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한수옥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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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네메시스는 ‘천벌’ ‘인과응보’ 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율법의 여신으로 절도(節度)와 복수(復讐)를 관장하고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을 분배한다고 한다….

한수옥<과부하>, 박소해<네메시스>, 한새마<마더 머더 쇼크>, 김재희<한밤의 아기 울음소리> 등 네 편의 앤솔로지소설은 ‘산후우울증’이 주제다. 출생과 육아 스트레스에서 오는 우울 현상을 들여다보면서, 제각각의 무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수옥<과부하>는 82년 김지영, 다른 김지영들의 삶을 본다. 아이의 출생은 축복인가, 불행인가, 초등학교 교사인 승연과 회사원인 남편 정식,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별다름이 없다. 대단히 사실적이다. 이렇게 소설화되니 우리의 평범한 아니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들이 새롭게 보인다. 출산이 아니라 출생이라고 하련다. 아이의 태어나는 것은 여성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남편과 함께 그들의 2세를 낳았고, 함께 길러야 하는데…. ‘육아 독박’, ‘돌봄 독박’은 인제 그만, 나 혼자 아이들을 태어나게 했냐?.

 

내년에 첫째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엄마로서 조금이라도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지훈이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배변 실수를…. 승연은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화장실에 지훈을 데려가 씻기고, 지훈 엄마 윤지에게 배변 실수 이야기를 한다. 윤지는 만사가 귀찮다. 지수를 낳은 후, 독박육아에 시달린다. 엄마 바라기인지 정신적 문제가 있는 건지 애착이 심한 지수 때문에…. 승연은 지훈에게 무관심한 엄마…. 지훈을 집(아파트)으로 데려다주는데, 때마침 지수를 데리고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는 윤지를 발견하고….

 

“제게서 떨어지지 않는 딸이 제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같았다. 제 목숨을 갉아 먹는 병균 같았다. 진저리치게 아이가 싫었다. 아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30쪽) 는 윤지,

 

이렇게 엄마 두 사람의 이야기….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 이른바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 승연의 남편 정식은 아이 둘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여행이라도…. 친정엄마 미영은 얼마 전 병원에서 치매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친구 인숙과 오랜만에 1박 2일의 여행을 떠나려는 날, 집으로 들이닥친 딸 승연 부부, 그리고 손주들, 엄마 친구 은숙은 꾀를 낸다. 친정엄마가 치매기가 있다는 걸…. 기화로 미영은 ‘아이들을 잃어버렸다고’ 딸 승연에게 전화하고…. 은숙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왜 아이를 맡겨놓고 어디에 있냐고…. 미영은 승연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엄마의 치매가 현실로 다가온다. 1주일 후, 친정엄마와 친구, 여행을 떠난다…. 은숙 이모는 내 작전 어때, 돌봄 독 박도 인제 그만…. 기가 막힌 복수, 메네시스다.

 

박소해의 <네메시스> 한 선생은 중년이다. 30년 전에 딸 주희의 돌잔치가 끝난 후, 주희를 목욕시키면서 정신이 몽롱했다. 졸고 있었다. 자지러지는 딸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내려다보니 양손으로 딸을 목을 조르고 있음을….

 

“죽어. 죽어. 죽어버려. 내 인생을 망친 악마, 네가 태어나고 나에게 단 하나 좋은 일이라고는 없었어. 주희의 얼굴은 점점 붉게….(155쪽)

 

산후우울증이다. 한 선생은 더 이상 집에 있다가는 진짜, 딸을 죽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30년…. 딸 주희는 재벌가의 며느리가 됐다. 아이를 낳고, 두문불출이다. 산후우울증?, 이렇게 살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변호사였던 주희…. 생모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고, 도우미로 불러들이기 위해 작전을…. 배우 출신의 시어머니와 남편(게이 성향), 첫 번째 아내를…. 그리고 두 번째 결혼을…. 산후우울증을 겪는 시늉을 하면서 처방받은 약을 몰래 버리며…. 뭔가를 찾는 주희, 운전기사 김 기사는 탐정….

복수하는 여인들, 언제 희생물이 될지 모르는 딸을 위해 한 선생은 딸과 함께 지옥 같은 시집을 탈출하려는 계획을…. 복수다. 무사히 탈출, 재벌 남편과도 이혼을, 그 집에서 가지고 나온 넉넉한 자금으로 셋이서 한적하게 생활하는데…. 아마도 이제부터 친정엄마를 향한 주희의 복수가 시작될지도, 메네시스다.

 

한새마의<마더 머더 쇼크> 시어머니 정인과 남편 은오는 모자가 아니라 연인관계다.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정인은 은오와 필라테스 요가 차이센터를 운영하는 혜서와 결혼을 추진, 혜서는 은오에게 첫눈에 반하고 결혼했다. 맘에 걸리는 한 가지, 혜서는 은오가 중학생 때 이혼,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들 노아가 태어났다.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는다. 어느 날, 노아에게 젖을 먹이다가 깔아뭉개 죽였다…. 과연, 번쩍번쩍한 아파트는 월세, 스타트업은 커녕 이들은 혜서의 재산을 노렸다…. 결국은 은오아버지가 나타나고, 경찰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사연들, 메네시스다.

 

김재희<한밤의 아기 울음소리>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강아정, 5살 때 아빠가 죽었다. 엄마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됐다. 먹고살아야 했으니, 보험설계사 일을 했다.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데면데면한 모녀, 결국 엄마는 재혼했다. 그리고 아정은 엄마를 찾지 않는다. 혜주는 혼자서 젖먹이 다연이를 기른다. 성민의 사회복지공무원이다. 독박육아로 산후우울증을 겪는 혜주, 다연이 아빠는 그들 곁을 떠났다. 다연이가 밤새 울어, 아동학대가 아닐까 하는 신고를 접한 성민이 혜주의 집으로 찾아가고, 누군가와 이야기라도 하고 싶어 하는 혜주는 성민에게 집착하고, 아이 아빠가 돼줬으면 하는 젊은 여자와 모델 방에 들었다가 커터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성폭력범으로 오인당할 것 같아, 상해신고를 했다는 강모씨, 젖먹이가 있는 여자였을 것이라는….

강아정은 모텔CC TV에 찍힌 혜주를 확인하고, 그의 집을 찾아가고, 혜주의 마지막 부탁이라는 말을 듣고 혜주 집을 찾은 성민…. 아정이 혜주 집으로 들어가려 하고, 혜주는 다연이를 데리고 죽으려고 베란다에…. 이를 말리고 다연이에게 빈전을 물리는 강아정, 엄마도 이랬을까, 어린 아정과 살아갈 날들을…. 얼마나 고민했을까? 메네시스

 

 


 

메네시스를 그려내는 작품들, 한수옥 소설의 반전과 박소해의 주희 엄마 한 선생의 비밀과 마지막에 복수라는 말의 여운을, 마더 머더 쇼크…. 한 편의 영화처럼 탄탄한 구성 막판 뒤집기 역시 반전이다. 그리고 김재희의 산후 우울의 리얼리티, 강아정의 메네시스 엄마를 향한 이해…. 이 역시 반전이다. 메네시스다.

꽤 신선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 소설은 여성 작가…. 출생이란 산후우울증이란 그 영역 안에서 남성이란…. 꽤 긴 여운이 남는 소설들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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