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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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는 자가 건강하게 가고 멀리 간다

 

미술 대중서에 갇힌 대중, 이미 완성된 전문가의 시선으로 가득 차 독자가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고 조심스레 쓴 정여울 작가의 추천 글이 아마도 지은이가 이 책을 쓴 의도를 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지은이는 14년간 이탈리아에서 미술작품을 복원하는 전문가 과정을 거치고, 작품에 관한 이해의 눈을 높이기 위해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일했다. 또한, 미술문화해설사라는 경험을 통해 대중과 함께 보는 미술작품이 되려면 무엇을 봐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한 듯하다. 그는 우리의 인생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꿈꾸고 그려보고 이해하고 수정하다 보면 자신만의 삶의 주제가 만들어진다고….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미술작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눈에 보이는 것은 전문가가 해설해 놓은 뭔가를 찾아 읽으면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 뭐 이런 수준도 수준이라면 그저 그런 정도였으니, 보는 시늉만 한 셈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그렇게 보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뭐가 부족하다는 막연함. 그 공간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이 책을 만나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다.

 

작품 뒤로 보이는 작가의 생각들

 

이 책<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은 작품 너머 작가를 보는 데까지 우리를 이끌어주려는 노력이 절절히 와 닿는다. 영화“인사동 스캔들”에서 복원가로 등장하는 김래원처럼, 자신에 찬 목소리로 거침없이 시원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작품의 세계로 안내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은이는 이성과 감성, 감각과 과학적인 사고를 깨달은 화가들이 현실에서 느낀 불안과 우울까지 여과 없이 표현한 방법과 그 내용을 보여주려 한다고.….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들은 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지 주제를 이해하도록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인문학을 공부하며 인간을 이해하고, 느끼고 보는 것에 대한 감각을 기른 후에 작품을 시작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완벽한 원근법 공간을 그리기 위해 225장이나 되는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수학책을 모두 공부하고 그림을 그린 것처럼….

 

르네상스 미술- 생각하고 느끼기 시작한 인간들의 솔직한 모습에 대한 기록

 

이 책에는 인간의 특성을 주제로 한 13개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 주제에 관한 역사적인 기원과 그 안에 담긴 화가의 삶, 그 시대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 내면의 진정한 힘을 조각하다- 도나텔로<다비드> 청동상

 

지성이란 주제로 지은이는 도나텔로 다비드 청동상을 소개한다. 인간의 재능을 이해하면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이란 제목으로 적고 있다.

 

메디치가의 로렌초 데 메디치가 미켈란젤로를 발견할 때의 일,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미 예술가의 재능을 이해했다.

한 소년이 노인 조각을 기가 막히게 만든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솜씨가 좋다고 칭찬하는데, 로렌초는 실제를 모방한 작품에 불과하다고 아쉬워한다. 그는 노인의 이가 저리 건강하냐는 말로 아쉬움을 남기고…. 이 말을 들은 미켈란젤로는 노인의 이빨 두 개를 부러뜨린다…. 미켈란젤로에게는 기술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머리, 지성의 씨앗이 있었다.

 

조각의 주인공 다비드(다윗과 골리앗의 다윗), 도나텔로는 지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비드를 종교적인 의미와 다르게 봤다. 거대한 골리앗을 이긴 다비다의 승리요인을 지성이라고 생각한 도나텔로는 ‘인간이 가진 진정한 힘의 원천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지은이는 적고 있다. 또 다비드 청동상의 메시지는 골리앗의 투구와 다비드의 모자에 담겨있다고 한다. 골리앗의 머리를 밟고 있는 다비드, 청동상의 주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라고….

 

1409년 두오모 성당의 다비드 대리석상 때는 골리앗은 다비드 던진 돌덩이가 머리에 박힌 채 죽은 모습으로 조작됐고, 1442년 다비드 청동상에서는 골리앗의 머리에 투구를 씌운다. 그 투구에 그리스 신화 바쿠스의 승리와 아내 아리안나의 한 장면을…. 바쿠스는 술의 신으로 인간의 충동적인 본능을 상징한다. 다비드는 이 투구를 밟고 있다. 도나텔로는 다비드를 골리앗이 상징하는 야수적 인간의 본능을 제압한 승리자로 본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은 사랑, 세 번째 영혼, 그리고 계속해서 행복, 이성, 여성, 인문학, 자연, 심리, 아름다움, 불안, 감각 등을 주제로 설명을 하고 있다.

 

지성이 왜 지성인가, 르네상스 시대 탈 신성을 바탕으로 인간을 찾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며, 이성과 지성을 균형을 찾으려는 당대의 노력과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고, 또 전달하려는 것들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서 작품을 시작했던 성실한 접근 태도들이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뛰어난 작품들로 평가받는 게 아닌가 싶다. 작품을 볼 때도 단지 눈으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작품제작 시기, 즉 당대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예술에 관한 작가들의 태도, 다른 작품과의 관계 등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 이곳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눈높이를 높여주는 것 이상으로 15세기 우리 사회로 보자면 조선 중기다. 그때의 예술작품과 함께 비교해보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는 작품의 복원뿐만 아니라 작품배경과 의도까지 복원시켜 우리 앞에 내놓고 있다. 덧씌워진 것들 걷어내고 작가의 목소리를 들려주려는 노력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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