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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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작가, 뒤라스, 권태와 평온 사이는

 

오랜 시간, 숙성된 과실주처럼 일흔 나이에 <연인>, 인도차이나의 서정이 담긴 소설로 명성을 받은 뒤라스, 그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나, 베트남의 사이공, 하노이, 캄보디아 프놈펜, 빈롱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초기 작품 이 소설<평온한 삶>, 3부로 나누어진 이야기, 프랑스 남서부 시골 마을의 뷔그 농장에서 사는 이 십 대의 프랑신 베르나트가 풀어가는 하나의 이야기인데, 베르나트 가족은 20년 전 프랑스로 와 뷔그 농장에 정착, 20년의 세월의 공동을 메워나갔던 것은 부모의 무기력과 그 자신, 그리고 동생 니콜라 남매의 절망, 가족들이 뷔그를 떠날 수 없게 만들었던 외삼촌 제롬의 죽음, 니콜라는 집안의 하녀 클레망스를 임신시켰고, 그렇게 해서 결혼을, 그리고 아이 노엘을 얻었다. 클레망스 방을 찾는 제롬. 그의 죽음과 니콜라의 죽음…. (1부),

 

두 번의 죽음 뒤의 프랑신이 혼자 바닷가에 머무는 보름 동안의 이야기가 2부다, 여름 막바지.

 

나의 삶 그것은 내가 맛도 모른 채 무심코 일부를 베어 먹은 과일이다. 지금의 이 나이도 이 모습도 내 책임이 아니다. 내가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본 것은 우연이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내 모습을 맞이한 게 아니다. 나는 내 얼굴의 기억을 이미 잃어버렸다. (106쪽)

 

이따금 한낮에 바람이 일곤 한다. 바다가 하얗게 변한다. 해가 사라지기도 한다. 갑자기 그림자들도 사라진다. 모든 게, 마치 공포에 사로잡힌 듯 창백해진다.

 

안다는 것, 모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안다고 한들, 점점 거대해지고 그 빛이 점점 더 삼킬 듯이 밝아지는 파도로 일어서는 저 공허를 마주한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122쪽).

바다에서 뷔그로 돌아오는 길에, 프랑신은 권태 없는 삶을 되뇐다. 권태는 어쩔 수 없다.

언젠가는 권태롭지 않은 날이 오겠지. 머지않았다. 나는 필요조차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평온한 삶이 오고 있다(174쪽)

 

평온한 삶은 어떤 삶인가, 프랑신에게 작가 뒤르니에게 평온한 삶은 권태였을까, 권태는 절대적인 힘이 있다. 뷔그를 지배하는 권태는 다시 저녁이 올 때까지 새로운 낮, 드넓은 낮이 또 펼쳐지지 않겠는가, 권태는 또 매번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다. 권태의 밑바닥에는 늘 새로운 권태를 만들어 낸다.

문장 자체가 시다. 철학이다. 자신의 심경을 토해내 글로…. 쓰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파도의 물거품처럼,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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