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마지막 33년 -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정아은 지음 / 사이드웨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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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전두환을 생각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전두환의 대사가 있다.

 

왜 나만 갖고 그래!

 

자신이 한 일을 부정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던 전두환. 그는 왜 끝까지 자신의 악행을 부인하는가.

소설가 정아은 소설가는 그 점에 의문을 갖는다.

왜 그는 무릎 꿇지 않았는가.

왜 그는 자기가 한 일을 끝까지 부정하는가.

인간이라면 조금이라도 있을 일말의 죄책감이 왜 그에게는 작동하지 않았는가.

그 사실을 알기 위해 정아은 소설가는 전두환의 회고록, <전두환의 육성기록> 등을 비롯해 그 당시 활동했던 많은 이들의 기록들을 추적하며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한다.

 

전두환이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에 정아은 작가는 중요한 키워드를 제공한다.

그 중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정통성'이다.

정통성은 무엇을 말하는가? '정통성'의 뜻을 살펴보면 " 그 사회의 정치체제, 정치권력, 전통 등을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일반적 관념" 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치, 대통령의 정통성은 무엇인가? 바로 국가의 체제에 맞게 국민들의 손에 선출된 사람이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았다시피 전두환의 시작은 12.12. 쿠테타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행한 사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그가 파괴한 정통성은 끝내 그를 그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업적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에 그는 자신의 죄과를 인정할 수 없었다.

두 번째로 전두환에게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는' 가벼움'이다.

 

누군가는 '가벼움'이란 단어가 전두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아은 작가는 전두환의 특질이야말로 '가벼움'이라고 시종일관 강조한다.

그렇다면 전두환은 어떤 가벼움을 장착했는가?

정아은 작가는 '광주'를 예로 든다.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를 죽이면 그 죽인 사람의 자녀, 혹은 부모들을 찾아가지 못한다.

그들의 원한이 무섭고 복수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가 한 일이 부메랑이 될까 무서워한다.

하지만 전두환은 어떤가.

전두환은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때 한 지역을 차단한 채 죽이기를 서슴치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 사태 이후 광주를 4,5차례 방문해 '광주 시민들을 아낀다고 말하며 광주를 돕겠다고 말한다. 정상인 사람들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정아은 작가는 '가벼움'을 붙인다.


 

미자믹으로 정아은 작가는 전두환이 집권할 수 있었던 키워드로 '선을 지키지 않았던 시대 인물들'을 꼽는다.

먼저 정아은 작가는 자신의 권력 유지의 목적을 위해 전두환을 사면한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영삼의 야당합당 역시 선을 지키지 않았음을 비판한다.

그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일방적인 사면은 국민들의 민심에 역행하는 조치였다.

김영삼 또한 대통령에 대한 욕심으로 여당과 합당함으로 정권교체가 물거품이 되게 했으며 전두환을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전 대통령이 선을 지키지 않았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간다. 우리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소신있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 수경관 이태신, 참모총장 정상호,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 등까지 선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전두환의 만행을 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음에도 전두환의 꾀에 속아 잔치집 초대에 응하고 끝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당해야 했던 그들이 자신의 사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최규하 대통령, 국방장관, 참모총장 및 조직 군인들, 전직 대통령 등 모두가 선을 지키지 않았기에 전두환은 끝내 단죄받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긴다. 그 당시에는 영화에서 보다시피 이미 군인 조직이 하나회에 장악된 상황이었다. 조직의 상하조직이 안 된 상황. 그리고 정아은 작가도 알다시피 그는 전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실세였으며 정보라인을 이미 장악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권한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두환을 제압하고 조직을 잘 관리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 부분에서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전두환의 특질을 '가벼움'이라고 단정짓기에는 과연 이걸로 충분한가라는 강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전두환 시대를 정통성의 결여에 중점을 두며 그가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펼쳤던 그의 정책등을 자세하게 파헤친다. 가령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주었던 88올림픽, 해외여행 자유화 등이 어떤 배경으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아우러 그가 눈을 돌리기 위해 펼쳤던 감각적 자유가 어떻게 역사적인 1987년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 호황'의 전성기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 그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아주며 우리가 전두환을 바로 알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자세하게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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