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말들 -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백승주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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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는 말들

 

미끄러지는 말은 행동 안에서 자신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침묵은 자신의 표현 안으로 그리고 자신의 표현을 통해 물러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드러낸다(마크 C. 테일러<침묵을 보다>예문아카이브, 2022)

 

이 책의 제목 <미끄러진 말들>-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단일민족, 한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인지 순혈주의라는 착각 속에 사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언어계통으로는 우랄 알타이어 계통이며, 인종적으로는 몽골 유목민들처럼 아이가 태어날 때, 엉덩이에 푸른 멍처럼 보이는 몽고점이 선명한 걸 보면, 국경으로만 대한민국일 뿐, 이미 언어로는 여러 코리언(중국의 조선족-중국 국적의 우리 동포, 일본의 조선적- 남과 북 어느 쪽도 국적으로 택하지 않은 상태의 재일동포, 고려인-구 소련 역내에 흩어져 사는 조선인으로 해당 나라의 국적 혹은 무국적자, 1945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민한 사람들, 그리고 북조선 사람들)이 쓰는 한국어다. 실제 말에는 국가도 없고, 국경도 없어, 말들은 수시로 국경을 넘는다.

 

이 책의 내용은 사회언어학을 연구하는 학자답게, 우리 사회에서 시민권을 획득하고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말을 톺아보면서, 그 안에서 펼쳐지는 권력과 차별, 혐오를 구별해내고 있다. 예리하게…. 또한 이 책은 지은이의 기고문 등을 한데 묶어 새롭게 펴낸 책이어서, 이슈에 관한 시좌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 담긴 많은 주제가 흥미롭고, 읽는 이로 하여금 낯부끄럽게 만드는 대목들이 많다.

 

표준어와 일상어를 대하는 우리들의 온도 차

 

전북지역방언 조사결과보고에 관련된 이야기(32쪽 ’사전에 빵꾸내기‘)는 촌철살인이다. 표준어와 방언, 사회언어의 관계, 사전, 더 나아가서 언어학의 본질을 함께 살펴보는데,

 

전북 방언 사전에 다라이, 빵꾸, 공구리, 구루마 같은 일본어가 전북 방언으로 둔갑했다고 한 도의원이 문제 제기, 문화관광국장이 “개인적으로 수치스럽다”라고 한 말…. 과연 이들은 방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언어=영토=국민이라는 수식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말이 든 그 사회의 인구에 회자하면서 시민권을 얻게 되면, 사회의 언어가 되기마련이고, 이것이 표준말로 사전에 오르고 안 오르고는 별개의 문제다. 균질한 언어가 사용돼야 한다는 사고 자체가 획일적이고, 정태적이며, 발전을 거부하는 것임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현실…. 표준어제정과정에서 우생학과 위생학이 개입된 것을, 서울말은 우등한 것으로 지역어는 열등한 것으로 만들어 표준어에서 지역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다음은 위생학적 처리 과정. 이 과정에서 토착어가 아닌 외래어는 ’오염된 말’로 배제하고, 이런 가공에서 한반도라는 명확한 영토와 경계를 가진 ’한국어‘가 발명된다. 우수하고 순수한 한국어가, 그런데 우리말에 한자어가 7할가량이라면 이건 어떻게…. 중국말인데, 모두 배제?,

 

말은 일상에서….

 

막노동판에서 군대에서 행정관청에서 법원에서 쓰는 용어들은 명암이 존재한다. 용어로서의 의미와 소통의 수단으로서 의미, 이 모두를 함께 쓰는 것이 사회언어다. 일제의 잔재라고 해서 쓰지 말자고 하는 말도 옳다. 그런데 언어학자들이 현장에서 그 말들이 사용되는 장면을 살펴봤는지?, 지은이는 말한다.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큰 망치, 해머의 사용법을 보자. 영어로 해머라 하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일본어의 전성인 오함마라고 하면 큰 망치란 의미다. 오함마라는 말을 쓰면 꽤 숙련공으로 보인다. 해머라 쓰면 기술자로 보이는가?, 그런데 큰 망치라고 쓰면, 잡역부…. 알게 모르게 우리 안에 있는 말 사용에 따른 구분법이다. 지은이는 오함마라고 쓰면 어떻고, 해머라 쓰면 어떤가, 대상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현장에서 숙련이니 기술자니 하는 상징적 이미지와 관련된다는 맥락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 말도 또한 공감한다.

 

언어와 그 너머의 것들

 

정규 vs 비정규의 구분법, 무엇이 정규인가, 정규는 우등이고 비정규는 열등인가, 그렇다. 이미 이데올로기가 됐다. 정규는 승리자요. 비정규는 패배자라고, 애써서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정규직임을 강조하는 표현이 귀에 거슬린다. 지은이는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썼다.

 

“근로하지 말고 노동하라”

 

21대 비정규 국회의원 노동자들께 쓴다고 시작한 이 글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비정규란 말을 붙이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제자에게 진로에 관해서 묻자, “저는 정규직은 바라지도 않아요. 아마 비정규직이라도 들어가서 잘리지 않고 일할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대답 앞에 그는 한없이 한심한 선생임을 느꼈다고….

 

근로라는 말은 그저 열심히 일한다는 말이다. 고용주 처지에서 보면 근면하게 일한다, 즉, 근로라는 말 속의 진짜 주인은 일하는 이가 아니라 그를 관찰하는 고용주란다. 사장이 보고 있을 때 정말로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러분이 하는 일이 노동이라는 것을 명심하면 된다. 우리 모두 근로하지 않고 노동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노동-가치를 만들어 내는 활동-은 자유민이 하는 것이고, 노동의 주인은 바로 일하는 이 자신이다. 따라서 근로는 노예가 하는 것이다. 즉, 가치를 만들어 내든 어찌하든 그저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고, 현대적 의미에서 이를 누군가 관리하거나 관찰하는 이에게 ’보이는‘것이 근로이기 때문이다.

 

‘근로’라는 이름은 수많은 이들의 노동을 지워낸다. 노동은 하지만 근로자는 아니란다. 가사와 육아 노동은 그림자 취급을 당하고, 청소년노동자들은 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부당한 노동을 강요받고, 작가들의 작품활동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왜일까?, ’근로’라는 이름을 노동을 지워내기 때문에 그렇다. 노동은 하지만 근로자는 아니라는 논리가 탄생한다. 여기에는 이데올로기도 작용한다. 즉, 세뇌, 노동은 전문적이지 않고, 몸을 쓰며, 결코 많은 돈을 받을 수 없다는 프레임…. 그래서 복잡한 용어가 생겨난다. 노동자와 근로자는 같은 것인가?, 근로기준법을 노동기준법이라고 명확하게 말하면 안 되나. 뭐가 뭔지….

 

국회의원들에게 다시 말한다. 여러분들의 노동은 많은 이의 삶을 바꾸고 무겁고도 무서운 노동이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국민이나 국가라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이름을 위해 복무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은 추상이 아닌 이 땅의 구체적인 삶들을 이해 복무하길 바란다. 철탑 위의 노동자들, 살기 위해 일하러 간 사람들이 죽어서 돌아오는 걸 막기 바란다. 국회의원 노동자 여러분, 제발, 근로하지 말고 노동하라고….

 

이 책 곳곳이 지뢰밭이다. 밝으면 터져버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도록, 알게 모르게 우리 속에 자리한 무의식적인 편견들, 모두 한 면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밝은 곳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곳이 있게 마련이다. 즉 명암이 존재하고 동전처럼 양면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써야 할 말들이 미끄러지고, 침묵으로 떠 밀려 나간다. 방송에서 나오는 경상도 억양과 사투리는 권력의 표현이다. 전라도 억양과 사투리는 상대적으로 지역적인 것처럼 취급당한다는 지은이의 말의 울림이 크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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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보다 - 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의 순간들
마크 C. 테일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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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을 보다”


겁쟁이에 소심한 개는 움직이는 모든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몸 안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구 짖는다. 짖다 보면, 두려움이 사라지는 듯하다.

침묵하는 개는 눈에 들어오는 들려오는 소리로 감지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인다. 여차하면, 뛰어나가 목줄을 물어버릴 심산으로…. 개의 침묵은 단순히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민감하게….


꽤 철학적인 주제, 14꼭지로 침묵을 갈파한다.


이 책은 침묵에 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침묵을 듣는다는 것은 죽음 앞의 무력함을 받아들일 힘을, 불안한 마음속의 고요를 찾는 것이다.


침묵은 금이다. 침묵은 따발총같이 입을 여는 순간, 밥을 먹으면서도 반찬 삼아 쉼 없이 말하는, 재잘거리는 것은 은, 동, 아니 흙에도 못 미친다.


자크 라캉은 모리스 블랑쇼의 말을 빌려서 말한다. “말은 사물의 죽음이다.” 생명이 있는 것,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침묵을 즐긴다. 쓸데없이 나불거려, 주의 경계를 흩트린다. 라캉은 ‘말은 사물의 죽음이다’라는 의미 말과 이미지는 사라짐을 만들고 이 사라짐 없이 외양은 절대 등장할 수 없다…….


진정한 언어가 시작되려면 이 언어를 실어 나르는 삶이 반드시 무(없음)를 경험해야만 하며, ‘깊은 곳에서 떨고, 그 안의 고정되고 안정되어 있던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려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즉 언어는 빈 곳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소음이 중독돼 침묵하는 법을 잊어버렸을까?

우리는 왜 침묵을 두려워하면 그것을 피하려 할까?

우리는 왜 소음을 갈망하고, 소음을 필요로 할까? 라는 문제의식, 이에 해당하는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이 책의 흐름이다.


침묵의 소리를 듣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다. 침묵은 고요함이요. 고요함은 침묵이다. 단순히 소리, 소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침묵은 모든 소리와 메아리 속에서 울리고 퍼지는 고요함이다.


침묵의 두 가지 유형


침묵은 무를 동경한다. 또 다른 침묵은 전부를 동경한다. 전자는 상관물의 숫자이며, 후자는 상관물의 행위다. 이 두 양식은 프로이트가 인간의 삶의 바탕이라고 생각했던 두 가지 기본적인 욕망 <타나토스>(죽음의 본능)와 에로스(삶의 본능)에 조응한다.

시끄러운 스타일로 침묵을 옹호하는 것은 충만함과 텅 빔의 불안정한 대조에서 비롯된다. 침묵은 감각적이고 황홀하며, 초언어적인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흥분하다가 부정적 침묵의 텅 빔 속으로 순식간에 떨어져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악명이 높다.


침묵은 말에서 소리를 없애는 것이다. 말이란 낱말을 삽입할 수 있는 문장을 당연한 의미하겠지만 조르쥬 바타유는 침묵이라는 말에 한정하려 했다.


독재자들의 명령에 복종하는 침묵, 소리 없는 침묵 속에서 꿈틀거리는 혁명의 기운, 모두 침묵이라는 외향을 띄고 있지만, 질에서는 다르다.


우리가 침묵에 천착하고 침묵을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침묵의 가치와 무게다. 소리 내서 말을 할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면…. 침묵이다. 내면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마구 떠들어대는 알맹이 없는 소리보다 침묵이 가치가 있을 때, 그래서 침묵은 금이라는 금언이 나오지 않았던가….


참으로 어려운 개념인 “침묵‘, 우리가 관념하는 침묵은 어떤 것일까, 부정적일까, 긍정적일까, 아니면 새로운 뭔가를 소리 없이 외치는 것일까? 소음보다 더 시끄러운 침묵….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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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인주의 - 가장 자기다운 인간, 조직 그리고 경영에 대하여
상효이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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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인간과 조직 그리고 경영과의 트라이앵글을 어떻게 원만히 풀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논하고 있다. 가장 자기다운 인간,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저 뭔가에 홀리거나 쫓기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느덧 나이가 들었구나, 아이들이 커서 성인이 되고…. 아 나의 잃어버린 세월이여를 반복할 때쯤 되면, 그제야 나는 누구지, 누구였더라 라는 생각이 찾아온다. 아무튼, 자기다운 인간으로서 정체성과 지금 몸담은 내 삶의 터전의 한 축인 조직, 그리고 그 조직의 경영이라는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초개인주의

초인+개인주의, 니체의 초인으로서의 개인을 말하는 것인가?,

 

니체가 말한 초인이 아닌 슈퍼맨으로 인식한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물리적으로 극복, 초월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우선 실마리가 될만한 대목을 보자. 기술의 진보는 개인의 취향, 개성까지 고려하여 맞춤화된 제품, 서비스를 쉽게 찾고,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의 경영 방향 역시, 이런 추세에 따라 초개인화 전략, 고객을 집단으로 보지 않고, 개인으로 한 명 한 명에게 차별화된 유혹이나 제안을 할 수 있는 것이 ‘초개인화 전략’이다. 그런데 현상은 반대로 초 개인화 기술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의 개성과 주권을 빼앗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인공지능 기반 기술은 개인이 광고를 많이 볼수록 돈을 더 버는 구조의 기업들 때문에 어느덧 인간 ‘상품’으로 전도됐다고…. 초개인화의 가장 근원적인 한계는 기술중심이라는 점이다. 이 기술 중심적 철학은 본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인간을 선택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들어버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다시 소외된다. 마치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인간의 조건’에서 노동으로부터 소외되는 노동자의 모습처럼 말이다.

 

자 그럼 시대의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맞춰 인간은 어떤 인간이기를 추구해야 하는가?

 

이 책은 니체의 예를 가져왔다. 인간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에 비유하면서, 너는 ~해야 한다는 당위, 명령과 복종의 질서이며 이를 따르는 인간은 낙타다. 니체는 인간은 낙타에서 벗어나 사자로 나가야 한다고…. 사자는 무엇을 부정하고 저항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당연히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해서다. 주체성 회복을 위해서는 자율을….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할 수 있지만, 가치 창출은 못 한다. 그 몫은 어린아이의 몫이다. 이것이 초개인으로 가는 길이다. 가장 자기다운 인간으로…. 생존의 핵심은 기술보다 인간이다. 니체에게 어린아이는 순수긍정, 선입견도 편견도 없이 새로운 시각을 세상에 투영할 수 있다. 삶을 무거운 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놀이, 유희로 통합할 수 있다. 끊임없는 변화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자기다운 인간인 초개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개개인성의 주체성을 되찾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유연하고 성숙을 위한 노력을 통해 자기 자신을 넘어 다른 이와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호모 디그누스의 초개인주의 경영

초불확실성 시대를 건너는 신뢰와 존중의 과학적 관리법

 

호모디그누스는 존엄한 인간이다. 끊임없이 변화하여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단순화의 오류와 그로 인한 본말전도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존엄’을 되찾아야 한다. 그런데 왜 존중은 다차원이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 인간의 생애과정을 단순선형으로 본다면 너무 단순하다. 존중이라는 것 또한 사회환경과 맞물리고, 여기서 생겨나는 다양한 경로,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존중을 복합적인 관념으로 보는 이상, 그 의미를 풍부하게….

 

다음의 10가지를 기억해두자. 우선은 존중은 자기 자신에게 먼저 베풀어야 하며, 존중은 배우고 성장해 애쓰는 마음이다. 존중은 겸손이다. 그리고 존중은 다른 이의 처지와 맥락을 능동적으로 이해하는 태도다(공감 능력), 존중은 진정성을 가지고 용기는 내는 것이다. 존중은 의미하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존중은 무례와 폭력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존중은 시스템이다. 존중을 넛징하라, 존중은 새로운 권위다.

 

존중이란 말을 의미는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다층 위계다. 하지만, 어느 것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은 그 안에 인간의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기술중심이 아닌 인간 존재 그 자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 비교적 명쾌하고도 쉬워 보이는 이런 설명들을 하나씩 톺아보면 꽤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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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한수옥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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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네메시스는 ‘천벌’ ‘인과응보’ 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율법의 여신으로 절도(節度)와 복수(復讐)를 관장하고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을 분배한다고 한다….

한수옥<과부하>, 박소해<네메시스>, 한새마<마더 머더 쇼크>, 김재희<한밤의 아기 울음소리> 등 네 편의 앤솔로지소설은 ‘산후우울증’이 주제다. 출생과 육아 스트레스에서 오는 우울 현상을 들여다보면서, 제각각의 무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수옥<과부하>는 82년 김지영, 다른 김지영들의 삶을 본다. 아이의 출생은 축복인가, 불행인가, 초등학교 교사인 승연과 회사원인 남편 정식,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별다름이 없다. 대단히 사실적이다. 이렇게 소설화되니 우리의 평범한 아니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들이 새롭게 보인다. 출산이 아니라 출생이라고 하련다. 아이의 태어나는 것은 여성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남편과 함께 그들의 2세를 낳았고, 함께 길러야 하는데…. ‘육아 독박’, ‘돌봄 독박’은 인제 그만, 나 혼자 아이들을 태어나게 했냐?.

 

내년에 첫째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엄마로서 조금이라도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지훈이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배변 실수를…. 승연은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화장실에 지훈을 데려가 씻기고, 지훈 엄마 윤지에게 배변 실수 이야기를 한다. 윤지는 만사가 귀찮다. 지수를 낳은 후, 독박육아에 시달린다. 엄마 바라기인지 정신적 문제가 있는 건지 애착이 심한 지수 때문에…. 승연은 지훈에게 무관심한 엄마…. 지훈을 집(아파트)으로 데려다주는데, 때마침 지수를 데리고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는 윤지를 발견하고….

 

“제게서 떨어지지 않는 딸이 제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같았다. 제 목숨을 갉아 먹는 병균 같았다. 진저리치게 아이가 싫었다. 아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30쪽) 는 윤지,

 

이렇게 엄마 두 사람의 이야기….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 이른바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 승연의 남편 정식은 아이 둘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여행이라도…. 친정엄마 미영은 얼마 전 병원에서 치매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친구 인숙과 오랜만에 1박 2일의 여행을 떠나려는 날, 집으로 들이닥친 딸 승연 부부, 그리고 손주들, 엄마 친구 은숙은 꾀를 낸다. 친정엄마가 치매기가 있다는 걸…. 기화로 미영은 ‘아이들을 잃어버렸다고’ 딸 승연에게 전화하고…. 은숙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왜 아이를 맡겨놓고 어디에 있냐고…. 미영은 승연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엄마의 치매가 현실로 다가온다. 1주일 후, 친정엄마와 친구, 여행을 떠난다…. 은숙 이모는 내 작전 어때, 돌봄 독 박도 인제 그만…. 기가 막힌 복수, 메네시스다.

 

박소해의 <네메시스> 한 선생은 중년이다. 30년 전에 딸 주희의 돌잔치가 끝난 후, 주희를 목욕시키면서 정신이 몽롱했다. 졸고 있었다. 자지러지는 딸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내려다보니 양손으로 딸을 목을 조르고 있음을….

 

“죽어. 죽어. 죽어버려. 내 인생을 망친 악마, 네가 태어나고 나에게 단 하나 좋은 일이라고는 없었어. 주희의 얼굴은 점점 붉게….(155쪽)

 

산후우울증이다. 한 선생은 더 이상 집에 있다가는 진짜, 딸을 죽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30년…. 딸 주희는 재벌가의 며느리가 됐다. 아이를 낳고, 두문불출이다. 산후우울증?, 이렇게 살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변호사였던 주희…. 생모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고, 도우미로 불러들이기 위해 작전을…. 배우 출신의 시어머니와 남편(게이 성향), 첫 번째 아내를…. 그리고 두 번째 결혼을…. 산후우울증을 겪는 시늉을 하면서 처방받은 약을 몰래 버리며…. 뭔가를 찾는 주희, 운전기사 김 기사는 탐정….

복수하는 여인들, 언제 희생물이 될지 모르는 딸을 위해 한 선생은 딸과 함께 지옥 같은 시집을 탈출하려는 계획을…. 복수다. 무사히 탈출, 재벌 남편과도 이혼을, 그 집에서 가지고 나온 넉넉한 자금으로 셋이서 한적하게 생활하는데…. 아마도 이제부터 친정엄마를 향한 주희의 복수가 시작될지도, 메네시스다.

 

한새마의<마더 머더 쇼크> 시어머니 정인과 남편 은오는 모자가 아니라 연인관계다.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정인은 은오와 필라테스 요가 차이센터를 운영하는 혜서와 결혼을 추진, 혜서는 은오에게 첫눈에 반하고 결혼했다. 맘에 걸리는 한 가지, 혜서는 은오가 중학생 때 이혼,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들 노아가 태어났다.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는다. 어느 날, 노아에게 젖을 먹이다가 깔아뭉개 죽였다…. 과연, 번쩍번쩍한 아파트는 월세, 스타트업은 커녕 이들은 혜서의 재산을 노렸다…. 결국은 은오아버지가 나타나고, 경찰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사연들, 메네시스다.

 

김재희<한밤의 아기 울음소리>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강아정, 5살 때 아빠가 죽었다. 엄마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됐다. 먹고살아야 했으니, 보험설계사 일을 했다.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데면데면한 모녀, 결국 엄마는 재혼했다. 그리고 아정은 엄마를 찾지 않는다. 혜주는 혼자서 젖먹이 다연이를 기른다. 성민의 사회복지공무원이다. 독박육아로 산후우울증을 겪는 혜주, 다연이 아빠는 그들 곁을 떠났다. 다연이가 밤새 울어, 아동학대가 아닐까 하는 신고를 접한 성민이 혜주의 집으로 찾아가고, 누군가와 이야기라도 하고 싶어 하는 혜주는 성민에게 집착하고, 아이 아빠가 돼줬으면 하는 젊은 여자와 모델 방에 들었다가 커터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성폭력범으로 오인당할 것 같아, 상해신고를 했다는 강모씨, 젖먹이가 있는 여자였을 것이라는….

강아정은 모텔CC TV에 찍힌 혜주를 확인하고, 그의 집을 찾아가고, 혜주의 마지막 부탁이라는 말을 듣고 혜주 집을 찾은 성민…. 아정이 혜주 집으로 들어가려 하고, 혜주는 다연이를 데리고 죽으려고 베란다에…. 이를 말리고 다연이에게 빈전을 물리는 강아정, 엄마도 이랬을까, 어린 아정과 살아갈 날들을…. 얼마나 고민했을까? 메네시스

 

 


 

메네시스를 그려내는 작품들, 한수옥 소설의 반전과 박소해의 주희 엄마 한 선생의 비밀과 마지막에 복수라는 말의 여운을, 마더 머더 쇼크…. 한 편의 영화처럼 탄탄한 구성 막판 뒤집기 역시 반전이다. 그리고 김재희의 산후 우울의 리얼리티, 강아정의 메네시스 엄마를 향한 이해…. 이 역시 반전이다. 메네시스다.

꽤 신선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 소설은 여성 작가…. 출생이란 산후우울증이란 그 영역 안에서 남성이란…. 꽤 긴 여운이 남는 소설들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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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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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는 자가 건강하게 가고 멀리 간다

 

미술 대중서에 갇힌 대중, 이미 완성된 전문가의 시선으로 가득 차 독자가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고 조심스레 쓴 정여울 작가의 추천 글이 아마도 지은이가 이 책을 쓴 의도를 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지은이는 14년간 이탈리아에서 미술작품을 복원하는 전문가 과정을 거치고, 작품에 관한 이해의 눈을 높이기 위해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일했다. 또한, 미술문화해설사라는 경험을 통해 대중과 함께 보는 미술작품이 되려면 무엇을 봐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한 듯하다. 그는 우리의 인생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꿈꾸고 그려보고 이해하고 수정하다 보면 자신만의 삶의 주제가 만들어진다고….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미술작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눈에 보이는 것은 전문가가 해설해 놓은 뭔가를 찾아 읽으면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 뭐 이런 수준도 수준이라면 그저 그런 정도였으니, 보는 시늉만 한 셈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그렇게 보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뭐가 부족하다는 막연함. 그 공간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이 책을 만나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다.

 

작품 뒤로 보이는 작가의 생각들

 

이 책<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은 작품 너머 작가를 보는 데까지 우리를 이끌어주려는 노력이 절절히 와 닿는다. 영화“인사동 스캔들”에서 복원가로 등장하는 김래원처럼, 자신에 찬 목소리로 거침없이 시원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작품의 세계로 안내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은이는 이성과 감성, 감각과 과학적인 사고를 깨달은 화가들이 현실에서 느낀 불안과 우울까지 여과 없이 표현한 방법과 그 내용을 보여주려 한다고.….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들은 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지 주제를 이해하도록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인문학을 공부하며 인간을 이해하고, 느끼고 보는 것에 대한 감각을 기른 후에 작품을 시작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완벽한 원근법 공간을 그리기 위해 225장이나 되는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수학책을 모두 공부하고 그림을 그린 것처럼….

 

르네상스 미술- 생각하고 느끼기 시작한 인간들의 솔직한 모습에 대한 기록

 

이 책에는 인간의 특성을 주제로 한 13개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 주제에 관한 역사적인 기원과 그 안에 담긴 화가의 삶, 그 시대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 내면의 진정한 힘을 조각하다- 도나텔로<다비드> 청동상

 

지성이란 주제로 지은이는 도나텔로 다비드 청동상을 소개한다. 인간의 재능을 이해하면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이란 제목으로 적고 있다.

 

메디치가의 로렌초 데 메디치가 미켈란젤로를 발견할 때의 일,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미 예술가의 재능을 이해했다.

한 소년이 노인 조각을 기가 막히게 만든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솜씨가 좋다고 칭찬하는데, 로렌초는 실제를 모방한 작품에 불과하다고 아쉬워한다. 그는 노인의 이가 저리 건강하냐는 말로 아쉬움을 남기고…. 이 말을 들은 미켈란젤로는 노인의 이빨 두 개를 부러뜨린다…. 미켈란젤로에게는 기술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머리, 지성의 씨앗이 있었다.

 

조각의 주인공 다비드(다윗과 골리앗의 다윗), 도나텔로는 지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비드를 종교적인 의미와 다르게 봤다. 거대한 골리앗을 이긴 다비다의 승리요인을 지성이라고 생각한 도나텔로는 ‘인간이 가진 진정한 힘의 원천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지은이는 적고 있다. 또 다비드 청동상의 메시지는 골리앗의 투구와 다비드의 모자에 담겨있다고 한다. 골리앗의 머리를 밟고 있는 다비드, 청동상의 주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라고….

 

1409년 두오모 성당의 다비드 대리석상 때는 골리앗은 다비드 던진 돌덩이가 머리에 박힌 채 죽은 모습으로 조작됐고, 1442년 다비드 청동상에서는 골리앗의 머리에 투구를 씌운다. 그 투구에 그리스 신화 바쿠스의 승리와 아내 아리안나의 한 장면을…. 바쿠스는 술의 신으로 인간의 충동적인 본능을 상징한다. 다비드는 이 투구를 밟고 있다. 도나텔로는 다비드를 골리앗이 상징하는 야수적 인간의 본능을 제압한 승리자로 본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은 사랑, 세 번째 영혼, 그리고 계속해서 행복, 이성, 여성, 인문학, 자연, 심리, 아름다움, 불안, 감각 등을 주제로 설명을 하고 있다.

 

지성이 왜 지성인가, 르네상스 시대 탈 신성을 바탕으로 인간을 찾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며, 이성과 지성을 균형을 찾으려는 당대의 노력과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고, 또 전달하려는 것들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서 작품을 시작했던 성실한 접근 태도들이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뛰어난 작품들로 평가받는 게 아닌가 싶다. 작품을 볼 때도 단지 눈으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작품제작 시기, 즉 당대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예술에 관한 작가들의 태도, 다른 작품과의 관계 등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 이곳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눈높이를 높여주는 것 이상으로 15세기 우리 사회로 보자면 조선 중기다. 그때의 예술작품과 함께 비교해보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는 작품의 복원뿐만 아니라 작품배경과 의도까지 복원시켜 우리 앞에 내놓고 있다. 덧씌워진 것들 걷어내고 작가의 목소리를 들려주려는 노력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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