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들, 노키즈존, 노실버존,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해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향한 시선들...
지금의 이 모습이야말로 갈등의 최고조가 아닌가?
그러므로 베어타운의 갈등은 소설 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도 이 상황 앞에서 쉽게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기 떄문이다.
갈등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해자가 될 리 없다고 쉽게 자신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나는 가능하면 이 소설 시리즈 모두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많은 전작들은 읽지 않더라도, 이 시리즈는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정리되는 내 책장에서 끝끝내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다.
"신이시여, 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없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고 싶을 만큼.
분열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꼭 생각해보고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