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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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의 사회비평서인 이책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들>은 책임 있는 의료행위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로 이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제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전했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처치에 도움을 줄 뿐이라는 점이다. 1863년에 나이팅게일이 했다는 말 “병원이 지켜야 할 첫 번 째 요건이 환자에게 해를 까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쩌면 이상한 원칙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것이 왜 이상하게 보일까?, 

의료과오, 의료실수는 미국의 전체 사망원인 중 세 번째라는 주장이 실린 <영국의학저널> 기사의 진위를 묻는 이메일 한 통에서 시작된 “의료실수”라는 화두, 지은이는 의료 과오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시스템화된 의료계에서 어떤 연유로 발생하는 것일까? 실제 사망원인의 순위보다는 왜 무감각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 순위는 알 수 없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의 저자인 마틴 마카리와 인터뷰를 했다. “사망원인을 정확히 집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로 모든 사망원인은 추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며, 과학적으로도 완벽하지 않다. 


인기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 괴팍한 의사 하우스는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이른바 진단의학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이 바탕에 깔려있고, 첨단 의료 장비 역시 사람이 다루는 것, 의사는 실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의 관점은 “예방 가능한 위해의 범위”를 다루며, 의료과오 즉 실수에 관한 감수성을 높이라고, 매일 같이 죽어 나가는 환자만 보고 살면, 무덤덤해질 법도 하지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결코 무덤덤해질 수 없다. 어찌 보면 의료현장의 딜레마이기도 하지만, 책 구성은 17장이며, 1장 ‘점보제트기 추락 사고’에 빗대어 미국에서 일어나는 의료과오 사건이 매일 점보제트기 한 대 반씩 추락한 셈이라고 말하면서 “실수를 범하는 것은 인간이다.”라는 리프의 주장은 꽤 자기 고백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중의 생각과 달리 이는 조사연구의 결과가 아닌, 여기저기에서 나온 자료를 취합한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이 대목은 아주 중요하다. 의료과실이, 실수가 이른바 오진율이 50%에 이른다는 점을 두고 의사도 인간이어서라고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문제의 초점은 여기서 말한 “실수”의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망보다는 예방 가능한 위해의 범위가 넓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방 가능한 실수와 예방 가능한 죽음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점보 비행기 한 대 반분이 의료과오로 사망한 것인가? 정말로 의사의 실수 때문에 죽은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예방가능했던 위험한 상황과 사례들


마치 의사 한 개인이 게을러서 아니면 의학적 처지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 기구를 잘못 다뤄서, 서투른 수술을 해서라고 생각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의학 기술이나 기구는 만능이 아니다.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다. 지은이가 지적하는 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의료실수를 논하는 장면은 다양한 각도에서 전개될 수 있다. 사망사고에 관한 의료과실 여부를 따지는 민사손해배상 사건에서 의료과오의 입증과 그 전환이라는 측면도 있고, 의료과실에 따른 형사소추의 면제, 의료과실의 판단 여부를 다루는 전문가집단 등 “의료실수를 일으킨 의사들”을 주제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의료실수에 이르는 과정에서 의사들의 태도를 눈여겨보고 있다. 환자와 의사의 일 대일의 구도가 아니라 의료시스템과 스태프의 조화(협업체계)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의료서비스는 공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일방통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구조가 정립되지 못한 채, 의료진의 수직구조와 환자를 대상화하고, 기술발전의 가져온 기술맹신, 거기에 사소한 오타 같은 사소한 실수가 한데 모여 의료실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처럼 사망 같은 커다란 의료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적어도 29번의 아찔함을 경험했을 것이고, 300번의 미세한 징후가 있었을 것이다. 간호사가 환자를 수시로 돌보지 않아서 찰나에 벌어지는 급한 상황 발생, 전문가 주의가 빚어낸 과신, 협진으로 함께 의견을 모으면 충분한 예방 가능했던 위해의 사례들, 


의료실수, 또 하나의 원인 "주요 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환자가 메이저 병원, 이른바 Big 병원을 찾는 이유는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그 병원의 평판에 기댄 “신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소한 의료실수로 위험 상황에 놓이게 되면 배신감을 느낀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의학은 사망률과 고통을 줄이는 데는 일정한 기여 수준을 넘어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치료가 “위해”가 된다는 점에 관해서는 극히 무신경하기에 상당수의 질병이 예방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놓치고 만다. 그러기에 의료실수와 환자 안전 문제를 함께 놓고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다. 왜 의료실수가 일어나는가를 여러모로 분석했는데, 그중 하나가 “주요 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들고 있다. 하루 회진 오전, 오후, 잠깐 들러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고 챠트를 보면서 지시대로 잘 이해되는지만 확인하고 지나가는 의사와는 달리 일하는 시간 동안에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간호사, 하지만 이들 역시도 담당한 환자들이 있기에 환자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당부를 하고 떠난다. 오롯이 병실에는 환자 가족과 지인만이 있을 뿐, 의학지식이 없는 비전문의 환자 가족이나 지인이 환자의 상태를 두고 이러저러하다고 말을 할 때, 전문가들은 그들 말 속에 담긴 신호를 포착해야 하지만, 그냥 귓등으로 흘러넘기고 만다. 지인 중에 전문가가 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남의 땅에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느냐는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의료 사고” 발생 메커니즘은 뛰어난 의술도, 과학도 아닌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되고, 환자와 그 가족과 의사, 의료진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 큰 무언가를 막을 수 있는 예방에 방점을 둔다. 사망률과 사망원인에 모두 정신이 팔렸을 때,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했던 모든 처치와 행동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결과에만 주목할 뿐, 사망으로 연결되지 않은 실수는 가볍게 다뤄진다. 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다루다 보니 의료실수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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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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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왜 우리는 탈출도 못 하고 안착도 못 하는 엉거주춤 일까,


이 책은 지은이 이철승의 <불평등 3부작> “불평등의 세대” “쌀 재난 국가”에 이은 완결판이다. 소셜 케이지가 무엇이고, 어떻게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소셜케이지가 만들어졌는지, 앞으로 이 소셜케이지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평등 세대, 386세대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분석, 동 세대 간, 세대 내 불평등 구조를, 또 이러한 불평등 구조의 기원은 ‘벼농사 체제’라는 앵글을 통해 추적했고,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 저출생과 고령화, 이민이라는 구조적 변동과 그 변동의 힘들이 동아시아의 소셜 케이지라는 기존의 제도 및 구조와 충돌과정에서 생성되는 불평등 구조를 분석하고 개인적 혹은 집합적 대안으로서 엑시트 옵션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엑시트 즉, 이탈, 탈출, 안착, 속박의 메커니즘을 사회과학 방법론에 따라 들여다본다. 그는 “인간”에 관한 가정을 한다. 이른바 연구방법론에서 쓰는 조작적 정의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주민과 정주민의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 톰 하트만의 <ADHD 농경사회의 사냥꾼>(또다른우주, 2024)에서 지적한 농경사회에서 유목민은 돌연변이일 수밖에 없다. ADHD는 사냥꾼의 후손이다. 그들은 계속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음식을 찾고 위협과 위험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말하는 “인간”은 이주와 정착, 농경과 유목 혹은 사냥의 유전자가 함께 작동하는 “인간”을 상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탈출을 생각하는 것은 자유민의 기억 곧 사냥꾼의 DNA가, 집에 돌아가 편하게 쉬고 싶다는 심리는 정주민 곧 농경민의 그것이 혼합돼있기에. 오늘은 편안하게 쉬지만, 내일이면 또다시 여행과 탈출이 공존하는 것이다. 


노동의 현실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수십 년을 뼈 빠지게 일한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왜 이토록 엑시트 옵션이 없는 것일까?, 라는 문제의식에 답하는 허시먼의 세 가지 옵션, ‘탈출, 저항, 충성’ 중 사회과학자들은 두 번째 옵션인 ‘저항’에 초점을 맞춘다. 자본주의 종말을 외친 공산당 선언, 국가와 사회혁명, 국가권력에 대한 농민들의 저항 등을 말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첫 번째 옵션인 ‘탈출’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 이유를 발전된 사회일수록 매우 자주, 다른 둘 보다 매력적인 옵션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충성은 착취의 또 다른 얼굴, 일란성 쌍둥이다. 충성은 착취라는 잠재적 배신의 가능성에 자신을 스스로 노출하는 것이다. 온몸을 갈아 넣어 평생 일하던 곳이라도 필요 없으면 가차 없이 날려버린다. 지은이는 불평등한 미래의 닭장 즉, 소셜 케이지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에 천착한다.


또한, 정주와 탈출, 현실적으로 탈출을 좌절시키는 기제가 바로 소셜 케이지다. 이는 한 인간이 특정한 사회적 관계나 집단, 조직을 탈출하고자 할 때, 이를 좌절시키거나 단념시키는 심리적-제도적-환경적 장벽이다. 즉, 내가 현재의 사회적 관계와 구조를 이탈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도록 만드는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인센티브 메커니즘 제도의 총체다. 주요 변수는 서로 대립 관계에 있는 정주 유인 기제와 탈출 옵션이다. 

책 구성은 4장이며, 1장 ‘케이지에서 나가기’- 엑시트 옵션의 확장, 2장 ‘케이지 업데이트- 인공지능과 협업’, 3장 ’케이지의 재생산-벼농사 체제와 저출생‘, 4장 ’케이지 열기- 이민과 불평등‘, 마지막 결론으로 –새로운 케이지 룰 만들기가 실려있다. 


이 책은 새롭게 떠오르는 균열과 불평등 구조, 세 가지 불평등의 축, 인공지능과 자동화, 저출생, 이민 등 5가지 키워드와 소셜케이지의 충돌을 들여다본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3장 케이지 재생산이다. 벼농사 체제와 저출생의 상관관계, 동아시아 사회에서 일어는 저출생과 국가들의 급격한 인구 감소, 결혼을 위한 경쟁과 경쟁하기 위한 비혼 등, 일련의 체제와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하나하나 톺아보는 모노그라피라 할 수 있다. 


엑시트 옵션과 불평등


국내 노동시장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지은이는 대기업 즉 내부노동시장에서 정형화된 그 기업의 기술 등, 특화된 분야는 쉽게 다른 회사로 옮겨갈 수 없는 구조이기에 20~30년씩 근무하게 된다. 그리고 금융위기 때 유행한 ’사오정‘ 사십 대 중반에 회사에서 정리해고로 쫓겨나면 이전해 갈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치킨집을 여는 외에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는 수직 계열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2~3년 사이에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경향 또한 강소기업으로 가는 길을 막아버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엑시트 ’탈출‘불가능의 기제인 소셜 케이지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이주민은 어떻게 도시의 인구구성과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민국가 미국, 이주자들이 모여 만든 나라, 배타적 민족 공동체의 결성에서 해소로 또 갈등으로, 한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 벼농사 역시 이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지은이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영향으로 무역 시장이 통합되고 금융화와 외국의 직접투자가 늘고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노동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면, 이 모든 현상은 분리의 힘의 물질적 기초로 작용한다. 이들의 힘이 강해질 때, 인종, 민족 사이에 차별과 계층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식과 육아 휴직의 사회보험화 


진짜 현실로 가능해질 수 있을까? 육아 휴직은 아이를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한다면, 무자녀이거나 비혼의 경우는 어떨까, 안식까지를 포함하면 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도 상대적 박탈감, 차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 안식과 육아 휴직 비용의 사회보험화는 자본의 저항을 무마시키고, 장기 휴가를 통한 재생산 혹은 재충전 활동을 권리화함으로써 출산이나 육아 활동에 새겨지는 일터에서 낙인을 없애는 데 유효하다. 누구에게는 출산, 또 누구에게는 여행, 또 다른 이에게는 글 쓰는 일일 수 있으니 말이다. 


지은이는 어떻게 하면 개인들이 쉽게 엑시트(탈출)할 수 있는 사회, 열린 노동시장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바람과 상상, 그리고 현실 적용 가능한 이론들을 이 책에 풀어서 설명했다. 전체로서 하나이지만, 따로 떼어내어 곱씹어보고, 깊은 궁리를 해도 좋을 문제 제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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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철학서 - 철학적 사유를 넘어 삶의 방식과 태도를 알려주는 위대한 문장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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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 고전, “명상록” 황제의 철학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이 책 명상록은 “그대가 평소 담고 있는 생각이 결국 그대 자신이 된다.” 참으로 명쾌한 아포리즘이다. 자기 생각이 자신이 되다는 뜻이니, 나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질 수도 없는 존재, 오직 나만이 나를 만들 수 있어, 내가 어떤 모습의 내가 되느냐, 혹은 될 수 있느냐는 결국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세상의 주인공은 “나”라는 말이다. 사람의 행동은 내면에 채워진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한 말이다. 내가 한 모든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함을 의미하기에...행위라는 것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을, 영혼도 올바른 방법을 훈육돼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준비된 영혼이란 존재할 수 없기에, 


책 구성은 명상록 자체가 심오한 철학을 논하는 것이 아닌 아우렐리우스의 자신의 진실한 고백,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되묻고 글로 남긴 것이다. 진실한 고백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본질을 통찰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사람의 행동은 내면에 채워진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은 선한 영혼과 선한 욕망과 선한 행위다. 끝내는 로마를 칠칠치 못한 아들 코모두스에게 넘긴, 아우렐리우스, 그는 과연 행복한 사람이었던가, 나이 40에 황제에 올라, 20년을 전장에서 지낸 그는 군영의 기나긴 밤을 명상으로 콰디족과 대치하던 전장에서 <명상록>을 쓰기 시작해 12권까지 실렸다. 


명상록 1권의 “나는 배웠다, 누구로부터, 무엇인가를” 


명상록 읽기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1권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웠다는 대목이다. 황제가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의 품성을 드러내는 것이요. 인간의 됨됨이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니 말이다. 1권의 1~17까지, 이어지는 배움 이야기는 곧, 책을 통한 옛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것들이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같이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아우렐리우스는 할아버지 베루스에게서 따뜻하고 온화한 마음과 분노와 욕망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에게서 겸손과 명예를, 어머니에게서 신을 공경하고 사람에게 베푸는 법과 잘못된 일은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소박한 식사, 과소비를 피하고, 증조부에게서 유능한 스승을 모시는 일을, 가족에게서 배움은 곧 철학의 토대가 되었으리라.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 내 일을 스스로 하고,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중상모략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이 대목까지를 읽는 동안에 적어도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순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볼 것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감동 혹은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우렐리우스가 “왜”라고, 유학의 도, 왕도 철학 혹은 사상에서 나온 왕재가 갖추어야 할 대목이 다 망라돼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의 보편적 이치가 그러하다. 


디오그네토스에게서 나는 불필요한 일에 관여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기적을 행하거나 마법을 부린다는 이들에게 현혹되지도 않는 사람이 됐다. 타인의 자유로운 주장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무엇보다도 철학에 관심을 끌게 됐다. 어려서부터 대화편을 기록한 일과, 철학자들의 작은 침대나 가죽 이불 등을 사용한 일, 또, 에픽테토스의 어록을 접하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대목은 에픽테토스의 제자 아리아노스가 정리해<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페이지2북스, 2024)에서 황제의 스승이란 표현의 황제가 바로 아우렐리우스다. 


루스티쿠스는 내 삶에 반성과 치유가 필요함을 깨닫게 하셨다. 내가 소피스트들처럼 허상을 좇지 않게 된 것도 그 덕분이라고, 아폴로니우스에게서 진정한 자유와 굴하지 않는 결의를 배웠고, 작은 일이라도 올바른 것이 아니라면 마음에 두지 않는 법을 배웠다. 수신을 했다는 말이다. 이렇듯, 자기 성찰과 자중자애의 노력을 통해, 사람을 보는 법, 스승을 찾는 법을 배웠다. 겸손하게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태도, 이 밖에도 섹스토스에게서 온화함과 부성애를, 공동체화 화합하는 법을, 문법학자 알렉산더의 가르침을 통해 남의 흠을 들추지 않는 사람이 됐고, 문장과 문법과 발음의 오류를 지적하며 타인을 비판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에 세련되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품위 있고 정중하게 오류를 바로잡는 법을 배웠다. 프론토에게서 폭군이란 거대한 질투와 협잡과 위선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플라톤 학파 철학자 알렉산더 덕분에 ‘시간이 없다’라는 말은 자주 하지 말아야 하고, 불필요하게 편지에 써서도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형제 세베루스, 막시무스에게서도 배웠다. 배웠으면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가, 


당신의 마음이 산만해지고 요동치지 않도록 해두어라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설명하든 그것은 육신이거나 생명이거나, 혹은 그 무엇이거나, “이성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욕망과 충동 때문에 끌려다니도록 두지 말라, 더는 현재를 불평하지 말고, 운명이 네게 맡긴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마라.” 이것이 1권의 핵심이다. 


올바른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적 허영과 갈망에서 비롯된 명예나 신뢰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인간이 어떤 부분을 통해 신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신에게서 유출됐다고 말할 때 어떤 부분이 유출됐는지를, 중요한 것은 신들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은 그 가치와 선함 때문에 존중받아야 하며, 사람에게서 나온 모든 것은 그것이 우리 동족의 것이기 때문에 사랑으로 위무를 받아야 한다. 때로 정말로 선한 것과 악한 것을 알지 못하지만, 이는 흑백을 구분하지 못한 맹목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동정과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당신이 3천 년을 살든, 만년을 살든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사람은 지금 사는 삶의 순간 외에 다른 때를 살 수 없으며, 지금 사는 삶조차도 매 순간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 가장 긴 시간과 짧은 시간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현재 존재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다. 


명상록에 담긴 많은 이야기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언제나 곧고 바르게 살아온 이처럼 행동하라. 교정된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바른길을 걸어온 사람처럼 살아라.”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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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은 착각이다 - 비즈니스는 오직 확장뿐!
    이지연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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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비즈니스는 확장판일 뿐 “성장은 착각이다.”

     

    지은이 이지연은 “비즈니스 다각화”라는 낯선 분야의 전문가다. 이 책을 통해 강조한 점은 “성장”이 아니라 “확장”이다. 즉 성장은 개인의 힘이지만, 확장은 구조의 힘이라는 개념을 주장하면서 더 크게가 아니라 더 넓게 보는 시야를 회복하는 여정을 이 책에 담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됐고, 1장 ‘성장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라’에서는 더 넓게 보는 훈련을, 시간은 많은 데 여유가 없다, 고객은 많은 데 확장은 없다는 말의 의미를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2장 ‘확장을 위한 태도 세트업’에서는 확장형 사고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말을 잘하면 일이 생긴다?- 표현력보다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방향, 소개되는 사람은 말보다 존재감이 먼저, 당신이 빠져도 돌아가는 구조, 즉 시스템 구축이다. 3장 ‘확장의 5가지 핵심축’에서는 “브랜드, 파트너, 채널, 콘텐츠, 관계-비즈니스가 퍼지는 다섯 축-이다. 확장력 있는 사람의 말투, 확장은 말에서 시작된다. 관계는 많은데 확장이 안 되는 이유. 4장. ‘비즈니스는 넓히는 구조다’, 5장. ‘당장 실천하는 확장의 기술’, 6장. ‘실전 시나리오: 당신의 확장 지도 그리기’를 담았다.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3장이다. 1장~2장은 성장과 확장이란 개념과 사고의 차이 등을 설명하는 이론 편이고, 3장은 확장의 핵심축을, 그리고 4장~6장은 실천 편으로 확장의 기술과 실전 시나리오를 살펴보는 것이다. 

     

    확장의 5가지 핵심축

     

    핵심축은 1) 브랜드, 2) 파트너, 3) 채널, 4) 콘텐츠, 5) 관계 이렇게 비즈니스가 퍼지는 다섯 축으로 우선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당신이 대변하는 가치와 이야기를 정의하라. ‘무엇을’이 아니라 ‘왜’에 집중하라. 마케팅 현장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팔고자 하는 것은 가치와 스토리라는 점을 유념하라는 말이다. 두 번째로 파트너십, 당신과 가치관이 일치하는 파트너를 찾아라, 단기이익보다 장기적인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관계를 만들라. 세 번째 채널은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라. 모든 채널에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걸 잊지 말아라. 네 번째 콘텐츠, 브랜드 스토리를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전달하라. 판매보다는 가치 제공에 중심을 둔 콘텐츠를, 우리가 변호사를 찾거나 의사를 진료를 받을 때, 서비스 가격부터 물어보지 않듯이, 제품이지만 브랜드의 스토리와 가치에 중점을 두라는 말이다. 다섯째 관계, 모든 상호작용을 관계 구축의 기회로 보라. 진정성 있는 소통과 공동체 의식을 통해 고객과 유대를 강화하라. 

     

    이렇게 보면 누구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본디 핵심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어야 보편성을 지닐 수 있지 않겠는가?, 다만, 그저 무감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하나하나의 의미를 깊이 새겨,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키는 게 어렵다. 눈앞에 이익을 놓치는데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남의 떡이 커 보이듯, 자꾸 아쉬워하고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유혹이 일 것이다. 이때, 참아야 하느니라라는 추상적인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때 핵심축 다섯 가지를 되뇌면 어떨까 싶다. 어떤 일을 하던 이 핵심축은 보편적으로 통하는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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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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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포기할 자유


    철학적인 제목의 이 책<포기할 자유>(Freedom to give up)은 작가 이재구의 꿈일지도 모르겠다. 실존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 도피>(Escape from Freedom, 1941)는 인간이 자유를 두려워하고, 때로는 이를 포기하면서 권위주의에 종속되는 심리를 파헤친다. 주어진 자유, 무늬만 자유, 형식적 자유는 어떻게 사람들을 구속하는가, 자유의 역설, 프롬은 자유를 얻은 개인은 더는 전통 공동체에 기댈 수 없게 되며, 고립감, 무력감을 경험한다고 했다. 중요한 대목은 "사람들이 이런 불안에서 탈출하려고, 자발적으로 자유를 포기하고 권위적인 체제나 집단에 종속된다"는 견해다. 그 기제는 권위주의적 성향, 파괴성, 기계적 동조다. 마치, 조선 후기 삼정문란 시기에 가렴주구(苛斂誅求)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땅을 양반 지주에게 바치고, 그들의 울타리로 들어가 보호받는 자발적 노예 상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도 같다. 


    이 소설은 지은이의 자기 회상임을 엿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경제생활에 내몰리고 밑바닥부터 헤쳐나온경험이 녹아들지 않았을까 싶다. 피보다 이념, 이념보다는 돈을 좇는 현대인의 속성을 날카롭게 지적한데서 그런게 아닌가 미루어 짐직해본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행복해질 권리>(21세기북스, 2025) 에서 현대 사회를 "액체 현대"로 과거 고정된 질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과  그 무엇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소비" "돈" 최고가치를 지닌 사회, 조정래의 소설<황금종이> 곧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된 사회에 대한 거부와 부정의 몸부림이 아닐까, 백숭기의<사르트르를 만나다>(한스미디어, 2025) 에서는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노력, “자유롭게 살도록 선고받은”,  “우리는 자유를 그만둘 자유가 없는” 인간이 제대로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를 묻는다. 이렇게 보면 애초부터 포기할 자유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단지, 포기할 자유라는 것은 그저 착각일 뿐이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진지한 철학의 문제는 오로지 자살뿐”이라고 말했다. 공허하고 부조리한 세계를 마주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충동이 자살이다. 부조리란 세상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카뮈의 말대로 삶은 무의미하고 공허하다. 그가 말한 이방인이란 단순히 낯선 말하는 게 아니라 ‘부조리한 인간’을 일컫는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는 사람,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인간이 아무런 이유 없이 우연히 이 세상에 내던져진 고아 같은 존재라면, 그건 존재의 목적도 원인도 없는 부조리한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뜻이다. 


    돈의 위력은 진짜 피보다 진하고, 이념보다 강한가?


    지배 이데올로기가 된 자본과 종교의 프리즘을 통해서 지속 가능한 희망이 있는지를 묻는 이 소설, 금광을 크게 열었다는 형구, 그는 이국땅 카지노에서 20억 원을 몽땅 날리고, “포기할 자유”을 얻었노라고 말하며 호텔 방 창문 아래로 몸을 던지고, 몇 개월이 후에 공개된 그의 유언장에 어렵게 사는 조카들을 비롯한 친인척들에게 지분을 나누어 주라는 문구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는데, 형구의 자식들은 사촌과 친척들을 꾀어서, 자신들의 위치를 고수하려는 이전투구가, 이 중심에 놓여있는 건 “돈” 곧 “황금종이” 우리 사회의 "프리패스"다.  그렇다면 "포기할 자유"는 형구에게만 해당한 것이었을까?, 아니 애초에 그에게는 포기할 자유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아내 미현은 자식들에게 말한다.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아빠는 배움도 없이 빈손으로 시작해서 집안을 일으키고, 사업을 크게 키운 분이야..., 아빠는 원효대사의 대자유를, 체 게바라의 거룩한 분노를 사랑했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실천하려 노력했던 분이야... 예수께서도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제자의 배신으로 십자가에 못 박혔지. 아빠는 너무 낭만적이고 집안에서 영향력이 너무 커서 형제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 거야. "돈에 영혼을 팔아 버린 사람들이 이 지경을 만들었구나. " 너희들이 지분 10%씩만 받아도 수백억 아니, 천억은 넘을 거야. 거기서 더 욕심내지 말고...” 


    돈을 벌면, 파우스트에게 영혼을 팔듯, 포기할 자유는 없어진다. 그의 삶은 이제 오롯이 그의 삶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삶과 이어지고, 함부로 포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돈의 양면성이다. 스쿠루지 처럼 돈에 굴복하고, 노예가 됨을 의미한다. 가렴주구를 피하기 위해 제 땅을 양반지주에게 바치듯이 말이다. 


    작가는 “불행한 가족은 각기 다른 이유가 있지만,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다.”라는 레프 톨스토이 소설<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인용으로 글을 마친다. 권력은 부자 사이에서도 나누어 가질 수 없듯이, 형제 사이의 권력쟁투, 이제는 "권력"의 자리에 들어가는 건 "돈"이라는 씁쓸한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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