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 - 과학 전문기자가 전하는 세상 속 신비로운 이야기
모토무라 유키코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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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


이 책의 지은이 모토무라 유키코, 규슈대학 교육학부를 나와 “마이니치(매일)”신문 과학 전문기자로 20년 넘게 현장을 누비며 과학 저널리스트 대상을 받았다. 이 책은 그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썼던 글모음으로 칼럼과 에세이가 실려있다. 그는 지금의 인류세, 마이너스 유산을 사회적 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VUCA(급변, 불확실, 복잡, 모호)의 시대, 작은 소망과 바람이 큰 물줄기를 이루는 세상을 기대한다고, 이 책의 무대는 일본 사회다. 과학 기자의 과학적 시선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성찰이 담겼다. 69꼭지의 글,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2~3쪽에 지나지 않는 내용이나 절대 가볍지만 않다. 


책 구성은 3장 69꼭지다. 1장 ‘박사가 사랑하는 기생충’에서는 과학자 이야기가 나온다. 블랙홀이 있을 것이라고 했던 아인슈타인, 만약에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어쨌을까?, 시마즈 제작소의 기술자 다나카 고이치, 회사도 그 존재를 잘 모르는데, 어찌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알았을까? 과학의 세계, 이 또한 신비롭다. 아무튼 다나카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면 그가 희망했던 연구의 결말이 어찌 됐을까? 적어도 노벨상 프리미엄 덕에 그는 연구소장도 되고, 하고 싶었던 연구도 계속하게 됐으니, 때로는 노벨상이 완성점이 아닌 통과 점으로 해석될 때도 있다.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20꼭지다. 


2장 ‘숲 장작, 그리고 사람’에서는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오만과 거만의 만물의 영장이 지금 고민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탄소중립사회, 현실, 꿈, 피어라 져라 인간 뜻대로, 인간과 미생물의 기나긴 인연 등 31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3장 ‘과학의 빛과 어둠의 삶을 살았던 학자’ 어둠의 과학자라는 말은 맞다. 뭔가를 발견하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 어둠 속에서 발견하고 끄집어내 온 이들이 과학자들이니, 이들에게도 명암이 있다. 빛과 어둠, 아마 대표적인 사례는 원자폭탄을 만들어 낸 이들일 것이다. 오죽하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역사적 책임론까지 나왔을까, 여기에서는 18꼭지가 실려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과학의 빛과 어둠의 삶을 살았던 학자, 홀로 살아간다는 것까지.




갑툭튀의 노벨화학상을 받게 된 시마즈 제작소의 기술자 누구래요. 그 사람은?


재미있는 표현 ‘갑툭튀’ 단백질을 분해하지 않고 분석한 기술을 개발한 다나카 고이치, 그는 박사도 관리직도 아닌 마흔셋의 기술자,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지금은 시마즈의 최첨단연구소장이다. 노벨상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다나카는 2013년 혈액 한 방울로 건강 상태와 질병 유무를 판단하는 키트를 개발했다. 이런 연구성과와 업적은 노벨상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현실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못내 떨쳐낼 수 없다. 일본이라는 세계를 은근히 너무 많이 경험했던 나로서는 말이다. 지은이는 다나카의 연구 자세에 진정한 노벨상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닐까 라고 말한다. 20년 동안 긴 시선으로 보다 보면 그런 깨달음도 얻게 된다고, 


인류세, 매머드가 되지 않기 위하여 


의학발달에 수명도 늘었다. 20세기, 21세기 확실히 인간의 삶은 크게 변했다. 1800년에 인구 10억에서 2022년에 80억을 넘어섰다. 222년 사이에 8배가 늘었다. 편리해진 사회에서 편리해진 만큼 행복해졌을까?, 지구의 연대, 공식적으로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살고 있다. 1만 년 전에 시작됐지만, 불과 200년 사이에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넘어가는 변화를 가져왔다. 지질연대 구분은 그 시대에 번영했던 생물의 대량 멸종도 겹쳐있다. 인류세의 지질에서 석유를 태워서 나온 매연이나 문명의 부산물, 플라스틱 등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홀로세를 살아가는 인류가 생각해야 할 숙제는 자연이다. 더 편리하더라도 천천히 자연과 함께하는 삶, 탈성장이다. 인류세는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과학자 폴 크뤼천이 붙인 이름이다. 비록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함의는 상당하니.



오가사와라의 음색과 자연, 애물단지에서 기타를 만드는 나무로 탈바꿈


오가사와(小笠原諸島: 태평양 남단 도쿄에서 1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 하지만 도쿄에 속한다) 섬에 1900년 무렵 오키나와에서 들여온 비숍우드는 왕성한 성장력 덕분에 땔감 수요를 충족시켜줬는데,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베어내어 없애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이 나무로 기타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발레리나’다. 이를 만든 사람은 음악계에서 활동해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미야마 마사아키다. 기타 장인을 설득하여 쓸모없는 나무 비숍우드가 마호가니나 로즈우드를 대신하는 재목이 됐다는 이야기다. 




우주, 다양성으로 가득한 무한의 공간


우주를 직관하면 이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뭔가 변화가 왔다는 것인데, 우주 공간에 나갔다 온 사람들은 ‘죽음의 세계’에 떠 있는 찬란한 우주, 유일무이한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말한다. 어떻게든 지구를 지켜 내야 한다는 마음은 ‘지구를 지켜야 할 인간들이 왜 서로 싸우고 있는가’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40년 50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이 우주 공간으로 나가서, 인간 세상의 아웅다웅이 덧없음을 알게 된다면, 우물 안 개구리에게 하늘은 그저 공간일 뿐, 거기에 꿈과 희망을 채워 넣는 일은 여전히 어려울까, 




이 책에 실린 가벼우면서도 뭔가 생각의 실마리를 즉 ‘화두’던지기를 눈여겨 봐야 한다. 작가의 단상 속 촌철살인적인 표현도, 현상과 사실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 진원을 파악하는 힘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이 느낌이 착시나 착각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말이다. 일본의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통하는 보편성이 깔려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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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 애플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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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3월의 베이징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고, 경북 구미는 28.5도까지, 오징어가 이상기온 때문에 품귀라고, 미역도 다시마도 품귀가 될 것이라고, 도대체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기후위기와 온난화는 우리가 느끼지 못한 사이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것인가, 기상이변을 다룬 영화<투모로우>, 하루아침에 지구가 얼어붙었다. 참을 수 없는 열기로 지구가 셧다운을 했다는 설정, 며칠 후 맑게 갠 하늘이 보이고, 온도는 다시 정상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떠올랐던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의 슬라이드처럼 돌려본다. 


지질학자인 지은이는 불과 얼음이 지배했던 지구,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된다고 경고하는데, 팔레오세(5,500만 년 전, 최대의 온난기)에서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는 책 제목이 영화 투모로우를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 책은 7장 구성이며, 1장 ‘남극의 기후 미스터리’에서는 남극의 숲,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숲, 5000만 년 전의 불에 탄 통나무,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역에서 발견한 고대의 흔적들이다. 스발바르는 국제 종자 창고가 있을 만큼 추운 곳이다. 2장 ‘탄소 수수께끼’에서는 북극에 악어와 낙타가 살았다. 지금의 북극이 아닌 따뜻한 팔레오세기에 살았다는 말이다. 3장 ‘대혹한’ 에서는 기후가 인류의 진화를 주도했을까?, 아프리카 대륙을 넘은 인류의 이동, 그리고 다음 빙하기는 언제 오는가?, 4장 ‘전환점의 기후’ 에서는 갑작스러운 빙하기의 종말, 심판의 날이 다가오다 등이, 5장 ‘마지막 낙원’에서는 빙하 붕괴, 녹색 사하라사막, 홍수재해, 6장 ‘기후위기’에서는 세계 최악의 해, 빙하의 습격, 소빙하기에 기온만 문제였을까?, 얼음과 추위로 인한 종말, 7장 ‘인간의 시대’에서는 인류세로 진입, 에오세로 돌아가기,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될까?, 기후위협 등, 금세기 최대 이슈이지만 너무 커서 누구도 그 위험의 전모를 알 수 없는 기후변화를 담아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산다는 의미, “우주의 균형” 우주의 조화 때문


지구에서 모든 생명체가 살아 숨 쉬고 인간이 역사를 쌓아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우주의 균형” 덕분이다. 광대한 우주 속에 푸른 행성은 골디락스 영역에 자리한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생명체가 산다는 것이다. 이 영역은 항성 주변을 둘러싼 얇은 띠가 적합한 온도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라는 것, 북극의 스발바르는 5,500만 년 전 이곳에는 숲이 우거졌고, 당시 지구는 지금보다 14도 정도 더 따뜻했다. 2만 년만 거슬러 올라가면 지구의 기온은 지금보다 6도나 낮았다. 





다양한 기후논쟁과 혼란


기후의 역사를 알아야 할 이유, 어떤 사람은 오늘날보다 더 따뜻했다고, 우리가 겪는 온난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그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애초 안정적인 낙원이었는데, 인간 때문에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고, (현재 기후논쟁의 큰 흐름), 이 책은 전자든 후자든 그리 간단하게 정의될 문제가 아니라며, 기후역사의 복잡성, 여러 요소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한다. 기후의 역사에는 격렬한 불볕더위와 가뭄, 파괴적인 빙하기가 있었다. 이는 기후가 고정적이 아니라 갑작스레 변활 수 있기에 지구의 생명체에 극적인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과거의 기후를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지구 온난화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고 한다. 






자연요소가 빙하기를, “생물권”이 기후에 영향을 


4억 5,00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에도 생물권은 기후에 영향을 미쳤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농도가 감소했기 때문

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당시 육지에는 이끼만 존재할 정도로 이끼 행성이었다. 이끼는 수백만 년에 걸쳐 천천히 화학적 풍화를 지속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를 빙하기로 이끌었다. 현대 사회, 인간은 지구권, 생물권, 대기권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개입한다. 석탄기 동안 대기에서 제거된 엄청난 양의 탄소를 오늘날 우리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시 대기로 되돌리고 있다. 한때 멸종됐던 양치식물, 속새류와 석송류의 뿌리, 줄기, 가지에 결합해 있던 탄소가 이제는 지구 온난화를 빠르게 한다. 현재 속도로 진행되면 몇천 년 안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농도는 4억 5,000만 년 전과 같은 수준에 이를 것이다. 즉, 방하기가 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폭력적 분쟁과 기후변화 사이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


기후가 분쟁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무력충돌로 사회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연구자 중에는 지구의 온도가 4도 상승하면 극심한 기후 때문에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사람들은 수십 년을 내다보는 건 관심도 중요하게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사람들은 자동차, 스테이크, 주택, 가전제품, 외국 여행 등 오염을 일으키는 중산층 생활을 꿈꾸고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하나의 작은 행동이라도 모두 지속해서 이를 행하면, 기후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변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긴장감도 없다고, 지구는 놀라우리만치 정밀하게 균형을 잡기 위한 활동을 하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조상들보다 기후를 잘 통제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고 성장제일주의를 고집한다면, 이런 조절장치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탈성장, 생태 자본주의 주장은 이런 면에서 일리있고, 꽤 설득력있는 대인의 방향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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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 - 생각을 리부트하라, AI 시대 인생 철학법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장하나 옮김 / 파인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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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내 삶의 고민을 철학자와 논쟁한다면?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이 책<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위대한 사상가들이 알려주는 인생사용 설명서라는 부제)은 19세기의 실존철학, 신은 죽었다는 말로 유명한 니체, 존재와 사유, 관념론 철학을 완성했다는 헤겔, 공산주의, 사회주의, 노동자를 위한 철학의 마르크스, 18세기 관념 철학의 기반을 다진 칸트,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등장한다. 지은이 토마스 아키나리가 왜 이들 철학자를 현대로 소환했는지, 자못 궁금했는데, 이유를 알았다. 인간에 대한에 고민이 깊었던 소크라테스에게 사람마다 다른 사고방식은 좋을까 하는 물음이 어울렸다. 현대인의 질문에 답을 해줄 만한 철학자들은 불러온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듀이, 알랭, 키르케코르 등 이른바 유명인들을 줄줄이 현대로 소환시킨 것이다. 인간의 문제는 시대를 달리해도 본질에서 공통요소가 있기에 철학자들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실린 내용을 구구절절 기억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철학적 사고”를 이해하는 것이다. 도대체 <철학적 사고>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철학과 논쟁은 왜 어울리는지 이해만 해도 큰 성과일 듯하다. 


지은이의 의도를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책 구성을 보자 주요 등장인물은 현대인과 철학자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면서 해설을 해주는 지은이, 현대인의 문제는 인간 삶의 본질에 관한 것 외에 현대만의 특별함이 있을 듯한데, 이는 상상으로 여기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사고 연장선에서 칸트, 니체, 플라톤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으로 틈새를 메꿔주는데 이 대목이 이 책의 독특함이랄까,


아무튼, 3장과 완결로 구성된 이 책은 20개 주제를 다룬다. 1장에서는 9개의 주제 ‘변화하는 나, 더 나은 인생’이라는 제목 아래 현대인의 문제의식이랄까, 고민이랄까, 대충 살면 안 될까라는 물음에 니체가, 소극주의는 나쁠까 하는 물음에 헤겔이, 초지일관해야 할까 하는 물음에 듀이가, 연애에 관하여는 플라톤이, 꼭 행복을 추구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알랭이, 재미있는 일만 하며 살아도 될까에 는 제논이 답한다. 좌절, 인생의 목적, 각오를 다지는 게 중요할까 등 살면서 늘 따라붙는 것들에 관한 니체의 답과 지은이의 해설이 실려있다. 2장에서는 8개의 주제를 ‘사회의 법칙, 나만의 처세술’로 묶어본다. 도덕, 정치, 성공의 의미, 인생은 부모 운으로 결정되는가, 현대자본주의 사회에는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자와 마르크스의 논쟁, 3장은 2개의 주제를 ‘경계를 허물어가는 미래의 삶’ 이란 이름으로 묻는다. AI는 인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데카르트가, 가상현실은 현실을 이길 수 있을까에 관한 답은 버클 리가, 그리고 완결에 논파는 하면 안 된다.?, 철학자들은 현대인의 질문에 뭐라고 답했을까?, 현대인은 이해했을까?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안 되는 걸까?


투표 안 하는 남성이 묻고 예루살렘의 바우만이란 책을 쓰고 “평범한 악”이란 말로 악의 평범함을 논했던 유명한 유대인 출신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답한다. 일본을 무대로 정치 무관심(무당파)층이 적어도 국민의 절반 아니 30퍼센트 언저리쯤은 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정치를 하든 세상이 좋아질 리 없다는 생각, 아렌트는 독일이 파리를 점령하자 뉴욕으로 옮겨왔고 망명했다 이후 <전체주의 기원>을 썼다. 전체주의는 요즘 시대와는 거리감이 있는 듯 느끼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펼치지 않고, 주위에 동조한 탓에 나치 정권이 생겨났으니까, 많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해 미래를 구축해 가지 않으면 권력자에게 조종당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권력자의 탄핵소추, 심판정에서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거짓말로 빠져나가려는 모습, 압권은 비상계엄에 관한 그의 변명이다. 계엄의 형식을 빌려 국민에게 알리고자 했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했다는 계몽령(啓蒙令)을 발동한 것이라고.




나치의 선전(선전,선동)은 “프로파간다”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선전성장관 괴벨스는 거짓말을 반복해서 백번을 말하면 진실이 된다고.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협의 즉 국회나 지방의회 의원이나 장으로 출마하는 것을 정치로 보는 것이고 넓은 의미는 정치는 지금 광화문에 모여서 목이 터지도록 외치는 것이며, 참여 정치이기도 하다. 정치에 참여하려는 생각을 가지면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하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공공의 장에 참여해 의견을 나누다 보면 그 힘이 점점 강해진다. 촛불로 세운 정권, 이제 정치인들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겠지라는 착각, 즉 늘 감시하고 비판하고 공공의 장에서 의견을 모으지 않으면, 또 제자리로 되돌아가 버린다. 사람이 좋고 나쁨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재생산돼버린 것이기에. 그래서 정치참여가 사회 공공성 유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는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는 마르크스의 연구에 따르면 멸망하게 될 수밖에 없었지만, 수정자본주의로 옮아간다. 이른바 생명력이다. 자본주의에 사회주의 요소가 녹아 들어가, 신자본주의로, 더 진화되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융합으로 빈부격차 같은 인간 사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지도 않을까? 아직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경제체제의 문제이고, 인간의 욕망을 교육으로 어디까지 절제하는 삶으로 이끌 것인가, 기후위기를 계기로 생태자본주의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탈성장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현상을 제각각 해석하는 진영의 가치체계와 척도에 따라서.




아무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사람들은 삶의 보람을 상실한 채 착취당한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가 말하는 ‘노동소외’를 이해해야 한다. 인간도 상품이 된 지금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노동은 가치를 창조하는 활동 과정인데, 마치 거대한 기계의 작은 부품처럼 느껴지는 상태가 바로 노동소외다. 이것이 인간이 본래 지향해야 할 자아실현에서 벗어나게 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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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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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의 배타성과 폭력성, 미국의 약탈적 자본주의, 양쪽을 비판하다가, 양쪽으로부터 배척당한 이민2세 극작가의 조국에 대한 강렬한 애가, 아메리칸 드림의 끝은 어디로 향하는가, 다양한 담론과 서사로 이어질 듯한 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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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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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의 두 번째 장편소설<홈랜드 엘레지>은 자전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옮긴이 민승남은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어떤 느낌이었을까?,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가족과 친척, 주변인들의 삶을 통해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 이미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늘 너희 나라로 가버리라는 말을 듣고 산 지 오래, 내가 갈 곳은 아무 데도 없다. 내 고향이 여기 미국인 것을, “고국의 애가” 조국의 비통한 노래라는 제목으로 통하는 것일까, 


화자인 아야드 아버지 시칸데르 악타르는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의료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제3세계 출신 의사들에게 특혜를 줘가면서 영입하던 시기에 파키스탄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이민왔다. 그의 무한 애정의 대상, 미국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자 위대한 기대의 땅이었다. 부정부패가 곳곳에서 넘쳐나는 아수라장 파키스탄을 탈출했다는 안도감, 자신만 성실하게 일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50년이 지나도록 인종적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한데다가 의사의 자부심마저 무너져 그렇게도 얕잡아보던 고국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게 되니, 그의 아메리칸드림은 한낮의 꿈이 돼버린 것이다. 결국 제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 되는 건 있는가보다. 




아야드의 어머니 역시 파키스탄에서 의대를 나왔다. 처음에는 남편 시칸데르처럼 미국 신화에 젖었다가, 금세 식민주의, 약탈 식민주의, 즉 미국은 천생 남의 나라를 약탈하면서 몸집을 불려 나가는 그 무엇임을 깨닫게 되면서 미국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몇 차례 재발한 암과 투병하다 세상을 뜬다. 


소설 도입부터 쏟아져 나오는 악타르 집안 이야기는 아야드를 비롯한 가족들이 이해 못 할 만큼 맹목적인 미국사랑에서 출발한다. 그는 심장외과의로서 희귀성 심장질환인 부리가다 증후군 관련 미국 최고의 의사로 인정받고, 트럼프의 심장 주치의가 되어 몇 년 동안 트럼프와 개인적 친분을 쌓았지만, 트럼프가 부리가다 증후군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면서, 그와의 관계가 끊어지지만 트럼프의 강한 자아와 화려한 성공을 보며 그와 자신을 동일시한 시칸데르, 아마도 그에게는 트럼프가 우상이었는지 모른다. 18년 후, 2016년에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자 남몰래 그를 지지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이슬람등록법이 시행돼도 자신은 등록대상이 되지 않을 거라며 내 아들인 너도 마찬가지로 그럴 것이라고, 무슬림을 관리하고 감독하겠다는 것인데, 시칸데르는 뼈속까지 미국을 사랑하며 무슬림도 아니기에 그럴리가 없다고 믿는 것인가, 이런 근거 없는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꽤 흥미로운 대목이다. 





아야드는 미국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해 본 적 없는 미국태생의 파키스탄이민 2세다. 그러나 이민자는 어디까지나 이민자, 911 이후 무슬림을 향한 미국 사회의 노골적인 혐오와 차별이 시작되면서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극작가로 활동, 작품 속에 미국을 냉철하게 보고 비판을 가하자, “너의 정체성은 뭐지, 반미주의자” 기독교 땅에 사는 무슬림의 미국적 딜레마와 고통을 글에 담아 퓰리처상을 받고 명성을 얻지만, 그의 눈에 비친 무슬림의 배타성과 폭력성, 미국의 약탈적 자본주의 모두 비판의 대상이었다(오십보 백보), 거침없이 그의 비판행보는 양쪽으로부터 배척당한다. 아무래도 미국시민인 무슬림에게 적용하는 잣대와 백인에게 적용하는 잣대, 아시안, 아프리카, 히스패닉에게 적용하는 잣대가 제 각각 존재한다. 





아버지와 함께 미국행을 택했던 리티프 아완, 아야드 어머니가 가슴에 품었던 사람, 하지만 이미 약혼한 터라, 아버지를 택했던 그런 과거가... 리티프의 이야기는 곧 911이 왜 일어났는지를 말해준다.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에 대항하도록 빈라딘에게 무기를 공급하던 미국은 돌연 태도를 바꿔, 손을 떼버리자 ‘토사구팽’의 처지로 전락했던 전사집단(무자헤딘)은 미국을 공격하는데, 이때 누군가의 손에 살해당한 리티프, 당시에는 엄연한 미국시민이었지만, 누구도 그를 미국시민이라 부르지 않았다. 소설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911의 배경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에 이르는 일련의 미국의 약탈자본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해준다. 작가는 글로 말하고, 세상의 불의에 글로 항거한다. 인종의 용광로, 샐러드볼이라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적극적(긍정적)조치, 어퍼머티브 액션은 60년만에 위헌판결이 나오고, 2021년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 그의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으로 쳐들어가서 난동을 부리는 초유의 헌정질서가 유린된, 민주주의 위기를 가져오기도, 클린턴과 아들 부시가 어떻게 국내 정치에서 몰리는 상황에서 국면을 전환하는지, 단골 메뉴가 무엇인지, 바로 약탈이다. 다른 나라를 공격하고 빼앗고 죽이는 것으로 미국 시민의 눈을 가린다. 이 소설은 미국의 어두운 면을 다 까발린다. 중동이 왜 화약고일까, 미국의 짜놓은 시나리오라는 점을 꼬집고, 무슬림 또한 꾸짖는다. 




아야드가 이모에게 극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이모는 몇 권의 책을 가져다 주면서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꼭 읽으라는 대목이 있다. 이 때,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오리엔탈리즘>을 반드시 읽으라 추천했다.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를 읽는다는 아야드에게 이모는 그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대목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이 소설 속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헤처보면 또 다른 담론과 서사로이어질 듯하다.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론까지, 그가 군중을 어디로 몰아가는지까지, 한편의 역사라 할까, 미국이 필요해서 불러들인 사람들, 이민자 2세대에게 인종차별을 하며, 덧씌운 종교적 주술, 여러 코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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