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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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의 사회비평서인 이책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들>은 책임 있는 의료행위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로 이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제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전했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처치에 도움을 줄 뿐이라는 점이다. 1863년에 나이팅게일이 했다는 말 “병원이 지켜야 할 첫 번 째 요건이 환자에게 해를 까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쩌면 이상한 원칙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것이 왜 이상하게 보일까?, 

의료과오, 의료실수는 미국의 전체 사망원인 중 세 번째라는 주장이 실린 <영국의학저널> 기사의 진위를 묻는 이메일 한 통에서 시작된 “의료실수”라는 화두, 지은이는 의료 과오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시스템화된 의료계에서 어떤 연유로 발생하는 것일까? 실제 사망원인의 순위보다는 왜 무감각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 순위는 알 수 없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의 저자인 마틴 마카리와 인터뷰를 했다. “사망원인을 정확히 집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로 모든 사망원인은 추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며, 과학적으로도 완벽하지 않다. 


인기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 괴팍한 의사 하우스는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이른바 진단의학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이 바탕에 깔려있고, 첨단 의료 장비 역시 사람이 다루는 것, 의사는 실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의 관점은 “예방 가능한 위해의 범위”를 다루며, 의료과오 즉 실수에 관한 감수성을 높이라고, 매일 같이 죽어 나가는 환자만 보고 살면, 무덤덤해질 법도 하지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결코 무덤덤해질 수 없다. 어찌 보면 의료현장의 딜레마이기도 하지만, 책 구성은 17장이며, 1장 ‘점보제트기 추락 사고’에 빗대어 미국에서 일어나는 의료과오 사건이 매일 점보제트기 한 대 반씩 추락한 셈이라고 말하면서 “실수를 범하는 것은 인간이다.”라는 리프의 주장은 꽤 자기 고백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중의 생각과 달리 이는 조사연구의 결과가 아닌, 여기저기에서 나온 자료를 취합한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이 대목은 아주 중요하다. 의료과실이, 실수가 이른바 오진율이 50%에 이른다는 점을 두고 의사도 인간이어서라고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문제의 초점은 여기서 말한 “실수”의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망보다는 예방 가능한 위해의 범위가 넓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방 가능한 실수와 예방 가능한 죽음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점보 비행기 한 대 반분이 의료과오로 사망한 것인가? 정말로 의사의 실수 때문에 죽은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예방가능했던 위험한 상황과 사례들


마치 의사 한 개인이 게을러서 아니면 의학적 처지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 기구를 잘못 다뤄서, 서투른 수술을 해서라고 생각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의학 기술이나 기구는 만능이 아니다.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다. 지은이가 지적하는 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의료실수를 논하는 장면은 다양한 각도에서 전개될 수 있다. 사망사고에 관한 의료과실 여부를 따지는 민사손해배상 사건에서 의료과오의 입증과 그 전환이라는 측면도 있고, 의료과실에 따른 형사소추의 면제, 의료과실의 판단 여부를 다루는 전문가집단 등 “의료실수를 일으킨 의사들”을 주제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의료실수에 이르는 과정에서 의사들의 태도를 눈여겨보고 있다. 환자와 의사의 일 대일의 구도가 아니라 의료시스템과 스태프의 조화(협업체계)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의료서비스는 공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일방통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구조가 정립되지 못한 채, 의료진의 수직구조와 환자를 대상화하고, 기술발전의 가져온 기술맹신, 거기에 사소한 오타 같은 사소한 실수가 한데 모여 의료실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처럼 사망 같은 커다란 의료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적어도 29번의 아찔함을 경험했을 것이고, 300번의 미세한 징후가 있었을 것이다. 간호사가 환자를 수시로 돌보지 않아서 찰나에 벌어지는 급한 상황 발생, 전문가 주의가 빚어낸 과신, 협진으로 함께 의견을 모으면 충분한 예방 가능했던 위해의 사례들, 


의료실수, 또 하나의 원인 "주요 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환자가 메이저 병원, 이른바 Big 병원을 찾는 이유는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그 병원의 평판에 기댄 “신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소한 의료실수로 위험 상황에 놓이게 되면 배신감을 느낀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의학은 사망률과 고통을 줄이는 데는 일정한 기여 수준을 넘어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치료가 “위해”가 된다는 점에 관해서는 극히 무신경하기에 상당수의 질병이 예방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놓치고 만다. 그러기에 의료실수와 환자 안전 문제를 함께 놓고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다. 왜 의료실수가 일어나는가를 여러모로 분석했는데, 그중 하나가 “주요 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들고 있다. 하루 회진 오전, 오후, 잠깐 들러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고 챠트를 보면서 지시대로 잘 이해되는지만 확인하고 지나가는 의사와는 달리 일하는 시간 동안에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간호사, 하지만 이들 역시도 담당한 환자들이 있기에 환자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당부를 하고 떠난다. 오롯이 병실에는 환자 가족과 지인만이 있을 뿐, 의학지식이 없는 비전문의 환자 가족이나 지인이 환자의 상태를 두고 이러저러하다고 말을 할 때, 전문가들은 그들 말 속에 담긴 신호를 포착해야 하지만, 그냥 귓등으로 흘러넘기고 만다. 지인 중에 전문가가 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남의 땅에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느냐는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의료 사고” 발생 메커니즘은 뛰어난 의술도, 과학도 아닌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되고, 환자와 그 가족과 의사, 의료진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 큰 무언가를 막을 수 있는 예방에 방점을 둔다. 사망률과 사망원인에 모두 정신이 팔렸을 때,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했던 모든 처치와 행동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결과에만 주목할 뿐, 사망으로 연결되지 않은 실수는 가볍게 다뤄진다. 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다루다 보니 의료실수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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