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아스퍼거증후군의 세계와 비장애인의 세계를 잇는 통역사

 

지은이 카밀라 팡은 두 세계에서 산다. 늘 헤드폰을 끼고 산다. 사랑, 공감, 신뢰 같은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말과 행동, 사고방식을 시험해보면서 그의 삶에서 직접 과학을 실험했다. 완벽한 인간이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동족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구성이 되고 싶어 한다.…..

 

약점은 강점이 되고

 

이런 그에게 자폐스펙트럼 장애, ADHD의 신경 다양성은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른바, 역발상이자, 상황 주도 혹은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해, 사물을 다르게 보는 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는 신경 다양성을 자기 삶의 강력한 무기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완벽하게 분석하는 정신적 도구가 되어 자신을 무장시켜주었다고 했다. 그에게 과학은 잠겨 있는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하지만 사람들과 인간행동을 외국어처럼 습득해야만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영 서툴다는 이야기다. 다른 행성에서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처럼 말이다. 다행히도 두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는 바로 과학이었다.

 

이 책은 11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상자 밖에서 생각하는 법과 자신의 기묘한 부분을 끌어안는 법,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는 법 등. 단 한 번의 성공은 그에게는 있을 수 없다. 시행착오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 전혀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실수에서 배우는 힘, 두려움, 조화, 목표, 공감,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대중에 휩쓸리지 않는 법, 그리고 인간처럼 행동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실린 주제를 뜯어보면 인간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인간을 설명하는 안내서, 사물을 다르게 보는 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도울 매뉴얼, 아웃사이더를 위한 삶의 가이드라는 지은이 말을 수긍할 수 있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장애, 비장애란 표현 대신에 신경 다양성과 전형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별로 어색하지 않다.

 

지은이가 ADHD에 대해 말한 것을 들어보자. 내 뇌는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인내심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과학자로서 나는 지나치리만큼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일을 빨리 일어나지 않고, 실험은 절대로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하지 않으며, 실패하고 배운 것을 활용해야만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고. 쉽게 깨우친 것은 아니며, 여전히 인내심의 가치를 알고 몸에 새길 때까지 노력해왔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지은이는 여전히 저곳(비장애인의 세계)에 있지 않으며, 아마 평생 도달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항상 그 만의 섬에 남아있을 테고, 그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지은이는 몸과 마음은 운동선수와 같다고 말한 대목이 흥미롭다. 인식, 기억, 사고 과정, 공감을 향상하려면 훈련을 해야 한다고, 헬스장에서 빠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듯이, 이 과정도 빠른 결과를 내라고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 없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나 자신의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이며 나는 그 점이 자랑스럽다고.

 

이 책에 실린 11개의 주제는 자신이 했던 실험을 통해서 즉 “과학”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고, 극복하고,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는 법을 터득했다. 생물화학, 우정, 그리고 다름에서 나오는 힘이 자신의 기묘한 부분을 끌어안는 법을 알게 해주었듯이.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이 책은 영국왕립학회에서 최고의 과학책상을 받기도 했다. 상을 받을 만큼 출중한 책이냐 아니냐는 별론으로, 이 책은 장애는 자신의 꿈을 좇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라 할까, 무슨 일이든 잘 풀리기 전에 한 번은 잘못될 것이다.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괜찮다. 사실 그 과정이 필요하다.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라.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라. 그리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나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다. 씨줄과 날줄을 엮듯,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지은이의 삶. 긴 여운이 남는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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