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지혜를 깨우는 K-민담
김을호 엮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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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내 안의 지혜를 깨운 K-민담


한국 사회의 트랜드 K-팝, 영화, 드리마, 그리고 민담, “K”(Korea)는 “한국”의 약칭이다. 민담은 옛날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구전) 꾸준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단지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바람이 녹아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라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유학의 도덕 사상인 3가지 강령과 5가지 인륜 즉, 삼강은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이며, 오륜에는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며, 이야기 속에 이런 내용이 녹아들어있다. 


편저자 김을호는 민담을 현대사회에 여전히 유용한 문화 자산이라 평가했다. 이 책은<기재잡기>, <대동야승>, <동야휘집>, <역옹패설>, <지붕유설>, <연려실기술>, <오산설림>, <용재총화>, <청파극담>, <필원잡기> 등, 이미 알려진 책들 속에서 발췌해낸 37가지 이야기를 세 개의 마당으로 나누어 싣고 있다. 첫째 마당에 기른 자식 낳은 자식을 비롯하여 13개의 이야기가, 둘째 마당은 소년 정충신 등 12개, 셋째 마당에는 청백리의 깊은 뜻과 호랑이 등에 올라탄 허준 등 12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대통령상타기 전국 고전 읽기 백일장대회의 수상작품과 심사평이 실려있다. 


고전 읽기와 나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미 지나간 시대에 특정 장소, 특정 사항에서 특정 인물이 겪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나’와 ‘내 이웃’에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그것은 고전 읽기의 완성이라고 할 수 없다. 




민담은 어찌 보면 바람직한 모습을 기대하고 이를 희망하는 것들의 총체라 할 수 있겠다. 기승전결의 구도 속에서 인간관계, 효와 사랑, 자기 계발, 처세 전략 등도 들어있지만, 이 역시 기대하는 곳으로 귀결이다. 그것이 당대의 도덕 윤리와 사회문제 해결을 필요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곳곳에 숨겨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선조들의 슬기가 담겨있다. 


또 두락 구(鳩)에 숨겨진 것들, ”과거제도“ ”양반“ ”선비의 의리“ 


예전에 지배계급이었던 양반은 진사나 생원시에 합격해야만 최소 양반이란 신분을 잃지 않았던 모양이다(경주 최부자 집의 규칙에 나온 말이기도 하니), 시골 선비 낙방 거사 박 생원은 평생소원이 과거급제였는데, 10년째도 낙방하고 귀향길에 한적한 주막에 들러, 혼자서 과제 급제 축하연을 벌이고 있던 터에 당대의 임금(숙종)이 야행길에 이 기이한 모습을 보고, 찾아들어 박 생원과 수작을 벌이다 은근히 내일 임시과거가 있음을 알려주고 화제까지 넌지시 비둘기 구(鳩)라고, 일러주었건만, 다음날 너무 긴장한 탓에 비둘기 구라 답해야 할 것을 또 두락구라 답해 또 낙방했다. 과장에서 나오던 길에 바삐 과장을 향해가는 젊은 선비에게 오늘 화제는 비둘기 구라오. 나는 이를 답하지 못해 낙방했다고, 이 젊은 선비는 과거에 합격했는데, 박 생원이 또 떨어지자 숙종은 안타까워했고, 젊은 선비는 박 생원이 또 두락구라고 한 것을 듣고, 기지를 발휘하여 서울말로는 비둘기 구라하고 시골말로는 또 두락 구라 한다고, 박 생원은 평생소원을 이루게 됐다는 이야기다. 





과거란 글 읽는 사람에게는 급제해보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다. 유학(幼學)은 과거를 보려는 사람인데 무려 80세 이르기까지 글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과거”는 하나의 상징이자 지위다. 벼슬의 높낮이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로서 경제 사회활동에도 유리했고, 군역까지도 면제받는 특혜 때문에, 아무튼 이 이야기는 선비와 왕, 그리고 당대 선비의 의리까지도 담아낸 이른바 ”도리”를 말하고자 했음이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당대의 사회제도와 문화를 읽어낼 수 있다면 고전 읽기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한 셈이다. 


백금항아리와 돌호박 이야기의 가르침- 분수와 절제


제 분수를 알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까닭 없이 분에 넘치는 재물을 얻는 것은 아무리 하늘이 내리는 복일지라도 자칫 큰 재앙의 근원이 되기 쉬운 법, 최인호의 소설 <거상 임상옥>에서 나오는 계영배(戒盈杯)는 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이다. 절제와 분수를 지키라는 말이기도 하다. 


민 감사와 그의 매제와 수절 며느리 시집보내기 – 사회질서와 규율은 ”사람“위에 없다


엄한 명령과 사회질서와 도덕윤리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이 이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수절과부를 만들고 집안에 열녀비나 열녀문을 세워야 가문의 명예가 빛을 발한다는 당대의 관습은 생사람을 잡을 일이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죽을병에 걸렸다며 주변사람들을 속이고 마부에게 돈을 주며 며느리와 먼 곳에 가서 살게 했다는 이야기다. 과부의 재혼을 금지했던 시대에도 양반의 체면과 가문의 영달을 위해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생명존중”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K-민담의 교훈은 인간의 조건을 말하는 대목이 많다. 공동체, 너와 나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가족 사이의 우애와 배려 등, 단순히 질서와 규율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어떻게 선조들의 슬기로운 지혜 가운데 유지됐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를 주는지를 생각하는 동안 내 안의 지혜를 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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