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절반을 넘어서 - 기후정치로 가는 길 전환 시리즈 3
트로이 베티스.드류 펜더그라스 지음, 정소영 옮김 / 이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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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치로 가는 길

 

이 책은 시장 보다 자연 앞에 더 겸손하고 현명하며 새로운 인간의 정치와 경제를 위하라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지은이 트로이 베티스, 드류 팬더그라스는 각각 대학에서 환경역사와 환경공학의 연구 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인 만큼, 상상력이 넘쳐난다. 자본주의는 No, 신자유주의 No, 사회주의는 시장의 신비를 버려야...

 

지구의 절반은 인간의 발길이 닿아서는 안 된다. 지구는 인간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들어서는 안 된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생각이다. 꽤 도발적이다. 그 상상의 지도를 따라가 보자.

 

조천호의 추천사로 시작되는 책은 1장에서 프로메테우스 묶기, 2장 새로운 공화국, 3장 지구 절반 개혁하기, 4장, 2047년이 보낸 소식으로 구성돼 있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구분

 

자본주의만큼 그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체제도 없다. 말이 어렵지만, 자본주의라는 생물은 생존을 위해 물론 강학상이겠지만, 궤도 수정도 거리낌이 없다. 사회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이면서도 체제 밖으로 밀어내려는 움직임은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복지국가와 자본주의는 성립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이를 진심으로 심각하게 고민해보기를 화두로 던진다.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질서이든 사회주의적인 인식론이든 이런 것을 떠나 오로지 하나만 생각하자. 지구의 반은 인간이 나머지는 다양한 종에게,


<지구의 절반>(사이언스북스, 2017)의 저자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월슨은 오로지 현재 살아가는 이들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는 태도를 지적하면서 진정한 야생과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원대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처한 위기의 규모에 걸맞게 크나큰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 바로 ‘지구의 절반’이라는 목표라고 했다. 이 책 제목은 여기서 따왔는데, 지구의 절반을 왜 다양한 종을 위해 남겨야 하는지, 이는 인간의 미래, 인간 세상 유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한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지은이들은 윌슨이 하나 놓친게 있다고 지적한다. 지구의 절반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사회주의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유토피아로 향한 꿈을 제대로 꾸자고 한다. 경제 위기, 코로나 19, 기후 위기가 겹친 이 시대에 말로 유토피아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발상의 전환 즉, 역발상이다. 기우 재앙 대 그린 뉴딜을 논하는 나오미 클라인의 <미래가 불타고 있다>(열린책들, 2021)에서도 지구의 절반은 보존되어야 한다고, 종의 다양성의 문제도 문제지만, 지속가능성 인류사회를 위해서는 더 이상의 욕심은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후 위기의 본질은 욕망의 과잉이다.

 

기후 위기의 본질은 인간의 욕망 과잉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사회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 과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후 위기를 막는 방법 중에는 신자유주의가 제시하는 탄소가스 배출총량거래에 관한 논의, 환경에 해를 입히는 대체 가능한 권리를 창출하고 누가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지, 이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다. 이런 시장의 논리는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제한하고, 이들이 경제성장을 막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논리라면 누군가는 영원히 가난한 결핍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연 이런 논리가 공평한가, 소수의 이익을 위하여 이런 논의는 바로 자본주의의 기본 질서라 공평의 문제가 아니다. 힘의 논리다. 신자유주의는 기술진보가 그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 이는 사회주의자들이 말하는 “우리가 자연을 완전히 알고 있으므로 인간을 위해 자연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말을 비아냥거리듯 말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들이 제안하는 것은 유토피아다

 

우리의 관계 기쁨으로 넘치는 공동체를 만들자. 어떻게 물질에 터 잡은 낭비적 소비에서, 삶의 가치를 회복하고 서로 간에 공유와 협력을 증진하는 비물질적인 활동으로 행복을 키워야 한다고 지은이들은 이야기한다. 예술, 사랑, 놀이 등 한마디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은 한없이 키울 수 있다. 인간 문명은 지구의 절반만 점유하자. 나머지는 다른 동식물의 몫으로 돌리자. 이렇게 해야만 인간 문명이 유지될 수 있으니, 이는 양보가 아니라 필수다.

 

이들이 제안하는 해결방안은 사회주의와 환경론이 공동의 정치적 목표 아래 다양한 연합을 이룰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는 시장이라는 신비로운 힘을 믿기보다는 이 어려운 도전에 두 눈 뜨고 대면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사회주의에 관한 기대와는 사뭇다르다. 꽤 흥미로운 지적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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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보다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 아프리카 농민의 왕 식물유전육종학자 한상기의 90년
한상기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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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피암 한상기의 자서전

 

이 책은 23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농업국 나이지리아에 있는 국제열대농학연구소에서 아프리카의 생명줄인 카사바를 슈퍼카사바로 바꿔놓은 한상기 박사가 걸어온 길을 적고 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지

 

“아프리카라고 하셨나요?, 카사바를 연구하신다고요?, 영국이 아니라 나이지리아로 간다고?, 교수님 왜 케임브리지 대학을 포기하신 건가요?”

 

인생은 생사 사이의 선택이라는 사르트르 말을 인용하면서 선생을 끌어당겼던 큰 힘은 농사, 작물, 식물, 종자, 식량으로 집약된다고.

 

자서전은 글쓴이의 연대기다. 자신의 인생경로에서 겪은 큰 사건을 적어나가게 마련이어서 그의 어린 시절, 충청도의 산골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식물육종학자의 길을 걷게 된 배경으로 시작된다.

 

우장춘 박사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속에 늘 새겨놓은 그만의 영웅, 대학선택도 농대로 대학원에서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지영린과 존 E 그래피우스, 류달영, 이렇게 세 분이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피암선생의 글에서도 강조된다. 자신의 결연한 의지도 의지지만, 꽃을 피워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행운이다. 그에게는 좋은 스승들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가운데, 아프리카의 식량 사정을 알게 되면서 겹쳐지는 인물이 떠오른다. 농학자 김순권 박사, 1976년 아시아 최초로 생산량이 세 배나 되는 하이브리드 옥수수를 개발했다.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아프리카 적응 하이브리드 옥수수 개발, 위축 바이러스 저항성 품종 개발, 스트라이가(Striga) 공생 저항성 품종 개발 등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난 해결에 이바지했다. 북한에 슈퍼옥수수를….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공유주연의 영화<용의자> 북한 식량난을 해결하려는 월남한 기업가의 집념 결실은 슈퍼 볍씨가 되는데, 이를 신종 화학무기의 공식으로 오인한 국정원 간부와 외국의 검은 세력들의 이야기, 여기서도 키워드는 “슈퍼” 카사바, 옥수수와 벼.

 

피암 선생과 김순권 선생이 나이지리아에서 같은 시기, 겹치는 시기에 한쪽에서는 카사바와 얌을, 또 한쪽에서는 옥수수를 연구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두 분 모두, 학창시절의 꿈은 육종학자 우장춘 선생이다. 우장춘 선생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버지의 나라 한국 땅에 돌아와 농업, 녹색혁명을 시작했다면 이들은 우장춘의 뜻을 잇는 후예다. 피암 선생은 명예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케임브리지대학연구소와 서울대를 뒤로하고 나이지리아를 택했을까, 그는 국위 선양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때로는 이런 인간의 허영심이 세상을 이롭게 하기도 한다.

 

피암선생이 아프리카에 남긴 것은 슈퍼 카사바만은 아니다. 바로 인재들을 남겼다, 현장활동가와 연구자를 찾아내고, 이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단지 현장에서 종자 보급하는 것, 이상으로 체계구축에도 힘을 썼다. 나아지리아 사람들은 그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가져다 준 선생을 추장으로 받들었다(나이지리아 이키레읍, 세리키 아그베-농민의 왕-으로)

 

자서전이란 게, 자칫 잘못하면 자화자찬으로, 자신의 생애를 반추하며,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선택하리라는 선택에 관한 확신, 그리고 수많은 고충을 회고하는 대목은 절제.

 

수백 장이 넘는 탑승권을 간직하고 있는 선생은 그 탑승권 한 장 한 장에 담긴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듯하다. 선생에게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는 또 다른 슬픔이 있다. 국제농업발전에 기여 이에게 주는 “한상기상”의 수상자이자 아끼는 제자 두 명이 아프리카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내전으로 모두 죽었다.

 

위대한 인물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한때, 대한민국을 세계만방에 알린 위대한 업적의 인물, 한상기 선생,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받거나 추천되거나 했지만, 그에게는 이런 명예보다 그를 연구자의 길로 끌어준 스승들과 동료, 제자들, 여전히 아프리카의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기억한다.

 

큰 사람, 된 사람, 든 사람, 난 사람의 길을 모두 걸었던 그는 인생의 매 순간을 기록했던 200권의 노트 속에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내가 잘났노라는 말보다는 여전히 굶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여전히 그들을 향한 따뜻한 눈길,

 

이 책은 한상기 선생의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 분투기다. 누군가에게 인생의 이정표로 남겨질 만한 그의 행적은 오로지 그만의 것이 아니다. 그가 우장춘 박사를 흠모, 그 길을 따라가려 했던 것처럼….

 

선생은 2022년 농업진흥청 제2회 농업기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가 아프리카로 떠날 때, 스승 류달영 선생에게 받았던 편액 “가교사해 홍익인간 架橋四海 弘益人間(세상에 다리를 놓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을 농업유전자원센터에 건넸다. 후학들이여, 이 말을 잊지 말라고….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식량이고, 제일 아쉬운 것이 사랑입니다" 피암 선생이 우리에게 주는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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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역설 사전 - 마음을 지배하고 돈을 주무르고 숫자를 갖고 노는 역설의 세계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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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면에 대한 15가지 농담 혹은 진실

 

거짓의 거짓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어떻게 하든 결론은 거짓이다.

 

마음을 지배하고 돈을 주무르고 숫자를 갖고 노는 역설의 세계 <곽재식의 역설 사전>, 여기에 실린 글들은 2022년 <고교독서평설>에 연재했던 글 가운데서 뽑아온 것들을 마음의 역설, 돈의 역설과 숫자의 역설 이렇게 3장으로 나누었다.

1장 마음의 역설, 역설 중 첫째가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비롯하여 맨더빌, 애빌린, 우정, 이스털린이 실려있다.

2장 돈의 역설에서는 이카루스, 레온티예프, 루커스, 경쟁, 가치 역설 등 재미난 내용이 실려있다.

3장에는 브라에스, 제번스, 심프슨, 점검의 역설과 콩도르세의 역설이 이렇게 해서 15개의 역설이. 일명 파라독스의 향연이라고 해야 하나, 두 가지 역설을 보자,

 

거짓말쟁이 역설

 

논리학에서 자기 자신이 거짓임을 말하는 명제를 인정하는 데서 생긴 역설,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문장의 진위를 판단할 때, 문장이 참이면 내가 거짓말하는 것이 되고, 문장이 거짓이라고 한다면 참이 되어, 문장을 참이라 하든, 거짓이라 하든 간에 결론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이다.

 

곽재식 작가를 왜 말장난의 대가라고 하는지 알겠다. 이른바 구라와 썰에 능하니 구라꾼이 더 좋겠다. 구라꾼은 대단히 명예로운 칭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구라꾼이요, 작가 황석영 선생도 구라꾼이요. 얼마전에 작고한 오적의 김지하 선생도 구라꾼이다. 반열의 문제가 아니라, 재치가 번득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역설과 놀다 보면, 역설 자체에서 새로운 역설의 발견의 기대 가능성이 커지고, 또 한편으로는 역설의 더 깊은 의미를 찾기 쉽지 않을까?

 

맨더빌의 역설/ 꿀벌의 우화

 

자주 듣던 이야기다. 경제학 교양서적에 등장하는 <꿀벌의 우화>, 욕망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며 이타심이니 선행 같은 개인 미덕은 오히려 사회발전의 방해 요소라고, 결국에는 모두 가난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글쎄다, 어느 사회, 어느 체제건 자기 집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가 제일 튼실하고 맛있는 법이니까, 개인소유, 내 것, 이기심, 사치, 허영의 긍정적 작용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에는 음과 양, 명암이 존재하듯이.

 

탐욕스럽게 살면서 허영심과 사치에 물든 부유한 한 줌의 꿀벌들, 자기가 얼마나 부자인지 자랑하려고 화려한 그림과 조각품을 내놓고 전시하는데, 이를 본 꿀벌사회가 혼란을 겪는다. 비난하는 측과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둘로 나뉜다. 그러나 점차로 꿀벌사회는 사치가 만연하게 되는데, 이를 보다 못한 똑똑한 꿀벌들이 나서서 낭비와 무절제를 탄핵, 이제는 꿀벌들은 사치와 낭비를 하지 않게 되는데. 역설이 일어난다.

 

오히려 쇠퇴가…. 모두가 가난해지고, 다른 곤충들로부터 벌집을 공격당하기도, 꿀벌들이 가진 힘은 강했는데, 도덕적으로 살아보려고 한 뒤로는 힘이 약해지고, 살림살이는 점점 힘들어진다. 바로 이것이 역설이다.

 

경제학에서 자주 드는 예, 왜 이런 예를 들었을까?, 집단급식소에서 일어난 식중독을 원천차단하자고, 주방을 아예 살균제 덩어리로, 점차 면역력을 잃게 된다는 논리와도 비슷한 것인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꽤 생각을 많이 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역설의 역설을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아무튼 아주 흥미로운 글모음 집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돋보이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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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선택 : 결핍과 불균형, 바꿀 수 있다
마야 괴펠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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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까?

 

지은이 마야 괴펠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새로운 생각들, 위기는 기회라는 생각을 그저 책상 위에서 그렇게 머리로만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실천으로 옮기는 문제에 집중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에리히 프롬이 한 말을 적절히 인용하는데,

 

“개혁의 진정한 기준은 현실을 직시하는 사실주의, 말 그대로 철저한 ‘근본주의’다. 핵심을 뿌리까지 파고들어 문제의 원인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겉핥기식으로 땜질 처방만 이뤄진다.”

 

이 한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70년 전에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의 말, 보편적이다. 대단히 보편적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방식의 근원이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70년 전에 도요타자동차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에리히 프롬의 이 말을 알고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단지 이 사람들은 사실주의, 철저한 근본주의에 천착, 자동차 고장 원인의 진짜 원인인 진인(眞因)을 찾고자 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수리를 해야 하는 악순환을 겪어야 하기에. 바로 이런 것이 보편성이다.

 

이 책은 많은 생각할 거리, 즉 고민거리를 담고 있고, 또 우리에게 던진다. 한쪽의 결핍과 한쪽의 주체할 수 없는 풍요, 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다는 건 뭘 의미하는 것인가. 또 더 좋은 선택이란 무엇인가?, 이 역시 보편적인 보편성을 지닌 답이 나와야 한다.

 

위기에 닥칠 때 비로써 해결의 방안이 눈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해결의 실마리인지 구분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지은이는 세상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고, 우리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믿는다, 결국 미래는 누가 결정하는가, 인간이 결정하게 된다.

 

모노폴리 게임 규칙

 

책임과 능력, 연결, 행동, 소통, 이 모두를 다르게 배우고, 또 다르게 성장하고, 다르게 활용, 조직하고 다르게 교류하기, 즉 현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류의 미래를 지킬 방법을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밖에서 찾는 게 아니라,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가,

 

막스 플랑크 진화연구소를 20여 년간 이끌어 온 인류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영장류(유인원)을 관찰하면서, 얻은 결론을 이야기한다.

 

유인원과 인간의 결정적 차이는 상대방이 무슨 의도를 가졌는지는 알아내는 테스트에서 나타난다고 말한다. 유인원은 그냥 눈길이나 손가락 움직임만을 따라가는데, 어린아이(유아)는 유인원과는 이런 몸짓 속에 담긴 정보에 해석해 내는 메타인지 능력이 있다. 이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또 한 가지는 협력하려는, 우리가 되고자 하는 성향, 즉 “공유하는 지향성”이라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즐길 줄 안다고. 이런 특성은 자동차 잭 효과- 새로운 세대가 기성세대의 어깨 위에 올라타 계속 높이 올라가는 효과-, 즉 계승발전을 말한다.

 

지은이는 연대를 말한다. 한나 아렌트의 글을 인용하는데, 이 역시 새겨 둘만 하다.

 

“지구라는 이 별에는 인간이 사는 게 아니라, 인간들이 산다. 복수형은 지구의 법칙이다”라고.

 

인간의 또 하나의 재능, 우리 모두에게는 무엇인가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재능이 그것이 바로 기부다. 조건 없이, 누군가에게 알리지 않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문화, 인간은 문화에 맞춰 태어난다. 문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무엇을 뜻할까?

 

지키는 영웅과 움직이는 영웅, 미국의 기부문화는 쓰레기통에 핀 꽃과 같다. 사회 이곳저곳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또 이들을 지원하려고 이리저리 발로 뛰면서 애쓰는 사람들처럼 돈으로 이를 대신하는 사람들, 우리는 모두 이를 영웅이라 불러야 한다. 자기 배만 채우는데 눈이 먼 사람들과는 달리 조용히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이들은 우리가 찾는 인간이다.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원하고 또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지은이는 아주 색다른 관점으로 결핍과 불균형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그가 인간에게 갖는 희망과 기대다. 패러다임은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영원불변의 법칙은 그 어디에도 없다. 위기가 눈앞에 닥칠수록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지혜는 깊어질 것이다. 번득이는 지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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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한자, 한자 속 신화 : 인간창조편 - 딸아 한자 공부는 필요해. 아들아 너도 신화 속 한자, 한자 속 신화
김꼴 지음, 김끌 그림 / 꿰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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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한자, 한자 속 신화 - 인간창조편-

 

한자 공부 교재일까?, 단순한 한자 공부책이 아니다. 신화를 소개하고 신화와 관련 있는 한자를 설명한다. 표의(表意)문자, 즉 글 자체가 뜻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한글은 표음(表音), 소리로 나타내니, 한글을 봐도 읽어야 의미를 알지, 기역니은을 모르면 그 뜻을 알기 어렵다. 한자는 자원(한자의 구성원리-상형과 지사, 형성과 회의, 가차 등)을 풀어서 설명한다. 우리 말과 글 속에 들어있는 한자는 한글로 적기에 유래가 한자인지 알 수 없다. 아무튼 우리 말글에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고, 아마도 7할가량이지 않을까 싶다.

 

우선, 여기서 다루는 신화는 현재 동북아시아 한반도를 비롯하여 만주, 중국 본토 지역의 것이다. 이 지역을 벗어난 신화들은 비교와 재미를 위해 넣었다고 지은이는 밝히고 있다. 이 글은 아버지가 딸에게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가자, 신화와 한자 속으로

 

여기에는 인간 창조라는 주제에 맞게 편집해서 9장을 싣고 있는데 신화한자는 모두 15개다. 이를 설명하기 쉽게 각각의 장으로 나누고, 1, 2장에서는 사람을 창조한 여와(女?), 치유와 구원의 여신은 곧 여와다. 3, 4장에서는 동물과 잘 구분되는 가장 일반적인 사람, 인(人), 신화 속의 성인의 모습을 닮은 인(?, 어진 사람인), 그리고 5장 큰 사람(어른)의 모습 대(大), 6장,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 절(?, ?), 7장, 영혼이 거주하는 곳에서 도용을 거쳐 거시기(尸, 죽은 사람 시), 8장 임금의 마음이 가는 특별한 사람, 비(匕 가까운 사람 비), 9장 인류의 재창조, 홍수신화

 

특히 9장의 홍수신화는 튀르키예 홍수신화와도 흡사한 등 아시아 곳곳에 우리에게 생소한 그렇지만, 아주 비슷한 ‘홍수신화’가 존재한다.

 

여와(女?)는 곧 여신이다.

 

성경의 천지창조와 흡사하다. 세상 곳곳의 창조 신화와 홍수신화는 꽤 비슷한데, 그 오래전 무슨 네트워크가 있었던 것도 아닐 텐데, 어찌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가, 그저 모르기에 신비롭고 신기할 뿐이다. 이를 알면, 그저 그럴 것인데.

 

아무튼 여와는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와의 모습은 당대 사람들이 갖는 여성성(정서)을 반영하고 있다. 누군가를 안아주고 달래 주는 여(女), 이 글자는 보라. 누군가를 안아주는 모습이다. 시대를 달리하게 되면, 女를 무릎 꿇고 다소곳하게 손을 모은 모습이라고, 순종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가부장적 자원 풀이다. 하지만 여의 원형은 누군가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시대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에 따라 같은 글자지만 이렇게 달라져 보이는 것이다.

 

절(?)을 보자, 사람의 앉은 모습이다. 앉아 있는 사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런데 절(?)은 명령 명(命)의 절(?), 여러 사람이 모인 큰 집에서 명령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이렇듯 모양에 따라 같은 절이라도 의미가 사뭇 달라지는 것이다.

 

금와왕의 신화는 TV 사극 드라마에서 단골로 나온 캐릭터라서 다들 알지도 모르겠다. 금와왕 유화 아씨, 고주몽, 부여와 고구려. 여기에 나온 금와(金蛙) 즉, 금빛 나는 개구리다. 개구리는 다산의 상징, 여와의 본래 한자는 女?가 아니라 女蛙(개구리와)였다.

 

모계에서 부계사회로 넘어가면서 격하된 여와 그리고 감춰진 개구리 모습

 

개구리(蛙)는 맹꽁이 맹 혹은 힘쓸 민으로 (?), 민은 갑골문자 때부터 있었지만, 蛙는 금문이 최초, 이 사이에 무슨 난리가 일어났는지. 아무튼 蛙는 ?+圭, 이후 민을 충(?)으로 여기서 특별한 개구리는 권위 있는 개구리로…. 蛙는 수컷들의 반란으로 다시 ?로 바뀌었고,

 

자, 이렇게 글자의 자원만 따져도 왜 글자가 바뀌었는지, 글자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맹꽁이 민자나 힘쓸 민에서 특별함이 더해서 특별한 맹꽁이는 곧 제후 등이 된다. 금와는 단지 개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 아니라 특별한 지위 곧, 제후나 왕을 의미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한자는 본디 갑골, 금문 등, 다양한 제자원리가 있어, 어떻게 그 글자가 구성되었는지를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충(?) 자 대신에 女가 들어선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권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가,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어 즐겁다.

 

이 책을 보면서, 놀라움의 연속, 신화의 탄생과 그 배경, 그리고 이후,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 지배권력 구도의 변화에 따라 이를 표시하는 글자 또한 바뀐다는 것을.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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