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쓰는 날들 - 어느 에세이스트의 기록: 애정, 글, 시간, 힘을 쓰다
유수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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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하고 강한 애.

그 이미지는 타인이 씌워준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나에게 씌운 이미지다.

이미지가 딱딱하게 굳으면 이미지의 주도권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간다.

'원래 그런 사람'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 있는 이미지를 원한다. 누군가는 강하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호한다.

그렇게 이미지가 고정화되면 사람들은 상대방에게서 그 이미지만을 요구한다. 저자에게도 그랬다. 냉철하고 강한 애. 그 이미지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타인에게 맞춰진 이미지는 자신만을 지치게 할 뿐이었다. 울기도 하며 심리 상담도 받기도 하며 자신의 문제를 알아갔다. 그렇게 저자 유수진씨는 남에 맞추어진 이미지가 아닌 제목 그대로 『나답게 쓰는 날들』처럼 살아 가기로 다짐한다.

『나답게 쓰는 날들』이라 하면 누군가는 너무 평범해서 말할 게 없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 출근하고 아이들 등교 준비에 출근, 그리고 퇴근 후 아이들 식사 등 매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 아무 것도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사실 유수진 작가의 『나답게 쓰는 날들』 역시 새롭지 않다. 지극히 평범한 것들을 말한다. 직장에서의 경험,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땀에 젖은 셔츠로도, 고기 한 점으로도 연결되는

그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책엔 사랑 이야기가 없지만,

또 어떻게 보면 모든 글이 결국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답변해 본다.


그럼에도 이 글들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똑같은 일상 속에서 감사할 줄 알며 자신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가 느껴진다. 저자의 전작을 보며 저자는 독자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없다는 글을 받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지난 또는 현재 이야기는 좋은 소재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랑을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로만 국한하지 않는다. 삶 속에서 사랑은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존재함을 인지한다. 사람의 삶이 땀에 젖은 셔츠, 또는 고기 한 점 속에서도 연결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사랑의 의미의 폭을 넓혀나갈 때 삶은 사랑으로 빛날 수 있음을 저자는 알려준다.

회사에서는 마케터, 회사 밖에서는 작가로 살아가는 저자. 때로는 회사원인데 작가로 소개받기도 하는 저자는 가끔씩은 정체성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굳이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러 맛이 알맞게 섞인 아이스크림처럼 다른 정체성을 적절하게 섞여가며 자신의 삶 속에서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간다.


서른한 가지 맛이 있는 아이스크림 집에

'초코나무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스크림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녹차맛과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섞어놓은 맛인데,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합친 이 맛이 환상의 궁합이 아닐 수 없다.

이 두 가지 맛을 혼합한 아이스크림처럼, 나는 좋아하는 일들을 병행하면서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나답게 살기 위한 삶.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하지만 가장 어렵기도 하다. 회사에서는 회사에 맞는 사람이 되기 원하고 가정에서는 현모양처의 모습을 원한다. 저자의 글 속에는 충실히 살아가는 하루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자 애쓰는 태도가 느껴진다.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고 자신을 하나씩 알아 가고 배워나간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조금씩 인정해나간다.

『나답게 쓰는 날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 지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지루한 삶 속에서 일상 속의 윤슬 한 조각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에세이다. 모든 이의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나와 당신의 삶 속에서도.

단지 그것을 찾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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