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계사 -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브라이언 블랙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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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의 연소는 “미래를 향해 겨눈 무수히 많은 보이지 않는 미사일”

 

안드레아스 말름은 <화석 자본>에서 인류세가 화석연료를 태우는 행위는 미래를 향해 발사할 태세를 갖춘 보이지 않는 미사일이라고 갈파했다. 즉 우리의 후세에게 미사일을 들이대는 꼴이란 말이다. 이 정도 표현이 돼야 경종이 될까? 인류의 출현과 함께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수단, 도구가 된 “불”, 자연계에서 얻는 에너지, 농업 생활을 거쳐, 산업사회 이른바 산업혁명의 도래로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가, 석유가 이제 고갈도 고갈이지만,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마다, 후세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사일이 점점 늘어난다. 한 두 발이라면 피할 수 있겠지만, 이 땅을 덮고도 남을 만큼이라면 멸종이겠다.

 

이 책<에너지 세계사>은 에너지의 변화에 따른 시대구분, 인류세의 판도를 바꿔놓은 사건들을 따라 서술했다. 산업 시대 이전에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 복사선의 극히 일부만 변화시켰다. 현대 문명은 지구에 저장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뽑아내 인류가 존재해 온 기간보다 훨씬 더 기간에도 보충할 수 없는 유한한 화석연료를 고갈시켰다. 과학의 발달과 지식의 발전으로 화석연료가 지구에 가한 충격이 더 분명히 밝혀졌다.

 

이 책은 4부 8장에 걸쳐 에너지와 인간의 역사를 다룬다. 1부에서는 에너지로 본 인간연대기를, 2부는 에너지 전환이 가져온 동서양의 만남, 중국 명나라 때 정화의 해양 개척 중단 이후,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본 지은이는 에너지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적 선택이야말로 국가의 몰락의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고. 풍력, 화석연료, 에너지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3부 에너지 전쟁 시대를 맞이하면서 에너지의 두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 4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대를 위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톺아보면서, 지속 가능한 시대를 모색해본다.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에너지의 세계사는 한 마디로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의 역사다. 우리가 익히 배워서 아는 유럽세의 약진은 해양 지배권이었다. 바람을 타고, 새로운 땅을 찾고, 생산기지를 만들고,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고, 석탄을 쓰는 증기기관을 발명, 산업화 시대의 문을 열고, 대규모 공업화가 몰고 온, 환경파괴와 인류생존 위협,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에너지(석유, 원자력)무기화의 경쟁, 일련의 과정을 이 책은 촘촘히 그려내고 있다.

 

북극에서 시작된 신냉전, 러중미가 북극에서 힘겨루기한다. 북극에 매장된(지구상에서 미개발 화석연료의 20~25%) 석유와 천연가스를 얻기 위해서, 지구온난화로 북극에 새로운 항로가 생기자 중국은 북극 실크로드 계획을,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이란 프로젝트를 각각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하여 북유럽국가들도 이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쇄빙선을 건조해서 북극 항해에 뛰어들고, 누구의 땅도 아닌 북극에 잠들어있는 에너지를 가져가기 위해서 말이다. 우주 개척 전쟁과 같은 양상이다.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에너지 세계사는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 에너지의 변화에 따라 그 시기 구분을 해볼 수 있다. 50년 전에 환경 인식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려는 노력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에너지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남아있는 화석연료의 채취와 이용을 위한 노력도 해왔다. 기본적으로는 이 두 길이 공존해온 셈이다. 독일의 “에네르기벤데” 두 가지 길을 하나의 지속적인 전략 속에 통합시킬 절충안적 개념이다. 이는 소비자에 의한 통제가 중심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2015년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의 결정, 즉, 독일은 화석연료 없는 에너지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흡은 여전히 길다.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날 만큼 매력적인 경제 효율화, 즉 저비용으로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은 그런 대체에너지가. 풍력, 태양력, 자동차 또한 전기차, 수소차. 하지만, 이들 차량의 에너지를 보관하는 데 필요한 배터리 역시 폐기할 때는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뭐가 좋고 안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은이 말처럼 돌아온 대역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돌아온 대역전이란

 

즉, 석유에서 벗어나는 전환의 패턴이 지속되고 원유생산정점이 기후변화의 압력과 결합한다면, 바다에서 석유를 가득 실은 채 가격조정을 기다리는 유조선들은 다른 틈새의 상징, 즉 자국의 에너지 미래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들과 유한한 석유의 감소하는 공급량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나라들 사이에 생겨나는 틈새, 결국에는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지은이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학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기반시설을 마련한 나라를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된다면, 이것이 바로 “돌아온 대역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금 더 살펴보자. 여기서 눈여겨볼 과학기술은 “탄소 포집”이다. 이 기술이 제대로 발휘되면. 글쎄다. 아무튼 지은이는 탄소 포집과 같은 신기술로 매끄러운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나라들은 국제정치력이 높아지고 그렇지 못하고 자국에 남아있는 화석연료 매장고에 계속 의존하는 나라들은 국제정치력이 낮아지는 새로운 국제질서….

 

인류는 에너지로 연결된 하나의 운명 공동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요동을 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여전히 에너지 패권이 통하는 시대다. 독일의 에네르기벤데는 앞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이를 우려하는 눈도 적지 않다. 화석연료 제로를 향해가던 유럽의 나라들이 원굿션(우회)하여,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들이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인류세, 인류의 삶과 에너지라는 주제로 농경사회부터 최첨단의 기술이 등장하는 현대까지, 에너지가 인류 삶에 미치는 영향, 이 영향을 둘러싼 에너지의 소유(화석연료의 자주권)관계, 지구 환경에 훼손시키지 않고, 에너지를 이용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은 세기적이며 전 지구적인 일이다. 정화의 대항해의 중단을 잘못된 국가적 선택이었다고 보듯, 남은 화석연료를 다 가져다 쓰려는 것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탄소제로, 탄소만 포집해내는 기술이 진전된다고 해서,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지….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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