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사태, 그날 밤의 기록
한유라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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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사태 그날 밤의 기록


시일야방송대곡(是日也放聲大哭) 목놓아 큰소리로 우노라...원 세상에 아무리 형편없고 자질 없는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지은이 한유라에게 이날 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장난처럼 들렸다. 아마도 10시 25분 무렵에 TV로 중계된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방송사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 지은이는 당장 국회로 달려갈 수도 없어, 교사는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컴퓨터 앞에 앉아 수업자료를 만들었고,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에 이런 수업자료를 만들었는데 전역모도 이번 사태에 관한 수업자료를 모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남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가 바로 이 책이다. 중립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지은이, 그는 민주주의와 시민혁명을 가르치는 역사 교사로서 12. 3. 12.14. 2차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까지, 혁명의 역사를 다루면서 학생들에게 자유와 평등, 주권재민의 가치를 가르쳐왔지만, 더는 책 속의 활자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현실이라는 점을 느꼈다고 말한다. 작은 돌 하나가 물수제비를 일으키며 일파만파로 수십만 명의 찾아 읽었다는 이 책의 구성은 다섯 장이다. 첫 장은 어젯밤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둘째 장 계엄령이란 무엇인가, 셋째 장 12.3 계엄령의 문제를 법과 사회 경제 그리고 국제 위상 등으로 톺아봤다. 넷째 장에서는 12.3 계엄령의 영향을, 그리고 마지막 장에 관련 용어와 개념을 싣고 있다. 100여 쪽의 팸플릿이지만, 누군가가 분노에 차서 기분 풀이로 마구 써 내려간 게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자료”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시민혁명, 그리고 지금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12·3 사태 타임 라인


사태(事態)는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나 상황. 또는 벌어진 일의 상태로 “무엇인가가 일어났다”라는 표현으로 성격 규정 등을 하지 않는 사실 그대로를 전하는 객관성에 바탕을 둔다. 시간이 흐른 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라 하기도 하고, 내란죄라고 하기도 한다. 12.3. 22:25, 12.4. 01:01. 여야 국회의원 비상계엄 해제 요구결의안 발의 및 만장일치로 가결(재석 190명), 같은 날 01:10분경 계엄군 철수 시작, 04:26분 대통령 대국민 담화로 계엄해제 선언, 05:04분 국무총리실,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 의결 발표, “6시간의 공포와 트라우마” 45년 만에 발령된 계엄령, 


12.3 비상계엄령 선포이유


이 책은 자세하게 선포이유를 적고 있다. 첫째는 “탄핵의 남발” 정부 출범 후 22건의 탄핵소추 발의, 22대 국회 출범 이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 판사 겁박, 검사탄핵, 행안부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부 장관 탄핵 시도 등,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둘째는 “국가 예산 처리”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치안 유지를 위한 주요예산 삭감,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상태로,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인상 등 처우 개선비까지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국회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 마비,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라고, 이런 비상계엄령은 13번째다. 어느 것 하나, 진짜 국가 비상상태인 적은 없었고, 헌정 질서의 유린, 독재 정치의 역사와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계엄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각 당의 대응 모습과 지난 22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반국가 세력이란 용어를 지속해서 언급함,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 협의 불가능”, “반국가 세력 여전히 활개”, “반국가 세력들, 자유민주주의 위협”, “우리 사회 내부에 반국가 세력 곳곳에서 암약”


이 책은 12·3 사태가 일어난 배경을 미디어 보도와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이유, 제 정당의 논조 등을 정리했다. 계엄령의 배경의 한 원인으로 대통령의 취임 초부터 반국가 세력이라는 키워드에 집착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분단 원인과 해결방안에 관해서는 여, 야, 진보든 보스든 제각각의 논리가 있게 마련이다. 무엇이 우선이든, 우선은 휴전상태를 정전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는데 남과 북이 합의해야 하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데는 다른 의견이 없을 듯하다. 정치(政治)란 휘어지고 잘못된 곳을 바로잡고 다스린다는 뜻이다. 


법적인 문제와 경제, 국제적 위상에 관한 문제는 지금껏 언론에 노출된 내용을 잘 정리했다. 이 책 한 권에 12.3 비상계엄에서 12.14. 제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를 담았다. 소추안의 상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후의 절차와 과정 등까지 한눈에 이해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정리했다. 


우선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내용은 여, 야의 주장점 등을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그대로 싣고 있다. 판단은 독자가, 이 책은 수업자료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의 큰 이슈를 어떻게 접근하고 봐야 할 것인지를 안내하는 자료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자연재해든 인적재해든 이렇게 사태로 보고, 하나하나씩 정리해나간다면 가짜뉴스에 휘둘릴 염려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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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에도 쿠데타가 있었는가?
조원진 외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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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사회에도 쿠데타가 있었는가?


있었다는 당연한 답변인데 생소하다. 그런데 쿠데타, 그건 요즘에 쓰는 말이 아닌가, 옛날 역사는 정변인데, 이 두 낱말의 함의는 같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인가, 또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것인가? 꽤 혼란스럽기도 하고 흥미스러운 주제다. 


우리 귀에 익숙한 정변(政變)은 선왕이 죽거나 선양하는 등의 절차 외에 비정상적(당대에는 정상이었을지도, 현대 사회의 인식으로는 관련 법규정에 따르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인 방법으로 최고 권력 교체를 말하기도 한다. 한편 쿠데타는 프랑스어 어로 “정부에 일격을 가한다”는 뜻으로, 군대와 경찰 등을 동원한 정치적 선동과 무력)으로 정권을 무너뜨리거나 빼앗는 것을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낱말이다. 유사하지만 다른 것으로, 보통 내부적으로 정권이 불안한 상태에서 발생하고, 지배계급 내부의 단순한 권력 이동이 이루어지며, 체제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과는 구별된다. 동양 사회에서는 맹자 등의 유학자들이 천명(天命)으로 “역성(易姓)혁명”이 혁명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고조선 시대(기원전 200년)에서 신라하대까지, 고려 건국 이전까지(980년 이전)로 보면 약 1200년 가까운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정변이 얼마나 일어났고, 그 정변의 배경과 성격은 어떤 것이었는지, 고구려 28명의 왕, 이들의 평균 재위 기간은 25년, 백제 31명의 왕, 신라 상대 28명의 왕, 하대 23명 등 51명, 발해는 15명의 왕이 있었다. 신라하대인 통일신라와 발해를 묶어서 ‘남북국시대’라고도 한다. 이 책은 8명의 연구자가 각각의 시대를 맡아 집필했는데, 고조선 위만의 정변과정과 조선건국(조원진)에서 발해 역사의 변혁(임상선)까지, 고구려사에 보이는 정변과 역사적 의미(김진한), 고구려 차대왕(次大王)의 정변과 초기 왕위계승원칙(이종록), <일본서기>에 보이는 백제의 정변에 관한 고찰(홍성화), 백제 초기의 왕위계승과 정변(박재용), 신라 상대의 왕위계승과 정변(김희만), 신라하대의 쿠데타와 대외교섭(최희준) 등의 논문이 실렸다. 


학술연구서라서 읽는 데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겠지만, 각주 등 참고문헌 등이 함께 올라와 있어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듯하다. 왜 우리 고대사에서 “쿠데타”라는 항목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그것이 즉 쿠데타가 역사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명한 것이다. 쿠데타를 정변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 것인지, 위에서 적은 좁은 의미의 쿠데타와 넓은 의미의 쿠데타를 어떻게 구분 짓는지 등의 고민이 각 저자의 논문 행간에 실려있다. 고대 삼국의 왕위계승과 정변, 정변으로 왕권이 교체된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삼국 관계 속에서 정변을 통한 왕위교체가 삼국 사이의 권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즉, 한 나라 안에서의 영향에 더해 대외 관계에 미치는 영향까지를 언급했더라면 좋았을 듯한데 후자의 분석이 없음이 다소 아쉽다. 


특히 고구려, 백제, 신라의 왕위계승 원칙은 같은 세대 즉 형제승계와 세대 간 승계(예컨대 장자계승, 혈연원칙도 있을 것이고 영웅관에 따른 계승도 있을 것이다). 


고구려사에 보이는 정변과 역사적 의미


꽤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동명성왕 이른바 주몽, 해모수, 유화부인, 금와왕 등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부족 국가연합의 성격의 고구려 초기에 어느 부에서 집권하는지, 무력이 강한 쪽인가, 아니면 절충한 것인지, 신라의 왕선출은 어떻게, 백제는 계속해서 벗겨도 벗겨도 색깔이 같은 양파처럼.

형사취수제도와 왕위계승의 상관관계는 있는 것인가?, 세대 승계인가, 형제승계, 어느 쪽이 원칙이었을까 하는 따위의 의문이 계속 일어난다. 


일본서기에 보이는 백제의 왕위계승


일본서기에 보이는 백제의 정변 현황은 4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한정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6세기 초 동성왕 시해 사건의 배후에 무령왕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7세기 초 의자왕 대에는 초기 전제왕권 확립을 위한 친위쿠데타 성격의 정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후자 의자왕의 경우는 어머니의 대리청정을 벗어나기 위한 정변이었음을 익히 알려졌지만, 6세기 초 무령왕, 그의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의 지역 전설에는 무령왕이 도일하던 때 임신한 부인이 어느 지역에서 출산했다는 전설로 지금도 축전을 여는 곳도 있으나, 아무튼 무령왕의 도일은 망명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백제의 담로(식민지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한지는 별론으로 하고)경영자로 간 것인지, 후일 동성왕이 죽자, 일본에서 건너와 왕위를 계승하는데, 국내에서 무령왕에게 권력을 넘기기 위해서 정변을 일으킨 것인지, 선양한 것인지조차, 아무튼 꽤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는 백제의 담로제도성격과 실질(실제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사력이 있었는지, 경제력은 어느 정도였는지)과 왕자들 사이에서 왕위계승을 위한 암투나 경쟁 등의 갈등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고구려 무사 집단이 일본 동북지역에 나타나고 이들의 성씨가 고려(高麗)라 쓰고 읽기는 고(코)마로 읽는다. 이 집안의 장자 외의 자식은 창씨하여 이노우에(井上)로 쓴다는 설도 있고, 고구려 보장왕의 아들 약광(若光)을 일본 조정에서 고려약광이라고 했다는 설, 이후 방계는 이노우에, 고이즈미, 간다, 나카야마 아라이 등의 다른 성씨로 바꾸었다는 설도 있다. 


책 제목은 "쿠데타"인데, 내용은 정변이라는 돼 있다. 굳이 쿠데타라고 부르는 데는 여전히 익숙지 않다. 또한, 한국 현대사에서 보이는 쿠데타와도 왠지 모르게 겹쳐, 부정적인 이미지로, 아마도 고정된 관념 때문에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고대사의 정변, 쿠데타의 성격은 역성혁명이론에 터 잡은 것도 보이고(주몽, 동명성왕), 이는 부족연합의 수장 자리를 놓고 송양과 경쟁하다 이겼는데, 이를 천명으로 이른바 신의 아들이기에 당연하다는 논리로, 정변을 정당화했다. 한편 또 다른 예는 잔학무도하다는 이유로 왕을 갈아치우는 예, 왕위계승을 두고 태자 혹은 세자와의 경쟁, 조선 시대의 2차에 걸친 왕자의 난처럼. 이 책이 나온 시기(윤석열의 친위쿠데타)가 주는 미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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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 백시종 장편소설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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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어른거리는 수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80대의 소설가 백시종 선생의 마흔네 번째 장편소설 <수평선 너머>는 1945년에서 1950년까지 일제강점기 중후반부에서 해방 후 3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 전 혼란 정국, 한국 전쟁의 발발까지의 흐름을 바탕으로 전라남도 여수 땅을 무대로 펼쳐진다. 여수는 제주 4.3도민항쟁 진압을 위해 이곳에 주둔해있던 육군 14연대의 진압 출동을 계기로 김지회를 비롯한 청년 장교들이 들고일어났던 여순항쟁으로 이어지는 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의 무대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과 한국 전쟁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갔던 당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 서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기독교 신자는 3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고 당대 사람들은 앞으로 들어설 정부 역시 78퍼센트가 사회주의(공산주의)국가를 지지한다는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 피의 현대사 서막은 이렇게 올랐다. 80년이 지나도록 남북분단 체재는 그대로 이고, 한국 정권의 담당자가 교체될 때마다 전진과 후퇴(진정한 의미의 전진이라기보다는 왜곡되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는 시도에서 그치고 또다시 왜곡을 반복하는)를 거듭하면서 제자리걸음 상태에 있는 평화문제,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도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일본의 자리에 들어선 미국, 현상은 달라 보이지만 모순은 여전히 그대로 인 듯, 지금의 정국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미국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독재자와 기독교는 어떤 관계였을까,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기독교의 관련 또한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남과 북, 러시아를 유창하게 하는 김성주는 후일 김일성이 되고, 조선노동당(남로당)의 박헌영 부수상은 종교를 신봉하지 않는 사회주의자였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종교가 아닌 신문화이지 않았을까,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또 다른 집단으로서의 얼굴을 드러낸 것 말이다. 


이 소설 속 행간에는 해방정국 3년뿐만 아니라 1929년의 광주학생항일운동 사건의 모습이 겹쳐오기도 첫 발화가 된 나주역 사건, 광주발 통학 열차에서 벌어진 일본인 학생의 조선인 여학생희롱사건, 나주역에 있던 희롱당한 여학생의 사촌 동생이 일본인 학생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집단 싸움으로 일본인 경찰은 조선인 학생들만 폭행, 이를 계기로 학생시위가 일어나고. 이런 일은 그저 그때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라 여수에서도 또 그 어디에서도 일어났던 보편적 현상이었음을.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구천광은 여수경찰서 형사과장 아들로 여수에 사는 일본인 학생들의 우두머리 모리시마가 가 조선인 여학생을 희롱하자 그를 반죽음으로 만들어놓고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를 찾아 상하이로 도망치고, 지아비와 아들이 떠난 집에서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 그리고 먼 친척뻘로 구천광의 어머니를 고모라 부르며 이 집에 얹혀사는 홍도섭, 지주 집안이었던 구씨네를 요시찰 대상으로 올려놓고 늘 감시하던 일본의 개 조선 순사 마갑성과 이 집안 머슴으로 행랑채에 살았던 장원장, 이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길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다. 


이야기에 맨 먼저 등장하는 구천광은 상하이에서 박헌영을 만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이 소설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풀어가는 “나” 홍도섭, 때로는 작중에 개입하기도 한다. 나를 중심으로 본 여성들, 구천광의 배다른 동생 천숙과 나를 좋아하는 분심 등이 등장한다. 소설의 대단원에 이르러 주인공이자 화자인 홍도섭이 바다에서 죽음을 맞으면서 마주하는 환상, “수평선을 넘는”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대목은 교과서에 실렸던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의 주인공 정익호는 삵이라 불렸던 그가 만주 땅에서 중국인 지주의 땅을 부쳐 먹고 살던 마을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붙여진 별명이 삵이다. 암적 존재였다. 어느 날 소작농 대표 송 첨지가 중국인 지주 집에 갔다가 소출이 적다는 이유로 매 맞아 죽었다. 이 소식을 들은 삵은 중국인 지주 집에 쳐들어가고, 그 역시 허리가 꺾일 정도 맞아 죽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소원은 붉은 산과 흰옷이 보고 싶다고. 수평선 너머로 붉은 산과 흰옷이 보였을까, 


구천광은 공산주의자가 돼 조선으로 돌아왔고 해방을 맞이했다. 혼란스러운 해방정국에서 여운형의 조선건국준비위원회가 세워지고 미군의 국내 진주와 함께 조선인민공화국 인민위원회 이른바 인공이 활동하자, 친일파들은 도망치기 바쁘고, 숨 죽여 산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서 맨 먼저 도망치는 쥐처럼, 하지만, 남한 단독선거에서 반대하는 시위가 제주에서 벌어지고, 이를 탄압하면서 4.3사건이 일어나고, 육지에서는 반민특위가 만들어졌지만, 해산하고 마는데. 이 소설 속 친일파의 상징 악질 마갑성은 지옥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고, 구천광은 죽는다. 이렇게 친일파가 득세한 한국, 홍도섭은 아내 천숙과 아이들을 잃고 해군기술병으로 입대, 하와이에 배가 머물 때 망명을 꿈꾸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다. 


이 소설 너머로 최인훈의 소설<광장>이 보이기도 한다. 남북분단의 이데올로기적 한계 극복을 주장하고 남북한의 정치 체제를 대등한 관점에서 비판한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 이명준은 평범한 대학생, 남북에서의 생활을 모두 경험한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 전쟁포로가 돼 남, 북, 중립국을 고르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결국, 그는 중립국을 선택하고 도착하기 전에 배에서 바다로 몸을 던진다. 그의 수평선 너머에는 뭐가 있었을까, 


작가의 말에서 백시종 선생은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인이란 사실을 자랑스레 여겼지만, 종교소설인 <오홈라르 음악회>를 쓰면서 성경의 재해석을. 그는 종교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기독교의 이모저모를 종교적 맹신이 아닌, 공정한 사회 비판의 눈으로 재분석하겠다는 의도로 <수평선 너머>를 썼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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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상처 - 기후변화는 인간의 신체, 마음, 정신까지 망가뜨린다
김현수.신샘이.이용석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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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상처


기후변화가 근원이 되어 생기는 재난은 천재지변인가 인재지변인가, 즉 자연이냐 인간이냐, 길게 보면, 자연재해로 보이겠지만, 짧게 보면 인간의 힘이 작동한 인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기후변화를 둘러싼 담론은 46억 년 전에 생긴 지구의 변화 10억~30억 사이에 육지가 형성되고 네 번의 빙하기가 대기 환경, 기후는 점차로 인간생존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거대 담론으로 자리한 기후위기, 지구의 자정 능력, 자체 회복력이 임계에 달했다고 보는지가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를 가르는 경계지점이 될 듯하다. 백야와 흑야, 추운 겨울, 따뜻한 봄, 자살이 급증하는 시기, 우울증이 심해지는 시기, 이 모두가 기후의 변화와 관련성이 있음을.


이 책<기후 상처>, 기후변화는 인간의 신체와 마음, 정신까지 망가뜨린다는 의미에서 기후 상처라는 표현을, 심신과 영혼을 망가뜨리는 기후변화는 인간의 생존에 직결됐다는 의미의 강조다. 이제껏 거대 담론 속에 갇혀 인간 생활에 특히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기후위기와 관련 속에서 연결 짓지 못하고 각각 다른 그 무엇을 이해해왔다. 


너무 날이 더워 숨이 막힐 것 같다는 말을 우리는 단지 더워서 견디기 어렵다는 말로, 그 너머에 있는 진인(眞因:진짜 원인)은 기후변화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신호다. 변화는 생물자원을 파괴할 만큼 위기상황, 임계점을 향해가고 있고, 이런 위기 신호는 인간 생활의 변화를, 더우면 에어컨을 틀게 되고, 에너지사용량이 늘면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나는 탄소가, 이른바 악순환의 고리에 들게 된다. 2022년에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공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신체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등장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지은이들은 동료 의사와 연구자들과 함께 정신건강에 관한 세미나를 했고 그 연구의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책 내용은 4장으로 구성됐고, 1장은 기후 스트레스와 기후위기로 몸, 마음, 정신건강의 변화를 다뤘다. 2장은 기후위기로 나타나는 새로운 정신 병리에 관해 살펴봤다. 3장은 심각한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심리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4장은 기후위기를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사회와 문화를 통해 조명한다. 


재난이 오기 전에 두려움이 불러일으킨 트라우마 “외상전스트레스 반응” 


기후난민의 정신건강 상태다. 기후난민은 기후재난으로 여러 차례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기후와 정신건강과의 관계다. 공허, 절망적인 감정인 무망감, 불안, 우울 등 복잡한 양상을 띤다. 한편,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음모론을 주장하며 기후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부류도 존재한다. “기후”라는 키워드에 보여주는 스펙트럼, 과학자로서의 지구기후의 자정 능력과 회복력을 신뢰하는 차원과 위장 그린 부류의 기후위기 왜곡에 동원된 가짜진실, 이를 구별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이런 양상은 그만큼 기후문제에 얽힌 이해가 복잡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적절한 문구, 미국의 역사가 리베카 솔닛은 <이 폐허를 응시하라>(펜타그램, 2014) “재난이 일어나면 인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이타주의 상호부조를 향해 나아가는 다수와 냉담함과 이기심으로 이차적 재난을 부르는 소수” 아마도 현재 기후위기의 인식 상태와 흡사하다. 


기후위기로 무너진 정신건강


이 책에서는 정신건강을 파괴하는 기후위기의 현상으로 크게 여섯 가지를 들고 있다. 지구 열대화, 기후재난, 기후난민의 발생, 기후 불평등의 강화, 자연환경의 변화, 새로운 정신 병리의 출현이다. 여섯 번째의 새로운 정신 병리의 출현, 즉 생태 불안, 생태 우울, 솔라스탤지어, 외상전스트레스반응(PTSR)등의 신조어가 등장한다. 솔라스탤지어, 위안을 뜻하는 솔라스와 향수를 뜻하는 노스텔지어가 합쳐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자연환경을 상실한 사람들이 겪는 정서적 고통을 의미하며, 사회와의 단절감, 소외감을 느끼거나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고, 외상전스트레스반응은 기후위기로 반복된 기후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은 새로운 병적 상태에 놓여 당혹감, 고립감을 이전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을 이용하여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편리하게 해준다는 도구 개념과 착취대상물로서의 자연을, 그러다 보니 입으로는 자연보호를 외치지만, 행동은 전혀 반대로 행동한다. 그리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자연환경의 상실이 가져올 아픔을 바로 이런 상처가 기후 상처인 것이다.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향해다가온다. 마치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지은이들은 많은 사례를 들어 기후와 정신건강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설득력도 충분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우리는 기후위기에 무관심한 게 아니라 심리적 마비 상태에 빠져버렸다는 점이다. 미래세대에 물려줄 자연환경이 더는 황폐해지지 않아야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또한 유지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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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포 매거진 POPOPO Magazine Vol.09 - Ignite Your Hidden Potential
포포포 편집부 지음 / 포포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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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매거진 포포포 


“내 안의 잠재력” 엄마가 되는 순간 새로운 막이 오른다. 아니 막이 내린다. 칭찬과 응원,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합니다. 포포포, 책 뒷날개에 뽀뽀뽀를 떠오르게 하듯, 위생과 건강과 예절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뽀뽀뽀에서 이제 엄마가 되어 잠재력을 포포포하자는 작고 고요하지만, 저 바닥에서 서서히 밀고 올라오는 그런 잡지가 돼간다. 전자출판이라는 트렌드와는 결이 다른 종이책만이 지닌 저력을,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손때가 묻을 만큼 읽고 또 읽고 할 수 있는 보물창고가 “포포포”다. “일상의 파동은 전자운동 같아서 당신의 잠재력” 흔들어 깨울 것이다. 


이 번호의 4게 섹션에 실린 글들을 빼놓지 않고 읽어보느라 적잖이 시간이 걸렸다. 섹션1은 나를 찾는 것에 관하여, 섹션 2는 AI와 인간 사회의 이모저모를, 섹션 3에서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그리고 섹션 4에서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글의 결이 다르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공통된 흐름이 느껴진다. 섹션 1에 실린 “햇볕 잘 드는 칭찬”과 “응원이라는 유니버스” 그리고 “뜨거운 찬사”에 이어 “손해 보고 눈치 봐도 괜찮아”라는 꽤 흥미로운 글들이 담겨 있다. 


이충걸이 쓴 “햇볕 잘 드는 칭찬” 침묵은 금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는 상황에 맞춰서 이른바 전술적으로 잘 구사해야 제값을 하는 관계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이 아닌 품성 혹은 인성이란 장면도 있으니,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겠다. 글쓴이는 “칭찬은 나를 긍정할 수 없을 때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서”라 적었다. 본성의 원시적 결함으로 스스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하루가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자기성찰이라는 것이다. 옛 선비들은 수신의 덕목으로 남에게 허튼 말로 세 치 혀를 놀리지 않고, 자신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늘 자신을 경계하면서 즉 원시적 결함체인 “자신”의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조금 지나친 언사를 했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된 사람이다. 내가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한지도 모르는 채로 혼돈 속에 살아간다면 나를 잃고 사는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삶이,


햇볕 잘 드는 칭찬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 마음의 모서리를 깎이고 자책이 들쑥날쑥할 때, 나를 긍정할 수 없을 때,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는 것으로 행복을 찾는다면, 이 역시 좋지 않을까, 칭찬의 사회적 역학, 상호작용의 심리적 이점, 연결과 이해의 중요성, 자기 감시의 더 넓은 의미로서 칭찬이라, 


이런 맥락에서 응원과 뜨거운 찬사 또한 긍정심리로 이어진다. 서은아의 글 "응원이라는 유니버스"에서는 3대에 걸친 응원의 기록, 응원은 무한 신뢰다 하면 된다. 넌 할 수 있어가 바닥에 깔려있다. 누구가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는 다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늘 넌 안 돼, 그래서 안 되는 거야라고 부정만 한다면, 부정지옥 속에서 자기 스스로 방향성을 상실하고 표류해버리고 만다. 리사손의 "뜨거운 찬사" 또한 그러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손해 보고 눈치 봐도 괜찮아”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기를 쓰고 손해 보지 않으려 하고 애써 외면하려 하는데 좀 손해를 보면 어때, 세상은 돌고 도는 거라는 긍정과 여유, 때때로 눈치 봐도 괜찮다는 생각은 나를 잃지 않는 중요한 것들이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맥락의 사고는 리더십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랑이 가면을 쓴 토끼”라는 표현을 한 강산농원의 송새롬 대표, 아마도 “손해 보고 눈치 봐도 괜찮아”라는 늘 빠지기 쉬운 관계유지, 관계 속에서 늘 생기는 갈등 혹은 서운함, 하지만, 대표라는 자리는 일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해주는 지원자이지, 늘 앞장서서 돌격 앞으로 외치는 전쟁터의 소대장이 아니다. 


전략적 사고 속에서 말을 아끼는 편과 그렇지 않은 편도 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의 면면, 어차피 조직이란 성장배경도 성격도 가치도 제각각인 채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기에 완결된 구조란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점에서는 글쓴이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뽀뽀뽀를 보고 자란 세대가 포포포를 보면서 나를 찾고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것, 가볍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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