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자들 2 - 자연 발견자들 2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경희 옮김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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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역사는 발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진리를 만들어가고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해간다.

때로는 기존의 진리처럼 믿고 있던 지식이 새로운 발견에 의해 거짓이 되어 세상을 발칵 뒤집는다. 때로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구심은 끝없는 발견을 만들어냈고 현재까지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니얼 J. 부어스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다. 대니얼 J. 부어스틴은 새로운 역사 연구를 제시한다. 바로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발견자들' 의 역사이다. <시간, 지구와 바다>, <자연> 그리고 <사회> 세 가지 시리즈로 만들어낸 이 『발견자들』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과학이 어떻게 이 세계를 변화시켜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세 가지 시리즈 중 내가 만난 시리즈는 바로 『발견자들』 자연 편이다.

자연, 천문학계에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발견이라면 뭐가 있을까? 뭐니뭐니해도 지동설이다.

코페르니쿠스 이전만 해도 지구가 중심이라고 굳게 믿었던 이 신념에서 처음으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말했던 과학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천지개벽할만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바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부터 시작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코페르니쿠스의 프로필은 놀랍게도 단순하다. 특히 그가 교회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편안한 생애를 보냈다는 것은 처음 접하게 된다. 과학자가 아니였음에도 지구 지동설을 발견한 그는 그의 이론의 신념조차 희미했다. 오히려 주저했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제자들에 의해 <천체 운동에 관한 가설으 개요>를 출판하게 된다.

가끔씩 우리는 어떤 사람을 두고 운수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반면 운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다. 이 두 가지중 코페르니쿠스를 예로 든다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중심이 아니고 움직인다는 1가지만 수정하고 프톨레마이오스 이론의 많은 특징들은 그대로 두었다."

저자는 말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은 지구가 움직인다는 한 가지밖에 없었음을. 더구나 그의 이론은 충분한 증거도 이론도 수립되지 못한 불완전한 것이였음을. 그럼에도 주변에서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더구나 후에 그의 이론을 방해하려는 지인 안드레아스 오시안더라는 신학자의 방해에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그의 명성은 쉽게 더럽혀지지 않았다. 지동설로 인해 불행한 말년을 맞은 갈릴레오보다 평안한 인생을 살았던 코페르니쿠스는 발견자들 중 행운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이야 의학도의 필수 학과인 해부학의 역사 또한 흥미롭다. 그 당시 시체를 제대로 운반하기조차 어려워서 시신을 말꼬리에 연결되어 광장에서 의과대학까지 끌어오는 이야기는 운반도구가 미흡했던 시절 해부학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 험난한 과정 속에서 단 하나의 조그만 조각이라도 잡을고 애쓰는 베살리우스 해부학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게 해 준다.

똑같은 발견을 했음에도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에 따라 명성을 빼앗기는 과학자들, 이론의 창시자, 발견자로서 이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벌이는 논쟁, 뉴턴의 이야기 또한 과학계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

『발견자들』의 이야기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읽기에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책 속에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뒷이야기들과 배경들이 자세하게 풀어놓아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세상의 수많은 발견들. 아이들에게도 좋은 과학역사책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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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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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혼자 자취했을 때, 출장동안 엄마가 집을 봐 주신 때가 있었다. 출장을 마치고 와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가 말씀하셨다.

"야, 너희 집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

나 혼자 사는데 우는 소리라니? 이게 무슨 영문인가 싶어 엄마를 빤히 쳐다보니 엄마가 대답하신다.

"너희 집 화분들이 나 죽겠다고 막 울어. 야 다 죽기 직전이더라! 어쩜 그렇게 신경을 안 쓰냐?"

엄마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매번 멋으로 화분을 사면서 한 번도 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후 나는 더 이상 식물을 들여놓지 않는다.

에세이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의 저자 정재은씨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자신이 비록 식물들과 함께 한 이야기를 썼지만 식물과 함께 한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음을, 가장 오래 키운 식물이 4,5년이 최대이고 그동안 자신의 손을 떠나 고이 묻힌 식물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사랑은 자꾸 자랑하고 싶어지는 거라고.그 사랑을 말하고 싶어한다고. 이 책도 그렇다.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된 인생의 이야기들을 알리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담은 에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네 가지에서 저자는 겨울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가장 혹독한 겨울부터 이야기를 할까?


나무의 삶은 정해진 대로 그저 네 계절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어떻게 겨울을 보내느냐에 따라 다른 봄을 맞는다.

봄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꽃을 피우는 건 아니었다.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27p


나무의 겨울이야기를 듣노라면 나비를 떠오르게 한다. 나비는 번데기를 깨고 나와야만 진정 하늘을 훨훨 나는 나비가 될 수 있다.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치는 나비가 안스러워 인간이 그 수고를 덜어주면 나비는 힘이 없어 날아오르지 못한다. 그 힘으로 나비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날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무 역시 춥고 쓸쓸한 겨울의 시간을 잘 견뎌내야만 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겨울을 잘 견뎌내지 못하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걸. 볼품 없고 보잘것 없는 시간을 통과해야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다.

신은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힘든 시간이 있어야 우리는 꽃이 피는 시간을 더욱 감사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많이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만물에게 거저 주어지는 시간은 없다. 모든 시기에 때가 있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낼 때 우리는 때가 오면 웃으며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서 나비에게도 나무에게도 인간에게도 겨울은 가장 외로우면서도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계절이다.


스킨답서스가 쉽다고는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절대적인 건 없다.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나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쉬워지지 않는 일에 절망할 건 없다.

쉬워지지 않는 마음으로 남보다 조금 더 애쓰면 될 일이다.

쉬워지지 않을 뿐, 못 하는 건 아니니까.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107p


모두가 쉽다고 말해서 덜컥 도전했다가 당황한 경험들이 있다. 모두 다 해내는데 나는 왜 안 되지라는 생각에 내가 실패자처럼 느껴지는 경험. 그럴 때 나는 쉽게 포기했다. 어쩔 수 없다고. 식물을 키우는 저자에게는 스킨답서스가 그런 경우였다. 쉬울 줄 알고 가져왔는데 어라, 이거 만만하지 않은데? 그럴 때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더 정성을 들인다. 안 되면 더 열심히 하면 된다. 남보다 조금 어려울 뿐이니 더 노력하면 된다.

앞서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키웠던 소국화 화분이 깨진 경험을 이야기한다. 극락조화에 지극정성을 다했음에도 끝내 식물이 죽자 저자는 겁을 낸다. 빈 화분 안에 다른 무언가를 채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 포기 상태에 방치해있는 빈 화분과 자신의 삶 속에서 포기 상태로 방치된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그 빈 화분에 새로운 식물을 들이며 계속 하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는다. 자신의 삶 속에서도 계속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스킨답서스 키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도 더 노력하자고 다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려운 거지 못 하는 건 아니니까 계속해 나간다.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야기였단 생각에 머문다.

나를 위로하게 하고,용기를 쥐어보게 하고, 충만해지는 마음을 알게 하여, 그렇게 조금 더 커진 마음으로

이 전부를 머금는 내가 되게 하는.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131p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흥준 교수는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영화 유튜버 김시선씨 또한 <오늘의 시선>에서 말한다. 더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영화를 보고 또 본다고.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역시 마찬가지다. 식물을 알아가는 것에 공을 들인다. 식물수분계가 있음에도 손으로 만져보고 느끼며 하나하나 알아간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오늘의 식물이 다르고 또 다른 날의 식물이 결코 같지 않음을. 사랑하기에 더 많이 알고 싶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사랑하기에 품이 들고 시간이 들어도 기꺼이 감수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자신이 알아가는 만큼이나 식물들도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음을. 함께 하는 일상 속에 저자는 인생을 깨닫고 자신이 써야 할 글이 어떤 글인지까지 깨달아나간다.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는 밑줄 친 곳이 많은 문장으로 번아웃인 내게 힘을 주는 책이였다. 뭐랄까. 또 다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김질 해 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덕질을 극복하는 방법은 더 많이 덕질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알게 해 주는 책이였다. 그리고 살짝 나도 다시 식물을 키워볼까 하는 욕심이 들지만 감정에 휩쓸려 한 생명을 결정해서는 안 됨을 알기에 살포시 욕심을 접으려고 한다. 이제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 책을 읽고나니 나무의 초록이 더욱 짙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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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 : 여성, 엄마, 예술가 사이에서 균형 찾기 - What Forces Women Artists to Give Up: Balancing Being a Woman, Mother, and Artist
고동연.고윤정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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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남편이 아내 김지영에게 아이를 낳자고 조르는 장면이 있었다. 아이가 있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남편은 김지영에게 말한다. 자기가 다 도와주겠다고. 변하는 건 없다고. 그러니 "내 아이를 낳아도'라고.

남편의 말에 김지영은 혼자말로 말한다.

"그런데 왜 나는 세상이 바뀔 것만 같지?"

영화 속 김지영의 대사는 내내 마음에 머물렀다. 결혼과 출산을 하면 원하지 않아도 세상이 바뀌어버리는 현실. 그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 현모양처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멋진 커리어우먼을 원하는 사회. 지금이야 조금씩 나아가고 있지만 8,90년대에서는 도전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는 그 당시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저항으로 받아들였던 시대. 그럼에도 끝까지 나아갔던 그 시대를 어떻게 연대하고 나아갔던 여성 미술가들의 인터뷰이다.

여성, 엄마, 예술가 사이에서 양립하기 어려웠던 시대 그들이 어떻게 선택해왔고 일을 지켜왔는지 이야기한다.


내가 여성 작가이기 때문에 인터뷰도 하는데,

거기에 한정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작가로서 끝까지 가고 싶어요.

근데 그것이 여성 작가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고마운 거죠.

끝까지 그리고 싶어요.


여성 작가이기보다 한 명의 작가로 서고 싶다는 윤석남 작가.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일을 확장해 간다. 자신에게 맞는 선생을 고르기도 쉽지 않았던 때 윤석남 작가는 뉴욕에 가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고 그림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계기가 있지만 윤석남 작가와 달리 이 책의 인터뷰에 참여한 작가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어떤 결혼도 여성이 작가가 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돼요.

제일 좋은 건 방해되지 않는 남편이에요. 도움은 기대하면 안 돼요.

결혼 잘못하면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반납해야 해요.


누군가는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이 굳이 여성에게 부정적인 면만 있지 않다고. 긍정적인 면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혼생활의 속에서는 여성의 희생과 배려를 전제로 유지되고 있다는 걸 남자들은 알지 못한다. 정정엽 작가는 결혼 잘못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반납해야 한다고 했지만 결혼 자체만으로도 정체성이 흔들리기 쉬운 위험을 항상 견디고 있다. 엄마이기에, 아내이기에, 며느리기에 본분에 먼저 충실하라는 압박...

나의 경우 글쓰기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던 남편의 반응이 떠올랐다. 돈도 안 되는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차라리 직장생활에 도움 되는 학원이나 애들 반찬을 더 잘 할 수 있는 요리학원에 다니라는 핀잔. 돈 한 푼 요구하지 않았건만 나의 배움을 가로막으려는 남편의 말. 정정엽 작가의 말대로 내게 도움은 커녕 방해가 되지 않는 것만으로 고마웠다.

작가니까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 1차 성공이라고 하는 작가를 보며 당연할 수 있는 바램이 여성에게는 얼마나 큰 도전이고 모험인가를 깨닫게 한다. 계속하기가 쉽지 않기에 여성 작가들이 서로의 선례를 만들어내고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는 모든 여성 작가들의 삶이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들에게는 사회적 성공에 대해 이미 제도화된 무엇이 있어요.

그렇지만 여성 작가는 성공 사례, 실패담

이런 것 자체가 별로 없거든요.

비극적인 어떤 삶의 스캔들만 있죠.

여성은 전형만 있을 뿐 좋은 선례가 없어요.

작품만 창작이 아니라 삶의 방식도

여성 작가들은 모두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요.



여성에게만 유난히 좁은 선택의 굴레. 그 위기 속에서도 작품을 놓지 않았던 건 지금 놓으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빨리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흐름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인터뷰에 넘쳐난다. 책 속 밑줄이 늘어나고 나의 상황에 대입하며 공감하며 읽게 된다.

그들의 계속하는 것이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현장을 지키고 있는 미술계의 거장들을 보며 나는 내 위치를 생각해본다. 회사에서 또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선례를 남기고 있나. 나를 보며 아이들은 어떤 길을 선택할까. 결코 쉽지 않지만 내 딸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나 자신이 먼저 내 정체성을 지키고 살아가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이 책을 모든 엄마들이 꼭 읽기를 권장한다. 특히 나와 같은 딸을 둔 엄마들이 읽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우리 딸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겨주자고. 쉽지 않겠지만 그 길을 걸어가고 지켜나간 선배들이 있다고.

그러니 우리의 정체성을 잊지 말고 끝까지 계속하자고 꼭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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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행복론 - 97세 경제학 교수가 물질의 시대에 던지는 질문
리처드 이스털린 지음, 안세민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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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 집'이라고 말할 것이다.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 만기, 갈수록 고공행진하는 서울의 집값, 아이가 커갈수록 답답한 집...

집을 생각하면 답답한 현실에 나만 불행한 듯 해 울화통이 터졌다.

『지적행복론』 은 '집'만 있으면 원이 없을 것 같다는 나에게 과연 '집'을 살 만큼의 소득이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행복경제학이다.

<행복경제학>. 우리에게 낯익은 용어는 아니다. 저자 역시 인정한다. 경제학의 여러 분야에 있어서 행복경제학은 경제학의 주변부라고 말한다. 모두들 수치를 말하고 성장만을 강조하는 경제학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를 논하는 경제학. 이 자본주의 시대에 행복경제학은 어울리지 않다.

『지적 행복론』의 저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90대의 노교수로 이 책은 저자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내용을 담은 글이다. 대학 강당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까?"

"소득이 많으면 행복도 증가할까?"

황당할 정도로 당연한 질문에 저자는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왜 소득이 높이 올라가도 행복이 정체인 상황이 많아지는가?"

"30대에는 20대에 가지지 못했던 고가품을 소유했음에도 왜 행복을 더 느끼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서 저자는 '준거 기준' 즉 표준으로 잡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행복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기준을 무엇으로 잡는가.

예전의 나인가?

아니면 주위 사람들과의 비교인가.

아이러니한 건 소득을 생각할 때는 '준거기준'이 예전의 나가 아닌 '주위 사람'들이다. 내가 동료보다 더 적게 번다면 더 많이 벌어도 불행하다. 타인과의 비교가 행복을 맞는다.

반면 '젊음' '건강'과 같은 부분에서는 준거기준이 '주위 사람' 이 아닌 '예전의 나'가 되어 버린 경우이다.

40대인 나는 20대, 30대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자꾸만 젊었을 때의 나 자신과 비교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과 똑같이 노화됨에도 예전의 나만 비교하고 그리워하기에 행복할 수 없다. 이 '준거기준'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과연 행복해지기 위해 뭐가 중요할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바로 우리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적행복론』에서는 여러 방식의 행복을 비교한다. 남녀 행복의 차이, 생애주기에 따른 차이, 정치시스템에 따른 차이 등 여러 구조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 남녀 행복의 차이는 저자는 이 사회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살아가기 힘든 구조임에도 여성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사실 공감하지 못했다. 남성보다 결혼을 일찍 해서 배우자를 이른 나이에 만나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는 기쁨이 남성보다 여성이 크다는 사실은 현 시대에 조금 뒤떨어지는 생각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떻게해야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까? 그건 결국 어느 누구도 답을 내려줄 수 없는 게 아닐까?

결국 행복경제학도 행복하기 위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 결정하고 찾아가는 건 자신만의 몫이다.

그럼에도 행복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변부에 있는 행복경제학이 중심으로 와서 소외된 사람들의 행복을 찾아주는 연구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그래서 저자 역시 비록 주변부라고 인정함에도 끝까지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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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쓰는 날들 - 어느 에세이스트의 기록: 애정, 글, 시간, 힘을 쓰다
유수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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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하고 강한 애.

그 이미지는 타인이 씌워준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나에게 씌운 이미지다.

이미지가 딱딱하게 굳으면 이미지의 주도권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간다.

'원래 그런 사람'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 있는 이미지를 원한다. 누군가는 강하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호한다.

그렇게 이미지가 고정화되면 사람들은 상대방에게서 그 이미지만을 요구한다. 저자에게도 그랬다. 냉철하고 강한 애. 그 이미지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타인에게 맞춰진 이미지는 자신만을 지치게 할 뿐이었다. 울기도 하며 심리 상담도 받기도 하며 자신의 문제를 알아갔다. 그렇게 저자 유수진씨는 남에 맞추어진 이미지가 아닌 제목 그대로 『나답게 쓰는 날들』처럼 살아 가기로 다짐한다.

『나답게 쓰는 날들』이라 하면 누군가는 너무 평범해서 말할 게 없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 출근하고 아이들 등교 준비에 출근, 그리고 퇴근 후 아이들 식사 등 매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 아무 것도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사실 유수진 작가의 『나답게 쓰는 날들』 역시 새롭지 않다. 지극히 평범한 것들을 말한다. 직장에서의 경험,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땀에 젖은 셔츠로도, 고기 한 점으로도 연결되는

그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책엔 사랑 이야기가 없지만,

또 어떻게 보면 모든 글이 결국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답변해 본다.


그럼에도 이 글들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똑같은 일상 속에서 감사할 줄 알며 자신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가 느껴진다. 저자의 전작을 보며 저자는 독자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없다는 글을 받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지난 또는 현재 이야기는 좋은 소재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랑을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로만 국한하지 않는다. 삶 속에서 사랑은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존재함을 인지한다. 사람의 삶이 땀에 젖은 셔츠, 또는 고기 한 점 속에서도 연결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사랑의 의미의 폭을 넓혀나갈 때 삶은 사랑으로 빛날 수 있음을 저자는 알려준다.

회사에서는 마케터, 회사 밖에서는 작가로 살아가는 저자. 때로는 회사원인데 작가로 소개받기도 하는 저자는 가끔씩은 정체성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굳이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러 맛이 알맞게 섞인 아이스크림처럼 다른 정체성을 적절하게 섞여가며 자신의 삶 속에서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간다.


서른한 가지 맛이 있는 아이스크림 집에

'초코나무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스크림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녹차맛과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섞어놓은 맛인데,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합친 이 맛이 환상의 궁합이 아닐 수 없다.

이 두 가지 맛을 혼합한 아이스크림처럼, 나는 좋아하는 일들을 병행하면서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나답게 살기 위한 삶.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하지만 가장 어렵기도 하다. 회사에서는 회사에 맞는 사람이 되기 원하고 가정에서는 현모양처의 모습을 원한다. 저자의 글 속에는 충실히 살아가는 하루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자 애쓰는 태도가 느껴진다.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고 자신을 하나씩 알아 가고 배워나간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조금씩 인정해나간다.

『나답게 쓰는 날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 지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지루한 삶 속에서 일상 속의 윤슬 한 조각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에세이다. 모든 이의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나와 당신의 삶 속에서도.

단지 그것을 찾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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