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 - 과학 전문기자가 전하는 세상 속 신비로운 이야기
모토무라 유키코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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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


이 책의 지은이 모토무라 유키코, 규슈대학 교육학부를 나와 “마이니치(매일)”신문 과학 전문기자로 20년 넘게 현장을 누비며 과학 저널리스트 대상을 받았다. 이 책은 그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썼던 글모음으로 칼럼과 에세이가 실려있다. 그는 지금의 인류세, 마이너스 유산을 사회적 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VUCA(급변, 불확실, 복잡, 모호)의 시대, 작은 소망과 바람이 큰 물줄기를 이루는 세상을 기대한다고, 이 책의 무대는 일본 사회다. 과학 기자의 과학적 시선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성찰이 담겼다. 69꼭지의 글,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2~3쪽에 지나지 않는 내용이나 절대 가볍지만 않다. 


책 구성은 3장 69꼭지다. 1장 ‘박사가 사랑하는 기생충’에서는 과학자 이야기가 나온다. 블랙홀이 있을 것이라고 했던 아인슈타인, 만약에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어쨌을까?, 시마즈 제작소의 기술자 다나카 고이치, 회사도 그 존재를 잘 모르는데, 어찌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알았을까? 과학의 세계, 이 또한 신비롭다. 아무튼 다나카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면 그가 희망했던 연구의 결말이 어찌 됐을까? 적어도 노벨상 프리미엄 덕에 그는 연구소장도 되고, 하고 싶었던 연구도 계속하게 됐으니, 때로는 노벨상이 완성점이 아닌 통과 점으로 해석될 때도 있다.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20꼭지다. 


2장 ‘숲 장작, 그리고 사람’에서는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오만과 거만의 만물의 영장이 지금 고민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탄소중립사회, 현실, 꿈, 피어라 져라 인간 뜻대로, 인간과 미생물의 기나긴 인연 등 31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3장 ‘과학의 빛과 어둠의 삶을 살았던 학자’ 어둠의 과학자라는 말은 맞다. 뭔가를 발견하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 어둠 속에서 발견하고 끄집어내 온 이들이 과학자들이니, 이들에게도 명암이 있다. 빛과 어둠, 아마 대표적인 사례는 원자폭탄을 만들어 낸 이들일 것이다. 오죽하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역사적 책임론까지 나왔을까, 여기에서는 18꼭지가 실려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과학의 빛과 어둠의 삶을 살았던 학자, 홀로 살아간다는 것까지.




갑툭튀의 노벨화학상을 받게 된 시마즈 제작소의 기술자 누구래요. 그 사람은?


재미있는 표현 ‘갑툭튀’ 단백질을 분해하지 않고 분석한 기술을 개발한 다나카 고이치, 그는 박사도 관리직도 아닌 마흔셋의 기술자,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지금은 시마즈의 최첨단연구소장이다. 노벨상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다나카는 2013년 혈액 한 방울로 건강 상태와 질병 유무를 판단하는 키트를 개발했다. 이런 연구성과와 업적은 노벨상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현실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못내 떨쳐낼 수 없다. 일본이라는 세계를 은근히 너무 많이 경험했던 나로서는 말이다. 지은이는 다나카의 연구 자세에 진정한 노벨상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닐까 라고 말한다. 20년 동안 긴 시선으로 보다 보면 그런 깨달음도 얻게 된다고, 


인류세, 매머드가 되지 않기 위하여 


의학발달에 수명도 늘었다. 20세기, 21세기 확실히 인간의 삶은 크게 변했다. 1800년에 인구 10억에서 2022년에 80억을 넘어섰다. 222년 사이에 8배가 늘었다. 편리해진 사회에서 편리해진 만큼 행복해졌을까?, 지구의 연대, 공식적으로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살고 있다. 1만 년 전에 시작됐지만, 불과 200년 사이에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넘어가는 변화를 가져왔다. 지질연대 구분은 그 시대에 번영했던 생물의 대량 멸종도 겹쳐있다. 인류세의 지질에서 석유를 태워서 나온 매연이나 문명의 부산물, 플라스틱 등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홀로세를 살아가는 인류가 생각해야 할 숙제는 자연이다. 더 편리하더라도 천천히 자연과 함께하는 삶, 탈성장이다. 인류세는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과학자 폴 크뤼천이 붙인 이름이다. 비록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함의는 상당하니.



오가사와라의 음색과 자연, 애물단지에서 기타를 만드는 나무로 탈바꿈


오가사와(小笠原諸島: 태평양 남단 도쿄에서 1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 하지만 도쿄에 속한다) 섬에 1900년 무렵 오키나와에서 들여온 비숍우드는 왕성한 성장력 덕분에 땔감 수요를 충족시켜줬는데,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베어내어 없애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이 나무로 기타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발레리나’다. 이를 만든 사람은 음악계에서 활동해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미야마 마사아키다. 기타 장인을 설득하여 쓸모없는 나무 비숍우드가 마호가니나 로즈우드를 대신하는 재목이 됐다는 이야기다. 




우주, 다양성으로 가득한 무한의 공간


우주를 직관하면 이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뭔가 변화가 왔다는 것인데, 우주 공간에 나갔다 온 사람들은 ‘죽음의 세계’에 떠 있는 찬란한 우주, 유일무이한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말한다. 어떻게든 지구를 지켜 내야 한다는 마음은 ‘지구를 지켜야 할 인간들이 왜 서로 싸우고 있는가’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40년 50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이 우주 공간으로 나가서, 인간 세상의 아웅다웅이 덧없음을 알게 된다면, 우물 안 개구리에게 하늘은 그저 공간일 뿐, 거기에 꿈과 희망을 채워 넣는 일은 여전히 어려울까, 




이 책에 실린 가벼우면서도 뭔가 생각의 실마리를 즉 ‘화두’던지기를 눈여겨 봐야 한다. 작가의 단상 속 촌철살인적인 표현도, 현상과 사실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 진원을 파악하는 힘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이 느낌이 착시나 착각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말이다. 일본의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통하는 보편성이 깔려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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