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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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프루스트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편 11권을 30년에 걸쳐 번역해 온 작가 김창석 선생은 독자의 반응에 대답하기로, 출간 후에 반응은 둘로 갈렸다. 하나는 20세기 문학의 최고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프루스트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과 이 책 전 권을 모두 읽고 싶지만, 분량이 너무 방대해 미처 읽을 여유가 없다는 아쉬움이었다. 작가 김창석은 고민 끝에 한 권에 담기로, 7권을 재번역하고 편집하면서 프루스트 작품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몇천 쪽에 이르는 전집을 한 권에 담는 일이란 매우 어려운 일인데….

 

1편에서 7편(1954년 플레이아드 문고판, 전 7편을 번역본으로)에 이르는 각 테마와 문장을 중심으로 의식 흐름의 발전 단계를 더듬어가는 발췌형식을 취했는데, 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전통 소설 기법에 따르지 않고 인간 심리의 내면 탐구와 보편성을 자연스러운 의식 흐름에 따르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나는 후자에 속한다. 김희영 번역의 민음사 7권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87년 프랑스 플레이아드에 전집판을 번역본으로 삼음) 도전했다가 끝내 읽지 못하고. 중단?, 아무튼 다 읽지 못한 채로 머물러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사랑에 관한 담론이다. 1편<스완네 집 쪽으로>, 2편<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 3편<게르망트쪽>, 4편<소돔과 고모라>, 5편<갇힌 여인>, 6편<사라진 알베르틴>, 7편<되찾은 시간>까지, 프루스트는 사랑을 그 사람을 소유하려는 고통스럽고도 미친 욕망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완전한 소유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소유한다는 것은 이 세상의 법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

 

화자인 나, 마르셀, 오래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 잠이 들어야 할 시각이라는 생각에 깨어난다. 조금 전까지 읽고 있던 책에 대한 회상은 야릇한 모양으로 변한다. 가물가물해진 시절들을 회상한다.

콩브레를 회상하는 나에게 떠오른 것은 스완씨, 파격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스완네 집 쪽으로),

 

내가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게 해준 베르코트 작가와 스완네 집 만찬에서 만나게 된다. 그와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이 주는 감동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 나는 여름 휴가를 보낸 발베크에서 화가 엘스티르를 만나고, 그의 화실을 찾은 후, 사물과 존재에 관해서 고민하게 된다. 나에게 큰 영감을 준 두 스승과의 만남과 소녀 알베르틴을 만나게 된다(꽃핀 소녀들의 그들에서).

 

아침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게르망트 부인을 동경하는 마르셀은 부인의 조카인 친구 생루를 찾아 동시에르로 가고, 게르망트 부인의 만찬에 참석해 포부르생제르맹 귀족사회와 대면하게 되는데, 이곳은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귀족사회다. 그곳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속물 취급을 한다, 자신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부르주아들의 취향은 게르망트 공작을 비롯한 귀족 대부분에서 나타나는데, 이런 모순을. 마주하는데(게르망트쪽),

 

발베르크의 모든 것이 할머니의 추억과 이어져 나를 괴롭힌다. 어머니가 발베그에 도착,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이상한 변화가 보여, 거의 할머니의 고뇌하는 모습 같은 고귀한 영적인 존재인 듯싶다(소돔과 고모라)

 

알베르틴을 파리에 데려와서 보내는 동거 생활, 이 잔잔한 생활 속에 끊임없이 나타는 남들의 모습, 간헐적인 질투, 꽃피는 다른 아가씨들 및 뱅퇴유 아가씨의 여자 친구와 알베르틴의 관계에 대한 의혹 등. 나는 알베르틴과 서로 원망 없이 작별하는 날을 기다린다(갇힌 여인).

 

다시 데려오고 싶은 마음, 동거하던 방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스승 격인 스완 씨가 겪은 바 있는 애증 지옥을 두루 배회하던 날, 알베르틴의 숙모에게서 그녀가 말을 타다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의 바르지 못한 행실이 세상에 드러나는데(사라진 알베르틴)

 

되찾는 시간, 질베르트의 초대를 받아 화자가 콩브레 근방 탕송빌송에 체류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예전에 콩브레를 산책하며 품은 꿈이 하나씩 무너지는 걸 보면서, 공쿠르의 미발표 일기를 읽으면서, 마르셀은 자신이 꿈꾸던 문학이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재능 부족으로 글을 쓸 수 없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삶과 문학에 대한 회의와 우울 속으로….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꿈꾸던 청년이 무엇을 쓸 것인가와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가운데 답을 발견하게 된다.

 

한 권으로 읽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흐름과 맥락을 좇다 보니, 어렴풋이 의지적 기억과 비의지적 기억이라는 맥락...

 

이 책 끝에 실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구성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이 발췌 집의 전체 윤곽을 그려볼 수 있어서. 1편을 읽고 난 후에 여길 먼저 들여다봤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으니, 그냥 다 읽어보고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어차피 다시 한번 읽어야 할 것이기에….

 

호흡이 긴 이야기다. 하지만, 한 권으로 읽는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꽤 많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어쩌면 전집을 읽게 만드는 유인이자 유혹이다.

왜 이 책을 읽지 않는 자와 읽는 자를 구별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를 앙드레 모루아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 있다.”라고 한 말이 조금은 이해될 듯….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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