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계사 -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브라이언 블랙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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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의 연소는 “미래를 향해 겨눈 무수히 많은 보이지 않는 미사일”

 

안드레아스 말름은 <화석 자본>에서 인류세가 화석연료를 태우는 행위는 미래를 향해 발사할 태세를 갖춘 보이지 않는 미사일이라고 갈파했다. 즉 우리의 후세에게 미사일을 들이대는 꼴이란 말이다. 이 정도 표현이 돼야 경종이 될까? 인류의 출현과 함께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수단, 도구가 된 “불”, 자연계에서 얻는 에너지, 농업 생활을 거쳐, 산업사회 이른바 산업혁명의 도래로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가, 석유가 이제 고갈도 고갈이지만,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마다, 후세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사일이 점점 늘어난다. 한 두 발이라면 피할 수 있겠지만, 이 땅을 덮고도 남을 만큼이라면 멸종이겠다.

 

이 책<에너지 세계사>은 에너지의 변화에 따른 시대구분, 인류세의 판도를 바꿔놓은 사건들을 따라 서술했다. 산업 시대 이전에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 복사선의 극히 일부만 변화시켰다. 현대 문명은 지구에 저장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뽑아내 인류가 존재해 온 기간보다 훨씬 더 기간에도 보충할 수 없는 유한한 화석연료를 고갈시켰다. 과학의 발달과 지식의 발전으로 화석연료가 지구에 가한 충격이 더 분명히 밝혀졌다.

 

이 책은 4부 8장에 걸쳐 에너지와 인간의 역사를 다룬다. 1부에서는 에너지로 본 인간연대기를, 2부는 에너지 전환이 가져온 동서양의 만남, 중국 명나라 때 정화의 해양 개척 중단 이후,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본 지은이는 에너지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적 선택이야말로 국가의 몰락의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고. 풍력, 화석연료, 에너지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3부 에너지 전쟁 시대를 맞이하면서 에너지의 두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 4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대를 위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톺아보면서, 지속 가능한 시대를 모색해본다.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에너지의 세계사는 한 마디로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의 역사다. 우리가 익히 배워서 아는 유럽세의 약진은 해양 지배권이었다. 바람을 타고, 새로운 땅을 찾고, 생산기지를 만들고,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고, 석탄을 쓰는 증기기관을 발명, 산업화 시대의 문을 열고, 대규모 공업화가 몰고 온, 환경파괴와 인류생존 위협,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에너지(석유, 원자력)무기화의 경쟁, 일련의 과정을 이 책은 촘촘히 그려내고 있다.

 

북극에서 시작된 신냉전, 러중미가 북극에서 힘겨루기한다. 북극에 매장된(지구상에서 미개발 화석연료의 20~25%) 석유와 천연가스를 얻기 위해서, 지구온난화로 북극에 새로운 항로가 생기자 중국은 북극 실크로드 계획을,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이란 프로젝트를 각각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하여 북유럽국가들도 이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쇄빙선을 건조해서 북극 항해에 뛰어들고, 누구의 땅도 아닌 북극에 잠들어있는 에너지를 가져가기 위해서 말이다. 우주 개척 전쟁과 같은 양상이다.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에너지 세계사는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 에너지의 변화에 따라 그 시기 구분을 해볼 수 있다. 50년 전에 환경 인식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려는 노력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에너지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남아있는 화석연료의 채취와 이용을 위한 노력도 해왔다. 기본적으로는 이 두 길이 공존해온 셈이다. 독일의 “에네르기벤데” 두 가지 길을 하나의 지속적인 전략 속에 통합시킬 절충안적 개념이다. 이는 소비자에 의한 통제가 중심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2015년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의 결정, 즉, 독일은 화석연료 없는 에너지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흡은 여전히 길다.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날 만큼 매력적인 경제 효율화, 즉 저비용으로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은 그런 대체에너지가. 풍력, 태양력, 자동차 또한 전기차, 수소차. 하지만, 이들 차량의 에너지를 보관하는 데 필요한 배터리 역시 폐기할 때는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뭐가 좋고 안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은이 말처럼 돌아온 대역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돌아온 대역전이란

 

즉, 석유에서 벗어나는 전환의 패턴이 지속되고 원유생산정점이 기후변화의 압력과 결합한다면, 바다에서 석유를 가득 실은 채 가격조정을 기다리는 유조선들은 다른 틈새의 상징, 즉 자국의 에너지 미래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들과 유한한 석유의 감소하는 공급량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나라들 사이에 생겨나는 틈새, 결국에는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지은이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학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기반시설을 마련한 나라를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된다면, 이것이 바로 “돌아온 대역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금 더 살펴보자. 여기서 눈여겨볼 과학기술은 “탄소 포집”이다. 이 기술이 제대로 발휘되면. 글쎄다. 아무튼 지은이는 탄소 포집과 같은 신기술로 매끄러운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나라들은 국제정치력이 높아지고 그렇지 못하고 자국에 남아있는 화석연료 매장고에 계속 의존하는 나라들은 국제정치력이 낮아지는 새로운 국제질서….

 

인류는 에너지로 연결된 하나의 운명 공동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요동을 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여전히 에너지 패권이 통하는 시대다. 독일의 에네르기벤데는 앞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이를 우려하는 눈도 적지 않다. 화석연료 제로를 향해가던 유럽의 나라들이 원굿션(우회)하여,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들이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인류세, 인류의 삶과 에너지라는 주제로 농경사회부터 최첨단의 기술이 등장하는 현대까지, 에너지가 인류 삶에 미치는 영향, 이 영향을 둘러싼 에너지의 소유(화석연료의 자주권)관계, 지구 환경에 훼손시키지 않고, 에너지를 이용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은 세기적이며 전 지구적인 일이다. 정화의 대항해의 중단을 잘못된 국가적 선택이었다고 보듯, 남은 화석연료를 다 가져다 쓰려는 것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탄소제로, 탄소만 포집해내는 기술이 진전된다고 해서,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지….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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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주도 학습법 - AI시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
임충열.김유미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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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주도 학습법

 

지은이 임충열과 김유미는 학습코칭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 학습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우리말 글을 “한국어”로 즉, 제1 언어가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교수한 경험, 아마도 이런 경험에서 상황 주도 학습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자기 주도 학습법과 상황 주도 학습법

 

자기 주도 학습은 대체로 초, 증, 고교생인 학습자가 자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개념에서 출발, 학습환경을 학습자가 스스로 만들어, 전통적인 학습환경 밖에서 하는 것을 상정, 주로 성인 교육대상에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상황 주도 학습은 위 학습자가 성인에 비교하여 자기 조절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데서 출발한다. 학습환경을 두 단계로 나누어 1단계는 부모와 교사가 디자인하고 2단계에서 학습자 스스로 디자인한다고, 학습환경은 학교가 기본이 된다. 아무튼, 상황 주도 학습법은 한 마디로,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지은이들은 상황 주도 학습법을 초, 중, 고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 등 보호자가 학습자의 전반적인 성향과 처한 환경을 생각, 지속해서 동기를 부여하고 적절한 맞춤형 교과 과목별 학습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렇게 보면, 우선 부모 등 보호자가 상황 주도 학습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가 된다.

 

이 책은 부모 등 보호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5장으로 나누어 정리해두고 있다. 우선 1장은 왜 우리 아이는 공부를 싫어할까?, 그 이유 찾기를 해보는 것이다. 게임만 하는 아이의 뇌와 책을 읽는 아이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성적이 차이나는 이유는 집중력이 문제인가, 산만한가, 문해력에 문제가 있는가, 그 원인 찾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현상이 아닌 진짜 원인을, 그리고 2장에서는 학습법은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천편일률, 좋은 학습법은 정해진 바가 없이 개개인에게 맞는 방법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진짜 자기 주도가 안 되는 이유는 뭔가?, 3장에서는 상황 주도 학습법 적용 사례, 성공사례 5가지를 소개하는데, 자기효능감과 존중감, 집착력을 높이고 내적 동기를 강화다. 4장은 상황 주도 학습법 따라 해보기, 5장 급변하는 미래에 대비하는 상황 주도 학습법, 복합사고력을 키우고, 고교학점제 활용하기 등이 실려있다.

 

이 책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복합적인 사고력이 요구된다는 전제에서 상황 주도 학습법의 필요성과 성공을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함께 길러야 할 역량인 복합사고력 키우는 법을 담고 있다. 이렇게 다 실천하면 완벽할까? 그렇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두자. 만병통치약은 본래 없으니….

 

상황 주도 학습법이 왜 필요한가?

 

우선은 학교시스템의 한계다. 개근 학업성적, 졸업장과 이른바 명문대학에 가기 위한 성적을 얻는 공간이 학교다. 여기에 정원이 있고, 학교의 학업 수준을 유지해야 하니 변별력을 측정하는 것들…. 아무튼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입시지옥에서, 왜 우리 아이는 공부하기를 꺼릴까, 흥미가 없는 것일까, 우선 살펴보라. 공부에 왜 의욕을 잃었는지,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공부하는 뇌로 바꿔주기, 교사나 부모 등 보호자의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지은이들은 강조한다. 나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는 힘, 공부의 즐거움 알려주기 이 두 가지를….

 

상황 주도 학습법은 우선 자신의 주제 파악이 우선이겠다. 주제 파악의 장애물은 지식착각인데 실제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느끼는 것과 차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인데 이게 쉽지는 않다. 집중력, 주의산만, 인식오류(무주의 맹시, 한군데 집중하면 다른 것은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 문해력(뭔 말인지 이해하는 것) 등이 성적 차이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MBTI 지표 사용 등 여러 가지 방법 등이 등장하는데. 아무튼, 여기서 핵심은 복합사고력이다.

 

미래 역량, 복합사고력

 

상황 주도 학습법에서는 복합사고력을 첫째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둘째, 배운 지식을 다른 과목의 지식과 융합, 확장하고, 셋째 확장된 지식에 예술을 더해, 넷째 실생활과 연계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라 정의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가는 필수 역량이라고 한다.

 

복합사고력은 이른바 “물고기 잡는 법”이다. 물고기를 잡는데도 사람마다 성향과 환경에 따라 그 방법을 달리한다. 낚싯대를 물에 넣고 기다리면 잡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은 상황 주도 학습법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이마다 성향과 역량이 다르다”라는 점을 우선 인식하자. 무조건 성공사례를 따르면 될 것이라는 또 하나의 함정에도 주의하면서, 우선 부모인 내가 나만의 방법, 나에게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우선 고민하면, 아이들을 보는 눈도 달라지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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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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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통해, 보여주는 사람들의 고통과 희망의 연대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우리와는 한참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우리와 연결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피에르 르메트르는 여러 등장 인물을 통해 이 세상을 움직이는 아주 큰 세력, 권력과 역사에 사로 잡힌 포로와 같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불타는 파리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메워진 거리, 피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국주의 팽창으로 터진 전쟁의 한 가운데서 장기판의 졸처럼 이리저리... 하지만, 헤쳐나가야 하는 삶, 때로는 절망하기도 하지만, 연대와 희망의 모습을 보여준다.

 

속내 이야기란 진주 목걸이 같은 것이어서, 한 번 풀리면 모든 게 줄줄이 나오는 법

 

독특한 인물, 루이즈는 초등학교 선생이지만 퇴근 후에 집 앞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종업원으로 어느 날 레스토랑의 단골손님 티리옹(의사 선생)에게 그냥 보기만 할 테니 자기 앞에서 옷을 벗어 달라는 이상한 부탁을 받는다. 그에게 1만 프랑을 받기로 하고... 호텔에 가는데, 거기서 그 의사선생이 자살하고 만다. 매춘과 풍기문란의 혐의는 벗었지만, 판사는 루이즈를 가만 두질 않는다. 티리옹의 아내를 불러, 루이즈가 남편의 돈을 갈취할 의도가 있었으니 그녀를 고소하라고 하지만 티리옹 부인은 이를 거부하는데...왜 티리옹이 루이즈에게 이상한 제안을 했을까? 루이즈와 티리옹 부인 사이의 대화에서 루이즈에게 오빠가 있었음을...이 또한 한편의 블랙코메디...

 

또 다른 등장인물 가브리엘과 루이즈의 이복 오빠 아바위꾼 라울은 마지노선에서 근무하는 군인이다. 영내에서 라울은 그 끼를 여지 없이 발휘하고 다니는데, 갑작스러운 독일군의 공격에 전선이 무너지며 탈영병 신세가 되고 만다. 기동 헌병대원 페르낭은 피난을 가자는 아내의 요청을 물리치고 파리에 남음으로써 엄청난 비밀이 담긴 가방을 얻게 되나, 그로 인해 아내와 연락이 끊기고 만다. 이 인물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인생의 향방을 결정 짓고 마는데... 데지레 마고 변호사?, 사기꾼... 변화무쌍한 그의 생존술 또한 흥미롭다. 마치 나치의 괴벨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거짓말도 백번하면 사실이 된다고 하듯, 이 역시 블랙코메디의 한 대목... "그분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내 준 사람이었어요."라고, 신부든 아니든 지금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준다면, 데지레가 가짜 신부라도 좋다, 어차피 거짓된 세상이니...

 

루이즈와 그녀의 이복 오빠 라울의 고통은 전쟁이라는 파국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그들의 삶과 일상, 가정과 사회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전쟁이라는 커다란 악마의 놀음, 가려한 삶들이 한데 거리를 메우는 피난길,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고통스런 거울, 여기서 고통과 연대의 모습이 보인다. 전쟁이란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본 우리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이를 비추는 거울...한 편의 슬픈 코메디 영화를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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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목경찬 지음 / 담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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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는 그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신화이든 전설이든

 

지은이 목경천 선생, 불교 문화를 설파하는 전도사라고 해야 할까, 오래전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 평가회에서 대 여섯 시간 정도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마치 그때의 강의 뒤편을 듣는 듯하다.

 

절에는 절 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도, 아주 신기한 이야기도, 전남 화순의 운주사의 와볼(누워있는 불상) 이러고 알려졌는데, 실은 와불이 아니라 일으켜 세우지 못한 상태로 미완성 상태다. 우리가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있다.

 

불교 문화도, 절의 웃어른을 방장이니 조실이니 하는 따위는 그저 주지 스님의 스승, 큰 스님 정도로…. 방장은 총림 사원(선원, 강원, 율원을 갖춘 사찰,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의 가장 큰 스님), 조실은 그 아래 단계 절에서 가장 큰 스님을 부르는 용어다.

 

불기(불멸 기원)로 따지면 2023년은 2567년이다. 이 천여 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부처는 절간에서 대중의 마음속에서 제각각 표현되기 마련이다. 변화 없음은 죽음이요. 사멸인데, 불기란 불멸이어서 끊임없이 대중과 함께 모습을 바꿔가기 마련이다.

 

종교의 진리는 나를 찾고, 나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 부단한 정진.

 

로마 가톨릭의 성직자들을 통해서만 하느님과 통할 수 있나? 신은 라틴어로 하는 기도만 알아듣는 것인가, 독일어는 안 되나, 일본의 창가학회(창가교육학회, SGI, 일본의 공명당)역시 출가 수행자만 부처가 될 수 있는가, 재가 수행자도 부처가 될 수 있다. “법화경”을 경전으로 인간혁명을 지향하며, 기원문은 “南無妙法蓮華?=난묘호란케쿄)” 우리가 보통 남묘호랑게교라고 부른다. 이 모든 변화가 교조적이거나 부패, 본질의 왜곡에서 시작된 대응, 응전, 자각이라 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진행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3부 체제다. 1부에서는 돌부처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싣고 있다. 시대를 닮은 부처님의 얼굴, 마을로 간 불상, 다양한 소통으로 우리 곁에 오신 부처님, 이 짧은 문장 속에 모든 게 담겨있는 듯하다. 부처란 멀리 떨어진 첩첩산중 절간에 모셔진 철상, 동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서 있다가 필요할 때 나타나는 그런 존재라고나 해야 할까, 2부는 절간, 어디에나 그려진 동물 그림들, 열두 동물과 나누는 법담,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12간지…. 이 그림들 속에 담긴 이야기들, 3부는 사찰 속 숫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33응신과 원이삼점, 팔상도, 염주를 돌려 108번뇌를 없애다 따위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을 골라보면,

 

스님들이 성불하면 들판에는 소가 없다는 말, 시주만 먹고 놀면 소가 된다

 

왜 스님들이 성불하면 들판에는 소가 없을까?

출가 수행자가 시주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서 구렁이도 태어나기도 하고, 시주물을 받고서 그 공덕을 모르고 수행을 게을리하여 소로 태어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주물이 무섭다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게으른 사람을 소 같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절간 어디엔가 그려져 있는 심우도(尋牛圖)-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한 그림이다. 심우도는 마음을 소에 비유하여 수행자가 본성인 불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선화다. 십우도, 목우도라고도 한다.

 

합천 해인사에는 한산 스님과 습득 스님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 있다. 이 스님들은 요즘 말하면 습득 스님은 공양간에서 그릇을 씻거나 불 때는 일을 하였는데, 설거지하고 난 뒤에 남은 밥을 바위굴에 살면서 늘 해어진 옷에 큰 나막신을 신고 다니시는 한산 스님이 오면 내주었다. 대중들은 이들이 그들에게 보인 모습과 기이한 언행을 이해하지 못해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는데…. 어느 날 주지 스님이 산 아래 목장을 지날 때, 이 두 스님이 소 떼를 향해 이 도반들아 소가 된 기분이 어떠한가? 전생에 시주밥을 먹고 놀더니 기어코 소가 됐구나 하며….

 

100여마리 소 무리 중에 30마리가 스님이었다나.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에는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라고 공양하기 전에 외우는 이 공양게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이야기, 고려말 조선 개국초 훌륭한 스님 세 분의 화상, 인도 출신인 지공스님, 지공스님의 법을 받은 분이 나옹 스님이고, 그의 제자가 무학 스님이다. 이성계와 일화, 돼지 눈에는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로 보인다는 무학 스님의 말에 이성계가 호탕하게 웃었다는데, 만일 성질을 냈다면 어땠을까? 이런저런 평가는 결국에는 자기 잣대로 하는 법, 일체유심조(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로다.

 

국민이 낸 세금(시주)으로 먹고사는 이들(공무원, 국회의원, 대통령 따위)이 시주만 축내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내 덕행(임무와 역할)으로 받기가 부끄럽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밥만 축내는 밥충이들이 행세하는 나라.

 

절 이야기, 모든 가르침은 하나로 돌아간다. 세상에 누구나 귀하다. 높고 낮음이 없이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존귀하도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절대자란 말이 아니다. 누구나 가진 존엄성은 누구에게도 무시될 수 없다. 누구나 존중되어야 하므로 높고 존귀한 것이다. 노자가 말한 자중자애, 세상의 기준은 바로 “너”, “나”, 나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고, 모델, 맨토를 좇는 일은 허명을 좇는 일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기준이 맞기에 그런 것이니…. 나를 중히 여기고, 나를 사랑하라는 말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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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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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프루스트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편 11권을 30년에 걸쳐 번역해 온 작가 김창석 선생은 독자의 반응에 대답하기로, 출간 후에 반응은 둘로 갈렸다. 하나는 20세기 문학의 최고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프루스트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과 이 책 전 권을 모두 읽고 싶지만, 분량이 너무 방대해 미처 읽을 여유가 없다는 아쉬움이었다. 작가 김창석은 고민 끝에 한 권에 담기로, 7권을 재번역하고 편집하면서 프루스트 작품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몇천 쪽에 이르는 전집을 한 권에 담는 일이란 매우 어려운 일인데….

 

1편에서 7편(1954년 플레이아드 문고판, 전 7편을 번역본으로)에 이르는 각 테마와 문장을 중심으로 의식 흐름의 발전 단계를 더듬어가는 발췌형식을 취했는데, 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전통 소설 기법에 따르지 않고 인간 심리의 내면 탐구와 보편성을 자연스러운 의식 흐름에 따르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나는 후자에 속한다. 김희영 번역의 민음사 7권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87년 프랑스 플레이아드에 전집판을 번역본으로 삼음) 도전했다가 끝내 읽지 못하고. 중단?, 아무튼 다 읽지 못한 채로 머물러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사랑에 관한 담론이다. 1편<스완네 집 쪽으로>, 2편<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 3편<게르망트쪽>, 4편<소돔과 고모라>, 5편<갇힌 여인>, 6편<사라진 알베르틴>, 7편<되찾은 시간>까지, 프루스트는 사랑을 그 사람을 소유하려는 고통스럽고도 미친 욕망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완전한 소유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소유한다는 것은 이 세상의 법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

 

화자인 나, 마르셀, 오래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 잠이 들어야 할 시각이라는 생각에 깨어난다. 조금 전까지 읽고 있던 책에 대한 회상은 야릇한 모양으로 변한다. 가물가물해진 시절들을 회상한다.

콩브레를 회상하는 나에게 떠오른 것은 스완씨, 파격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스완네 집 쪽으로),

 

내가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게 해준 베르코트 작가와 스완네 집 만찬에서 만나게 된다. 그와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이 주는 감동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 나는 여름 휴가를 보낸 발베크에서 화가 엘스티르를 만나고, 그의 화실을 찾은 후, 사물과 존재에 관해서 고민하게 된다. 나에게 큰 영감을 준 두 스승과의 만남과 소녀 알베르틴을 만나게 된다(꽃핀 소녀들의 그들에서).

 

아침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게르망트 부인을 동경하는 마르셀은 부인의 조카인 친구 생루를 찾아 동시에르로 가고, 게르망트 부인의 만찬에 참석해 포부르생제르맹 귀족사회와 대면하게 되는데, 이곳은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귀족사회다. 그곳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속물 취급을 한다, 자신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부르주아들의 취향은 게르망트 공작을 비롯한 귀족 대부분에서 나타나는데, 이런 모순을. 마주하는데(게르망트쪽),

 

발베르크의 모든 것이 할머니의 추억과 이어져 나를 괴롭힌다. 어머니가 발베그에 도착,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이상한 변화가 보여, 거의 할머니의 고뇌하는 모습 같은 고귀한 영적인 존재인 듯싶다(소돔과 고모라)

 

알베르틴을 파리에 데려와서 보내는 동거 생활, 이 잔잔한 생활 속에 끊임없이 나타는 남들의 모습, 간헐적인 질투, 꽃피는 다른 아가씨들 및 뱅퇴유 아가씨의 여자 친구와 알베르틴의 관계에 대한 의혹 등. 나는 알베르틴과 서로 원망 없이 작별하는 날을 기다린다(갇힌 여인).

 

다시 데려오고 싶은 마음, 동거하던 방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스승 격인 스완 씨가 겪은 바 있는 애증 지옥을 두루 배회하던 날, 알베르틴의 숙모에게서 그녀가 말을 타다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의 바르지 못한 행실이 세상에 드러나는데(사라진 알베르틴)

 

되찾는 시간, 질베르트의 초대를 받아 화자가 콩브레 근방 탕송빌송에 체류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예전에 콩브레를 산책하며 품은 꿈이 하나씩 무너지는 걸 보면서, 공쿠르의 미발표 일기를 읽으면서, 마르셀은 자신이 꿈꾸던 문학이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재능 부족으로 글을 쓸 수 없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삶과 문학에 대한 회의와 우울 속으로….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꿈꾸던 청년이 무엇을 쓸 것인가와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가운데 답을 발견하게 된다.

 

한 권으로 읽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흐름과 맥락을 좇다 보니, 어렴풋이 의지적 기억과 비의지적 기억이라는 맥락...

 

이 책 끝에 실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구성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이 발췌 집의 전체 윤곽을 그려볼 수 있어서. 1편을 읽고 난 후에 여길 먼저 들여다봤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으니, 그냥 다 읽어보고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어차피 다시 한번 읽어야 할 것이기에….

 

호흡이 긴 이야기다. 하지만, 한 권으로 읽는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꽤 많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어쩌면 전집을 읽게 만드는 유인이자 유혹이다.

왜 이 책을 읽지 않는 자와 읽는 자를 구별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를 앙드레 모루아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 있다.”라고 한 말이 조금은 이해될 듯….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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