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테레지아 -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왕 서양근대사총서 6
김장수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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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오스트리아 국모로 추앙받는 마리아 테레지아


지은이는 자유 베를린대학 역사학부에서 연구했고, 주로 한국과 유럽 강대국들과의 관계, 독일제국과의 관계를 살폈다. 한국 사회에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연구 관심이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2세와 독일제국을 탄생시킨 비스마르크에게로 쏠렸던 것도 이유의 하나였다. 그는 거꾸로 연구의 대상이 프로이센을 여러모로 보는 차원에서라도 당대의 오스트리아 사정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내놓았다고 적고 있다. 





이 책의 5장으로 구성됐고, 우선 1장에서는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왕위계승이 이뤄질 무렵의 전후 주변국과의 관계를 다루면서, 에스파냐 왕위계승 전쟁과 오스트리아 왕위계승과 관련한 “상호계승약관”과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왕위계승권을 부여한 국사조칙의 제정 원인과 진행 과정 등을 다룬다. 2장에서 마리아 테레지아 탄생과 성장 그리고 프란츠 슈테판과 결혼, 자녀 양육 등의 성장과 가족관계를 다룬다. 3장 마리아 테레지아의 3차에 걸친 왕위계승 전쟁(1740~1763)과 후베르투스부르크 평화조약과 프로이센의 위상 등을, 4장. 계몽 절대왕정체제 구축에서는 하우크비츠의 내정과 다운 백작의 군제, 스비텐의 교육 등의 개혁을, 그리고 카우니츠-리트베르크의 외교정책에 이르기까지, 5장은 말년의 활동으로 40년(1740~1780) 치세 중 25년은 단독으로 나머지 15년은 장남 요제프 2세와 함께, 장남은 어머니의 기대와는 다르게 충돌을 일으키기도,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제이자 국모로서 국민의무교육을 했던 개혁과 계몽 군주로 기억된 마리아 테레지아에 관한 이야기다. 


마리아 테레지아가 개혁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들


마리아 테레지아는 1740년 23살의 나이로 오스트리아의 최초 여성군주로 즉위했다. 그의 아버지 카를 6세는 세 딸을 두었기에 여성 왕위계승권에 관한 준비를 국사조칙을 통해 해두었고, 주변국인 프로이센, 프랑스, 바이에른과 작센의 승인까지 받아놓은 상태였지만, 실제 여성군주가 즉위하자 여성의 왕위계승을 문제 삼으면서 주변국을 프로이센과 프랑스가 주도하여 25년 동안 세 차례에 걸친 오스트리아왕위계승전쟁이 시작된다. 흥미롭게도 1740년 프로이센에서는 28살의 나이로 프리드리히 2세가 즉위,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모두 젊은 군주가 대립과 격돌을 하면서도 경쟁적으로 계몽주의를 수용하여 개혁을 도모했다. 




왕위계승 전쟁이 시작되면서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에 슐레지엔 지방을 빼앗겨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한편으로 오스트리아의 위정자(남성이어야 하기에 여제의 남편 프란츠 슈테판)는 관례에 따라 독일 왕으로 선출된 후,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하는 경로도 차단되는 등 국제 정치무대에서 굴욕을 겪기도, 이런 대외적인 위기는, 국내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전쟁으로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서 국내를 개혁으로 안정시키려는 정책을 펼쳤다. 당대의 시대요구이기도 했던 계몽주의, 절대왕정체제를 구축하려는 의지이기도 했다. 우선 중앙정부 권한을 증대시키고 귀족들의 위상을 약화를 노리는 내정과 군제, 교육개혁과 외교정책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내우외환 책을 세운다. 특히, 신민 교육, 귀족세를 누르고 모두를 신민으로 다루는데, 이로써 절대왕정체제 구축을 시도한다.


왕위계승 전쟁과 절대왕정체제 구축을 위한 개혁들


절대왕정체제 구축은 하우크비츠의 제안한 내정 개혁안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각 지방 신분제 의회가 행정과 재정 분야에서 과도한 권한 행사를 막기 위한 제한, 지방통치, 재정과 군사 부문에 대한 귀족들의 처분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귀족들의 ‘조세동의권 제한’ ‘중앙정부의 행정권 강화’, ‘귀족과 성직자들의 면세특권 폐지’ 등이 제안됐다. 카우니츠-리트베르크의 외교정책의 핵심은 프랑스와 동맹 구축이다. 당시 영국은 오스트리아가 강해지거나 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균형을 유지하는 게 목표였다. 오스트리아는 프랑스와 동맹 강화를 위해 오스트리아령이었던 네덜란드를 프랑스에 넘기고, 자녀들의 결혼 상대는 반드시 부르봉이나 이 가문의 방계인 모데나 대공국 출신이어야 한다는 원칙까지 세울 정도였다. 군제는 프로이센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전제에서 다운 백작은 군제개편을 한다.




교육개혁은 문화적 단일화를 꾀했다. 이 단일화는 의무교육을 통해 왕국 내에서 특히 독일인들보다 슬라브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독일어가 자연스럽게 확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은 전통적으로 교회가 전담, 주도했는데, 이를 국가의 임무로 규정한 것이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교육기관의 국립화와 세속화는 중앙집권체제에서 반드시 이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당대 계몽주의에서 요구하던 교회의 예속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하고 이들을 중세의 어둠으로부터 자유 및 평등이 구현되는 사회로의 이행에 동의, 교육기회를 여자아이에게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1774년 12월에 “오스트리아 왕국 내 시범학교, 실업학교 및 보통학교를 위한 일반 학제”를 발표, 펠비거가 발표한 교육개혁의 서문에는 ‘신민의 진정한 행복 증진을 가장 중요한 토대로 설정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양성 청소년 교육을 시행한다’라고 적혀있다. 1780년에는 그 수가 500개를 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낯선 국가 오스트리아의 최초의 여성군주, 즉위와 함께 주변 강국 프로이센과 프랑스가 여왕승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된 3차에 걸친 왕위계승 전쟁 끝에 프로이센의 승리로 끝났지만, 1740년 같은 해 즉위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는 절대왕정체제와 계몽주의 개혁과 함께 프로이센 주도의 유럽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를 마리아 테레지아의 즉위를 계기로 실행하게 된다. 오스트리아 역시 전쟁이란 불안한 정세를 돌파하기 위해 국내 개혁 드라이브를, 결국,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유능한 군주로 평가할 만했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결단력과 여성성을 함께 갖췄고, 의무이행과 성실성, 도덕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봤던 군주로 국모로 불린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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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 - 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들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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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의 역사, 14세기 사생활 보호를 위한 소송에서 15세기 소통수단 편지, 19세기의 가족,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사라졌던 프라이버시의 부활, 국가는 감사자인가 보호자인가라는 관점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료 속에서 찾아낸 프라이버시에 관한 생각, 지은이는 "균형"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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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 - 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들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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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프라이버시의 짧은 역사


데이비드 빈센트의 <사생활의 역사>: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부제)은 14세기의 사생활 침해소송에서 코로나 19 팬더믹까지 역사 속에서 프라이버시가 공사영역에 걸쳐 개인과 국가의 관계 변화와 중세 이후 변화해온 프라이버시의 개념, 팬데믹 이후 사회 변화 등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공간적으로 집과 울타리, 프라이버시는 울타리로 경계를 알리고 안전을 보장할 뿐 아니라 소유와 은둔이다. 19세기에 ‘가족’은 프라이버시를 실천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개인은 결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고, 가족은 신앙생활의 기본 단위로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부유한 사람들은 도서실, 옷방 그리고 자물쇠가 달린 욕실과 화장실까지 갖추게 되면서 사람이 북적대는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덜어냈지만, 대중매체의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프라이버시 개념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맥락에서 규정됐다. 그러나 ‘혼자 있을 권리’를 선언하는 순간, 개인이건 사회이건 개인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는 적으로 바뀐 것이다. 은둔과 자유가 아닌 고립을 뜻하기도 한다. 프라이버시가 갖는 이중성과 복잡, 복합성이란 의미에서 간단히 정리하기 어렵다. 지은이는 역사적 맥락에서 제러미 벤담, 조지 오웰이 간접적으로 언급했던 프라이버시의 균형이 관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5장 구성이며, 연대기 순으로 1장은 ‘혼자 있을 권리의 시작, 중세 시대’, 14세기의 사생활 침해소송에서 시작, 사적인 공간의 탄생, 혼자 하는 기도와 혼자 쓰는 일기 등 집단 구성원으로서 개인은 끊임없이 사적 관계의 내밀한 관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톺아본다. 2장은 군중 속에서 나를 지키다라는 제목으로 익명성, 결혼 이후 개인의 사생활, 혼자 있는 시간과 읽는 행위, 문해력이 높아지면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자 생긴 현상들, 편지가 가져온 사적인 소통의 혁명을, 3장은 19세기의 풍요가 불러온 감시자들, 대도시 속 사생활의 기술, 일상탈출, 건축, 전화와 편지의 프라이버시 등, 4장에서는 전쟁이 개인의 사생활에 끼친 영향, 국가의 개인 사찰이 시작되다. 5장, 조지 오웰, 스노든, 다음은, 국가는 개인이 감시자인가 보호자인가, 재산권으로서 프라이버시 등을 다룬다.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법률 등


프라이버시의 개념은 많지만 확정된 결론은 없다. 이의 역사는 소음과 침묵의 기이한 혼합물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현대사회의 위협을 두고 논쟁은 코로나 19 팬데믹 기에 이르러 재인식되기에 이르렀다. 현대 국가 헌법에 규정된 프라이버시권이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우리 헌법 17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18조), 물론 종교나 사상의 자유 또한 개인의 고유한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법령이 25개에 이른다) 제1조 목적은 제1조(목적) 이 법은 개인정보의 처리 및 보호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이라 하여, 국가가 공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 보호를 보장한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감사자인가, 보호자인가


1970년대 OECD의 중요문서는 개인 데이터의 수집 및 사용과 관련해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조사 및 입법 활동이 강화된 시기라고 설명한다. 19세기 근대성의 뚜렷한 특징은 사적 영역을 존중하는 것으로 국민을 감시하지 않으며 가정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 지금은 세계 어디서든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국경, 정권과 무관하게 사생활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간다. 사생활 보호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이유는 첫째로 프라이버시가 일종의 인권이라서 언론의 자유와 같은 가치와 충돌하면 프라이버시의 힘은 공시적으로 인정받는다. 둘째는 디지털혁명이다. 이전의 기술혁명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개인정보 관리를 국제화했다는 점에서는 유사성이 있었지만 그런 발전만으로 단일하고 포괄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지 않았지만, 데이터 보호라는 개념과 관련해서는 일괄적 조치하기가 쉬웠다는 점이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 보장, 개인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전제는 범죄의 계획이나 실행될 것 같다는 이유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면 이 원칙은 무너진다. 


마치, 15세기 이후 문해력의 확산과 함께 주요한 소통수단이었던 편지와 전신(전보) 그리고 감시가 어떻게 대항 관계를 유지하는가 하는 점이다. SNS(소셜네크워크서비스), 이메일, 핸드폰 등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것은 사적인 대화에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사용자에게는 불안감을 준다. 국가는 개인의 감시자이면서 보호자이기도 하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말이다. 


재산권으로서 프라이버시


개인적 만족과 공익, 양극단에 서 있기에 대니얼 솔로브(조지워싱턴대학)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반드시 사회를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일의 가치는 사회적 이익에 바탕을 두고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는데, 개인정보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한 탓에 프라이버시에 관한 합리적 기대를 정의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감시는 프라이버시를 파괴하기보다 교환되는 정보의 의미를 잘못 해석학 왜곡하는 쪽에 가깝다. 친밀한 형태의 긍정적 프라이버시와 황량한 고립의 부정적 프라이버시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개인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지, 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보호한 나머지 다른 사람과 의미 있는 접촉을 일체 하지 못한다면, 친밀한 프라이버시를 이해하지 못한다. 프라이버시에 관한 짧은 역사의 결론은 “균형”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프라이버시에도 음과 양이 존재함을 인식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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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지혜를 깨우는 K-민담
김을호 엮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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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내 안의 지혜를 깨운 K-민담


한국 사회의 트랜드 K-팝, 영화, 드리마, 그리고 민담, “K”(Korea)는 “한국”의 약칭이다. 민담은 옛날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구전) 꾸준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단지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바람이 녹아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라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유학의 도덕 사상인 3가지 강령과 5가지 인륜 즉, 삼강은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이며, 오륜에는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며, 이야기 속에 이런 내용이 녹아들어있다. 


편저자 김을호는 민담을 현대사회에 여전히 유용한 문화 자산이라 평가했다. 이 책은<기재잡기>, <대동야승>, <동야휘집>, <역옹패설>, <지붕유설>, <연려실기술>, <오산설림>, <용재총화>, <청파극담>, <필원잡기> 등, 이미 알려진 책들 속에서 발췌해낸 37가지 이야기를 세 개의 마당으로 나누어 싣고 있다. 첫째 마당에 기른 자식 낳은 자식을 비롯하여 13개의 이야기가, 둘째 마당은 소년 정충신 등 12개, 셋째 마당에는 청백리의 깊은 뜻과 호랑이 등에 올라탄 허준 등 12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대통령상타기 전국 고전 읽기 백일장대회의 수상작품과 심사평이 실려있다. 


고전 읽기와 나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미 지나간 시대에 특정 장소, 특정 사항에서 특정 인물이 겪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나’와 ‘내 이웃’에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그것은 고전 읽기의 완성이라고 할 수 없다. 




민담은 어찌 보면 바람직한 모습을 기대하고 이를 희망하는 것들의 총체라 할 수 있겠다. 기승전결의 구도 속에서 인간관계, 효와 사랑, 자기 계발, 처세 전략 등도 들어있지만, 이 역시 기대하는 곳으로 귀결이다. 그것이 당대의 도덕 윤리와 사회문제 해결을 필요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곳곳에 숨겨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선조들의 슬기가 담겨있다. 


또 두락 구(鳩)에 숨겨진 것들, ”과거제도“ ”양반“ ”선비의 의리“ 


예전에 지배계급이었던 양반은 진사나 생원시에 합격해야만 최소 양반이란 신분을 잃지 않았던 모양이다(경주 최부자 집의 규칙에 나온 말이기도 하니), 시골 선비 낙방 거사 박 생원은 평생소원이 과거급제였는데, 10년째도 낙방하고 귀향길에 한적한 주막에 들러, 혼자서 과제 급제 축하연을 벌이고 있던 터에 당대의 임금(숙종)이 야행길에 이 기이한 모습을 보고, 찾아들어 박 생원과 수작을 벌이다 은근히 내일 임시과거가 있음을 알려주고 화제까지 넌지시 비둘기 구(鳩)라고, 일러주었건만, 다음날 너무 긴장한 탓에 비둘기 구라 답해야 할 것을 또 두락구라 답해 또 낙방했다. 과장에서 나오던 길에 바삐 과장을 향해가는 젊은 선비에게 오늘 화제는 비둘기 구라오. 나는 이를 답하지 못해 낙방했다고, 이 젊은 선비는 과거에 합격했는데, 박 생원이 또 떨어지자 숙종은 안타까워했고, 젊은 선비는 박 생원이 또 두락구라고 한 것을 듣고, 기지를 발휘하여 서울말로는 비둘기 구라하고 시골말로는 또 두락 구라 한다고, 박 생원은 평생소원을 이루게 됐다는 이야기다. 





과거란 글 읽는 사람에게는 급제해보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다. 유학(幼學)은 과거를 보려는 사람인데 무려 80세 이르기까지 글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과거”는 하나의 상징이자 지위다. 벼슬의 높낮이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로서 경제 사회활동에도 유리했고, 군역까지도 면제받는 특혜 때문에, 아무튼 이 이야기는 선비와 왕, 그리고 당대 선비의 의리까지도 담아낸 이른바 ”도리”를 말하고자 했음이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당대의 사회제도와 문화를 읽어낼 수 있다면 고전 읽기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한 셈이다. 


백금항아리와 돌호박 이야기의 가르침- 분수와 절제


제 분수를 알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까닭 없이 분에 넘치는 재물을 얻는 것은 아무리 하늘이 내리는 복일지라도 자칫 큰 재앙의 근원이 되기 쉬운 법, 최인호의 소설 <거상 임상옥>에서 나오는 계영배(戒盈杯)는 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이다. 절제와 분수를 지키라는 말이기도 하다. 


민 감사와 그의 매제와 수절 며느리 시집보내기 – 사회질서와 규율은 ”사람“위에 없다


엄한 명령과 사회질서와 도덕윤리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이 이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수절과부를 만들고 집안에 열녀비나 열녀문을 세워야 가문의 명예가 빛을 발한다는 당대의 관습은 생사람을 잡을 일이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죽을병에 걸렸다며 주변사람들을 속이고 마부에게 돈을 주며 며느리와 먼 곳에 가서 살게 했다는 이야기다. 과부의 재혼을 금지했던 시대에도 양반의 체면과 가문의 영달을 위해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생명존중”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K-민담의 교훈은 인간의 조건을 말하는 대목이 많다. 공동체, 너와 나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가족 사이의 우애와 배려 등, 단순히 질서와 규율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어떻게 선조들의 슬기로운 지혜 가운데 유지됐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를 주는지를 생각하는 동안 내 안의 지혜를 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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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온 그녀
박은혜 지음 / 닥터지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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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꿈에서 온 그녀


박은혜 작가의 소설<꿈에서 온 그녀>은 강렬하다. 신은 존재하는가, 우리가 경험하는 꿈과 현실, 그리고 예지몽,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인간 나약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꽤 어두운 심리소설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인연”에 얽힌 인간이 알 수 없는 신의 질서와 예정, 데자뷔처럼 일어난 사건과 예지몽이 그것이다. 

첫 장부터 빨려드는 이 소설은 최후의 만찬으로 시작되는데, 그 사람은 나를 판 죄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다가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예수의 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주인공은 되뇐다. 


예지몽


주인공 함지훈이 꾼 꿈, 배 위에서 어떤 여자가 남의 아기를 바다로 떨어뜨린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웃고 있다. 이 꿈은 머지않아 참혹한 현실로 나타난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낳다 죽는다. 출산을 앞두고 임신성 급성지방간으로, 그녀를 낳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살았을 것이다.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아이”가 됐다. 태어나서는 안 될 운명이기에 그녀 앞에 닥친 시련들, 변호사인 아버지 옆에 나타난 새엄마를 고모라 부르며, 죽은 엄마에게 향한 평온한 가족이라는 집착 때문에 아버지는 과로를, 간암으로 죽는다. 함지훈 역시 급성 A형 간염으로 사경을 헤매는데, 그때, 배다른 동생, 고모라 부르는 그녀 아들의 함도훈이 간을 나눠주는데, 


병원에서 눈을 뜬 함지훈은 고등학교 때 친구인 의사 유성이 자신 앞에 서 있음을. 이렇게 시작된 동생 도훈과 친구 유성이 그녀의 삶 속에 자리하는데, 어느 날 꿈에서 본 그녀를 유성의 진료대기실에서 마주치고. 3년 후, 유성이 근무하는 병원의 신생아실에 누군가 불을 질렀다고, 이렇게 시작되는 예지몽은 그다음으로, 끝내는. 예지몽은 비과학적이며 설사 꿈에서 본 그 어떤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우연이라고, 한 번이면 우연이겠지만, 그 이상이면 필연, 왜 함지훈은 그런 꿈을 꾸는 걸까?, 


일본 소설가 다카노 가즈아키 원작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여자친구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누가 왜 죽였을까를 찾아나서는 주인공은 예지몽을 꾼다. 과거 2명이 죽는 꿈을, 이들에게 경고도 했지만,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고 죽었다. 이번 3번째, 과거 죽은 이들이 데이트카페의 회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또 다른 여자 주인공 역시 그 카페의 회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6시간 후에 너는 죽는다고 알려준다. 주인공은 이후 두 번 다시 그런 꿈은 꾸지 않았다고, 


인연법


결과를 낳기 위한 내적인 직접 원인을 인이라 하고, 이를 돕는 외적이며 간접적인 원인을 연이라 하나, 일반적으로는 양자를 합쳐 원인의 뜻으로 쓴다. 석가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연으로써 생겨나고 인연으로써 소멸하는 연기의 이법을 깨우치고 <아함경(阿含經)>에서는 인간이 미망과 고통의 존재임을 12 인연으로써 설명하고 있는데, 윤회를 말한다. “태어나지 않아야 할, 태어나지 말아야 할” 것은 없다. 인연과 윤회로.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해도 돼. 단, 네 삶의 끝과 시작은 내가 정해” 내가 낳을 때 어머니는 죽었고, 내가 꾼 꿈속은 예지였는데, 이를 막지 못했다. 결국에는 내게 두 번째 생명을 준 동생이 내 꿈속에 본 것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해 죽었다. 또 다른 누구의 죽음을 보는 건 고통이다. 끝은 내가 정한다. 이 또한 인연법에 얽힌 것인가, 


이 소설 바탕에 깔린 건 이런 메시지일까,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것 말이다. 꽤 몰입도가 좋았다. 마지막은 아마도 자신 스스로 운명을 선택함으로써 신의 예정된 질서에 도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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