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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AI의 신화 속에 감춰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 이야기
연평균 20퍼센트씩 성장하는 AI 영역, 2023년 시장 규모는 2,000억 달러, 2030년에는 2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장밋빛 환상을 가져다주기에 더없이 좋은 산업 분야다. 영화<터미네이터>시리즈를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쉽게 기계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지를, SF 오락 영화 숨겨진 소름 끼치는 메시지를 흥미롭게 봐 넘길 일이 아님을 느꼈을 것이다. 시리즈 5, AGI(인공일반지능)단계에 이르면 사람의 사고와 판단, 행동이 같아진다. 주인공이 기계와 합체하는 장면까지, 이것이 우리 인류 앞에 놓인 미래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추출 기계 시대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국해서 이겼다고 인류의 기술진보를 찬양하며 환호성을 지를 때, AI에 수많은 매개변수를 입력하고, 학습시켰던 “추출 기계 시대의 보이진 않는 노동자들”은 불안정고용과 저임금으로 AI라는 기계를 위한 기계가 되어 노동한다. 아이러니하게도, 4차 산업의 상징인 자율주행과 AI,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실은 이미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다만, 이들은 노동자들은 뒤에서 살펴보듯,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있다.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해방해줄 것같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클릭을 유도하고, 데이터를 가공하며, 콘텐츠를 검열하고 물리적 이동을 수행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기계’를 움직여, 자산회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적인 시스템이 추출기계다. 노동자의 가치와 정보를 추출해 이윤으로 전환하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핵심 장치다.
지은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AI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검토해왔다. AI는 데이터를 처리하여 의사 결정, 예측, 추천과 같은 결과를 생성하는 기계 기반 시스템, 이메일의 자동완성에서 군용 드론에 쓰이는 정밀 타격 무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는 무한대에 가깝다. 하지만, 실상 AI는 아직 마케팅 개념에 가깝거나 매우 이질적인 기술들을 하나의 용어 아래 묶어놓은 포괄적이면서 모호한 개념으로 포스트 휴먼 지능의 경이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모르면 신비로운 법이니, 하지만 AI로 인해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위에서 본 영화<터미네이터>처럼
AI로 연결된 세계, 구조적으로 착취당하는 디지털 노동세계의 노동자
AI가 장착된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는 순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 흩어진 노동자들의 삶과 연결된다. 커피 한 잔이 원두 농장에서 소비자의 컵에 담기기까지 복잡한 글로벌 생산망을 거치는 것과 같다. 이 책의 지은이 세 명(마크 그레이엄, 제임스 멀둔, 캘럼 캔트)은 제조업, 서비스업 등 눈에 보이는 노동현실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세계 디지털 플랫폼 노동, 노동과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AI와 자동화 기술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다. 이들의 공동 관심은 디지털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이다.
이 책에서는 7명의 디지털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실상을 1~7장에 걸쳐 각각 소개한다. AI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자본, 네트워크, 일자리 기회 등이 어떻게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을 초래하는지를 분석한다. 지은이들은 데이터 주석자 작업자(Data annotators). 콘텐츠 검수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AI 윤리학자, 물류 노동자, 노동 조직가, 투자자 등 2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1장 ‘기계가 우리를 닮아갈수록, 우리는 기계가 되어간다- 우간다 굴루, 데이터 주석작업자-’ 불안전고용 저임금 노동상태를 기계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고 정의한다. 2장 ‘AI는 사유하지 않는다. - 영국 런던, 머신러닝 엔지니어-’에서 AI는 우리를 대처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디지털 우생학과 공정하다는 착각을 다룬다. 3장, ‘얼음과 불의 데이터센터 –아이슬란드, 기술자-’에서는 냉각과 전력 없이는 AI도 없다. 인프라의 권력을, AI 군비경쟁까지, 4장. ‘당신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인가 –아일랜드, 예술가-’에서는 창의력 테스트: AI는 진정한 창의력을 가질 수 있을까? 를 묻는다. 5장. ‘기계를 멈춰 세워라’- 영국 코번트리, 물류 노동자‘ AI 감시: 출근에서 퇴근까지, 6장. 자유를 지키는 독재자들-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자-, 민주주의가 배제된 기술, 자기합리화인가 미래를 위한 선택인가, 7장. ‘오래된 미래에 맞서는 사람들 –나이지리아 나이로비, 노조 활동가-, 무엇이 달라졌는가, 국경을 넘어서, 8장 기계 재설계하기 –인공지능 시대의 노동전략-까지를,
우리 앞에 나타난 정교한 AI는 실은 수천 시간의 저임금 노동이 투입된 결과물이며,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친 과정에 있는 한순간의 것이다. 기계 속에는 일련의 레버와 거울을 통해 인형을 조작하는 인간 체스 마스터가 숨어 있었다는 말이다. 즉, AI는 광범위한 인간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며, 씁쓸한 이야기다. 동전의 양면, 빛과 어둠은 AI에도 존재하니 말이다.
AI, 민주주의가 배제된 기술과 그 위험성
지은이들은 두 가지의 핵심적인 질문을 한다. 첫째, AI 기술 발전을 추동하는 구조적 압력은 무엇인가?, 둘째, 왜 테크 기업의 경영진들이 가진 세계관이 문제인가? 라는 것이다.
창업자 중심의 사고, 창업자들은 자신을 변화의 주역이라고 믿는다. 민주적 절차는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진보적? 아무튼, 마크 저커버그처럼 다양한 진보적 이슈에 공감하면서 대규모 자선단체를 설립하는 등의 외형과는 달리 그는 일에서는 절대권력자다. 권력의 불평등을 당연시하며 결국 모든 것이 ‘더 큰 선’을 위함이라고 일축한다.
AI 시대의 노동전략
지은이들이 내놓은 다섯 가지 실천전략, 첫째, 노동조합과 노동자조직의 집단적 힘을 강화한다. 둘째, 시민사회가 조직적으로 기업을 견제하고 책임을 묻는다. 셋째, 엄격한 규제를 도입한다. 넷째, 노동자들이 기업을 직접 소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한다. 다섯째, 기업을 넘어서 전체 시스템의 불평등이나 부정의에 맞선다. 이들은 AI 생산 시스템에서 노동자에게 더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산업에 걸친 자본주의의 생산 시스템에서도 통하는 보편적인 전략이다. 아무튼, 우리는 AI를 위해 일하는 세상이 아니라 AI가 인간을 위한 도구가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