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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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증후군의 세계와 비장애인의 세계를 잇는 통역사

 

지은이 카밀라 팡은 두 세계에서 산다. 늘 헤드폰을 끼고 산다. 사랑, 공감, 신뢰 같은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말과 행동, 사고방식을 시험해보면서 그의 삶에서 직접 과학을 실험했다. 완벽한 인간이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동족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구성이 되고 싶어 한다.…..

 

약점은 강점이 되고

 

이런 그에게 자폐스펙트럼 장애, ADHD의 신경 다양성은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른바, 역발상이자, 상황 주도 혹은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해, 사물을 다르게 보는 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는 신경 다양성을 자기 삶의 강력한 무기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완벽하게 분석하는 정신적 도구가 되어 자신을 무장시켜주었다고 했다. 그에게 과학은 잠겨 있는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하지만 사람들과 인간행동을 외국어처럼 습득해야만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영 서툴다는 이야기다. 다른 행성에서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처럼 말이다. 다행히도 두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는 바로 과학이었다.

 

이 책은 11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상자 밖에서 생각하는 법과 자신의 기묘한 부분을 끌어안는 법,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는 법 등. 단 한 번의 성공은 그에게는 있을 수 없다. 시행착오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 전혀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실수에서 배우는 힘, 두려움, 조화, 목표, 공감,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대중에 휩쓸리지 않는 법, 그리고 인간처럼 행동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실린 주제를 뜯어보면 인간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인간을 설명하는 안내서, 사물을 다르게 보는 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도울 매뉴얼, 아웃사이더를 위한 삶의 가이드라는 지은이 말을 수긍할 수 있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장애, 비장애란 표현 대신에 신경 다양성과 전형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별로 어색하지 않다.

 

지은이가 ADHD에 대해 말한 것을 들어보자. 내 뇌는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인내심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과학자로서 나는 지나치리만큼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일을 빨리 일어나지 않고, 실험은 절대로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하지 않으며, 실패하고 배운 것을 활용해야만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고. 쉽게 깨우친 것은 아니며, 여전히 인내심의 가치를 알고 몸에 새길 때까지 노력해왔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지은이는 여전히 저곳(비장애인의 세계)에 있지 않으며, 아마 평생 도달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항상 그 만의 섬에 남아있을 테고, 그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지은이는 몸과 마음은 운동선수와 같다고 말한 대목이 흥미롭다. 인식, 기억, 사고 과정, 공감을 향상하려면 훈련을 해야 한다고, 헬스장에서 빠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듯이, 이 과정도 빠른 결과를 내라고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 없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나 자신의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이며 나는 그 점이 자랑스럽다고.

 

이 책에 실린 11개의 주제는 자신이 했던 실험을 통해서 즉 “과학”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고, 극복하고,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는 법을 터득했다. 생물화학, 우정, 그리고 다름에서 나오는 힘이 자신의 기묘한 부분을 끌어안는 법을 알게 해주었듯이.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이 책은 영국왕립학회에서 최고의 과학책상을 받기도 했다. 상을 받을 만큼 출중한 책이냐 아니냐는 별론으로, 이 책은 장애는 자신의 꿈을 좇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라 할까, 무슨 일이든 잘 풀리기 전에 한 번은 잘못될 것이다.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괜찮다. 사실 그 과정이 필요하다.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라.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라. 그리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나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다. 씨줄과 날줄을 엮듯,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지은이의 삶. 긴 여운이 남는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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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의 기쁨과 슬픔 - 한 언어심리학자의 자아 상실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
줄리 세디비 지음, 김혜림 옮김 / 지와사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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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인간의 자아 형성에 끼치는 영향

 

이 책 <이중언어의 기쁨과 슬픔>의 부제, 한 언어심리학자의 자아 상실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다. 왜 하나의 언어가 어떤 사람의 정신에 뿌리를 내렸다가 나중에 시들 수 있는지, 이 쇠퇴는 어떤 모습인지, 언어의 이지러짐이 어떻게 개인적 고통을 넘어 집단 위기의 규모로 증폭되는지를 톺아보려 한다. 국제시대에서 잃어버린 모국어(제1언어)의 귀중함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 줄리 세디비는 제1 언어가 체코어였고,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습득, 접촉했던 프랑스, 영어 등은 제2, 제3 언어였다. 언어의 탄생과 죽음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다언어세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뭘 해야할지, 이 책 속에 담긴 숙제들을 곰곰히 생각하면서 이 책을 썼다. 화석언어가 돼버린 체코어, 아버지는 사고와 문화는 체코어의 세상이고, 지은이는 그 밖에 영어의 세계관과 문화,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사용언어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보다, 다른 세상이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언어 상실의 중심에 존재하는 잔인한 역설

 

한 언어의 약화는 종종 더 나은 삶- 풍요, 안전, 주류 문화로의 진출-을 향한 꿈으로 바뀐다. 언어는 그저 지식을 공유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원이요. 피난처자 영지고 집이다.

 

현대 사회에서 언어의 역학은 전통적 평등주의(각 집단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 다른 언어 몇 개를 배우는 시스템)에서 한참 벗어났다. 6~7천 개의 언어가 200개 나라(지역포함)에 밀집돼 있으나, 하나의 공용어, 지배적 언어를 중심에 놓는다. 영어를 하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영어의 세계화, 영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주류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지 말하는 정도 수준이 아니라 그것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마치 모국어(제1 언어)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서다. 지배적인 언어는 사회적 애착, 동일화, 자신보다 큰 문화를 향한 충성을 갈망하는 인간의 탐욕을 채우기 시작한다.

 

언어, 지배원리, 지배 논리

 

인간 마음속에서 하나가 다른 것을 지배하지 않고 두 개 이상의 언어가 공존하는 것이 가능할까? 한 사람이 생각과 마음으로도 둘 이상의 언어에 충성할 수 있을까? 경쟁 언어들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생태계가 필요할까?, 또 이런 생태계가 현대 사회에서 가능할까?

 

일본어의 예를 생각해보련다. 오사카에서 나고 자라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서 그곳에서 일자리를 잡았거나, 일자리를 찾아 도쿄로 갔거나 하는 경우, 이들은 공용어(이른바 방송어, 사투리를 쓰지 않고)도쿄억양으로 언어생활을 하다가, 명절에 오사카로 돌아올 때, 바로 오사카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이중언어도 이와 같다. 한국어를 배운 일본사람이 화가 나거나 누군가에게 불만을 터놓을 때, 한국어만큼 시원스러운 언어가 없다고 말한다. 욕이 많으니…. 이 책에서는 왜 이런가에 대해서 연구논문을 가져와 설명하고 있다.

 

화교, 유대인 등 아예 태어난 곳이 외국, 즉 제1 언어가 중국어나 히브리어가 아닌 곳이다. 화교 중에서 중국어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보통 이민 1.5세대는 어릴 때 배운 제1 언어 잊어버리기 쉽다고, 언어습관은 청년기까지 형성되는 것이라. (6세 이전에 새로운 나라에 도착한 사람 중 97%는 그 나라에서 쓰는 언어를 선호한다.)

 

이 책에서는 영어권(미국, 캐나다 등 영미 계통), 프랑스어권으로 간 이민자의 언어생활이 어떻게 바뀌고, 언어가 사고방식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는데, 문제는 영어의 세계화, 영어를 쓰면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고, 세계 어디서든 다 통한다고.

 

이 지배원리를 뒷받침하는 실험들, 우선 인종(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에 관한 편견은 언제부터 형성될까, 세 살짜리 백인 여자아이에게 백인 아이와 흑인 아이 사진을 보여주고 사진들을 해석해보게 했다(발달심리학자 필리스 카츠의 실험). 바닥에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사진을 보고, 아이는 흑인 아이가 쓰레기를 버렸으며 선생님에게 혼날 거라고 해석한다. 카츠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이는 “저 애가 흑인이니까요”라고, 이와 마찬가지로 언어사용에서 그렇단다. 원주민처럼 영어를 쓰는 사람과 외국어 영향이 남아있는 영어를 쓰는 사람, 어느 쪽을 친근하게 여기는가의 문제였다.

 

언어적 편견, 사회 집단 구분

 

언어가 특정 집단의 구성원임을 표시하는 강력한 단서라는 주장도 있다. 언어적 편견이 사회를 구분 짓는다.

언어가 한 사람의 본질에 그렇게 가깝다면, 무엇이 아이에게 자기 본성의 기본 구조를 그렇게 극적으로 바꾸게 만드는가?

 

아이들에게 언어란, 곧 사회 집단을 나누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경향은 분명히 사회의 권력 구조를 뒷받침하는 언어의 역할에 의해 강화된다. 프랑스 부르디외는 언어가 단지 소통수단을 넘어 특정 행동을 한 대가로 상징적인 혜택을 나누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대단히 중요한 지적인데, 지은이는 이에 관해 논하면서 다수의 사례를 들고 있다.

 

언어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했을 때, 아마도 이런 측면에서 일본의 몇몇 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제1 언어 사용커뮤니티 장려 프로그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부모가 니케이진(우리 조선족처럼 자신의 조상이 주로 1930년대 남미 농업 이민을 떠난 일본인이 자신의 부계, 모계라면 일본에서의 정주권을 얻고 일을 할 수 있는데, 이들을 부르는 명칭)으로 일본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이들은 학교에서도 이상한 일본어를 한다고 멸시, 차별, 소외를 당하고, 심리적으로는 트라우마가, 지자체는 각 출신국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토요학교 등지에서 제1 언어로 놀이와 학습을 하도록 지원한다. 언어와 정체성의 관계는 어떻게...

 

언어는 소통의 수단뿐만 아니라 사회 집단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영어, 프랑스어, 체코어, 토착 언어 등….

 

우리 사회 역시 지역방언 물론 그 지역에서는 공용어겠지만. 전라도 말씨냐 경상도 말씨냐에 따라 선입견을 품기도 하는데. 이런 언어와 관련된 현상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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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링 하이츠 클래식 라이브러리 4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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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에 걸친 대하드라마 "폭풍의 언덕"이란 영화와는 또 다른...

 

브론테의 소설, <워더링 하이츠>는 폭풍의 언덕으로...영화로도 유명하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폭풍같은 사랑?, 이들의 폭풍같은 사랑 뒤에도 후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당시의 사회 모습 그대로

1인 칭 소설, 화자인 록우드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 저택에 세들어 살기 시작한 1801년, 현재 시점에서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집의 가정부로 18년을 지낸 넬리는 이 저택에 얽힌 이야기를 록우드에게 들려준다. 위더링 하이츠에서 살다가 캐서린 언소가 린턴가로 시집올 때 따라왔다, 이야기의 시작, 1801년 록우드는 워더링 하이츠를 방문해 집주인 히스클리프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록우드가 세들어 사는 저택에서 살았던 린턴 내외와 에드거, 이사벨라 남매, 그리고 워더링 하이츠 저택에 사는 언쇼 내외와 힌들리, 캐서린 남매, 언쇼가 데려온 히스클리프...이들 간에 3세대에 걸친 이야기, 1세대 두 집안의 어른들과 아이들의 어린 시절 그리고 2세대 이야기는 두 집안 아이들이 성장하여 결혼과 이들의 자손에 관한...

 

히스클리프 자신을 괴롭히던 힌들리와 에드거에게 복수를 하는데, 힌들리가 죽은 후에 워더링 하이츠를 차지한 히스클리픈느 그레인지 저택도 손을 넣을 목적으로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와 결혼을 하지만, 그녀는 히스클리프의 음모를 알고 도망쳐 살다가 죽고...

 

3대 이야기에서는 히스클리프는 이사벨라가 죽자, 자신의 아들 린턴을 에드거 린턴의 딸인 캐시 린턴과 결혼시키는데... 죽게되면서 아버지에게 자신의 재산을 넘기는데...

히스클리프는 나보다 더 나같은 친구야.

 

폭풍의 언덕... 지금도 이런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3세대의 이야기, 욕망, 소유욕, 결국 히스클리프가 죽고, 캐시는 헤이턴과 결합함으로써 질서가 회복된다는...

 

스물세 살의 헤이턴과 열여덞 살 캐시는 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선생과 학생처럼, 연인처럼 폭풍우가 지나간 곳에서 새롭게 삶을 만들어간다.

 

그레인지로 오는 길은 교회 쪽으로 돌아왔기에... 황무지 옆 언덕빼기에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비석 세 개가 놓여있는 걸 보았다. 가운데 것은 회색이었는데 히스꽃에 묻혀있었다. 에드거 린턴 것은 비석 밑에서 자라난 이끼와 잔디랑 어우러졌고, 히스클리프의 무덤은 아직 그대로였다. 세 무덤 사이를 서성이는 록우드, 이렇게 고요한 대지에 묻힌 사람들이 제대로 안식을 취하지 못할 것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을...

 

참으로 호흡이 긴 이야기, 대하드라마다. 두 가문의 재산을 손을 넣으려는 히스클리프의 삐뚤어진 욕망의 시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이 소설은 그가 죽은 후에 재평가를 받았다. 서미싯몸 선정 세계 10대 소설의 반열에 그리고 영국 가디언의 선정한 영미 100대 소설선으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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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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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작가, 뒤라스, 권태와 평온 사이는

 

오랜 시간, 숙성된 과실주처럼 일흔 나이에 <연인>, 인도차이나의 서정이 담긴 소설로 명성을 받은 뒤라스, 그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나, 베트남의 사이공, 하노이, 캄보디아 프놈펜, 빈롱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초기 작품 이 소설<평온한 삶>, 3부로 나누어진 이야기, 프랑스 남서부 시골 마을의 뷔그 농장에서 사는 이 십 대의 프랑신 베르나트가 풀어가는 하나의 이야기인데, 베르나트 가족은 20년 전 프랑스로 와 뷔그 농장에 정착, 20년의 세월의 공동을 메워나갔던 것은 부모의 무기력과 그 자신, 그리고 동생 니콜라 남매의 절망, 가족들이 뷔그를 떠날 수 없게 만들었던 외삼촌 제롬의 죽음, 니콜라는 집안의 하녀 클레망스를 임신시켰고, 그렇게 해서 결혼을, 그리고 아이 노엘을 얻었다. 클레망스 방을 찾는 제롬. 그의 죽음과 니콜라의 죽음…. (1부),

 

두 번의 죽음 뒤의 프랑신이 혼자 바닷가에 머무는 보름 동안의 이야기가 2부다, 여름 막바지.

 

나의 삶 그것은 내가 맛도 모른 채 무심코 일부를 베어 먹은 과일이다. 지금의 이 나이도 이 모습도 내 책임이 아니다. 내가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본 것은 우연이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내 모습을 맞이한 게 아니다. 나는 내 얼굴의 기억을 이미 잃어버렸다. (106쪽)

 

이따금 한낮에 바람이 일곤 한다. 바다가 하얗게 변한다. 해가 사라지기도 한다. 갑자기 그림자들도 사라진다. 모든 게, 마치 공포에 사로잡힌 듯 창백해진다.

 

안다는 것, 모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안다고 한들, 점점 거대해지고 그 빛이 점점 더 삼킬 듯이 밝아지는 파도로 일어서는 저 공허를 마주한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122쪽).

바다에서 뷔그로 돌아오는 길에, 프랑신은 권태 없는 삶을 되뇐다. 권태는 어쩔 수 없다.

언젠가는 권태롭지 않은 날이 오겠지. 머지않았다. 나는 필요조차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평온한 삶이 오고 있다(174쪽)

 

평온한 삶은 어떤 삶인가, 프랑신에게 작가 뒤르니에게 평온한 삶은 권태였을까, 권태는 절대적인 힘이 있다. 뷔그를 지배하는 권태는 다시 저녁이 올 때까지 새로운 낮, 드넓은 낮이 또 펼쳐지지 않겠는가, 권태는 또 매번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다. 권태의 밑바닥에는 늘 새로운 권태를 만들어 낸다.

문장 자체가 시다. 철학이다. 자신의 심경을 토해내 글로…. 쓰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파도의 물거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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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유교경
영화 지음, 상욱.현안.김윤정 옮김 / 어의운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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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유교경

 

오래된 경전, 4세기 중반에서 5세기 초 중국의 황제였던 효흥시대 번역된 경전으로 원제목은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인데 일반적으로 <불유교경>으로 더 알려졌다. 천태의 전통에 따라 5가지의 심오한 의미를 통해 살펴보는데, 이름과 본체, 교리와 기능 그리고 시대다. 이름은 부처와 법을 뜻하며, 본체 부처가 평생 설한 권교와 설교, 교리(敎): 내가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이 계속해서 수행해야 한다. 그러면 여래의 범심이 항상 존재할 것이고 범신은 파괴될 수 없을 것이다. 가르침의 정수를 말한다. 그리고 기능은 다섯 감각기관을 다스리기 위해 마음을 사용한다. 해탈을 얻을 때까지 일심으로 수행한다. 시대는 법화, 열반 시대다.

 

알쏭달쏭, 느낌이나 분위기로는 아마도 라는 표현을 앞에 붙여, 뭐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불(佛)은 산스크리스트어로 “깨달은 존재”, 깨달음에는 세 종류(본각, 시각, 원각)

 

줄줄이 이어나가는 글을 읽는 동안 빠져든다. 불유교경은 정종분(正宗分)과 세간법의 본질과 출세간법의 법요를 담고 있다. 유통분(流通分) 수행, 의심을 잘라버리다. 최후의 가르침….

종교(宗敎), 불교를 종교라, 불교는 가장 높은, 으뜸이 되는(宗) 가르침(敎)이란 의미인가, 깨달음에 이르는 게 하는...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이 있다.

 

“마땅히 곧바른 마음과 정념(正念)으로 제도하려 노력해야 한다. 1) 자신의 결점을 감추거나, 특정한 모습으로 군중을 현혹하면 안 된다. 2) 네 가지 공양을 받되 분량을 알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3)공양물을 얻되 축적하면 안 된다(48쪽).

 

곧바른 마음을 어떻게 유지할까?, 자신의 결점을 감추지 않으려한다는 것은 자신감이 아닐까 피해의식 혹여 다른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고 뒤에서 쑤근대며 손가락을 하지 않을까, 내가 왜 남의 손가락 질을 받아가며 살아야 할까, 하지만, 어떤 때는 손가락질을 당하더라도 포기하거나 멈출 수 없는게 있다면(돈말고, 명예말고, 허명말고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말이다)어떻게, 고뇌도, 번뇌도 없을게 아닌가,

 

특별한 모습으로 군중을 현혹하면 안 된다... 참으로 또 참으로다. 지금 세상사...모두들 특별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이다. 크던 작던, 정치가 어디 큰 정치 작은 정치가 있던가만은...부자의 사고가 보통사람과 다르다고 진짜부자와 가짜부자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정말로 부자는 과시하거나 관심을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지 공양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음식, 옷, 침구, 의약품이다. 받는 공양물을 제한하라, 최소한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라, 좀 부족하게 받는 게 좋다. 만족은 행복이요.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자신에게서 생기는 것이다.

 

공양물을 얻되 축적해서는 안 된다. 축적은 탐심을 키운다.탈심은 번뇌를, 물건을 두게 되면 도난당할까봐 상할까봐 걱정을 하기 마련인데 수행이란 여행과 같은 것이게 덜 가져갈 수도록 가볍다.

 

이런 마음의 업에 관하여 부처는 여섯 가지를 말했다 한다. 첫째로 곧바른 마음이요, 둘째로 정념, 셋째로 결점을 숨기지 않는다. 넷째 군중을 현혹하기 위해서 가면을 쓰지 말라. 다섯째 한계를 알라, 여섯째 공양물을 축적하지 말라...

 

마치 법정스님의 무소유처럼, 수행자는 몸도 마음도 가볍게...훌훌, 단순화하며, 줄이고, 버리는 것이 수행이다. 부족하다 싶을 때가 가장 좋은 줄을 안다. 늘 후회하면서도 그 경계를 고민 없이 넘어선다. 결점을 숨겨야 한다. 안 그러면 나는 호구가 될 테니, 군중은 늘 현혹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내가 그저 보통사람이란 걸 알게 될 테니, 곧바른 마음을 가지면 누군가에게 늘 양보해야 하는데 그럼 언제 내 차지가.

 

좋은 말씀은 입에 쓰듯, 인간의 본능이란 게 모여 사는 것이고, 그 속에서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알게 모르게….

 

이 책은 읽기 쉽다. 뭐 대단한 소리가 있나 하고 열심히 눈이 아플 정도로 힘주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읽어봤지만, 주변의 인생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하는 말씀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왜 실천하기가 어려운가?

 

뭐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는 것인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묻는다. 시원찮은 대답뿐이다.

 

이 책으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이라면 이 책은 제 가치를 다한 셈이다. 내일, 또 모레 위에 적은 문장을 읽어본다면 느낌이 달라질까?

 

이 책은 삶에 지친이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어렵지도 않다. 그저 눈 가는 대로 따라가면서 읽으면 된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자. 그저 읽자. 읽는 동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불안도 걱정도 없다면 순간이지만, 해탈한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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